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두 아이

$12.00
Description
갑자기 멈추어 버린 열한 살의 생
광주와 게르니카에서 슬프게 죽은 아이들
1980년 5월 24일 오후, 광주 외곽 송암동 일대에서 갑작스러운 총격이 울려퍼졌다. 매복 중이던 전투교육사령부대 소속 대원들이 이동 중인 공수부대원들을 시민군으로 착각하면서 교전이 시작된 것이다. 아군끼리의 오인 사격은 격렬했으며, 공수부대원 9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 더 큰 문제는 민간인 사상자들이었다. 초기 총격으로 인근 산에서 놀던 초등학생과 저수지에서 물놀이를 하던 중학생이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고, 이후에도 숨거나 도망가던 주민들 다수가 희생된 것이다. 흥분한 공수부대원들은 분풀이로 인근 마을에서 청년들을 끌어내 사살하기까지 했다. 최근까지도 희생자 규모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이 사건이 바로 5.18민주화운동 당시 자행된 송암동 학살 사건이다.
이경혜의 ‘광주 연작’ 세 번째 작품 『두 아이』는 광주에서 희생된 열한 살 전재수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 마을 선산에서 놀던 중 총격에 놀라 달아나다 목숨을 잃은 열한 살 소년. ‘오월의 막둥이’로 불린 전재수의 이야기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고 여러 작품에서 직간접적으로 재현되기도 하였다. 한편, 80년 광주에서 희생된 어린이와 청소년 인물들의 이야기를 엮어내는 광주 연작에서 전재수는 빠뜨릴 수 없는 대표적 상징에 가깝다. 그리하여 작가는 비극적 사건 그 자체를 주목하는 대신 죽음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였을지 상상하고 희생된 아이에게 편안하고 따스한 놀이로 가득한 사후 세계를 선사한다.
작가가 상상한 천국은 하얗고 폭신폭신한 구름으로 가득한 곳이다. 죽은 어린아이들이 모여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원하는 곳이라면 세상 어디든 놀러 갈 수 있는 곳. 시공을 초월한 이곳에서 어린이들은 미끄럼과 방방이를 실컷 타고 날아다니는 법을 익히며 세계 각지에서 올라온 친구들을 만난다. 죽음 이후 어른들이 자신들이 지은 생전의 선악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면 아이들은 자신의 삶에 아무런 빚이 없다. 미처 피어 보지도 못하고 진 꽃들이란 얼마나 안타까운지. 작가는 너무 일찍 삶이 끝나버린 어린이들에게 실컷 놀 수 있는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 주며 어린 넋을 위로하고 달래는 것이다.
저자

이경혜

이야기란어떤영혼이작가의몸을통로로삼아자신을드러내는것이라고믿으며글을씁니다.청소년들을생각하며쓴글로는소설『어느날내가죽었습니다』『그녀석덕분에』『그들이떨어뜨린것』『새똥』이있고,허난설헌과허균의시를번안하고해설을붙인『스물일곱송이붉은연꽃』『할말이있다』,일기중독자에대해쓴『어느날일기를쓰기시작했다』,북유럽신화를새로이쓴『에다』등의에세이가있습니다.

목차

두아이7
5.18광주민주화운동해설93
‘광주연작’에부치는글103
작가의말123

출판사 서평

전쟁과폭력에희생된어린이들에게
뒤늦게나마바치는간절한기도


1980년5월24일,한어린아이의혼이구름나라로올라온다.아무런중량도부피도없는혼령이다.아이는43년동안이나그곳에서지내고있는또다른아이마르코를만나고,담담하게자신의상황을받아들인다.“내가죽었네.”“그래,넌죽었어.”새로운아이는겨우겨우자신의이름과나이를기억해낸다.이름은전재봉,나이는열한살,한국에서왔고효덕초등학교4학년이다.하지만왜죽었는지는모르겠다.아침까지살아있었는데설마사고가났나?열한살은죽기에너무이른나이아닌가?동갑내기스페인아이마르코는무언가짐작하는듯하지만기억을재촉하는대신재봉이안심하고즐겁게놀수있도록안내한다.어차피삶은끝났으니되돌아보는건천천히해도될것이다.
『두아이』는전재수어린이의이야기를모티브로삼고있지만실제광주에서일어난사건에초점을맞추기보다전쟁과폭력에희생당한모든어린아이를보듬어안는다.가장작고약한존재에게닥친거대한폭력의역사는오늘날에도되풀이되고있기때문이다.마르코는가상인물이긴하지만실제사건인1937년스페인게르니카폭격당시죽은것으로그려진다.피카소의그림‘게르니카’로널리알려진이사건은스페인내전에서반란군의요청을받은나치독일의전투기가폭격을퍼부어수천명의사상자를낸참사였다.스페인내전과게르니카폭격사건은사회혼란을틈타권력에눈먼군인들이반란을일으키고무고한시민학살로나아갔다는점에서12.12쿠데타에서5.18민주화운동으로이어지는흐름과매우비슷하다.
두아이는구름나라에서열한살아이답게신나게뛰어놀지만그것만으로삶과죽음사이에놓인비극이깨끗이씻겨나갈리는없다.마냥즐거워하던재봉이천천히기억을떠올리면서맞닥뜨린비극은우리가익히알고있는것들이다.뒤숭숭한분위기,무장한군인들의행렬,갑작스럽게쏟아진총탄,그리고남은가족들의비탄과울부짖음.동네언덕에서미끄럼을타고놀던어린아이가군인이쏜총에맞아죽다니어떻게그런일이가능할까?“저아저씨가왜나를쐈지?내가그렇게환영하며만세를불렀는데?”43년전똑같은경험을한마르코는재봉이눈물을줄줄흘리며애통해하는동안잠자코기다려준다.재봉과마르코는모든상황을이해하기에너무어리지만폭탄과총알은어린아이들이라고피해가지않았다.그럼에도불구하고두아이는서로를바라보며가장어린아이다운방식으로슬픔을이겨낸다.작가가광주의재봉과게르니카의마르코를만나게한것은영문을모르고죽어간두아이가실컷놀고서로를위로하는과정을통해안식에이르게하기위해서였을것이다.그리하여마침내슬픔이바닥날때까지서로를껴안고울고웃던아이들은구름이불을덮고포근한잠에빠져든다.
『두아이』는『명령』과『그는오지않았다』에이은세번째광주연작시리즈로,올해도5월18일에맞추어출간된다.게르니카에서광주까지43년이라는시간이놓여있었다면,80년광주에서2026년오늘에이르기까지벌써46년이흘렀다.전재수어린이가희생되었던송암동학살사건은물론,80년광주의희생자규모도아직까지불분명하다.우리가광주를잊지말아야할이유일것이다.한손에들어오는작은판형으로만들었지만5.18광주민주화운동에대한해설과작가의충실한후기가부록으로곁들여져5월에읽기좋은책이다.이작은책이오월의영혼들에게바치는소박한제사가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