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들의 환대 (제2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 전석순 장편소설)

빛들의 환대 (제2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 전석순 장편소설)

$17.80
Description
삶의 위기를 둘러싼 빤한 허들을 가뿐히 넘어
흥미진진한 서사의 트랙을 내달리는 작품.
단언컨대 새로운 장르의 소설이다!
스물한 번째 세계문학상 수상작 출간!

20년간 한국 장편문학에 새 바람을 일으켜온 세계문학상의 스물한 번째 수상작인 전석순 작가의 『빛들의 환대』가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소설은 한 소도시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임종 체험관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을 계기로 펼쳐지는 소동극이다. 삶에서 죽음을 경험하려던 시도가 어느 순간 죽음 속에서 삶을 찾아내야 하는 혼돈의 체험으로 변하며 소설은 흥미로운 서사의 트랙을 내달린다.
심사위원단은 “일장춘몽을 기획했으나 악몽이 되어 버린 ‘죽음 체험관’은 피상적인 삶과 죽음에 ‘진짜’를 대입해 삶과 죽음을 다시 보게 만든다. 소설을 다 읽은 후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묵직한 질문이 남았다는 데 이견은 없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수상자인 전석순 작가는 강원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장편소설 『철수 사용 설명서』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기성 작가다.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 그는 “그간 쓴 소설들을 돌이켜보니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써왔다”며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너무도 많은 경계에서 괴로워하고 비틀거리는 인물들을 가장 온전한 방식으로 담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이 소설은 그들에게 건네는 ‘환한 빛’이다.
저자

전석순

저자:전석순
《강원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회전의자」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장편소설『철수사용설명서』로오늘의작가상을수상했다.장편소설『거의모든거짓말』,중편소설『밤이아홉이라도』,소설집『모피방』이있다.장편소설『빛들의환대』로제21회세계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빛들의환대

작가의말
추천의말

출판사 서평

죽여주는데가자더니여기였어요?

‘임종체험’이라고하면누군가는불편하다고멀리하고누군가는살면서한번쯤해볼만한의미있는이벤트라고생각할지모른다.한지자체에서자살률감소를통한지역사회발전을위해흉물로방치된빈건물을활용해임종체험관을개관했다.사업책임자는관장을중심으로안내와예약을담당할미연,영정사진촬영을맡을유영,묘비명과유서작성을도울가령,관(棺)관리와저승사자를맡을승인으로구성원을꾸렸다.잇따른사업실패로낙담하던관장은‘살아있는사람이라면누구나’체험대상이되는임종체험관에큰기대를걸었다.
체험관은차별화되는특별한프로그램과서비스로성황리에운영되었다.나만의부고문자만들기,수의구매시할인,전문상담,공동묘지투어,관속에서경직되었던몸을풀어줄아로마마사지,기념품및실제장례식장에들어가는육개장제공등의서비스는만족도가높아친목회,회사워크숍,인성교육담당자,이혼을앞둔부부,중독치료센터등에서문의가빗발쳤다.그러자야간체험,온전히나에게만집중할수있는1인체험,가상현실로미리보는나의장례식,산속에서진행되는리얼임종체험등더기발한프로그램도준비되었다.사업책임자는그만큼자살예상효과도뚜렷할것으로자신했다.폭우를뚫고낯선방문객이들이닥치기전까진.

수상한체험객은없었습니까?

폭우가쏟아져한산하던체험관에들이닥친방문객은지난화요일3회차임종체험객중한명이체험이튿날자살을시도했다고소리친다.미연과유영,가령과승인,네명의구성원은그날수상했던체험객들을차례차례떠올린다.돌이켜보면수상한건체험객뿐만이아니었다.네명모두평소거추장스럽다고꺼리던가면을꼼꼼하게챙겨쓰고헤드마이크를통해변조된목소리로만소통했다.정체를들키면안될체험객이라도있는것처럼.
색다른이벤트를즐기듯죽음을체험하러온사람들의왁자지껄한반응을언어유희를섞어가며생생하게묘사하던소설은본격적으로자기삶의첨예한문제와정면으로맞닥뜨린인물들의사연을죽음의의례과정과교차하여보여준다.
미연은화요일3회차체험때자신을성추행하고,돈을찔러주며관계회복을종용했던학교선배한빛을한눈에알아봤다.묘비명에‘이번생은망했다’고쓴한빛이임종체험을마친다음날극단적인선택을시도했다가실패했을까.
보육원출신으로보호자없이불안정한삶을살아오던유영은보육원동기의무연고자장례를치르도록도와줬던기종을그날체험객으로다시만났다.유영과기종은서로장례주관자가되어주기로할만큼한때깊은관계를맺었지만,사소한문제로균열이생겨사이가완전히끊어진터였다.체험동기에‘상담사권유’라고쓴기종에게그동안무슨일이생긴것일까.
빌려준돈을못받아내쪼들리던가령은채무자인계옥이그날임종체험을하던모습을기억한다.“나도언니곤란하게할수있어”라던협박까지.계옥이임종체험관에온건그때문일지도몰랐다.아니면언니때문에죽을것같다던말에대한증명이거나.
화요일3회차체험때염습시범을보이던승인은자신의어머니현숙을지켜보고있었다.치매로생긴인지기능저하로주간보호센터에있어야할현숙이불쑥임종체험관에들어선것이다.입관체험실에서관을열었을때현숙은과거승인이장롱에갇혔던사건을떠올린것처럼울부짖었다.승인은센터에서벗어난현숙이스스로죽음을결심했을가능성을따져봤다.
구성원들의삶을상처내고균열시킨이들이정말로체험이튿날스스로생을마감하려고했던것일까?각자의사정을헤아려보는과정에서임종체험관의실체와운영목적뿐만아니라관장의정체,구성원들이임종체험관에서일하게된이유까지밝혀진다.

삶과죽음의경계에서빛의방향으로걸어가는사람들

소설에서체험관은이벤트의시간을보여주기위한장소가아니다.이곳에서인물들은마주하기힘든자신들의이야기와만난다.구성원과체험객,방문객의동선이여러겹으로얽힌죽음의제의는삶을재구성하는과정에다름아니다.한빛에게체험이끝난후부활의의미로주는삶을달걀대신날달걀을건넨미연도,뉘우침없는계옥의유서를찢어버린가령도,영정사진을찍을때기종의진짜얼굴을찾아주고싶었던유영도,현숙의이상행동을기록해요양등급을더높게받을기회를엿보던승인도체험의시간을지나며풀어야할문제를달리보게된다.그리하여“끊임없이무너뜨리려는세상의힘에맞서아픔의호소에서아픔의공유로이야기의기울기가조금씩움직여나갈때우리는희망없이희망을말하는이소설의특별한능력에기꺼이설득”(심사위원정홍수,문학평론가)된다.체험관이있던자리가길이되듯,인물들은세상에서가장긴임종체험을마치고‘환한빛’속으로걸음을내딛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