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자녀앞에서길을잃은
부모에게건네는가장느리지만
단단한해답!
사춘기자녀를둔부모라면누구나경험하는막막함을가지고있다.아이는더이상예전처럼말하지않고,부모는“도대체왜이렇게말이안통하지?”라는질문을반복한다.
불행하게도그질문에관한대답은곧바로나오지않은채부모와자녀사이의갈등을더욱깊게만들고,평화롭고화목해야할집안은냉랭한찬바람만이불고있다.그러나이책에서는이질문을곧바로아이에게돌리지않는다.오히려질문의방향을정반대로돌려부모에게되묻는다.
“우리는정말로아이와대화하고있었을까?”
《현명한부모가반드시알아야할사춘기대화수업》은사춘기라는시기를‘문제행동의집합’이나‘견뎌야할통과의례’로다루지않는다.오히려사춘기를부모와자녀사이의대화구조가시험대에오르는시기로정의한다.그리고그시험에서많은가정이실패하는이유를아이의변화가아니라,이미오래전부터누적되어온부모의대화방식에서찾는다.
이책의가장핵심적인문제의식은사춘기때문에대화가끊어진것이아니라,대화가끊어져있었기때문에사춘기가더고통스러워진것이라는점이다.
저자는“공포의중2”라는익숙한표현뒤에숨은부모의불안을날카롭게짚어낸다.아이의말투가거칠어지고,반응이줄어들고,문을닫아버리는순간,부모는사춘기를탓한다.그러나저자는단언한다.아이가문을닫기까지는오랜시간이필요했다고.그시간동안부모는아이의말을얼마나들어주었는지,아이의감정을얼마나존중했는지,아이의생각을하나의인격으로대해주었는지를돌아보게한다.
이관점은부모에게위로와불편함을동시에안긴다.위로인이유는,“우리아이만이상한게아니구나”라는공감때문이다.불편함인이유는,그동안너무쉽게사춘기라는이름으로관계의책임을아이에게떠넘겨왔음을인정해야하기때문이다.
‘대화’라는단어에
씌워진착각을벗어라!
특히대화에대해집요할정도로정의를다시세운다.부모가흔히생각하는대화인지시,충고,질문,훈계는이책에서대부분‘대화가아닌것’으로분류된다.저자가말하는대화는단순한언어교환이아니라감정과생각이오가는상호작용이다.
부모와의대화를통해자녀는성장하기도하고,퇴보하기도한다.부모가먼저서로자주대화하는모습을보여주면자녀역시자연스레대화의중요성을알게되는데여기서중요한것은부모의뜻을관철하려는대화가아닌자녀가어떤것에관심있는지,고민은무엇인지,일상에서일어나는일에대해어떤생각을하는지궁금해야만대화가시작된다.
책곳곳에등장하는일상적장면들은독자에게강한현실감을준다.“공부했니?”,“핸드폰그만해”,“왜말대답을해?”같은말들이왜아이에게는대화의시작이아니라침묵의명령으로작용하는지를구체적으로보여준다.부모는말하고있다고느끼지만,아이는이미말할자리를잃은상태이다.
인상적인부분은,대화가끝난뒤남는감정에대한설명이다.좋은대화란말이끝난뒤에도미련이나후회가남지않는상태이며,“아까그말은무슨뜻이었을까?”라는의심이남지않는것이라는정의는대화의질을판단하는매우실용적인기준이된다.
부모우월주의,
보이지않는폭력
부모우월주의란,부모가자녀보다더옳고,더성숙하며,더많은권리를가진존재라고믿는무의식적태도다.저자는이태도가대화를어떻게파괴하는지를구조적으로설명한다.
큰마음을먹고자녀에게말을걸었지만돌아오는건싸늘한눈빛이거나아무응답도하지않는침묵일땐부모는어떨까?마음속에슬금슬금불만이올라오기시작할것이다.내가어른이고부모인데말을걸었으면자녀가대답해야하는게아닌가라는생각이드는순간,이미부모우월주의에빠진거라고볼수있다.
부모우월주의가작동하는순간,대화는곧계급관계가된다.부모는‘갑’이되고,자녀는‘을’이된다.이구조에서자녀의말은언제나검증대상이며,수정대상이고,통제대상이다.결국아이는자신의진짜생각을말하지않게되고,침묵은가장안전한선택지가된다.
대화의주도권역시갑에게있으므로을의마지못한대답은갑을만족시키지못하고,갑은을에게마음에드는대답을하도록추궁하고,을의진심을담은말은더깊이숨어버리는악순환을어떻게끊을수있을까?
이책의탁월함은이문제를도덕적비난으로몰아가지않는데있다.저자는부모를가해자로규정하지않는다.오히려“우리모두그렇게배워왔기때문에그렇게말해왔을뿐”이라고설명한다.그렇기에이책은부모를공격하지않으면서도,변화가왜필요한지를설득하는데성공한다.
먼저알아야할
‘왜말하려하는가?’
사실자녀교육서의상당수는대화기술을전면에내세운다.그러나이책은그흐름을의도적으로거스르며분명하게말한다.
“대화법을배우기전에,왜대화를하려하는지를먼저점검해야한다.”
아이를설득하기위해,말을듣게만들기위해,문제를빨리해결하기위해하는대화는결국통제의다른이름일뿐이다.이책이강조하는대화의목적은아이를바꾸는것이아니라,아이의생각이자랄수있는공간을만드는것이다.
그래서이책은‘부모의준비’를대화의핵심전제조건으로제시한다.부모의감정상태,피로도,기대수준,양육목표가정리되지않은상태에서는어떤대화기술도효과를발휘할수없다는점을반복해서강조한다.이는부모에게매우현실적인조언이자,동시에자신을스스로돌보지않은채아이에게만변화를요구해온관행에대한반성이다.
‘말잘듣는아이’가아닌
‘생각하는아이’로키우는대화!
책의후반부에서는자녀의성장을돕는대화의방향이구체적으로제시되는데자존감,논리력,주체성,감정조절력,가치관형성등은모두말로길러질수있는능력임을강조한다.
이과정에서저자는본인의사춘기아들과실제로대화하며겪었던갈등과깨달음을숨김없이밝히고있는데,부모로서부족했던점,아들에게본의아니게상처를입혔던점등을담담하게밝히면서차츰차츰성숙해나간경험이한편으로는감동적으로다가오게만든다.
특히인상적인점은,저자가끊임없이“부모의말은아이의내면화된목소리가된다”라고말하는부분이다.부모의언어는사라지지않고,아이의자기대화로남는다.긍정적언어를들은아이는어려움앞에서자신을믿는말을하게되고,부정적언어를들은아이는좌절앞에서자신을비난하는말을하게된다는설명은매우설득력있다.
긍정대화는자존감을세우고감정을다스리는법을가르치며부모와의신뢰를지켜주고사회적능력을길러주며위험행동을막는보호장치가된다.부모의긍정적인말한마디로자녀를위로할뿐아니라내일의자녀를지탱하는힘을만들어줄수있다는사실을잊으면안된다.
이책에서말하는훈육또한통제나처벌과는거리가멀다.훈육은아이를굴복시키는것이아니라,스스로생각하게만드는과정이며,상처주지않는언어로도충분히기준과한계를전달할수있음을사례를통해보여준다.
부모가아이에게건넬수있는
쉽지만강한메시지,‘대화’
이책은끝까지부모에게완벽함을요구하지않는다.오히려“대화는매번실패해도괜찮다”는메시지를반복한다.중요한것은말의완성도가아니라,포기하지않는태도다.
아이가지금당장반응하지않더라도,그말은사라지지않는다는믿음.부모가먼저말을걸어주는경험이아이에게는“나는여전히연결되어있다”라는신호로남는다는통찰은이책이주는가장큰위로다.
또한이책은부모역시사춘기를지나온존재이며,여전히흔들리는인간임을인정한다.부모의자기돌봄을강조하는이유도여기에있다.지친부모는대화할수없고,불안한부모는아이를통제하려들기쉽기때문이다.
《사춘기자녀와의대화,바뀌어야할때》는단기간에효과를보장하는처방전이아니다.대신이책은부모에게하나의질문을오래붙잡게한다.
“나는아이를이해하고싶은가,아니면통제하고싶은가?”
사춘기는언젠가지나간다.그러나사춘기동안쌓인침묵과오해는아이의마음에오래남는다.그러므로이책은그침묵이완전히굳어지기전에,부모가다시말을걸수있도록돕는조용한안내서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