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 들려요 (양장)

비밀이 들려요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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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유년 시절의 끝에서 말을 잃어버린 아이들,
어둠의 문이 열리면 세상이 온통 캄캄해진다
재잘재잘 떠들고, 기발한 생각에 들뜨고, 온 세상 만물과 친해지는 것은 어린이들의 특권이다. 어린아이들은 온 세상이 자신의 편이라 믿으며 그 누구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 그렇게 어린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환하고 따뜻하다. 하지만 모든 삶은 곳곳에 돌부리나 웅덩이 같은 것들을 감추고 있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둡고 축축한 현실을 대면하게 될지는 엄마아빠도, 그 자신도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어렸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의 맨얼굴을 보는 순간 아이들은 입을 꾹 다물어 버린다. 어른들로서는 사춘기를 맞은 아이가 그냥 좀 점잖아진 것인지, 특별히 무슨 고민이 있는 건지, 혹 나쁜 일이 생긴 건 아닌지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다. 도대체 아이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칠레 출신 작가의 멕시코 그림책 『비밀이 들려요』는 끝도 없이 재잘거리며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던 아말리아가 마음속 비밀을 갖게 되면서 맞는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세상 모든 만물에 이름을 붙여 주고 어떤 존재하고도 대화를 나눌 줄 알던 아말리아에게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난다. 아주 짧은 순간, 수상쩍은 문을 잠깐 열었을 뿐인데 아말리아를 둘러싼 세상이 온통 어둠에 휩싸이고 만 것이다. 세상에, 무슨 일이 있어났을까? 우리는 알 수 없다. 아말리아가 너무나 캄캄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을 맞닥뜨렸다는 것밖에는.
아말리아는 언제나 그랬듯이 이야기를 꺼내놓고 말을 통해 고통스러운 상황을 통과해 보려고 한다. 선생님을 찾아가고, 친구에게 어렵사리 말을 건넨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아말리아의 이야기는 전달되지 못한다. 이름 붙이는 데 천재적이던 아말리아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에 이름을 줄 수 없다. 까맣게 채워진 말풍선은 너무 무겁고 어두워서 어떻게 해도 해석이 되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선생님이나 친구가 아말리아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어야 할지 몰랐던 것일지도. 결국 아말리아는 자신의 이야기를 서랍 속에 꼭꼭 감춰 두기로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깊숙이 넣어두고 나면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아말리아는 어둠으로 가득 찬 비밀 서랍을 갖게 된다.
수상내역
KBBY 2022 제 2회 한-멕시코 그림책 번역대회 수상

저자

안드레아마투라나

1969년칠레에서태어났습니다.대학에서생물학을전공하고,예술과연극도공부했습니다.신문과잡지에글을기고하며방송작가로도활동했고,연극에도관심이많아연극반을지도했습니다.무엇보다문학작가로서어린이문학과소설을넘나들며다양한작품을쓰고있습니다.쓴책으로는『친구와헤어져도』등이있습니다.

출판사 서평

우리가힘겹게이야기를시작할때,
세상은좀더나은방향으로한걸음더

재잘거리는말재주와즐거운일상을잃어버린아말리아에게세상은더이상예전같지않다.이제아말리아는뚱하고딱딱한표정을지닌채사춘기를지난다.그러던어느날,청소년이된아말리아앞에누군가나타난다.서랍속깜깜한이야기를기꺼이들어줄누군가.아말리아는천천히서랍을열고비밀을꺼내놓는다.처음에는힘들었지만한마디,한마디서랍이텅비어가벼워질때까지.그렇게아말리아는또한번변화의계기를맞는다.세상에비밀로꽉찬서랍을가진아이가아말리아뿐인건아니다.이제아말리아는밝은햇빛아래비밀을꺼내어놓고사람들앞에서서큰목소리로이야기하고글을쓴다.이를통해남을돕고사람들을불러모으기도한다.

아말리아가서랍속에감추어둔이야기는무엇이었을까?『비밀이들려요』에서는예민한십대소녀의비밀을주제로삼으면서도그비밀이무엇인지는말하지않는다.아말리아가문을열고맞닥뜨리는것은사춘기의보편적인우울함이나현실인식일수도있고,쉽게말할수없는범죄피해의경험일수도있다.이후이야기전개를보면좀더구체적이고사회의공론화를필요로하는일인듯싶지만자세한이야기는독자의논리적상상에맡겨도좋겠다.중요한것은비밀의내용이아니라비밀과비밀을공유하는구조자체다.문과서랍은비밀이어떤방식으로찾아오고은폐되는지보여주는상징이다.서랍은발설하지못한말들로꽉차터질지경이고,아말리아는비밀을이야기하고자하지만말풍선은시커멓게칠해진채아무것도전달하지못한다.이름붙일수없는문제란얼마나무겁고고통스러운지.

다행스럽게도아말리아는좋은친구를만나비밀이야기를꺼내놓기시작한다.이야기는끝도없이이어지고아말리아는이제가뿐해진얼굴로미소를짓는다.무거운비밀을나누고함께짊어진다는것은곧서로가서로를자유롭게하고진실을쌓는일이다.우리에게입이있어말을할수있고,붓을들어글씨를쓸수있다는것은얼마나기쁜일인가.아말리아는더많은사람들에게이야기를들려주고,또많은이야기를듣기도한다.그렇게무거운비밀을짊어진사람들이모여서서랍을비우고나면거기에는진실뿐아니라엄청난힘과용기또한쌓인다.그렇게세상은좀더나은방향으로나아가게되는것이다.

『비밀이들려요』는비밀이언어가되고,언어가사람들을연결하면서만들어내는일련의흐름들을보여준다.어린아이가자라면서자의에의해,타의에의해비밀을갖게되는것은흔한일이다.그러나어떤비밀은너무무겁다.그럴때는다른사람에게도무거운비밀로가득찬서랍이있다는걸아는일은정말중요하다.비밀을꺼내놓고연대할때놀라운일이생긴다는것도.아이가자라면서만나는세상은결코호락호락하지않고,심지어가혹하겠지만고통을통과하며얻는것도있게마련이다.『비밀이들려요』는얼마간추상적인메시지를다루면서도놀랍도록간명한이야기와이미지들을통해전달한다.페이지를한장한장넘기노라면서랍을마음껏열어젖히고가까운친구에게말을걸고싶어진다.사춘기를맞아말수가줄어든아이들,마음속에불안하고두려운비밀을간직한아이들,옆사람에게손을내밀고이야기를시작하고싶은아이들이보면좋을그림책이다.

*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