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

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

$17.00
저자

오서

저자:오서
작가라는뜻의영어단어‘author’의발음을필명으로정해‘오서’작가로활동하고있다.글쓰기,강연,SNS등다양한루트를통해다양한사람들과소통한다.좋은드라마나영화의시작은좋은극본이고,잘써진자소서나계획서가인생의기회를만들어주듯글이가진매력과마력에빠져끊임없이쓰고있다.

목차


1화_한여름에도얼음이언다7
2화_큰가방을든여자12
3화_구멍난마음22
4화_존중받는사람들28
5화_대전역33
6화_늦게일어나는새40
7화_존중받지못한남자43
8화_존중받지못한여자50
9화_가방을두고온이유56
10화_야경같은사람67
11화_내리실역은삼랑진역입니다74
12화_그때그사람78
13화_강상욱83
14화_대현사진관89
15화_증명사진102
16화_사진관자리에뭘연다고하네요110
17화_삼랑진역오막살이120
18화_혹시,그사람?126
19화_오늘은쉽니다133
20화_송현주148
21화_커피한잔할까?160
22화_좋아하는것보다싫어하는것170
23화_언제나가는날이장날180
24화_폭풍야밤187
25화_삼랑진스타일193
26화_난언제쉬어?205
27화_창밖을보라214
28화_얼룩226
29화_상무엄태수236
30화_최경식243
31화_다수결의반칙251
32화_유니폼효과260
33화_초대받지않은손님265
34화_라스트댄스272
35화_개표를시작합니다281
36화_개표를마감합니다291

에필로그300

출판사 서평

당신도누군가에게자주보게되는사람보다
자꾸보게되는사람이길

작가는이소설에서진정한‘존중’의의미에대해탐구한다.미정과창화로대변되는,한때열망했던대도시의삶에서끝내내팽개쳐지고그이유조차스스로의잘못때문이라자책하는수많은청춘들에게작가는소설을빌어따뜻한손을내민다.우리는다다르다고.모두가같은곳에도달할필요는없다고.어쩌면당신은KTX가무심코지나치는삼랑진역일수있다고.자기를닮은삼랑진에서드디어행복을찾은창화처럼,당신도당신만의삼랑진역에한번쯤내려보라고.그리고그곳이얼마나아름다운지두눈으로꼭한번확인해보라고말이다.

실제로작가는어느날우연히삼랑진을찾았다가삼랑진역에내려한눈에반한경험이있으며,그것이이소설의출발이었다고고백한다.더운명적인것은투고된원고를본출판사대표또한삼랑진에한눈에반한똑같은경험이있어출간계약에이르렀다는비하인드스토리가있을정도로,삼랑진은아름다운곳만찾아다닌다는바이크라이더들의성지이기도하다.

첵속에서

미정은창화에게삼랑진이밀양시의읍단위라는것,삼랑진이라는이름이세갈래물결이일렁이는나루에서유래됐다는것등을알려주며지리학수업을한바탕했다.
“그러고보니사과말고는삼랑진에딱히뭐가없네요.막상어떤곳이냐고물으니어려워요.그냥시골이에요.KTX조차서지않는한적하고작은시골.그래서전촌스러운사람이에요.”
미정은삼랑진을진심으로궁금해하는사람을만나자오히려혼란스러워졌다.
“듣기만해도좋네요.아무것도없는곳.아무것도없다는말은사람들도잘찾지않는다는뜻이잖아요.아무도찾지않으면아무것도안해도되겠네요.”
“저도집에있을때정말아무것도안하거든요.창화씨말이일리가있어요.”
미정은풀리지않던수수께끼를막풀어낸사람처럼시원한표정을지었다.
-20~21p

“이제휴가도거의끝났지?오랜만에길게쉬는데어디여행이라도다녀오지,그냥이렇게훌쩍지나가버려서어째?”
엄마는창화가2주내내집에만있는게안타까웠다.
“저사실…회사나왔어요.”
갈치는입에대지도않고젓가락으로뼈만고르던창화가드디어입을열었다.깻잎을집어입으로가져가던아버지의젓가락이허공에서잠시멈칫하더니이내흰쌀밥을덮었고엄마는아버지와창화의눈치를번갈아보느라전전긍긍했다.
“정확히말하면잘렸어요.죄송해요.밥상머리에서이런얘기꺼내서.”
다짜고짜잔소리를시작할것이라예상했던아버지는의외로말이없었다.조용한저녁식사가한동안이어졌다.
“그럼뭐,회사를천년만년다닐생각이었냐?남의집에서주인이나가라면나가야지.어차피나와야하는거좀더빨리나온거라생각하고쉬어라.”
아버지는흰쌀밥한공기를다비우고냉수한잔을들이켜더니차분하게말을했다.
의외였다.그렇게하라던공무원안하더니결국이렇게됐냐고핀잔을쏟아낼것같던아버지가오히려더차분했다.전혀예상치못한모습을마주하자창화는되려갈치가시가목에걸린기분이었다.
“그래.아버지말씀이맞아.창화너도고생많았어.이제좀쉬면서천천히생각해.”
엄마와아버지두사람모두창화보다더담담했고둘사이에낀창화만안절부절못하고있었다.오후에도느낀한여름에도얼음이어는기묘한느낌이저녁까지이어지는중이었다.
-22~23p

“창화씨,오늘…야경같은대화였어요.”
미정은창화에게악수를청하며말했다.
“네?야경같은…대화요?”
“야경이그렇잖아요.야경속에들어가있으면야경의아름다움이보이지않지만,거리를두고보면비로소야경의아름다움이보이죠.쉽게말하면…적당히거리감이있는대화여서더좋았다는거예요.사람도그렇더라고요.너무가까워지는것보다,야경처럼거리를두고있어야더좋은사람.”
“아…뭔가시적인표현인데요?이럴땐미정씨가국문학과같아요.저도좋았어요.이‘야경같은’대화.조심해서집에잘가요.”
창화는미정과악수하며입가에미소를보였다.
“고마워요.창화씨도부산까지잘내려가세요.”
미정은창화에게마지막인사를건네고짐가방을끌며객실문을열고사라졌다.창화는원래자리이자미정이앉았던통로쪽자리에다시앉았다.
“야경같은대화…야경같은사람….”
미정은기차에서내렸지만미정이남긴한마디는여전히창화옆자리를채우고있었다.
-70~71p

창화는삼랑진에자주오게된이유를사장님께말씀드렸다.
“나랑비슷하구먼.”
“어르신이랑요?”
“나도삼랑진이고향은아니야.젊은시절어쩌다보니여기까지온거지.그리고여기가마음에들어다시떠나질않았어.내가월남전참전용사거든.전쟁을겪고고국에돌아왔는데남은건고통뿐이더라고.전쟁이얼마나참혹했는지그후로밤에잠도제대로못잘정도였지.”
노인은눈시울이촉촉이젖어들며잠시말을잇지못했다.
“그러던중에친한친구놈이카메라한대를사주면서그러는거야.이카메라로여기저기다니며좋은풍경,좋은순간만담아보라고.그럼점점괜찮아질거라고.그래서사진을배우게됐어.”
노인은아주오래된낡은카메라를창화에게가져와보여주며말을이어갔다.
“여기가아주묘한곳이야.전국을떠돌며사진을찍고다녔는데여기에서내인생을인화하게된거지.왜,그런사람있지않나?자주보게되는사람이아니라자꾸보게되는사람.삼랑진이나한테는자꾸보게되는사람같았지.카메라에서눈을뗄수가없었어.그리고이렇게여전히떠나지못하고있지.”
자주보게되는것보다자꾸보게되는사람.
창화가그동안이동네에대해표현하고싶었던감정을사장님이한번에정리해주는것같았다.창화는이토록자신과비슷한느낌을가진사람이또있다는사실이너무반가웠다.
-82~8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