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스트 클럽

프루스트 클럽

$17.80
Description
길고 긴 소설과 천 개의 피스를 가진 지그소 퍼즐
그 시절 우리가 함께했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20세기 최고의 소설로 꼽히는 작품이지만 좀처럼 완독하기 어려운 책으로도 악명이 높다. 모두 일곱 권인데 한국어 번역본으로는 무려 열세 권에 달하니 큰맘 먹고 시작해도 웬만해서는 책장을 훌훌 넘기기도 어렵고 잘 읽어나가다가도 한번 내려놓으면 영영 다시 집어들기 어려운 책인 것이다. 세상에는 그 가치와 중요성을 알면서도 제대로 해내기 어려운 일이 얼마나 많은지. 따라서 김혜진의 청소년소설 『프루스트 클럽』이 이 길고 긴 소설의 완독을 목표로 모인 십대 독서 클럽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은 여러 모로 의미심장하다. 열일곱, 열여덟 아이들에게 프루스트의 길고 난해한 소설을 읽는다는 건 어떤 의미를 지닐까.
이야기는 갓 스무 살이 된 화자 윤오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일본 여행길에 들른 미술관에서 열일곱 살 여름에 몇 개월간 지속했던 독서 모임 ‘프루스트 클럽’을 떠올리는 윤오. 십대 시절을 떠올린다는 건 즐겁고 애틋한 기억과 눈을 질끈 감고 싶은 고통을 동시에 되새기는 일이다. 그 시절 윤오는 전학 온 학교에서 적응을 못 하고 있다가 도서관에 가서 씩씩하고 당당한 학교 밖 청소년 나원을 만나고, 나원과 함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이름의 카페에 드나들게 된다. 그곳에는 소설 속 인물처럼 ‘오데뜨’라 불리는 신비한 여자 주인과 말 없는 알바생 제영군이 있고 여기에 어두운 비밀을 갖고 있는 모범생 효은이 합류하면서 이들은 금세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처럼 스스럼없이 어울리게 된다. 이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함께 읽는 프루스트 클럽은 어엿한 아지트까지 가진 나름의 동아리가 된다.
얼마 전까지 존재조차 모르고 살았던 사람들이 모여 시시껄렁한 농담과 진지한 대화를 오가며 이야기하고 웃고 함께하는 시간은 뜻밖의 큰 기쁨과 보람을 준다. 어쩔 수 없이 학교에 가고 공부를 하며 의미 없이 살던 윤오에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나누는 일이란 살아가는 의미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까마득히 긴 소설과 천 개의 피스를 가진 지그소 퍼즐 덕분에 그 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우정과 친밀함이 깊어질수록 이들 사이에 놓인 거리와 틈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가난하지만 알바를 하며 자기 길을 찾아나서는 나원이와 부유한 집안에 누가 봐도 성공적으로 학교 생활을 해나가는 효은이는 서로를 정말로 이해할 수 있나? 지금 학교로 전학 와서 모든 일을 삐딱하게 받아들이는 윤오가 감추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카페 창고에 전 남자친구의 책을 잔뜩 쌓아두고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는 오데뜨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저자

김혜진

느슨하게풀어진나사와벽돌틈에서자라난이끼,쓰다만문장과막깎은연필을좋아한다.흔하디흔해서도리어희미한이야기들을그러모아,종이뒷면에자국이남도록꾹꾹눌러쓰고싶다.『완벽한사과는없다』『우리는얼굴을찾고있어』『어스름청소부』등의청소년소설과『아로와완전한세계』『가느다란마법사와아주착한타파하』『일주일의학교』등여러동화를썼다.

목차

일본,겨울,미술관으로가는길...7

1.시작이전...14
2.두개의‘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19
3.갑자기시작된진짜여름...40
4.푸르,프르,프루스트클럽...58
5.까마귀와태양과씨뿌리는남자...74
6.효은...84
7.더하기하나...103
8.제영군...119
9.아주작은균열...133
10.세상의모든상처...150
11.아무것도하지않고너무많은것을했던개교기념일...169
12.돌이킬수없는...179
13.해야하는일...196
14.이백스물일곱권의책과송년파티...216
15.사라지다...233
16.마지막모임...245
17.끝이후...257

일본,겨울,미술관에서오는길...265

작가의말...271
두번째작가의말...277

출판사 서평

20년만의개정판,여전히불안정하고모호함으로가득한세계
그안에서길을찾기위해고군분투하는아이들

20년만에새로운개정판으로선보이는김혜진의『프루스트클럽』은2005년출간된이후꾸준히독자들을만나왔으며십대시절읽은이소설을여전히잊지않고있다는독자들의감상이지금까지도당도하고있는작품이다.2000년대한국청소년소설이주로사회적,역사적이슈에천착하거나흥미로운소재와유머감각을내세우는경향이있었다면『프루스트클럽』은주류로부터어느정도떨어진자리에위치해있었다.가정폭력이나학교내의계급문제등도다루고있지만이작품에서그리는이야기는기본적으로지극히개인적이고내밀한영역에있다.당시의젊은작가김혜진은청소년들에게도문학적으로만이야기될수있는내면의삶이있다는것을첫청소년소설에제대로담아내었던것이다.
예나지금이나한국의청소년시기는대학입시를향해모든욕망과낭만이유예되는때이다.그러나2000년대초여전히교복과두발규제,야간자율학습이존재하고학부모와교사등어른들의권위가서슬퍼렇던시절의십대들이란지금보다훨씬더억압당하고움츠러들어있었다.십대때겪는사소한절망이나슬픔같은것들은대학에가고나면모조리잊혀질거라고온사회가윽박지르는분위기에서자기존재의의미를탐색하고영혼의허기를채우는일같은건아예문젯거리도되지않았던것이다.어른들이쉬쉬하며자기잘못을덮어줄때윤오가고통받는건단순한죄책감때문이라기보다온세상이부당하게돌아가고있다는것을감지하고있기때문이다.마찬가지로나원도,효은도,어쩌면오데뜨나제영군도세계의어긋남을예민하게감지하며서로에게위안을구하고있었던건지모른다.
『프루스트클럽』은열일곱어느한시기,비밀스러운시공간을공유하며우정을나누고자아와세계를탐색하는청소년들의이야기를들려준다.프루스트의소설을함께읽으며서로에게다가서는아이들은그책처럼길고혼란스러운성장기를관통하는중이다.어른들말처럼결국은다지나가겠지만십대시절이란끝을모르고헤매는터널속에있는시간같은것이다.나는누구일까,무엇을해야할까,어떻게살아가야할까,불안정하고모호함으로가득한세계와그안에서길을찾기위해고군분투하는아이들.끝내다읽지못한책을함께읽고머리를맞대고모여있는시간은윤오에게그시절을견딜힘이되어주었을것이다.자신과비슷한취향과감각,윤리의식을지닌사람을찾고연결되고자하는소망은보편적이라할만하다.따라서개정판『프루스트클럽』은원작의이야기와분위기는그대로둔채오늘날의독자들이낯설게느낄만한대목을수정하여20년간의시차를조정하는방식으로개정하였다.사람과사람이만나나눌수있는가장깊고따스한마음에대하여,우리모두가잃어버린슬프고아름다운시절에대하여되새기게되는청소년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