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을동이 있어요 - 알맹이 그림책 71 (양장)

곤을동이 있어요 - 알맹이 그림책 71 (양장)

$19.80
Description
텅빈 해안가 마을, 남겨진 밭담
그곳에 곤을동이 있어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화북1동 4410. 바다를 향해 흐르던 화북천이 별도봉 동쪽에서 두 갈래로 나뉘고, 두 갈래 하천을 기준으로 가장 안쪽에 있는 안곤을, 가운데 있는 곤을, 가장 바깥에 있는 밧곤을로 이루어진 마을이 있다. 제주 해안 마을이 모두 그렇듯 반농반어로 생계를 꾸리며 용천수를 식수로 사용하며 자그마한 공회당과 말방앗간도 있던 어여쁜 마을. 여전히 주소가 남아 있지만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곳. 『곤을동이 있어요』는 바로 이 사라진 마을 곤을동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이다.
우선 표지를 열면 면지에 제주의 푸른 바닷가 풍경이 펼쳐진다. 화면을 가득 메운 흐릿한 하늘과 바다, 저 멀리 높다랗게 솟은 등대와 항구의 실루엣, 파도 소리와 갈매기 울음 외에는 아주 조용하리라. 시간이 멈춘 듯 평화로운 제주. 다시 책장을 넘기면 점점 바닷가 마을 곤을동이 가까워진다. 줌인. 양지바른 해안가에는 화사한 봄꽃이 한창이고, 그곳에는 검은 돌을 쌓아올린 밭담이 남아 있다. 그리고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만큼 방사탑(防邪塔)이 보인다. 제주 고유의 둥그런 탑은 본디 마을로 액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세운 것인데 곤을동에 세워진 탑은 어쩐지 등을 돌리고 홀로 앉아 있는 것 같다. 도대체 그곳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잘 지내나요?”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이미 슬픔에 젖어 있다. “나는 이끼가 낀 그대로예요”라고 말하는 화자는 아마도 마을을 내려다보는 커다란 바위일 것이다, 시간으로부터 비껴난 별도봉 바위는 “모든 것이 사라졌지만 모든 것이 생각납니다”라며 오래전 기억을 떠올린다. 그러나 지금 곤을동에는 “잘 지내나요?”라는 안부 인사에 대답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1949년 1월 4일 한 날 한 시에 마을이 전부 불타 버렸기 때문이다. 짐작하겠지만 곤을동은 제주 4.3 당시 전소된 마을이다. 당시 곤을동에서만 24명이 희생되었고, 그곳에 살던 모든 이가 집을 잃었다. 제주도에서 군의 중산간 지역 초토화 작전으로 ‘잃어버린 마을’은 수십 군데에 달하지만 해안 마을로는 곤을동이 유일하다. 지금은 폐허가 된 채 흔적만 남아 있는 곤을동이 제주 4.3의 상징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

오시은

저자:오시은

때때로"제주가고싶다"는말을입에달고삽니다.제주에가면곤을동을먼저갑니다.곤을동돌담을거니는시간을좋아합니다.그렇게『곤을동이있어요』를쓰게되었습니다.지은책으로는『천삼이의환생작전』,『우리집화장실에고양이가살아요』,『안녕,나의우주』,『고리의비밀』,『내가너에게』,『동수야,어디가니?』,『훈이석이』,『귀신새우는밤』,『나의슈퍼걸』(공저)등이있습니다.



그림:전명진

고양이두마리와함께그림그리며살고있습니다.쓰고그린책『달집태우기』로'제4회앤서니브라운&한나바르톨린그림책공모전'에서최우수상을받았습니다.그린책으로『풍선고래』,『하늘을부르는음악종묘제례악』,『비빔밥꽃피었다』,『우리동네에혹등고래가산다』,『이름도둑』,『시간의책장』,『고래233마리』,『그날의기억』,『기억해줘』,『운동화신은우탄이』,『진홍이아니라분홍』등이있습니다.

출판사 서평

텅빈해안가마을,남겨진밭담
그곳에곤을동이있어요

제주특별자치도제주시화북1동4410.바다를향해흐르던화북천이별도봉동쪽에서두갈래로나뉘고,두갈래하천을기준으로가장안쪽에있는안곤을,가운데있는곤을,가장바깥에있는밧곤을로이루어진마을이있다.제주해안마을이모두그렇듯반농반어로생계를꾸리며용천수를식수로사용하며자그마한공회당과말방앗간도있던어여쁜마을.여전히주소가남아있지만지금은아무도살지않는곳.『곤을동이있어요』는바로이사라진마을곤을동의이야기를담은그림책이다.
우선표지를열면면지에제주의푸른바닷가풍경이펼쳐진다.화면을가득메운흐릿한하늘과바다,저멀리높다랗게솟은등대와항구의실루엣,파도소리와갈매기울음외에는아주조용하리라.시간이멈춘듯평화로운제주.다시책장을넘기면점점바닷가마을곤을동이가까워진다.줌인.양지바른해안가에는화사한봄꽃이한창이고,그곳에는검은돌을쌓아올린밭담이남아있다.그리고좀더자세히들여다보면저만큼방사탑(防邪塔)이보인다.제주고유의둥그런탑은본디마을로액이들어오는것을막기위해세운것인데곤을동에세워진탑은어쩐지등을돌리고홀로앉아있는것같다.도대체그곳에서는어떤일이있었던걸까?
“잘지내나요?”라는단순한질문에서시작하는이야기는처음부터이미슬픔에젖어있다.“나는이끼가낀그대로예요”라고말하는화자는아마도마을을내려다보는커다란바위일것이다,시간으로부터비껴난별도봉바위는“모든것이사라졌지만모든것이생각납니다”라며오래전기억을떠올린다.그러나지금곤을동에는“잘지내나요?”라는안부인사에대답해줄사람이아무도없다.1949년1월4일한날한시에마을이전부불타버렸기때문이다.짐작하겠지만곤을동은제주4.3당시전소된마을이다.당시곤을동에서만24명이희생되었고,그곳에살던모든이가집을잃었다.제주도에서군의중산간지역초토화작전으로‘잃어버린마을’은수십군데에달하지만해안마을로는곤을동이유일하다.지금은폐허가된채흔적만남아있는곤을동이제주4.3의상징이된이유이기도하다.

제주4.3의비극을고스란히보여주는곤을동
사라지고없는세계,그러나반드시기억해야할역사

『곤을동이있어요』는사라진마을을살려내며,아주옛날정다운사람들이모여살던마을의사계절풍경을오롯이담아낸다.봄에는애기구덕을흔들며자장가를부르던아낙들과묵묵히연자방아를돌리던키작은말,여름에는횃불을밝히고그물가득멸치를길어올리던사내들,가을에는하늘가득펄럭이던감물들인옷감,그리고겨울에는희고포근한눈이불을덮은채조용히잠자는초가집.곤을동이아름다운만큼그림책에담긴글과그림도곱디곱다.“웡이자랑웡이자랑우리아기자는소리”“이어도방애이어도방애”“엉허어야디야”제주고유의자장가와멸치잡이노래,연자방아노래를따다가만든글은시처럼아름답고,정성들여엮은초가지붕과울퉁불퉁정겨운담,마을곳곳을수놓은꽃과나무들과함께제주사람들의생활모습을세밀하게옮겨놓은그림은꿈결같다.페이지페이지마다지금은존재하지않는아름다운시공간이생생하게펼쳐진다.
그러나아기를낳아정성들여키우고철따라주어진일을묵묵히해내며제몫의삶을이어가던사람들은이제그곳에없다.“너빨갱이지?폭도들어디숨겼어?”하루아침에평화로운마을에거칠고무참한군홧발이들이닥쳤던것이다.현재곤을동터에남은표석에는이런글이남겨져있다.“초가집굴묵연기와멜후리는소리는간데없고억울한망자의원혼만구천을떠도는구나!별도봉을휘감아도는바닷바람소리가죽은자에게는안식을,산자에게는평화의소중함을일깨워주고있다.”제주4.3은‘남로당무장대와토벌대간의무력충돌과토벌대의진압과정에서다수의주민들이희생당한사건’으로간단히요약할수있다.그러나무려7년7개월동안3만여명의민간인이국가폭력에의해희생당한비극을그저‘사건’이라일컬으면놓치는게너무많을것이다.너무나많은사람들이소박하게일구던삶을통째로빼앗긴채너무오래침묵을강요당해온역사가있다.그리하여『곤을동이있어요』는잃어버린세계를복원하고존재하지않는마을에안부를묻는것으로오랜추념을대신한다.
‘있다’라는동사의뜻은“사람이나동물이어느곳에서떠나거나벗어나지아니하고머물다”(표준국어대사전)이다.너무나예쁜마을곤을동은지금없다.그러나“곤을동이있어요”라는현재형문장을통해여전히그곳에머물고있다.마치한번도사라진적이없었던것처럼.표지와그림책앞뒤에등장하는어린여자아이는현재를살며과거를돌아보는우리모두이자직접죄를짓지않았으되슬픔과기억을결코잃지않을어린세대이기도하다.“잘지내나요?”담담하지만비탄에잠긴물음.아마도영원히잘지낼수는없을것이다.그러나지금우리가폐허로남은곤을동을생생하게바라보는것으로해원(解?)을할수는있을터.『곤을동이있어요』는제주4.3을기리는눈물겹고아름다운그림책이다.

*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