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렛 (송광용 장편소설)

아웃렛 (송광용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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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집사님은 내게 늘 사랑을 표현했다.
그 사랑의 기억은 이제 나를 아프게 한다.”

경계 바깥의 존재들을 위한 눈부신 연가
아웃렛 주차장에 불시착한 고양이의 두 번째 묘생 이야기
길고양이는 언제나 후미지고 그늘진 곳에 산다. 당장 오늘의 생존을 위하여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그러나 최소한의 기대는 걸어볼 수 있게끔 사람과 너무 멀리 떨어지지는 않은 공간을 선택한다. 개중에는 인간과 함께 살다가 모종의 이유들로 길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게 된 고양이도 있을 터다. 각양각색 인간들의 사연처럼, 고양이의 사연 또한 무수히 존재할 것이다.
『아웃렛』은 이러한 사유에서 출발한 소설이다. 송광용 작가는 고양이 ‘아웃렛’의 목소리를 빌려 길고양이들의 삶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과 온기를 실어 보낸다. 오갈 데 없는 동물을 보며 한 번쯤 마음을 내준 적 있는 이들이라면, 집사와 떨어져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웃렛의 모험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될 것이다.
저자

송광용

저자:송광용
청주교육대학교국어교육과를졸업하고,부산교육대학교대학원에서초등사회교육석사학위를받았다.울산에서초등학교교사로아이들을가르치고있다.
고양이같은마음으로조심스럽게,무해한사람으로나이먹으며오래쓰는게꿈이다.일상에서어떻게든글을쓸수있는작은틈을발견해내려고한다.세상에숨겨진온기를찾아이야기로쓰고싶다.
2022년에『울산문학』소설부문신인상을받았다.쓴책으로,산문집『마음이조금은헐렁한사람』,장편동화『거대토끼우토와숲방위대』가있다.『아웃렛』은첫번째장편소설이다.

목차

프롤로그

1부아웃렛의아웃렛

나의이름은
고양이쇼
귓속말
새희망
독립
그들의공통점

선물
연애
향기
우리의다음
쥐잡이
Outofoutlet

2부쥐의이름을가진고양이들

쥐의이름을가진고양이들
박하맨
제리,제리,고고
입양공고
재회
B3구역
제리는항상이기지
대화방
보호소의끝
나의이름은

에필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그날우주바깥으로튕겨져나온나는,
전혀다른고양이가되었다.”

예상치못한사고로함께살던집사와헤어진고양이.어느작은도시근교의아웃렛까지흘러가주차장한편에자리잡고‘두번째삶’을시작하게된다.희미해지는자신의존재를붙잡기위해사람들의입에가장많이오르내리는말로스스로의이름도새로짓는다.아웃렛의선택받지못한옷들처럼,그렇게고양이‘아웃렛’도마지막일지모를누군가의선택을기다린다.
낮에는먹이를얻기위해차지붕위에올라사람들의이목을끌고,밤에는캄캄하고텅빈주차장에서사랑하는이들과의추억을떠올리며하루를보내는아웃렛.다정하게말을걸어주는소년에게함께살고싶다는간절한마음을전하기도하고,집사님이그랬듯자신만의버킷리스트를만들어보기도하지만희망의빛은점점옅어진다.그러다쫓겨나지않기위해서는자신의쓸모를증명해야한다는생각에사람들에게쥐를잡는모습을보여주겠다고결심한다.하지만쥐를사냥하려는순간,엉망인쥐의모습과자신이별반다르지않다는사실을뼈아프게깨닫고아웃렛을떠나기로결심하는데…….
집을떠난뒤눈처럼하얗던털은어느새때가타고피부병에걸려속살이보이도록듬성듬성해지고만다.아무것도먹지못해배가고파서쓰러질것만같은나날들이이어지는가운데,아웃렛은과연길위에서의첫겨울을무사히날수있을까?“한번더집사와살기회가보인다”던‘요물고양이’의말대로다시집사의품으로돌아가제이름으로불릴수있을까?

Outlet의Out-rat,
경계바깥에서경계너머로

작가인집사은영이들려주곤하던이야기,그녀가난생처음보여준빗물이만들어낸동심원,연인이었던회색고양이아그네스와따스한햇살을맞으며서로의뺨을그루밍해주던시간…….아웃렛주차장에살며아웃렛이가장많은시간을할애하는일은사랑하는이들과의지난기억을반추하는것이다.소설의1부는아웃렛이그리움으로써내려간회고록에다름아니다.
아웃렛이회상하는기억과현재처한상황은마치오버랩이되듯유사점을지닌다.당시에는무심히지나쳤던일상의작은사건들을이제와소환하여사색의소재로삼는것은,아웃렛이집사의울타리라는경계의바깥으로밀려났기때문일터다.이는물리적으로힘든외부환경뿐만아니라,아웃렛내면에서일어나는고행을보여준다.이러한성찰과되새김을통하여아웃렛은과거의기억과현재의역경을자신도모르는새버무려“성장의재료”로바꾸어나간다.
어느날아웃렛은자신의먹이를훔치던쥐와조우한다.쥐는아웃렛이집고양이였던시절별다른고민없이유희거리로죽이곤했던존재다.그러나주차장에서마주친초라한행색의겁먹은쥐에게서아웃렛은거울을들여다보는것처럼자기자신을발견한다.그리고자신이괴로웠던이유는집을떠나서도경계안에남아있고싶은마음을끝내버리지못해서였음을깨닫는다.스스로가‘바깥(out)’의‘쥐(rat)’라는사실을인정하는순간,아웃렛은모든경계로부터잠시나마자유로워진다.선명한주차선과울타리를훌쩍뛰어넘어아웃렛을떠난아웃렛은비로소한차례도약을이룬다.

아무리세상끝경계바깥에있는존재라도자신의경계안에누군가를들일수있는법이다.모두가세상의거대한경계안에들어가려고안간힘을쓰지만각자가지닌경계를열어둘때새로운여정이시작된다는걸,난녀석이뱉어놓은개암나무열매를보며깨달았다.난뒤를돌아다시아웃렛을향해달려갔다.나는이제아웃렛을떠날것이다.(107쪽)

쥐의이름을가진고양이들
미키,제리,그리고아웃렛,고고!

선의를포기하는순간,삶은아무의미가없어지는거야.가슴이두근거릴수있는가능성,그건스스로를위험에노출시킬가치가있는거니까.그게수많은후회의시간을거치고난다음에내린,내결론이야.(163쪽)

아웃렛이마지막으로흘러들어간동물보호소는유기동물들이철창에모여사는곳이다.그곳에서아웃렛은똑같이쥐의이름을가진고양이‘미키’와‘제리’를만나끈끈한우정을나눈다.그들은자신들을정통고양이도개냥이도아닌,현실적인‘쥐냥이’라고분류한다.그러던중아웃렛은제리에게악명높은동물학대범‘박하맨’과의오랜악연에대한이야기를듣게된다.그사이앙심을품은박하맨은기어코제리의행방을찾아내고,보호소의모든동물들의생명을위협하는공공의적으로출현한다.이처럼2부는삶의마지막순간을살아내며다가올안락사를기다리는고양이들이힘을합쳐‘박하맨’으로대표되는악에맞서싸우는스펙터클한모험물의성격또한지니고있다.
1부에서기억이발돋움의계기로서의미를지녔다면,2부에서의기억은서서히다가오는안락사의순간까지도생명을걸고붙잡아야할정체성이다.절체절명의순간제리는아웃렛에게설사끔찍한기억일지라도“기억으로부터도망치지말”라는말을남긴다.이는아웃렛의모든여정을관통하는한마디로볼수있다.제리의말을동력삼아아웃렛은,자신의모든역경을단지운나쁜사고가아닌“내안에담아야할무엇이있었기에”일어난일이라여긴다.이러한긍정의수용은소설전체에강하게타오르는생명력을부여해준다.
『아웃렛』은비단고양이아웃렛만의이야기가아니다.“이야기는집사와그주변사람,아웃렛이만난존재들의이야기로조금씩확장되어”(작가의말)간다.아웃렛은주인공의역할을넘어그모든존재를이야기함으로써그들이잊히지않고진실로존재하게끔하는기록자의역할을수행한다.그렇게그들에게받은선의를다시세상으로“흘려보낸다.”독자들은사고로길고양이가되어버린집고양이에대한연민으로시작해,책을덮을즈음엔어딘가인생과닮아있는아웃렛의눈부신‘묘생’에감동어린미소를짓게될것이다.

아웃렛이었을때,난예전의이름을잊었지만,이젠그어떤이름도잊지않을것이다.(2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