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늙은 절집 (개정증보판)

곱게 늙은 절집 (개정증보판)

$28.00
Description
『곱게 늙은 절집』의 개정증보판
20년의 세월, 그 변화의 기록까지 담아내 완결판

곱게 늙은 것만이 줄 수 있는 쉼을 다시 묻다
우리는 무언가를 잃어버릴 새도 없이 잃어버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 도시는 끊임없이 새것으로 채워지고, 낡은 것은 부끄러운 듯 사라진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지쳐 있고, 그 어느 때보다 쉼을 갈망한다. 더 좋은 것, 더 새로운 것을 향해 달려왔는데 정작 마음이 머물 곳을 잃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속도가 아니라, 곱게 늙은 것들이 주는 위안이기 때문이다.
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 휘면 휜 대로, 굽으면 굽은 대로 천 년을 버텨온 것들 앞에 서서, 비로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경험이다. 즉, 우리는 낡은 것 앞에서 비로소 쉰다. “절로 가는 길은 가난해야 제격이다. 상점도, 술집도, 모텔도 없고, 하다못해 가로등도 중앙선도 없는 가난한 길. 그래야 가는 사람도 가슴에 품었던 세간의 옭매듭을 풀어 버리고 갈 수 있다.”(본문 p.17)

사진가의 렌즈로 포착한 절집의 미학
곱게 늙지 못하는 사찰을 바라보는 안타까움의 기록

사진가 심인보의 『곱게 늙은 절집』은 이 조용한 역설에서 출발한다. 기업 CI 분야 아트디렉터로 오랫동안 이미지와 상징을 다뤄온 그는, 난치병을 얻은 뒤 무작정 찾아든 개암사에서 잘 늙은 절이 주는 푸근함에 눈을 떴다. 그 경험이 전국의 숨은 사찰을 10여 년간 발품 팔아 찾아다니게 했고,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는 디자이너에서 사진가로, 시선은 더욱 깊어졌다. 렌즈를 통해 세상을 읽어온 그의 눈은 보통 사람이 그냥 지나치는 것들에서 멈춘다. 개심사 심검당의 휘고 굽은 기둥, 화엄사 구층암의 모과나무 통째로 서까래가 된 기둥, 선암사의 묵은 욕심을 씻어 내는 공기. 찰나를 포착하는 사진가의 감각으로 절집의 가장 깊은 표정을 건져낸다.
저자는 단지 절집의 풍경을 설명하지 않는다. 각 공간을 현실과 충돌시키며 낯설고 예리한 각도로 우리 삶을 읽어낸다. 불사라는 이름으로 콘크리트가 들어서고 날 선 새것들이 고풍을 밀어내는 현실이 왜 우리의 쉼을 빼앗는지, 스님들에게서 직접 들은 전설과 유래가 절집의 공간과 맞닿으며 예상치 못한 깊이로 전개된다. 추사의 편액, 이규보와 안도현의 시구가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문화적 층위도 이 책만의 결이다.

이번 개정증보판에 이르러 저자는 다시 그 절집들을 찾아갔다. 20년의 세월은 그의 심미안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구판에서 미처 담지 못했던 절집의 세밀한 표정과 변화된 풍경을 사진가 특유의 섬세한 미장센으로 다시 담아냈다. 어떤 절은 여전히 곱게 늙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어떤 절은 세월의 상처를 입고 있었다. 글과 사진이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는, 20년의 변화까지 온전히 담아낸 완결판이다.
『곱게 늙은 절집』은 쉼을 장소가 아닌 존재의 감각으로 재정의한 책이다. 잘 늙은 절집 앞에 서는 경험은 기계가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인공지능이 유창한 문장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시대일수록,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다. 바로 곱게 늙은 것들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몸으로 느끼는 위안이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묵은 근심을 비워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가장 조용한 쉼의 순간이 될 것이다.
저자

심인보

글쓴이심인보는1982년중앙대학교공예과를졸업한후디자인과사진작업을하고있다.대한민국산업디자인전추천작가,심사위원,문화재자문위원을거쳐,현재는‘사진공간위로’를운영하고있다.그의사진작품은파리그랑팔레에초대전시되었고,델피르사진전대상을받았으며,다섯번의사진개인전을열었다.
저서로자신의사랑타령을엮은『지금우리는키스하러간다』(1997),캄보디아앙코르유적을다룬『앙코르기행』(2002),『곱게늙은절집』(2007)과『얼굴MYANMARFACE』(2021)등세권의사진집을냈다.

목차

곱게늙은절
하늘이천장이고천장이하늘이다_불명산화암사
눈으로보는천상의소리_팔공산은해사백흥암
구름위에절을짓고_팔공산은해사운부암
외롭고또외로우면여기에묻고가자_지리산화엄사구층암
마음이풍경되는천년의곰삭음_천등산봉정사
가슴에사무치는첫사랑_봉황산부석사

해우하시지요
마음을여니꽃사태가일어난다_상왕산개심사
담아오고싶은달빛_비봉산대곡사
똥이나꽃이나_조계산선암사
묵은근심마저비우시지요_운달산김룡사
오는이는주인,가는이는손님_월출산무위사

풍경속의풍경
노을속숨은노을_달마산미황사
빈손바닥에긴긴봄날_무릉산장춘사
돌구멍속에숨은절_팔공산은해사중암암
구름언덕에바람꽃_청량산청량사
너는똥,나는물고기_운제산오어사
소나무숲에딱따구리법문_봉수산봉곡사
바람소리면어떻고빗소리면어떤가_능가산내소사

이야기가그리우면
천년의전설을숨긴비밀의사원_영귀산운주사
마음을널고세상을잊고_만수산무량사
깍깍이동자,보리도령그리고계룡산신_계룡산신원사
기생매창을아시나요?_능가산개암사
게으르게걷는아름다운명상길_선운산선운사
용은물고기를먹지않는다_교룡산선국사
대웅전이탑안에있어요?_사자산쌍봉사

출판사 서평

“강산이두번바뀌는동안,그절집들은곱게늙었을까?”

30년전,한남자가난치병진단을받았다.병원을나온그는아무계획도없이차를몰았고,어느산길끝에서낡고오래된절집하나와마주쳤다.무너져도무너진채로,휘어도휜채로수백년을버텨온곳.그앞에서자묘하게도두려움이사라졌다.잘늙은절이주는고요함이그를조금씩살게했고,그경험이전국의숨은사찰을10여년간발품팔아찾아다니게했다.그렇게탄생한책이『곱게늙은절집』이었다.
초판이나오고20여년이지났다.그사이절집들은또조금씩변했을것이다.불사라는이름으로새것들이들어서고,편리함을따라대체된시설이있었을것이다.그래서이개정증보판이더반갑다.지금,이순간에도고요하게제자리를지키고있는절집들의기록이,속세의때가덜묻은채남아있는풍경들이책안에다시담겼기때문이다.

불편함이라는미학을그대로가진쉼의공간
새것이밀려든자리에도,곱게늙은것들은남아있었다

이책이여느사찰여행서와다른첫번째이유는저자의눈이다.심인보는삼성,제주도,청정원의심벌을디자인한기업CI분야의아트디렉터다.매일사람의눈을사로잡는이미지와상징을만들어온그의눈에포착된절집은,대부분의사람이그냥지나치는것들로가득하다.선운사만세루의불구의나무로지은집.“사람눈에는불구가있지만자연의눈에는불구가없다.”절집의기둥하나에서그런문장을건져내는것은,단단하게다져온심미안이아니면불가능한일이다.봉정사의곰삭은천년세월,부석사의하늘나는돌위에세운절,돌구멍속벼랑끝의제비집,몰래숨겨간욕심마저비우게하는해우소.책장을넘기는것만으로도가슴에쉼의여백이생겨난다.거기에군데군데얹힌시구와그절을사랑한문인들의마음까지,그저아름다운풍경사진집과는다른결을만들어낸다.
두번째는문장이다.길고현학적인설명대신,해학이살아있는짧고날렵한단문이책전체를관통한다.개암사를소개하며“너무가난해서심심하던그절은어디로갔는지”라고쓰는문장은설명이아니라그자체로풍경이다.20년을견뎌온이문장들은절집처럼곱게늙었다.
세번째는발견이다.소개된25곳의절집대부분은초판출간당시지면으로처음소개되는숨은산사들이었다.카메라에제대로담긴것조차처음인암자도여럿이다.스님들을붙잡아묻고낡은책을뒤져가며모은전설과유래까지담겨있다.은해사중암암의돌구멍문앞에서“속된마음이스르륵털어진다.”는저자의단상을따라가다보면,어느순간자신도모르게무릎을치게된다.
네번째는진심이다.저자는절집을쉼의공간으로바라보는동시에,불사라는이름으로콘크리트가들어서고날선새것들이고풍을밀어내는현실을가슴아파한다.예찬만이아니라안타까움이함께담겨있기에,이책은단순한여행서가아니라우리것을지켜야한다는조용한기록이기도하다.

변한것과변하지않은것,그모든것의기록
20년의침묵끝에완성된절집의언어

이번개정증보판은단순한재출간이아니다.20년동안변화한절집들의현재를담아문장을고쳐쓰고,2026년의새로운화두를더했다.변화된풍경을더깊어진안목으로다시찍고기록했다.책장을넘기는것만으로봉정사의곰삭은천년세월앞에서고,미황사의노을속에잠기고,내소사의전나무길이끝나면이어지는단풍나무길을걷게된다.종교도,특별한목적도필요없다.그저차나한잔하면그뿐이라고,저자는담담하게말한다.
잘늙은것들에는설명이필요없다.이책이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