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미디어,‘기레기’라는용어법
1987년민주화투쟁이후저널리즘자율성은점차커져왔지만만족할만한언론개혁을이룬적은없다.누구나미디어의생산과소비에간여하고저널리즘환경도급변하지만기성언론의사회적기능에대해서는그어느때보다회의적이다.아마도‘기레기’라는용어가이를가장상징적으로보여줄것이다.기레기는기자개인은물론,그들의직무,언론사경영,뉴스의유통과소비과정모두에서저널리즘의사형선고에가까운멸칭이다.
사실그의미의넓이와깊이에차이가있을지언정기레기라는용어법(terminology)은전세계적현상이다.presstitute(press+prostitute)라는신조어는거의기레기와동일한의미이다.그렇더라도현장에서뉴스를생산하고아카데미에서이를연구하는우리의입장에서는비하와조롱의단어라마냥외면하지못하는심적고통을느낀다.
이문제적용어는어쩌다생겨났을까?알려지기로2002년월드컵을계기로폭발적으로늘어난프리미어리그기사의함량미달에대해당시이른바프리미어리그‘덕후’의일침에서연원했다고한다.이후지금까지기레기는일반수용자수준에서인내할수없는기사를생산하는기자와언론사를통칭하는용어가되고있다.최근에는단순히자신의의견과다른기사를썼다는이유만으로이용어를사용하는경향도있지만,한번허물어진신뢰를막을뾰족한대안을찾기힘들어보인다.이용어법에는그것이태동되게된21세기미디어의구조적인환경변화를내재하고있기때문이다.그것은다름아닌사회현상을관찰,파악,진단,비평하는정보생산과소비에서의심각한‘커뮤니케이션역진(逆進)’이생겼다는것이다.
위기의저널리즘과뉴스홍수시대
이제전통저널리즘은그들이생산하는사실,정보,의견을시민들의집단지성의프리즘에통과시켜야하는도전에직면해있다.그프리즘의균형성과투명성을장담하기쉽지않지만,그들은일관되게저널리즘적정확성과신뢰성,그리고균형성을요구한다.그들은그들이보기에정확하지도균형적이지도않은,그래서시민의기대를충족시키지못하는,뉴스에대해더이상인내하지않겠다는것이다.저마다‘발언’의기회를가진21세기커뮤니케이션환경에서언론에대한기대의부족분이기레기로표출되는셈이다.
불신의저널리즘은사실그역사가꽤나깊다.1980년대민중항쟁시기치명적격돌은물론2000년대말소고기수입재개당시갑자기논조를바꾼신문사에공격적이었던것을떠올려볼수있다.이른바일등신문의편향성과오만,정권의부침에따라표변하는언론사들의논조는언론이지속적으로야유와공격을받는빌미였다.여러분야에스스로전문기자타이틀을달았음에도전문주의가주는충족감또한그리높지못했다.지난20여년간포털에서는낚시성뉴스가범람하고함량미달의취재와문장이난무했으며,최근에는세월호,한일경제갈등,검찰개혁등일련의사건에서비상식적인기사들이폭주했다.이제는언제라도그런언론을마주칠것같다.
정치지도자가자신에게불리한뉴스를‘가짜뉴스’로가볍게넘겨버릴수있는것도떨어질대로떨어진미디어불신의시대,또는모두가미디어가된‘포스트진실’시대의웃지못할역설이다.설혹신뢰받는미디어의양질의뉴스가있더라도그것역시누군가‘가짜뉴스’프레임을덧씌운다면불신과비하의진흙탕에뒹굴기는마찬가지이다.결국기레기현상은누구나미디어가되는미디어화시대전문직업주의저널리즘의침몰을지칭한다.사회제도로서저널리즘고유의감시와견제,비평의효능감에대한의심과회의가곳곳에서들려온다.
현실저널리즘위기와21세기공론장의방향
결국현실저널리즘위기는크게두가지측면으로고찰된다.그중하나는뉴스가포털과OTT,SNS등새로운최후방뉴스소비시장으로집중되고전통적인신문구독과방송뉴스시장이축소또는사멸되면서나타나는‘기술적위기’이다.지난20년간저널리즘시장은과거의실적을수성코자하는기성미디어와진입장벽의틈바구니를뚫고자애쓰는신생미디어들의생존경쟁으로요약된다.비극적이게도그해법은그들당사자인‘언론-미디어’가아닌,저널리즘의새로운왕좌에앉아있는‘플랫폼-미디어’에위임되어있다.다른하나는사실보도나객관보도와같은‘저널리즘실천의위기’이다.
미디어를4부의하나로지탱해오던저널리즘의사회적존재감과직업적윤리의위기이다.그한가운데에공정성비판이있다.결국전자가미디어생존환경이‘미디어독자-광고시장’에서포털이나유튜브와같은‘플랫폼독자-광고시장’으로급전환한것과결부되어있다면,후자는그런환경에서살아남아야하는질낮은뉴스와그로인한제도적정당성과결부되어있다.이제는미디어가아닌플랫폼에서작동하는저널리즘의경영과질적제고,그리고메타적차원에서의공론장을논의해야한다.
비교컨대,기레기현상은저널리즘이그런정치논리보다미디어논리가부정적으로작동한결과로보인다.좀더직설적으로말하면미디어과잉이낳은플랫폼-미디어논리(platform-medialogic)의체계적인부작용이라할수있다.지금은정치보다플랫폼-미디어자체의논리가더크게작동하는데,그요구는쉽게말해‘상품으로서뉴스’이다.‘언론-미디어’가정치또는그외의논리의자장안에서‘뉴스로서상품’을생산했다면,포털,SNS,OTT등뉴스생산으로부터자유로운탈언론적‘플랫폼-미디어’들은이용자최적화라는디지털미디어논리에보다충실한상품으로서뉴스를재생산하고유통한다.정치논리외에민주주의논리,민족논리,균형논리와미디어논리를비교해보면그무게감을느낄수있다.통일,통합,개혁같은무거운사회적의제가그것의정치사회적무게감자체에의해서가아니라미디어상품성수준에따라취급되는것이다.
그런점에서이책은우리에게닥친기레기현상을저널리즘위기의새로운정치경제학으로,그리고희망과절망이공존하는새로운저널리즘생성의징후로고찰한다.우리의목표는전통적인저널리즘원칙을기준으로기레기현상에일침을가하는데있지않다.오히려그같은저널리즘위기의정치경제학적해명을통해새롭게움트는,하지만아직까지뚜렷이밝혀지지않은,공론장의구조변동을나름대로전망하려한다.이책의제목이저널리즘모포시스(journalismmorphosis)인것은그때문이다.모포시스는주로생물학에서사용하는용어로서,유기체나그일부분이형태를바꾸거나성장을진행하는방식,즉‘형태변이’를뜻한다.형태형성이라는말을주로사용하지만여기에서는어떤질적인변화를강조하여형태변이라칭한다.기레기는어쩌다생겨난멸칭이아니라,지난20여년의디지털화와미디어화의과정에서우리가아는20세기적저널리즘과결별하고새로운직업적문법과관습으로형태변이할것을요청하는변화의포인터라는것이이책의기본문제의식이다.
이책의구성은
이책은총4부12장으로구성되어있다.저널리즘생산조직과저널리스트,플랫폼과테크놀로지,수용자등에서위기의저널리즘에대해진단하고대안을제시한다.이작업에참여한필자들은지금도저널리즘현장을누비고있거나이제는대학으로직장을옮겨후학을양성하는전현직기자들과,저널리즘및미디어대중문화,미디어정치경제학등을학문적배경으로하는젊은학자들이다.
1부는‘생산조직’의측면에서저널리즘모포시스를진단한다.
1장은신문비즈니스모델의붕괴와저널리즘의위기에대해다룬다.여기에서는19세기말대중지의등장으로시작한신문구독과광고의비즈니스모델이100여년이지나면서어떻게구조적위기에봉착했는지를해명한다.
2장은뉴스조직내부의통제와전문직주의의좌절에대해진단한다.전통적으로저널리즘은전문직주의의기획을통해민주주의사회내제도화에성공했다.기자의자율성은그런전문직주의를키울수있는최선의규범적이상이었다.하지만그의분석에따르면,민주화이후언론사는자유로워졌을지언정기자들의전문직주의화는실패를거듭한이유를분석한다.
3장은디지털뉴스룸에서의저널리즘의가치변화를역사적관점에서설명한다.이들의기본적인문제의식은디지털화란의견과주장의교환을위한협의형커뮤니케이션으로시작한17세기신문의저널리즘이,낭만주의비평의시절이라불리기도한,19세기도시화와더불어익명적대중커뮤니케이션으로전환한이래맞이한완전히새롭지만익숙한도전이다.
2부는‘저널리스트’측면에서저널리즘모포시스를진단한다.
4장은저널리즘현장에서목격되는관행과태도의문제를짚는다.필자에따르면,지금의언론은정치권력보다경제권력에더취약해져있다.그렇기때문에저널리즘위기는언론사자체의자본권력과포털과점의영향력하에서이전의관행을답습하는데서연원한다.
5장은저널리즘의요체는신뢰라는점에서언론사의신뢰회복을위한저널리즘윤리규범확립과실천을요구한다.필자의시각에서저널리즘윤리규범은사회구성원들이바람직하다고합의한간주관적취재원칙과방법이다.이에따라현장에서지켜지지않는윤리규범을위한실천적지침을보다세분화할것을요구한다.또한저널리즘의회복은무엇보다신뢰의회복으로시작해야하고,그러기위해서는언론의책무성과투명성덕목이확보되어야함을강조한다.
6장은저널리스트의직업적소명으로서사실확인과투명성의윤리를제시한다.오랫동안언론사에몸담았던필자의진단에따르면,통상적으로는사실과다른언론보도가문제지만경우에따라서는사실보도이지만문제가될때도있다.가령조국전장관관련뉴스의경우,사실과다른보도의문제라기보다보도의양이나기본적인맥락에맞지않은사실의적시가더문제라는것이다.
3부는‘플랫폼과테크놀로지’측면에서저널리즘모포시스를진단한다.
7장은뉴스유통과소비의절대적강자인포털이기레기현상의구조적요인의하나라는점을해명한다.그가일관되게제시해온포털체류학은뉴스가모여드는포털이재매개의논리를따라어떻게저널리즘의일차변수가되었는지를설명하는키워드이다.
8장은유튜브가저널리즘기능을수행하면서저널리즘영역에일어난변화와의미를고찰한다.필자에따르면,취재원이었던1차규정자와사회적영향력자들의자기매체화와행동주의가등장하면서유튜브는뉴스와사실확인의온상이되었으며,그결과언론없는공론장,저널리즘없는민주주의라는위기가초래됐다.
9장은이른바코로나19로인해강화된뉴노멀(newnormal)시대를모티브삼아새로운테크놀로지가가져온저널리즘영역의뉴노멀을강조한다.필자의말처럼,그것은곧정보자원의생산과유통,소비에관한새로운규범(newnorm)의정립을의미하기때문이다.
4부는‘수용자’측면에서저널리즘모포시스를진단한다.
10장은정치와저널리즘에서이시대수용자가앓고있는(?)‘확증편향’의문제를진단한다.무엇보다수용자의확증편향은레거시미디어에대한수용자들의신뢰붕괴로부터시작되었다.점차고도경쟁체제화해가는저널리즘환경에서레거시미디어는비즈니스로서저널리즘과질로서저널리즘모두를추구하지만,전자가견인해가는관행과일상은결국조화로운결과에이르지못하게한다.
11장은언론수용자와정동바이럴리티라는다소생소하지만통찰력넘치는혜안을제공한다.이는평소이문제에천착해온필자의일관된문제의식이기도하다.왜질낮은언론
이인기가높은가라는도발적질문으로부터시작한이작업에서필자는21세기뉴스는감정이나감응과다른정동의전염성으로수용자에게파고든다고주장한다.
12장은흔히가짜뉴스라고지칭되는현상이사실은허위조작정보라는점을분명히하면서,이허위조작정보가확산되는구조적원인인미디어환경변화와기성언론의신뢰도하락문제를따져묻는다.그런후대표적인해결방안인팩트체크와정부규제가실효성과제도적허점이라는본질적한계가있음을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