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의 헌법 이야기 : 인간의 권리를 위한 투쟁의 역사 - 비행청소년 20

김영란의 헌법 이야기 : 인간의 권리를 위한 투쟁의 역사 - 비행청소년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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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영란

저자:김영란
1956년부산출생.서울대학교법과대학재학중사법시험에합격하고1981년부터판사로일했다.2004년에는대한민국최초여성대법관이되었고,6년간대법관으로재직하면서사회적약자와소수자를배려하고국민의기본권보호를위해노력하여‘소수자의대법관’이라는평가를받았다.2011년부터2012년까지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으로일하면서우리사회의정의확립에큰영향을미치고대중에게는‘김영란법’으로알려진‘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을입안했다.2013년부터2019년까지서강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석좌교수로학생들과만났고,2019년4월부터대법원양형위원회위원장으로,9월부터아주대학교법학전문대학원석좌교수로일하고있다.청조근정훈장,한국여성지도자상등을수상했다.
지은책으로《김영란의열린법이야기》,《판결과정의》,《김영란의책읽기의쓸모》,《판결을다시생각한다》가있고,함께쓴책으로《김영란법,김영란에게묻다》,《문학과법》,《이제는누군가해야할이야기》등이있다.

그림:신병근
디자인을하면서그림을그리기시작했고,그림을그리면서디자인을계속하고있다.몇해전부터는도봉산과수락산언저리에서마음맞는친구인혜원,주리와디자인하고그림그리는작업을함께하고있다.그림을그리고디자인한책으로는《기본소득쫌아는10대》,《젠트리피케이션쫌아는10대》,《나는내편이니까》,《모두다문화야》,《수취인:자본주의,마르크스가보낸편지》,《고전하는십대의이유있는고전》,《어서오세요!수학가게입니다》,《멍서방과똑서방》등이있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_시공간을넘나드는헌법여행

1영국의대헌장,헌법의주춧돌이되다
로빈후드는왜등장했을까?
재판제도의틀을다진헨리2세
평민의삶에는관심없는왕족들의권력쟁탈전
대헌장이라는종이한장의의미

2프랑스혁명,헌법에인권을넣다
앙시앵레짐과혁명의씨앗
삼부회와바스티유감옥함락
프랑스인권선언
공화정의탄생
헌법의과도기

3미국독립선언서,헌법에살을붙이다
영국의미국점령과포카혼타스
자치운동에서독립운동으로
독립선언서,인권을선언하다
미완의헌법

4바이마르헌법,현대헌법의기틀이되다
바이마르헌법에새겨진로자룩셈부르크
거울의방에서태어난바이마르공화국
바이마르헌법이만들어지기까지
가장현대적이라평가되는바이마르헌법
바이마르공화국은어떻게무너졌는가
평생평화를꿈꾼케테콜비츠

5대한민국,헌법을논의하다
광복과신탁통치
헌법의제정과개정
1987년6월의유산

에필로그_경의,정의,숙고를경험하다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헌법탄생의다섯장면

《김영란의헌법이야기》에서첫번째로찾아가는헌법탄생의현장은1215년의영국이다.당시영국의인구는약400만명이었는데늘어난입을감당하기위해새로운농기구나물레가발명되었으며풍차나투석기,말을이용하는운송수단들이사용되는등기술적인진보가이루어졌다.빈부격차는점점더심해져갔지만노예노동이금지되어농노제가시작되던시절이기도했다.영주들은농노들의노역으로농사를지어서거기서나온수익으로살아갔고이후에는점차직접장원을경영하는대신소작료를받는식으로변해갔다.동시에부유해진소작인이상류사회로진입하는경우도생겼다.이에따라농노제하에서의자유,자치도시나교회의자유,상업의자유등이새로운문제로대두되던시대였다.
커다란변화의물결을맞이한영국사회에서가장큰고통을받는계층은민중이었다.왕족들은평민의삶에는관심조차없이권력을쥐기위해크고작은전쟁을벌였고,왕은귀족들에게전쟁비용을떠넘기게되면서세력이커진귀족들의반발은거세졌다.이에귀족들은영국의모든백성을보호한다는명분으로왕의권한을제한하고자유민의자유를침해하지말것을요청한대헌장승인을왕에게요구하기에이른다.이것이그유명한1215년의대헌장이며,대헌장의정신은권리청원,권리장전으로이어지면서영국헌법으로서역할하게된다.
책은우리에게익숙한로빈후드이야기로시작하면서,윌리엄1세부터재판제도의틀을다진헨리2세,그리고대헌장을승인한존왕에이르는긴영국역사를훑고대헌장조항을구체적으로살피면서그것이담고있는의미를전한다.
두번째로찾아가본현장은1789년의프랑스파리다.연도까지많은이가기억하고있는프랑스혁명이일어난해이자,영국에서명예혁명이일어난지꼭100년뒤이다.책은우리가잘아는장발장이주인공인소설《레미제라블》을가지고당시프랑스사회를묘사한다.단순하게프랑스혁명을1789년으로알고있지만그이후로공화국과왕정이번갈아등장하는등100여년간프랑스는그야말로혼돈의도가니였다.민중의반란과인권선언의발표,왕과시위군의충돌,단두대위에선왕에이르기까지함성으로가득차고피로얼룩진프랑스의긴혁명의세월이책에는숨막히게묘사되어있다.인간이인간으로살기위해치러야할커다란대가가아쉬움이라는포장지를푸니적나라하게드러난셈이다.
세번째와네번째로찾아간현장은영국과의독립전쟁을치르고당당하게독립을선언한1776년의미국과,가장현대적인헌법이라는평가를받는바이마르헌법을제정한1919년의독일이다.물론1776과1919는상징일뿐책은독립선언이있기까지의역사와그이후의미국을,바이마르헌법을제정하기까지의복잡한정세와그이후의독일을종합적으로살핀다.미국의독립선언서가가진민주주의적인요소와그렇지않은요소를분리해점검하고,바이마르헌법이이후각나라헌법제정의틀이될만큼그내용이민주주의와인권을선언하고있지만히틀러라는괴물을만들어낼만큼당시독일이처한안타까운상황은그것대로평가하며책은객관성을유지한다.
나라마다그시기가갖는독특한상황과거기서탄생한헌법의전신들은결국우리대한민국에도커다란영향을끼친바탕이다.광복과신탁통치,그리고숨가쁘게이어져온제헌헌법과그것의수정들,1987년민주화투쟁을전후한대한민국의근현대역사를책이묘사한대로읽어내려가다보면대한민국에서헌법이얼마나처절한시민의마음을올곧이담고있으며,그마음을해치지않기위해이제우리가해야할헌법개정에얼마나신중해야할지깨닫게된다.


예술작품으로상상하는역사의현장

다섯나라의엄숙하고장중한헌법탄생의역사지만그이야기들에쉽게다가갈수있는것은당시의역사를배경으로한친근한예술작품들을가지고이야기를풀어가기때문이다.영국의대헌장이나오기전왕이절대권력을행사하던시대상은《로빈후드의모험》(하워드파일작)을통해설명하고,대헌장이승인되던러니미드평원은그곳에세워진대헌장승인800주년기념관을담은사진들이상상을돕는다.
프랑스혁명을전후한시대상은영화와뮤지컬로도익숙한빅토르위고의소설《레미제라블》을가지고묘사한다.당시민중이겪은삶의바닥,격변하는사회의혼돈,끝이라고안도할수없는정치체제의변화가소설의이야기로대변된다.거기에찰스디킨스의《두도시이야기》는단두대라는프랑스혁명의상징물을제대로관찰할수있게돕는다.
미국의정착기는애니메이션<포카혼타스>가그분위기를일면알수있게한다.토마스페인의《상식》,너새니얼호손의소설《주홍글자》는미국이자치국가가되기위해독립을향해가는열망의시기그리고혼돈의시기를가늠할수있게한다.
바이마르헌법이탄생하기까지독일사회가겪은모순의소용돌이는판화가케테콜비츠의일대기와작품을통해재연된다.어떠한정치세력에도편들지않되그러한자신의회색빛에고뇌하는한예술가의고백,그러나결정적인순간에는정치색이아닌정의에대한목소리를내는신념의인물은그나마독일이가진보물과같을것이다.이책은바로그고뇌와신념이라는두가지양심을갖는예술가를언급하면서독일의역사를다른측면에서반성해보는기회를선사한다.
짧지만그어떤나라와도견줄수없을만큼치열했던대한민국민주사,그리고대한민국헌법의현장을말하기위해책은영화<1987>을소개한다.뒤틀린권력,이를바로잡으려는순수한시민의행동이무심하게그려진이영화는대한민국헌법이왜그자체로가슴이아린지증명하는듯하다.
텍스트로전하는예술작품에역사를담은명화를싣고,거기에중요한역사의전환점을재연한현대적인그림까지이책이한권의헌법역사서로읽힐수있는이유다.


헌법의현장에서경의,정의,숙고를경험하다

《김영란의헌법이야기》는서구의민주헌법이만들어지는현장을마치연극을보듯이펼쳐보인다.그리하여독자가고대그리스의관객들이경험한것처럼경의,정의,숙고의감정을경험하고카타르시스를얻을것을기대한다.
영국의대헌장과이를이어받은권리청원,권리장전이승인되는현장에서우리가얻을숭고한경험은무얼까.왕권조차법에의하여제한될수있다는‘법의지배’를공표한것에서경의의감정을경험할수있다.아직왕권의제한이라는관념조차없던시절인데도영국의귀족,자유민들은법에의한형벌과법에의한조세부과를기록한문서를왕이승인하도록하여서왕도법의지배아래있음을확인했다.
프랑스의피비린내나는혁명의현장에서는무엇을경험할수있을까.특권을놓지않으려했던프랑스의왕과특권계급들을상대해야하는프랑스의민중들은숙고의능력이부족한상태였다.그들의잘못이라기보다숙고를할수있는전문가들의논변이제대로이루어지지않았고,일반시민들에게교양교육이제대로제공되지않아전문가들의논변을경청하고판단할수없었기때문이다.시민들이좋은결정을하려면먼저진실이제대로전달되어야하는데프랑스혁명의현장은특권계급은특권계급대로,시민들은시민들대로자신에게유리하게왜곡되어서전달된진실만을접할수있었을뿐이다.고대그리스와같은시민교육이자리잡지못한현장에서제대로된숙고없이즉흥적으로이루어진시민들의선택은오랜폭력과갈등의시간을불러왔다.그런시간이지나고서야인권선언의이념이자리잡기시작했다.
독일의바이마르공화국의몰락또한프랑스처럼숙고가결여된사회가가져다주는비극을경험할수있는현장이다.등뒤에서칼에찔렸다는,요즘식으로말하면가짜뉴스가널리퍼짐에따라민주주의자체를혐오하게된사람들에게민주공화국을위한선택을하게했으니그결과는플라톤이예상한대로나치의지배라는,참주정에나라를넘겨주는것으로귀결될수밖에없었다.
미국은독립당시신생공화국으로서전통이라는부담없이출발할수있다는장점이있었다.그리고이장점을잘살린헌법제정의현장은지금시점으로보아도많은나라의헌법의현장과는다른숙고와경의가있었다.다만여성들의권리를인정하지않고노예제도를인정하는등문제가있었고,따라서모든면에서충분히평등한헌법은아니었다.하지만미국이남북전쟁과같은국가적위기를겪으면서도여러번수정헌법을반포하는등좀더진전된민주주의를위해서꾸준히나아간것은이런민주주의에대한존중의정신이바탕에깔려있었기때문일것이다.그러나현재의미국이민주주의의완성형을향해일관되게나아가고있다고보기는어려울것같다.세계의변화를수용해나가는조화로운방법을찾아나간다는,민주주의가늘직면하는과제앞에서있는것처럼보이기도한다.
우리나라의현장은어떤가.제헌헌법의현장이나이후의현장을숙고,정의,경의가충분히어우러지는현장이라고평가하기는어려울것같다.마치프랑스혁명기나바이마르공화국의현장처럼전문가들의논변도부족했지만지식이없는상태에서충분한선택을할수있을만큼의훈련이나여유도우리에게는없었기에거듭시행착오를해가면서현재에이르렀다고할수있다.다만민주주의를받아들인지아직100년도채되지않은나라로서민주주의를향하여계속도전해왔고‘스스로의실수를인정하고그실수로부터배울준비가되어있다’는점에서는좋은평가를할여지가있다.
《김영란의헌법이야기:인간의권리를위한투쟁의역사》는우리나라헌법뿐아니라근대를대표하는여러헌법의역사에서얻은교훈이더좋은민주주의를위한선택의순간에기여할수있게되기를기원하며만들어졌다.인간이인간으로살아가기위한투쟁의역사를파노라마처럼펼쳐보인이책이헌법뿐아니라인간의권리,민주주의에대한논의를활발히펼쳐나가게하는계기가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