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망할 세계에서 우리는 (김청귤 장편소설)

이 망할 세계에서 우리는 (김청귤 장편소설)

$15.80
Description
“물거품 속에서 기다려왔어.
너만이 이 세계에서 유일한 진실이야.”
2021년 『재와 물거품』으로 환상문학계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김청귤의 두 번째 장편 『이 망할 세계에서 우리는』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소설집 『해저도시 타코야키』, 『미드나잇 레드카펫』 등에서도 볼 수 있듯, 김청귤은 판타지라는 가장 비현실적인 방법으로 소수자의 삶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에 대하여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작가다.
『이 망할 세계에서 우리는』은 이러한 계보를 잇는, 의심의 여지 없는 ‘김청귤표’ 소설이다. 소설가 조예은은 작가의 이번 작품을 두고 “지친 이들에게 선뜻 어깨를 내어주는 물빛 동화”라 평하며, “눈을 떠도 피곤하지 않은 아늑한 꿈을 닮은 소설”이라 추천한다. 독자들은 페이지 곳곳에서 작가의 인장이 짙게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로써 이제는 하나의 온전한 장르라 칭할 수도 있을 김청귤의 소설은 이번에도 역시 기대를 배반하지 않고, 흔들리고 불안한 이들을 위한 위로와 격려의 파동이 되어줄 것이다.
저자

김청귤

저자:김청귤
아주오랫동안,즐겁고행복하게글을쓰고싶은사람.단독저서로는『달리는강하다』,『미드나잇레드카펫』,『해저도시타코야키』,『재와물거품』등,참여한앤솔로지로는『투유』,『하얀색음모』,『앨리스앤솔로지:이상한나라이야기』,『판소리에스에프다섯마당』,『미세먼지』등이있다.

목차


이망할세계에서우리는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지친이들에게선뜻어깨를내어주는물빛동화,
눈을떠도피곤하지않은아늑한꿈을닮은소설이다.
_조예은(소설가)

『재와물거품』,『해저도시타코야끼』김청귤신작소설

푸른호수속아름답고신비한용과의만남
꿈꾸는자를물밖으로돌려보내라!

집에서는언제나오빠가우선인부모님께차별받고,학교에서는의도치않은갖가지오해로소문의중심에서게된한별.몸도마음도한계에다다른한별은모든것을뒤로한채홀로여행을떠난다.아무도없는여행지에서본매혹적인호수의빛깔에이끌려한별은충동적으로물에뛰어들고만다.죽었다고생각한순간한별의앞에인간의모습을한용,해원이나타난다.
해원은물속세상의‘꿈꾸는자’들을물밖으로돌려보내는일을도와주면소원을들어주겠다고한별에게제안한다.한별은해원을도와,자신들이원하는행복한순간을매일같이반복하고있는다양한유형의꿈꾸는자들을하나씩만나설득하는임무를수행한다.그여정에서한별은어느순간자신이해원을사랑하게되었음을깨닫는다.그러나해원은용의의무를다하는동시에물속세상과함께사라지려하는데…….

가장행복한순간을영원히반복할수있다면?
달콤하지만허상일뿐인무릉도원의몽상가들

물속세계에남아있는‘꿈꾸는자’들은남녀노소를불문하고다양하다.심지어한별이처음만나게되는꿈꾸는자는소년의형상을한개다.이밖에도학교에서괴롭힘과따돌림을당하는남학생,부모님에게인정받고싶은동성커플,아들이아닌딸을낳았다는이유로자식을잃게된할머니등,꿈꾸는자들은모두사회적약자라는공통분모를가진다.이들은모두차별받는현실세계에서도피하여물속세계에머문다.
김청귤작가는여기에서한걸음더나아가이들과는이질적인존재를끼워넣기도한다.‘불법촬영’과‘딥페이크’범죄를저지른가해자역시물속세계에머무는이중하나다.작가는그를다시물밖으로돌려보내야하는한별의딜레마를통해독자들에게고민거리를던져준다.
꿈꾸는자들은모두자신이상상한가장행복한순간을끊임없이반복하며살아간다.한별의시선과발걸음을따라가며독자들은그들이머무르고있는유토피아가모두어딘가뒤틀린형태를띠고있다는사실을인식한다.

“그럼여기있는게더나은거아닌가요?이곳은정해진행복이잖아요.”
“이곳에서꾸는꿈은허상이다.아무리희로애락을느껴도……진실한건모두물밖에있다.”(93쪽)

이로써아이러니하게도,독자들은꿈꾸는자들의가장행복한모습을통해그들의불행혹은트라우마를엿본다.디스토피아의정경을전혀묘사하지않은채,유토피아적이미지의나열만으로읽는이로하여금직접‘이망할세계’를상상하게하는작가의서늘한통찰력과탁월한작법에독자들은감탄을금할수없을것이다.
한별의도움을받아각성한인물들은,마치이공간의입구인호수와같이머무르고고여있는물의세계에서수면을박차고튀어오른다.그들은물밖의세상,즉‘두번째기회’로나아간다.‘두번째기회’가주어진세상은여전히이전과는달라진것없는‘이망할세계’다.그러나이들은첫번째삶과두번째삶의틈새에서투쟁의힘을얻어이전과는다르게재탄생한존재다.그사실은우리가그들의다가올미래에희망을기대할수있는강력한알리바이가되어준다.

“모든게부서지기전에너의꿈을이뤄줄거야.”
시공간과존재를초월하는수중(水中)의연인

『재와물거품』,『해저도시타코야키』,『제습기다이어트』등김청귤작가의전작들과마찬가지로,이소설의주된배경이자테마역시‘물’이다.모든것을감싸아우르기도하고정화하기도하며,침수시키기도하고,고여서썩기도하는,다양한물의특성을작가는모두활용하여물속세계관속에서자유자재로변주한다.그중눈에띄는것은단연코물속세계의주인인용,해원의모습을물의이미지로나타낸부분이다.

물이해원이고,해원이물이라서한별의세상에는해원뿐이었다.해원이점점가까워졌다.촉촉하게젖은해원은금방이라도사라질것처럼가녀리고연약해보이면서도존재감이뚜렷했다.(154쪽)

한별은물처럼부드러우면서도강한,상반된모습을보여주곤하는해원에게점차매료되어간다.한별이물속세계의수면아래에서본해원의과거모습은꿈꾸는자들이머무는낙원의연장선상에서생각해봄직하다.아홉명의오라버니들은물속세계에부족함없는무릉도원을구현하여위험한물밖세계로부터해원을유리시킨다.그러나사랑에서비롯된지나친보호는해원에게크나큰족쇄가되어‘물밖의삶’에대하여상상조차하지못하게하는치명적인결과를낳는다.결국해원은물속에서의사명을완수하고세계와함께스스로붕괴하고자한다.즉해원은한별이구해야하는,물속세계의마지막꿈꾸는자인것이다.
한편,한별은해원에대한사랑을느끼기시작하며아무런욕망도바람도없던삶의의미를새로이발견한다.한별이물속세계에당도하여다른꿈꾸는자들처럼원하는순간을반복하지않을수있던것은,다름아닌한별의물밖에서의삶에기인한다.한별은이모든인과가해원을만나기위함이라여기고앞으로나아갈힘을얻는다.
이처럼『이망할세계에서우리는』은독특하면서도모두가아는사랑이라는감정으로공감을불러일으키는소설이다.독자들은시공간과존재의형태마저도초월하여서로가서로를구원하는수중(水中)의연인을지켜보며애틋한설렘을느끼는동시에‘이망할세계에서’이들의다가올앞날을응원하게될것이다.

이망할세계에서흔들리고망설이고뒷걸음질칠지라도,나아갈수있다는걸,사랑할수있다는걸꼭기억하면좋겠습니다.우리는사랑할시간도부족하잖아요.(작가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