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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남의글을읽는것만큼이나글짓는걸좋아한다.지은이야기로는『열일곱살의털』,『추락하는것은복근이없다』,『나는무늬』,『오월의달리기』등이있다.
김해원_빗방울9김혜연_기온거리의찻집55김혜진_크로아티아괴담투어111임어진_비바라비다165
2010년출간된『가족입니까』,그리고10년만에찾아온새로운이야기『가족입니다』우리에게가족이란어떤의미를지닐까?가족은태어나서처음으로만나는세계다.엄마,아빠,형제자매,조부모등으로확장되는세계는어린아이를보호하고돌봄을제공하며신체적정신적성장을돕는다.따라서울타리이자든든한버팀목으로써가족은아이의‘생존템’에가깝다.아이가가족으로부터제대로보살핌을받기어려운경우국가와사회가개입하는것도그때문이다.그러니가족에대해어린이청소년들은소중함과감사를느껴야한다……라고말했다가는당장여기저기에서볼멘소리가터져나올것이다.가족이얼마나갑갑하고지긋지긋한존재인줄아느냐고,가족이늘그렇게좋은것만은아니라고.그것도맞다.사람마다,상황마다가족은다다른형태와의미를갖고있을테니까.하지만사실은이렇다.가족에대해서라면누가묻기전까지는별로생각하는일이없고,막상생각하게되면대개는머뭇거리게된다는것.‘가족’이란굉장히진부하면서도어려운주제임이분명하다.『가족입니다』는바로그어려운주제에도전하는책이다.김해원,김혜연,김혜진,임어진등네명의작가가각각한편씩청소년소설단편을써서묶어낸기획앤솔로지로,단순히하나의키워드를제시하고동일한주제를지닌작품들을묶은것이아니라어떤주제를,어떤형식으로묶어낼지에대해작가와편집자가오랫동안함께논의하고고민하는과정을거쳐나온결과물이다.지난2010년바람의아이들에서출간했던『가족입니까』의후속기획이다.『가족입니까』가당시청소년들에게가족이란무엇인가질문하고생각해보도록이끄는책이었다면이번『가족입니다』는다시한번같은질문을던지되10년사이가족이갖는의미가어떻게달라졌는지돌아보도록권한다.가족해체,1인가구증가,혼인율감소와저출산에대한우려가돌림노래처럼울려퍼지는지금,청소년들에게가족은어떤의미로다가갈까.가족이인간의삶에있어서보편적인구성요소라면10년전이나지금이나크게달라졌을것같지는않다.그러나작품의면면을살펴보면가족은좀더위태롭고불안해진것으로보인다.〈크로아티아괴담투어〉의엄마는우울증에시달리는중이라아들딸이내내눈치를살피고,〈빗방울〉에서제주도여행은뜻밖에도출생의비밀이드러나는계기가된다.〈비바라비다〉에서아빠가속마음을털어놓는것은아들과단둘이있을때가아니라처음만난외국인들과술잔을기울이는자리에서이며,〈기온거리의찻집〉의가족은아예지진을경험한다.그리고불안이극대화되는순간,평소같으면수면아래잠겨있을이야기들이밖으로드러나고,십대주인공들의눈에가족은이제까지와다르게보인다.가족의낯선얼굴을발견하는여행,여행이끝난자리에서새로운가족이야기가시작된다이야기에등장하는네가족들은모두저마다의문제를갖고있다.겉으로는무난하게잘지내지만서먹함과불편함을어쩔줄모르는재혼가정이거나(〈빗방울〉)성실히대입준비중인줄알았던딸이몰래알바를하다봉변을당하는사태가벌어진다(〈기온거리의찻집〉).어렵게들어간기숙학교를한학기도안되어자퇴하겠다는아들이요지부동고집을부리고(〈크로아티아괴담투어〉),성실하고지루한삶을살아온아빠나뚝떨어진성적앞에자신감을잃어버린아들이각자막막해하는중이다(〈비바라비다〉).가족들은서로에게속내를감추고비밀을키우는동시에다른가족을바라보며답답해한다.보통때라면잠깐의아해하다금세잊어버렸을것이다.이들가족에게서오래묵은문제들이도드라져보이는까닭은네작품속가족들이모두여행중이기때문이다.여행은낯선곳을탐험하고구경하는새로운사건인동시에,늘똑같이진행되는일상이잠깐멈추는시공간이기도하다.대부분의사람들에게가족이일상적인존재라면가족여행이란모순된감정을유발할수밖에없다.낯선곳에서지겹도록익숙한사람들과함께있으면대체무슨일이벌어질까.‘가족’이여행을좀더느긋하고안정적인형태로만들어준다면,‘여행’은가족의새얼굴을발견하도록도와준다.따라서『가족입니다』에서여행은가족을새로운시선으로이끄는매개가되어준다.여행을가지않았더라면엄마에게서잃어버린꿈에대해이야기를듣거나사십대아빠가중학생아들과똑같은고민을하고있다는걸아는일이가능했을까.평소점잖던오빠가환하게웃으며까부는모습이나억척스러운할머니가오래도록간직하고있었던사연같은걸알수있었을까.가족들은낯선여행지에서다른가족들의마음과비밀,삶에대한진지한태도를맞닥뜨리고조금당황하지만,이내고개를끄덕인다.가족의얼굴에는나와똑같은표정이어려있었을테니까.그리하여여행을마친후,가족들은이전과똑같은일상으로돌아오지만비로소새로운관계를시작할수있게된다.〈가족입니다〉는가족여행이라는소재를통해가족과여행이청소년의성장을추동하는과정을보여준다.십대들에게가족이란대개별존재감이없거나지긋지긋한존재라고?가족과함께하는여행이재미있을리없다고?저마다결이다른네편의소설은독자들에게가족과함께여행을떠나보기를권한다.그리하여낯선장소에서바라보는익숙한얼굴이문득빛나보일때,평소에는하지못한속이야기를툭털어놓을때,마침내뭉클하고울컥하는순간이오면비로소진짜가족여행이완성된다.여행과가족은각기의미를지니면서도떠나고봐야의미를찾게된다는점에서결국은하나의상징이다.한편,별개의단편들로구성된이책을하나로묶어주는소재는가상의항공사에서주최한여행기공모전이다.서두에항공권과숙박권을내건여행기공모가게재되어있는데등장인물인십대들은모두이공모에혹한다.여행이좋다는걸이해했으니또다시여행을가고싶은건당연지사.작품말미에실린공모전결과와당선작들의제목을일별하는것도또다른재미가될것이다.팬데믹을통과하고있는현재로서는언제쯤해외여행이재개될수있을지요원하다.따라서여행의대리체험으로써도읽어볼만한책이다.가족에대한묵직한질문을안고다함께여행을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