나무를 훔친 남자

나무를 훔친 남자

$16.80
Description
진짜가 가짜를 뛰어넘는 것,
그것만큼 짜릿하고 전위적인 예술이 또 있을까.

‘우리 시대의 아트’를 새로이 규명하는 신예 작가 양지윤의 매혹적인 선언
“아트는 어떻게 하나?”
“내 걸 하면 되네. 그걸 찾으면 아트가 되는 거라네.”

한국 문단의 신예 작가 양지윤의 첫 소설집 『나무를 훔친 남자』가 출간되었다. 2022년 장편소설 『무생물 이야기』에서 무의미한 삶을 구제할 휴머니즘을 선보였던 그가 이번 소설집에서는 ‘우리 시대의 아트’를 새로이 규명하는 매혹적인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표제작 「나무를 훔친 남자」를 비롯해서 「우리 시대의 아트」, 「박수 치는 남자」, 「수조 속에 든 여자」 등 여덟 편의 단편을 실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별 볼 일 없고 어딘가 이상하고 모자라 보이며 괴짜 같은 사람들이다. 가치와 효용만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로를 이탈한 듯 보이는 이들 ‘이름 없는’ 주인공들은, 그럼에도 선량한 마음씨와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끈질기게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 이들은 달리 말하면 자신만의 ‘아트’를 행하는 사람들이다. ‘내 걸 찾으면 아트가 된다’는 한 인물의 말처럼, 그들은 자신만의 ‘선율’로 규격화된 현실을 돌파하며 끝내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고유성을 가진 존재로서 빛을 발한다. 작가는 이들의 넘실거리는 에너지를 통해 황폐한 세태의 환멸을 풍자하는 동시에 냉혹한 현실의 벽을 사뿐하게 뛰어넘는 희망을 노래한다.
저자

양지윤

1984년전북익산에서태어났다.한국외국어대학교정치외교학과를졸업했으며,2022년장편소설무생물이야기를펴냈다.

목차

나무를훔친남자
알리바바제과점
우리시대의아트
롤라
박수치는남자
수조속에든여자
진실의끄트머리에서우리가보게되는것
인류의업적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전나무도지키고저자신도지킬겁니다.
절대로물러서지않을거예요.”
끈질긴삶의선율로세상의벽을무너뜨리는사람들

표제작인「나무를훔친남자」는누구도물을주지않아서서히죽어가는나무를살리고자회사건물에있는87그루의나무화분을훔친남자의이야기이다.8년차영업사원인남자의실적은회사에서꼴찌였고동료들은그를무시했다.그는언제든잘리고다른사람으로대체될수있었다.나무들처럼.그가돌봐주지않으면쓰레기처럼버려지고치워질나무를외면할수없었던그는정성스레나무를보살피지만회사는그가시키지않은일에시간과에너지를쓴다고여기며화분에물을주지말라고경고한다.이익창출에기여하는존재만이인정받는시스템하에서그는언제든지버림받을수있는사람이다.그러나그는작은애정과관심이죽어가는존재도살려낸다고믿는사람이다.나무들이사람들의무관심속에서죽어나가는걸보며부당함과환멸을느낀그는나무를구출하겠다고결심하고,회사의나무를모조리가짜나무와바꿔치기한다.이일에쏟는그의열정은경이로울지경이다.결국그는자신이구출해낸나무들속에서죽음을맞지만‘진정이시대의고독한의인’인그의이야기는두고두고회사내에서회자된다.
시도때도없이,아무런예고도없이,특별한이유도없이박수를치는남자의이야기를담은「박수치는남자」의주인공또한‘고독한의인’이라할만하다.그가치는박수소리는매우커서,그가박수를치면사람들은깜짝놀라서그를쳐다보았다.이렇듯남다른행태로인해그는가족과멀어지고아내한테도버림받는다.그렇다고그남자의박수가말썽만일으킨것은아니다.사람들은박수치는남자가남긴아름답고감동적인이야기를입에올렸고,그를한번보고싶다는바람을갖게된다.그의박수가실의와절망에빠진사람들에게희망을안겨준다.

현대인을‘활용’하고‘훼손’하는이시대를향해외치는통쾌한선언

「우리시대의아트」는“무너지지않을것같았던벽들은때때로총과칼이아닌낙서에의해서허물어지기도했다”(문학평론가하혁진)는사실을상기시키는작품이다.노숙자로살아가나그림에특출난재능을지닌‘뱅크럽시’는어느날미국에서온예술가맥의초대를받아한달간미국을방문한다.‘뱅크럽시’,즉파산이라는그의별명은그를‘뱅크시’에비유했으나그것이뒤틀리면서얻게된것이다.맥으로인해뱅크럽시의그림은엄청난주목을받고고가에팔려나가지만그것도잠시,그는다시원래자리로돌아와거리의천덕꾸러기가된다.보잘것없는거리의노숙자뱅크럽시의그림이‘우리시대의아트’가지닌힘을믿지않는이들에게가치와효용이있을리만무하다.뱅크럽시에게갑작스럽게쏟아진박수갈채와돌연한무관심은‘돈’이예술을떠받치는오늘날의세태를통렬하게비춘다.
「알리바바제과점」역시그러한주제를잘담은작품이다.알리바바제과점의수석파티시에는그가제안한보석쿠키가크게히트하자사장도어찌하지못하는막강한권한을행사한다.그러나새로입사한호박쿠키담당자의남다른솜씨를탐낸사장은수석파티시에를따돌리고호박쿠키담당자로하여금평생보석쿠키를만들라는노예계약서를작성하게한다.이사실을알게된수석파티시에는몰래알리바바제과점에잠입해호박쿠키담당자를구해내둘만의탈주를감행한다.쿠키를전보다더‘진짜보석’처럼만들어내는노동의한편에는삶의존엄이무력해진현실이자리하고있다.그런점에서하혁진문학평론가는양지윤의작품을“현대인을‘활용’하고‘훼손’하는세태를향해외치는파산선고”라고평하며지금우리가그의작품에주목해야하는이유를밝혔다.

“거짓말은세상을견디는방식,
나의소설은현실보다좀더낙관적인거짓말”

소설은가공의이야기이다.허구이기때문에슬퍼할필요도,괴로워할필요도없다.첫소설집『나무를훔친남자』를놓고양지윤작가는“내가소설을쓰는이유가이책한권에녹아들어가있다”고말한다.그에게‘거짓말’은세상을견디는방식이며,그가쓰는소설은현실보다좀더낙관적인거짓말이라고도한다.진짜가아니지만‘진짜같은가짜’이야기,인간과삶에대한진실을일깨워주는소설.어쩌면우리자신이기도할인물들이펼치는여덟편의이야기를통해신예작가의패기와따뜻함,짜릿하고전위적인예술적열정을만나보기바란다.

[수록작품소개]

나무를훔친남자
8년차영업사원인그는진급이한번누락되어아직대리에머물러있었다.동료들은실적이꼴찌에서맴도는그를무시했다.석달전,나이가많고실적이저조하다는이유로회사에서잘린김과장은그에게나무를부탁했다.회사건물에있는87그루의나무화분에물을주라는거였다.그러나회사는그가시키지않은일에시간과에너지를쓴다고여겨더이상화분에물을주지말라고경고한다.나무들이사람들의무관심속에서죽어나가는걸보며부당함과환멸을느낀그는나무를구출하겠다고결심하고,회사의나무를모조리가짜나무와바꿔치기한다.

알리바바제과점
알리바바제과점은사람들에게가장저렴한가격에보석을파는곳이다.정확히말해보석이아니라보석쿠키를판다.사장에게보석쿠키를제안한사람은수석파티시에인나였다.사람들은닥치는대로보석,아니쿠키를샀다.호박쿠키를담당하는직원이제과점을그만두자나는새담당자를구했다.가장보잘것없는이력서를내민스물세살여자였다.다음날그녀가구운호박쿠키는환상적인검붉은얼룩들이눈을사로잡는영롱한보석,그자체였다.

우리시대의아트
절도죄로사회봉사120시간을선고받은나는봉사활동을하는동안거리의노숙자들과친구가되었다.그가운데한사람은그림에특출난재능이있었다.나는그의그림이‘뱅크시’같다고칭찬했지만그는본의아니게‘뱅크럽시’라는별명을얻는다.어느날미국에서온예술가한명이우연히뱅크럽시의그림을보고그를미국에초대하는데…….

롤라
바에서일하는나는어느날롤라라는한백인손님으로부터호텔로놀러오라는초대를받는다.거기에는롤라에게초대받은한국여자두명이더있다.롤라는자신이꿈에서그들의미래를보았다며그들의얘기를들려준다.나는처음엔롤라가미친여자라고생각하지만,그들의얘기가사실인걸알고흥미를느낀다.그리고자기미래도어떤지알고싶어한다.하지만롤라의이야기는전혀예상치못한방향으로흘러가고나는크게실망한다.미래에자신이이이야기를반전시킬가장큰키를쥐었다는걸모른채.

박수치는남자
그는시도때도없이박수를친다.그소리는너무도커서그가박수를칠때마다사람들은그를쳐다보았다.그의박수가유쾌해서그와결혼한그녀는그가박수를쳐야할때치지않는데분노해그와이혼했다.주어진삶의무게를이기지못한청년이다리위에서목숨을끊으려는순간,그가치는박수소리에주위를두리번거리던나이든부부는청년을발견하고는그를다리난간위에서끌어내렸다.

수조속에든여자
한동네에서10년을넘게살았지만그남자를눈여겨보는사람은아무도없었다.그래서이런일이가능했다.일을마치고집에돌아와산책하는것이일과인그의눈에길가에버려진거대한수조가들어왔다.다음날그수조속에아리따운여자가들어가앉아있는것을발견한그는그녀에게말을건다.그녀는그에게수조에한번들어와보겠느냐고꼬드긴다.그는곧바로도망쳤지만사흘째되던날수조에들어간다.그는졸지에수조에갇히고,그녀는수조를집에가져간다.수조에갇힌그는오직그녀만의‘애완인간’이된다.

진실의끄트머리에서우리가보게되는것
그는매일저녁연못가벤치에앉아책을읽는그녀에게말을걸기회만노리고있다.어느날그녀는읽다만책을벤치에두고떠난다.그는그녀에게그책을돌려주려하지만그날이후그녀는다시나타나지않는다.매일책을들고벤치에앉아그녀를기다리는그에게사립탐정이다가와말을건넨다.“이책을저한테파시겠어요?”

인류의업적
지금으로부터1000년이지난후의먼미래.핵폭발과전쟁,폭력,그리고자본가와독재자들의횡포에시달리며자연을훼손하고자연과함께병들어가던인류는마침내자연을해방시키고자신까지구원했다.구원의방법이란인간의육체와숫자를없앤것.인간에게는영혼과목소리만남았다.주인공인‘아이’는꽃,새,짐승들은다보이는데인간의모습만보이지않는게이상하기만하다.아이는그비밀을풀기위해‘육체를가진인간’을찾으러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