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질감

사랑의 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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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엄마가 날 사랑한다고 느꼈던 순간도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윤우진의 첫 번째 장편소설 『사랑의 질감』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가족은 우리를 지키는 울타리일까,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일까. 『사랑의 질감』은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으로 불행하다”는 톨스토이의 문장을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은, 겉보기엔 단정하고 신앙 깊은 ‘좋은 가정’ 속에 감춰진 폭력과 위선을 찬찬히 파헤친다. 소설가로 첫걸음을 시작하는 윤우진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통제와 억압의 메커니즘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사랑의 질감』은 현대 가족 관계의 복잡한 양상을 예리하게 통찰하며, 진정한 사랑과 자립의 의미를 묻는 문제작이다.
저자

윤우진

저자:윤우진
서울에서태어났다.하나뿐인고양이를먹여살리기위해고군분투하고있다.

목차

1부
2부
3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가족은우리를지키는울타리일까,
벗어날수없는굴레일까?
선우는조소과에재학중인미대생이다.어머니은희는유명대학의회화과교수이자부모에게서물려받은갤러리를운영하는미술계인사다.사람들은그러한은희를어머니로둔선우가금수저를물고태어났다고말하곤한다.그러나은희의본모습을가장가까이에서지켜본딸선우에게은희는“우아하고신실한위선자”에불과하다.학교에서는고운말만사용하는친절한교수로이름이났고,주일에는아름답게치장한모습으로교회에가지만집에돌아온은희는선우를몰아붙이며날카로운말로딸을찔러댈뿐이다.또한은희는선우의모든삶을신앙이라는이름아래철저히통제한다.원하지도않는유학계획을세우고,졸업작품으로미켈란젤로의‘다비드상’을만들라고강요하는것도그중하나다.그조각상앞에서있을때마다,선우는마치다비드상이은희의목소리를빌려말하는듯한환청에시달린다.
“너는늘부족해.
순간바닥에누워있는다비드상이그렇게말하며비웃는것처럼들렸다.마치은희의목소리가다비드상의입을타고흘러나오는것만같아서섬뜩했다.”(155쪽)

이들의갈등은겉과속이다른가족의민낯을적나라하게드러낸다.‘사랑’이라는이름으로선우를지배해온은희의언어들은깊은상처가되어남는다.그러던선우는우연히만난동기‘재이’를통해점차자립의가능성을배우기시작한다.사랑을받지못한채성장했지만,누구보다따뜻한감수성을지닌재이는선우가자기삶의주인이되도록도와준다.더불어재이는선우에게자유를알려준다.그자유란수업이끝나고잠시야구경기를보러가는것이나드라이브를하며저녁을먹는것과같이자연스럽고평범한일상이다.그러나은희는재이와선우가친해지는것을보며선우가재이때문에엇나간다고생각해이를최대한막으려한다.대조적인가정환경을지닌두인물이억압을해결하는과정에서다투고화해하며우정을쌓는모습은진정한사랑이무엇인지에대한근본적인질문을던진다.

사랑은하나의얼굴을하지않는다
다채로운사랑속에서만나는공감과위로
재이는아무도알지못했던은희의이중적인면모를발견하고선우의마음에공감해준다.그런재이의도움속에서마침내홀로서기를결심한선우는그간억눌린감정을폭발시키며자유를찾고싶어한다.그런그에게돌아오는답은“내딸만은이렇게안될거라고믿었는데”라는엄마의울음이다.엉엉우는엄마에게더이상순종하겠다고말할수없는선우는오래된기억을떠올린다.

“엄마가날사랑한다고느꼈던순간도분명히있었던것같다.그러니까아주옛날에,내가아주작았을때,엄마에게업어달라고졸랐던날.엄마는눈썹을찡긋거리고웃으며나를업고계단을올랐다.그러다발을삐끗해계단에서넘어진엄마는,내이름을부르면서어린딸의상태부터살폈다.당신이나보다더많이다쳤으면서.당신이나보다더많이아팠으면서.
분명그땐엄마를좋아했던것도같은데,지금은왜흉한감정만이남았을까.”(190쪽)
아이가다칠까봐먼저다친몸으로아이의이름을불러준엄마.그기억이분명존재했기에,선우는은희를완전히지워내지못한다.그러나아릿한뒷맛을남기는회상을삼킨선우는이제안다.사랑은그기억하나로덮어질수없다는것을.

가해자이자피해자로
잘못된사랑은어디서시작되었는가?
한편,완벽한가해자인줄만알았던은희에게도숨겨진이야기가있다.프랑스유학시절마티유라는자유로운프랑스남성을만나인생첫일탈을경험한은희는자유를맛보며새인생을꿈꿨지만,굳건한신자인어머니에게발각되어한국으로강제송환된다.결국강제결혼을통해선우를낳게된은희는자신이당한방식이옳다고믿으며,그대로딸을키우려했다.

“은희가손을움켜쥐고다시마음을다잡았다.그래,내가잘못됐을리없다.내가틀렸을리없다.선우는어차피다시돌아오게되어있어.잠시하나님의신의를저버린것뿐이고,그런인생이얼마나가혹한것인지아직몰라서그러는것뿐이니까.”(202~203쪽)

“너는늘부족해”라는말로딸을억압해왔던은희는“세상천지끝자락에가서라도선우를”데려오겠다고다짐하지만,결국진정한사랑은다른방식이어야함을깨닫게된다.신앙과도덕,모성이라는이름으로자신을정당화해온은희는,선우의가출이후처음으로‘진짜사랑’이무엇인지를묻기시작한다.더불어그녀도자신이살아남기위해지금껏가면을써왔다는사실이뒤늦게드러난다.

『사랑의질감』은모녀의뒤틀린관계를따라가며,한인간이자기삶의주체로서는여정을정교하게그려낸다.특히종교적신념이나사회적성공이가족내폭력을은폐하는도구로사용되는현실을생생하게그려냈다.모녀간의사랑,친구와의우정,첫사랑의기억,그리고자기자신을사랑하는일까지,사랑이가진다양한얼굴과감촉을탐색하며우리가얼마나복잡한감정속에서사랑을배우고상처입고다시시작하는지를보여준다.사랑은부드럽고포근할수도,날카롭고차갑게느껴질수도있다.그다양한‘질감’을통과하며,우리는사랑의진짜얼굴을마주하게된다.특히상처입은인물들이서로의아픔을끌어안으며나아가려는모습은독자들에게깊은위로와공감을전할것이다.

사랑은만질수없지만그질감은분명히존재한다.어떤사랑은부드럽고포근하게느껴지지만,어떤사랑은거칠고아프게다가오기도한다.서로의아픔을끌어안고앞으로나아가고자하는사람들의모습을그리고싶었다.(작가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