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가족 - 돌개바람 61

바빠가족 - 돌개바람 61

$14.00
Description
바빠가족을 따라다니느라 혹사당한 그림자들,
우리는 너무나 오래 참아왔어요!
믿거나 말거나 ‘4세 고시’라는 게 있다. 유명한 영어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해 치르는 ‘레벨테스트’를 지칭하는 말로, 알파벳 대문자를 읽고 쓰고 간단한 영어회화를 주고받는 ‘레테’를 위해 4세 유아들이 고시에 준할 정도로 수험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영유’에 얽힌 괴담은 이뿐만이 아니다. 설사 입학에 성공한다 해도 너무 빠른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별도로 보습학원을 또 다녀야 한다나. 남들보다 한발 앞서기 위해 시작한 선행학습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남들보다 더 많이, 더 빨리 갖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 모든 사람들이 남보다 앞서 나아가려고 인정사정없이 옆 사람을 제치고 나서는 사회에서는 어린이도 예외가 될 수 없는 모양이다. 아니, 어쩌면 어린이들이 가장 큰 피해자일지도.
강정연의 『바빠가족』은 경쟁과 자기계발이 내면화된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유쾌한 판타지 소동극이다. 주인공은 즐거운시 행복구 여유로 82번길에 사는 ‘바빠가족’. 엄마·아빠·딸·아들로 구성되어 있는 가족으로 도로명 주소와 달리 어느 모로 보나 단란하지도 않고 멀쩡하지도 않다. 하루 종일 핸드폰으로 ‘살림하는 아빠’라는 유튜브를 보며 따라하기 바쁜 비교해씨, 회사일을 해내는 틈틈이 상사에게 아부하느라 정신없는 유능여사,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선망한다고 믿으며 우아한 여학생이 되기 위해 분주한 우아한양, 누가 맡기지도 않은 일을 재빨리 해치우고 잘난 척하는 다잘난군, 바빠가족은 너무나 바빠서 서로 대화는커녕 얼굴도 볼 시간이 없다. 바쁘게 사는 것이 지상 최대 과제라도 되는 것 같지만 누가 억지로 시키는 것도 아니고 스스로 욕심 부리며 살겠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
문제가 생긴 것은 다잘난군이 축구를 하러 나갔다가 운동장에서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면서부터다. 다잘난군의 발 끝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곰처럼 커다랗고 폭탄머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깜짝 놀라서 도움을 청해 보지만 너무나 바쁜 엄마, 아빠, 누나는 다잘난군에게 관심을 쏟을 여유가 없다. 게다가 가만 보니 다잘난군뿐 아니라 바빠가족 모두 그림자가 뒤죽박죽 바뀌어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한밤중 잠 못 들고 깨어 있던 다잘난군에게 비밀스러운 속삭임이 들려온다. “우리 그냥 ‘그 방법’을 써요! 우리는 너무나 오래 참아왔어요. 우리는 지금 피곤에 절어 있어요. 이대로 나가다간 우리도 ‘더바빠가족’ 그림자들처럼 까만 가루로 부서져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말 거예요!” 알고 보니 바빠가족의 그림자들이 너무나 바쁜 바빠가족을 따라다니다가 지친 나머지 일종의 파업을 시도한 것이다. 그림자들이 오죽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저자

강정연

저자:강정연
2004년신춘문예당선으로작가가되었습니다.그동안쓴작품으로는동화책『이상몰래카메라였습니다』『건방진도도군』『분홍문의기적』『콩닥콩닥짝바꾸는날』『초록눈코끼리』『액체고양이라니』『제로의비밀수첩쉿!』,그림책『고것참힘이세네』『길어도너무긴』,동시집『섭섭한젓가락』『레인보우의비밀동시집』『그래도용기』등이있습니다.

그림:정진희
홍익대학교미술대학에서동양화를전공하고지금은일러스트레이터로활동하고있습니다.지은책으로『거장의색명화컬러링북』이있고,『고종황제의비밀지령』『메콩강마트』『미술관가는날』『분홍아이』『나의보디가드로봇』『깡통바이러스』『쿵쾅!쿵쾅!』『여름방학숙제조작단』등다양한어린이책에그림을그렸습니다.

목차

바빠가족5
다잘난군에게무슨일이?9
제발내말좀들어주세요!21
한밤중의회의36
이제제말을믿으시겠어요?47
뜻하지않은휴가61
드디어만나다!78
그림자들과의한판89
어쩔수없잖아105
바빠가족이흘려보낸아까운시간들115
소풍136
작가의말144

출판사 서평

바빠가족을따라다니느라혹사당한그림자들,
우리는너무나오래참아왔어요!

믿거나말거나‘4세고시’라는게있다.유명한영어유치원에들어가기위해치르는‘레벨테스트’를지칭하는말로,알파벳대문자를읽고쓰고간단한영어회화를주고받는‘레테’를위해4세유아들이고시에준할정도로수험준비를한다는것이다.‘영유’에얽힌괴담은이뿐만이아니다.설사입학에성공한다해도너무빠른진도를따라가지못하면별도로보습학원을또다녀야한다나.남들보다한발앞서기위해시작한선행학습의끝은과연어디일까?남들보다더많이,더빨리갖지않으면안되는시대,모든사람들이남보다앞서나아가려고인정사정없이옆사람을제치고나서는사회에서는어린이도예외가될수없는모양이다.아니,어쩌면어린이들이가장큰피해자일지도.
강정연의『바빠가족』은경쟁과자기계발이내면화된사람들에게어떤일이발생할수있는지보여주는유쾌한판타지소동극이다.주인공은즐거운시행복구여유로82번길에사는‘바빠가족’.엄마·아빠·딸·아들로구성되어있는가족으로도로명주소와달리어느모로보나단란하지도않고멀쩡하지도않다.하루종일핸드폰으로‘살림하는아빠’라는유튜브를보며따라하기바쁜비교해씨,회사일을해내는틈틈이상사에게아부하느라정신없는유능여사,모든사람들이자신을선망한다고믿으며우아한여학생이되기위해분주한우아한양,누가맡기지도않은일을재빨리해치우고잘난척하는다잘난군,바빠가족은너무나바빠서서로대화는커녕얼굴도볼시간이없다.바쁘게사는것이지상최대과제라도되는것같지만누가억지로시키는것도아니고스스로욕심부리며살겠다는데무슨문제가있을까.
문제가생긴것은다잘난군이축구를하러나갔다가운동장에서이상한광경을목격하면서부터다.다잘난군의발끝에드리워진그림자가곰처럼커다랗고폭탄머리를하고있었던것이다.깜짝놀라서도움을청해보지만너무나바쁜엄마,아빠,누나는다잘난군에게관심을쏟을여유가없다.게다가가만보니다잘난군뿐아니라바빠가족모두그림자가뒤죽박죽바뀌어있는게아닌가.그리고한밤중잠못들고깨어있던다잘난군에게비밀스러운속삭임이들려온다.“우리그냥‘그방법’을써요!우리는너무나오래참아왔어요.우리는지금피곤에절어있어요.이대로나가다간우리도‘더바빠가족’그림자들처럼까만가루로부서져어디론가사라져버리고말거예요!”알고보니바빠가족의그림자들이너무나바쁜바빠가족을따라다니다가지친나머지일종의파업을시도한것이다.그림자들이오죽힘들었으면그랬을까!

남보다뒤처질까봐불안하고조바심나십니까?
잠시멈춰그림자의경고에귀기울이세요

이야기는다잘난군이이긴급한사태를가족들에게알리고해결방안을모색하고그림자가족들과협상에나서는과정을그린다.처음에바빠가족은다잘난군이골목길에동전을뿌리면서까지그림자가바뀌었다는사실을알리려고안간힘을쓰는데도꿈쩍하지않는다.그릇도박박닦아야하고,상사를모시고갈맛집도찾아야하고,매일시를한편외워야하는등할일이많아도너무많기때문이다.얼마나바쁜가하면서로얼굴을까먹어서엄마와아들이서로를몰라볼정도다.작품속에서밤열두시가되면그림자들이모여회합을갖는다거나최종수단인‘그방법’을쓸지말지의논하는장면은꽤나섬찟하다.하지만한집에살면서가족의식성도모르고밥먹을때왼손을쓰는것도몰랐다니그것이더으스스한일이아닐까?
바빠가족은스스로원하는만큼스스로를다그치며치열하게살아간다.딱히남들에게피해를주는것도아니고,윤리적으로문제가될일도아니다.하지만바빠가족처럼촌각을다투며이리뛰고저리뛰며바쁘게살아가는삶이좋은삶일리없다.타인의시선과사회적지위같은성취만을좇느라가족의사랑이나친구의우정같은건있는지도모를테니까.아마도바빠가족은아무생각없이사회가가리키는대로탐욕과경쟁을삶의원칙으로받아들이고고대로따랐을것이다.바빠가족만그런것도아니다.남보다뒤처질까봐불안하고기회를빼앗길까봐조바심내는것은현대사회를살아가는모든이들의고질병같은것이니까.
많은문학작품에서그림자는사람들이의식하지못하는욕망이나어두운그늘을상징해왔다.빛을받을때가장또렷하게나타나고어두운곳에서자취를감추는그림자는그자체로정체를알수없는존재인동시에자아분열의위험을경고해주는바로미터가되기도한다.『바빠가족』에서도아무문제의식없이살아가던바빠가족들은그림자들의경고와위협을통해삶의방식을바꿔나가기로결심한다.물론쉽게될리없다.후반부에바빠가족이그림자를따라다니며우왕좌왕하는모습은무척이나우스꽝스럽다.하지만그림자들의고집이아니었더라면이웃에게받는따뜻한환대와최고의강정레시피,교실창가에서친구들과나누는잡담의즐거움,점심시간에직원들과함께먹는떡볶이의맛을어떻게알수있었을까?늦게라도인생의참맛을알게되었으니다행일수밖에.그런데친구에게축구공을패스한발놀림은다잘난군의것이었을까,아니면그림자의것이었을까.사실그림자와주인이하나라는건그림자이야기가갖는가장심오한대목일것이다.애초에우리는모두우리안에그늘과빛을동시에갖고있는법이니말이다.
이렇듯『바빠가족』은유머러스하고과장된판타지를통해삶의진정한의미를찾지못하는우리모두에게발밑을내려다보라고권하는동화이다.2006년초판으로출간된작품인데,이번에시대의변화에맞게꼼꼼히고쳐썼다.살림하는엄마대신살림하는아빠가등장할뿐아니라표현도다듬었다.여기에정진희의감각적이고개성넘치는그림이더해지면서새로운작품으로재탄생했다.두번째개정판이출간되는동안슬프게도우리일상의속도는더욱빨라진것같다.여전히이작품을읽어야할이유이다.

*인증유형:공급자적합성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