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한번은
니체의《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를만나라
“나는《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를씀으로써인류에게역사상가장위대한선물을안겨주었다.”
니체는《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를쓰고이렇게말했단다.
정신과의지,영원과죽음,초인과권력에대한철학적사상과잠언적역설을시적비유와수사법으로담은니체의《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는,1885년현대문명의위선,허무,퇴폐,타락,무의지,거짓등을비판하면서세상에대한니체자신만의사유와자유,그리고권력에의의지를표현한책이다.
이책은차라투스트라를모세나엘리야와같은성경속선지자나예언자에비유하고있다.신학성경에나오는예수와마찬가지로차라투스트라도산과사막,강과호수를건너고낙타와나귀,뱀과비둘기,바다와태양등을만나서자연의위대함을깨닫고,그런깨달음을제
자와세인들에게전파하고주문한다.그리고말의형식이나내용은성경의복음서를따르고있다.그럼에도니체는이책은‘가장위대한선물’인성경보다더위대하다며자신감을넘어자부심을갖고말했다.
‘시인들은비유와궤변을늘어놓는다.’라고일침은놓았던예언자차라투스트라도학자이면서시인이었다.그런만큼《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에도시인차라투스트라의비유와궤변,그리고역설이가득하다.그래서이해하기가쉽지않은책이지만,솔직히니체의다른책보다독자의입장이나경험에서축적된내공으로자신만의해석을해도좋은책이기도하다.
특히연극의시적대사가가득한《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는해석자로서독자의관심과능력에따라다양하게이해될수있고,오해될수있다.하지만이해와오해사이의아노미적인식이그렇게문제가아니다.그렇지않다면,《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를읽으면서그토록차라투스트라가경멸하고경계했던우상의황혼에우리도스스로빠지는오류를범하게될터이니말이다.
사실마그리트나살바도르달리의그림이난해하고어려운것은감상에독이되기도하지만약이되기도한다.그만큼해석의범위는널려있으니.어쨌거나해석의깊이는그관객의내공에달린문제다.예술작품에대한해석엔정답은없다.무수한답만존재할뿐이다.니체의다른책도그렇지만,이책도마찬가지다.오히려이책이해석에훨씬더열려있다.
니체의시詩-니체는《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를음악에비유했다지만,필자는이책을초현실주의적시라고생각한다.음악도시였으니,같은말이긴하다.그럼에도필자는굳이‘시’라고적는다-에서차라투스트라의비유와궤변은하나로귀착된다.바로자유의지와영원한정신의초월자인다시말해위버멘쉬(Ubermench)다.위버멘쉬와함께,이책은니체철학을떠받치고있는핵심주제라할수있는신의죽음,가치전복,권력에의의지,영원회귀,용기,지혜,자연으로의복귀를관통한다.
기존의도덕과사회적관습과관념을뛰어넘어스스로가치와자유를창조하며삶을개척해나가는인간상을의미하는초인은니체철학의시작이면서끝이나다름없다.니체는차라투스트라가‘인간이만든신과도덕이가장심각한오류이며환상이다.’는점을일깨운최초의인간이라고강조하면서,신의죽음이후인간이나아가야할새로운가치와삶의태도를차라투스트라의입을통해서주문하고당부한다.
니체의《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는학교에서배운지식이나교양으로이해하는책이아니라,후천적경험이나선천적통찰력,아니면육감으로공감하는책이다.역사적맥락이중요한것이아니라,니체가아니차라투스트라가말하는의미와의도,그리고뉘앙스를독자스스로가체득하고깨달음을얻어야하는책이다.그래서어렵다.그래서난해하다.그렇기에누구나읽을수있다.마치어린시절에읽었던난해한시처럼말이다.
니체는이렇게말했다.
“문장을이해한다는것은그문장을체험하는것이다.”
이제니체의‘차라투스트라’를만나자!
그렇다면디지털미디어와AI의기술이인간의사상과의지,그리고유희마저도지배하고결정하는이시대에,왜우리는기원전1000년경에나활동했던조로아스터교의창시자차라투스트라를만나야하는가?
사실니체의차라투스트라와조로아스터교의창시자차라투스트라는상관없다.학자마다의견이분분하지만,역사속에서차라투스트라는기원전1000년전의학자며예언자로이름은‘차라투스트라스피타마’였다.이를풀이하면,‘위풍당당하고공격적인,낙타를다수를소유한자’다.광야에서낙타는매우중요한동물이다.그런점에서차라투스트라는낙타를다수소유한부잣집이나귀족의혈통으로보인다.
차라투스트라는일찍부터우주질서와선과악에관심을가졌다고한다.그래서나이서른살에유일신창조주의부름을받아예언자가된차라투스트라는,인류의역사는선과악의투쟁을통해서전개된다고설명했다.여기서비록후대의이야기지만,서른살에하나님의말씀을전도하기시작한예수에비견된다.그래서그의종교론은진지한유일신,천지창조,선과악,천국과지옥,천사와사탄,메시아재림,메시아의죽음과부활,종말과심판,그리고구원등으로정리된다.
어디서많이들어본종교관이지않은가?기원전500년경신바빌로니아에서포로생활을하던유대인들은자신들만의종교를만들기위해유대교를이론화하려고했다.그이론화의초석이된것이,당시그지역에서국가종교로널리알려져있던조로아스터교였다.따라서조로아스터교창시자차라투스트라는그리스도교리의형성에많은영향을미친다.그런점에서니체는예언자차라투스트라를구세주예수그리스도의반열에올려놓는다.
그런데여기서《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의주인공차라투스트라는니체가만든가상의캐릭터다.왜?니체는차라투스트라를내세웠을까?먼저,기존의그리스도세계관과신에대한부정을그리스도교리에영향을미친차라투스트라의말을통해서역설적으로
비판하기위해서였다.둘째,당시로선이름없는한철학자가자신의혁신적이고반사회적ㆍ반종교적주장을내세우기위해서,위대한예언자차라투스트라의예언가적이미지를활용한것이다.니체는영리했으며,후대에는니체의이전략이적중했다.
그럼에도니체는이책을쓰고도속이편하지만않았던것같다.1881년2월1일,니체는《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1부를쓴후친구페터가스트에게“나는독일에서미치광이로취급당할것같다.”고당시심경을토로했다.지금도그렇지만,당시에도니체의이처럼도발적인종교관과세계관은대중에게쉽사리받아들여지기힘들었다.그래서오히려급진적예언자로서차라투스트라에애착을넘어서집착을한것인지도모른다.실제로니체는‘역사를전체속에서사유한차라투스트라’를존경할수밖에없다고말했다.
그렇다면니체가차라투스트라라는종교예언가의입을빌려쓴이책이출간된지140년이나지난지금,우리는왜미친철학자의퀴퀴한역설과논증불가능한궤변을들어야한다는말인가?심지어제1차세계대전과제2차세계대전때독일나치정권에서는이책은나치의민족주의이념을뒷받침하는이론이라는오명까지뒤집어써야했다.이땅에서인류의진정한구원이무엇인지를고민했던니체는독일반유대주의의선봉에나선철학자가돼버렸다.그가의도했든의도하지않았든,세상에는그를그렇게폄훼하는자들도있다.
지금왜우리는우리의‘차라투스트라’를만나야하는가?
우리가지금차라투스트라를만나야하는첫번째이유는,그는우리가현재살고있는,이오류와대립투성이인세상에대한다른시각을던져주기때문이다.심지어그시각이전복적이고혁명적이고심지어낯선관점을갖고있다고하더라도,그것또한우리삶의모순과비극을그대로반영하고있다.이전세상이만들어놓은,이전관습이짜놓은도덕과규칙은이복잡한현대사회에서우리에게적확하게,아니정당하게적용이되고있는걸까?이책은그것에대한의문점을품으라고말하고,다른시각을가져라고주문한다.
우리가지금차라투스트라를만나야하는두번째이유는,그는우리에게도움이되는쓰고차갑고매정한조언을해주기때문이다.사실따듯한조언이위선이거나거짓인경우가너무나많다.차라투스트라는우리의삶을결코온실속에가두어놓지마라고주문한다.야전전투에서총알과포탄을피해달리고넘어지면,다시일어나서달리고그렇게살아남기위한처절한몸부림과의지를가질것으로조언한다.이런역설의조언이진정으로우리에게피가되고살이된다.그것이곧발전과진보의의지며용기다.
우리가지금차라투스트라를만나야하는세번째이유는,나같은사람도권력에의의지가만든자유로운정신을가진초인이될수있다는깨달음을주었기때문이다.흔히초인이라고하면마치만화속에서나등장하는슈퍼맨같은슈퍼히어로로생각한다.하지만니체의초인은그리스로마신화속에서나오는혈통적ㆍ신탁적으로선택받은영웅이아니라,중국무협에서보잘것없고몸마저성하지않은범인(凡人)이피나는노력을통해서절대무공을발휘하는무사에더가깝다.그래서초인은운명을따르지않고주어진숙명과고통을이겨내려는자신의의지와노력을따른다.
우리가지금차라투스트라를만나야하는네번째이유는,차라투스트라는우리에게해답을주지않기때문이다.차라투스트라는우리에게질문을하고윽박지르고경고하고주문한다.그럼에도우리에게명쾌한해답과방향을알려주지않으며,기독교처럼무조건믿으라고하지도않는다.심지어차라투스트라자신에게까지도.대신우리에게사유할것을권한다.사색할것을권한다.혼자고독을즐길것을권한다.그리고깨달을것을주문한다.
이책은해설서가아니라,지금나에게말하는위로와깨달음의말을전한다
이책은니체의《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의해설서가아니라,30년전에필자가만난‘니체의차라투스트라’가지금우리에게어떻게다가오는것인가에주목한책이다.그래서이책은《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의전체내용을번역한것이아니라,그책에서지금우리에게적용할만한내용을새로운관점으로편하게편역한철학에세이에가까울수있다.
한편으론어떤부분은자기계발에세이에가까울수있다.하지만‘~해라’식의자기계발식명령이나충고에집착하기보다,비유와상징,은유로가득한차라투스트라의가르침이철학적ㆍ사회적의미너머에있는삶의지식과지혜에새롭게접근하고자했다.
그래서전반적으로종교성이짙은내용이나4장후반에있는성경과성경의내용에빗대어차라투스트라의이야기를기술한이야기를과감하게뺐다.너무나철학적이기도하지만,너무나기독교에대한니체개인의반감과반골이너무나묻어나서였다.좀더보편적인,우리의피부에와닿는깨달음의말에중점을두고자한것이다.
결론적으로이책은《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의부제를니체가‘이책은모든사람을위한,그리고그누구를위한것도아닌책이다.’라고기록에남겼듯,계토피아가니체의《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를다시읽고새롭게쓴책이다.‘이책은모든사람을위한책은아니지만,한번쯤차라투스트라를만나고싶은사람,만나야할사람을위한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