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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
여수에서태어나중앙대학교예술대학원을졸업했다.1996년문화일보신춘문예에단편「비디오가게남자」당선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청소년소설집『18세를반납합니다』『영혼박물관』,청소년장편소설『독립명랑소녀』『달의문(門)』이있고,소설집『수상한이웃』『바람의집』『복어가배를부풀리는까닭은』이있다.서라벌문학상신인상,출판문화산업진흥원우수청소년저작상,송순문학상을수상했다
나를기억해줘물이끓는시간푸른달빛,그림자뱀파이어울쌤모나크나비루체작가의말
극한의슬픔과상처에대해이야기하지만십대들의표정과정서를세심하게살피는단편집『모나크나비』청소년기는낙엽구르는것만봐도웃을정도로밝고긍정적인에너지로가득차있는시기지만한편으로는그어느때보다슬픔과외로움,열등감등에시달리며고통받는때이기도하다.이제막스스로와세상에대해알아나가는시기이니만큼상처입고좌절할일도많다.모든소설은승자보다패자에,강자보다약자에감정이입을하는편이고우리의청소년소설도십대들의고통에예민하게귀를기울여왔다.그런데금방이라도웃을준비와울준비를동시에하고있는청소년들에게슬픔을이야기한다는건어떤의미를지닐까?김혜정의『모나크나비』는극한의슬픔과상처에대해이야기하면서도그이야기를듣는청소년독자들의표정과정서를세심하게살피는단편집이다.6편의단편을수록한이작품집에서우선눈에띄는것은죽음을소재로한이야기들이다.표제작인「모나크나비」는어린시절첫사랑의죽음이드리운어둠속에서헤매는고등학생의이야기를들려준다.지아의죽음이후남겨진두남자아이는겉으로는멀쩡하지만허깨비같은삶을이어간다.누군가의죽음이후에도남아있는사람들의삶은계속되는것이다.수시원서를쓰고논술시험대비를하는등당면한일상의과제가있으니당연한일이다.물론도서관열람실에서느닷없이울음을터뜨리는중년남자처럼슬픔과고통은언제나잠복되어있으리라.그러나그럼에도불구하고살아가는것,그것이바로기대수명보다오래바다건너여행을떠나는‘모나크나비’의삶에대해경외감을갖는이유일것이다.따라서「모나크나비」는세상을떠난지아가그토록간절히원했던삶그자체에대한이야기라고할수있다.「나를기억해줘」는원숭이가풀피리를불고인어가뛰노는신비로운세계‘이곳’을배경으로차안(此岸)과피안(彼岸)사이에서49일간유예된시간을보내는죽은자들의이야기를들려준다.이미죽은자들에게생사의문제보다중요한것은살아생전가졌던기억이다.49일안에죽은자들은선택을해야한다.좋은기억,행복한기억을떠올리며생을마무리하고다음세계,피안으로넘어가거나모든기억을삭제하고그곳에남거나.하지만생전에아무런행복을느껴보지못한가련한영혼에게는어떤선택지가주어질까?따뜻한기억을넘치도록갖고있는하율은비참한삶을살았던수애에게사랑을느끼며뜻밖의선택을하게된다.죽음이후에도중요한사랑과다정한마음에대해이야기하는작품이다.「물이끓는시간」역시살아남은사람들이기억해야할죽음의문제를다룬다.세월호참사에대한애통한마음을기리기위해쓰여진이작품에서쌍둥이누이의희생덕에구사일생으로살아남은소년은팽목항으로가그제야자신의슬픔을똑바로바라볼수있게된다.딸을잃은어머니는밤마다물을끓여바다에붓고,그광경을보는사람들은죽음이라는회복불가능한상실앞에서산자들이겪는고통을절절하게느낄수밖에없다.펄펄끓는물을국자로아무리떠넣는다한들바다가데워질리없지만어머니는물이끓는동안자신의딸이돌아오는발소리를듣는다.그것은살아남은엄마가보여줄수있는유일하고무력한몸짓이겠지만그일을통해엄마는슬픔을딛고하루하루를견뎌내며다른사람들에게삶의의지를줄수있는것이다.이렇듯작가는죽음의고통을끝까지밀어붙여독자를슬픔에빠뜨리지만그곳에반드시딛고솟아오를바닥을마련해놓는다는점에서위로와위안을건넨다.비슷한진창을헤매는우리모두에게따뜻한이해와위안,다시걸을수있는용기를주는이야기들『모나크나비』에서죽음을소재로하지않는작품이라하더라도등장인물들은모두상처입고방황하는중이다.「푸른달빛,그림자」에서두소년은돌봐줄가족하나없이힘겨운삶을이어나가는중이며살기위해폭력을휘두르거나억누를수없는분노로인해방화를저지른다.방화,집단폭행,삥뜯기등살벌한범죄행위가연달아일어나는데도작품전반에어른거리는것은슬픔과연민이다.미처준비되지않은상태로세상에내동댕이쳐진아이들은살아남기위해고군분투중이며이들에게정말필요한건곁에서지켜봐줄누군가의온기인것이다.냉혹한세상은손쉽게이들을사회의군더더기로인식하겠지만두소년이서로에게힘이되어주는광경은약자사이의이해와연대가얼마나중요한지를보여준다.「뱀파이어울쌤」은‘뱀파이어’소문이따라붙은괴짜음악선생과품행장애를겪는여학생사이의기묘한우정에대한이야기를들려준다.학교라는제도적공간은정상과비정상을가르고교사와학생사이의위계를당연하게여기기때문에일정한기준에미달한존재나관계는인정받을수없다.서로에게관심과애정을갖고있었을중년의여자교사와십대여학생은학교내에서학교폭력의가해자와피해자로규정될뿐이다.상처받고굶주림에시달리는길고양이들이도시의흉물취급을받는것과마찬가지다.관찰자인여학생이이들과일정한거리를두고있어사건경위에대해전모를파악할수없다는점이상상력을자극하며이작품의독특한분위기를보여준다.「루체」는집단성폭력의잔혹함과극복하기어려운후유증에대해이야기하는문제적작품이다.단한번의일탈이불러온사건으로인해남부러울것없는삶을살던십대여학생은단번에바닥으로추락하고스스로를놓아버린채사회부적응자가되고만다.치료를거부한채문을닫아걸고자기안으로파고들던‘나’에게소라게‘루체’는또다른자아이자파괴하고싶은대상이다.쇠젓가락으로‘루체’를괴롭히며대화를주고받는환상속에서나는나의목소리를듣고마침내응답하게된다.결국나를구원할수있는건나자신뿐.극단적인폭력의피해자가겪는고통과내면의어둠을깊숙이들여다보고그안에서길을찾는다는점에서먹먹한감동을주는작품이다.2020년우수출판콘텐츠제작지원작이기도한『모나크나비』에서십대주인공들은저마다깊은상처와슬픔속을아득히헤매는중이다.내손바닥조차보이지않는깜깜한어둠속이라면무엇을나침반으로삼고어느방향으로나아갈수있을까.주저앉아가만히웅크리는편이더나은선택으로보인다면?그러나우리의주인공들은애써절망을딛고일어서빛이새어들어오는쪽으로고개를돌리고더듬더듬출구를찾는다.그것이바로지금우리가해야할전부이기때문이다.그리하여여섯편의이야기들은비슷한진창을헤매는우리모두에게따뜻한이해와위안,다시걸을수있는용기를준다.맨몸으로세상에맞서야할청소년독자들에게다정하게건네고싶은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