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어 버리는 것까지 꽃이라고

시들어 버리는 것까지 꽃이라고

$17.00
Description
우리는 서로를 잊어 가며
또 서로에게 잊히며…
20만 SNS 독자가 기다린 황지현 작가의 차기작 『시들어 버리는 것까지 꽃이라고』가 출간되었다. 작가는 매 순간 영롱하게 빛났지만 언젠가는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할 순간이 되어, 아늑하게 그리워질 날들에 주목한다. 세상에는 내 힘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그중 하나는 바로 ‘흘러가는 시간’이다. 시간은 계속해서 우리를 스쳐 가며 우리가 마음을 다해 좋아했던 것들을 하나씩 가져간다. 젊음, 청춘, 눈부신 날들… 하나씩 빼앗기고 남은 건 메마름을 견디는 것뿐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활짝 만개한 것만을 꽃이라고 하지 않는다고. 꽃의 전개는 봉오리가 열리고 아름다운 잎을 피워 낸 후에, 그것이 시들어 땅 위로 하나하나 조용히 떨어지기까지 전부를 포함하는 거라고. 삶도 마찬가지다. 찬란했던 시절만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아니다. 탄생부터 소멸까지, 우리의 인생 전부가 꽃이다. 당신은 짙은 근심과 상실감에 한숨 쉬던 날조차도 꽃이었고, 긴 세월 단 한 순간도 향기롭지 않은 적 없었다.

“영영 지속되는 것은 없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그 힘듦도 슬픔도 쓰라린 추움도 꼭 지나가고 말 것이라고.”

『시들어 버리는 것까지 꽃이라고』에 실린 글은 네 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다. ‘힘내라는 말조차도 무거울까 봐’에는 현실에 지친 이들을 부드럽게 일으켜서 굳세게 살아가도록 지혜를 주는 밀도 높은 글이, ‘내가 삶을 너무나 사랑해서’에는 하루하루 걸어 나가며 마주한 장면들로부터 수집한 통찰력을 찬찬히 풀어낸 글이, ‘아스라이 멀어지는 이름에게’에는 한 시절 안에서 무한히 증폭되던 감정과 이를 상실했더라도 여전히 잔상처럼 몸에 남은 사랑에 관한 글이, ‘우리가 아름답던 찰나에’에는 일상에서 물 흐르듯 스쳐 가는 단상을 섬세하고 다정한 문장으로 포착한 글이 담겨 있다. 작가가 꽃의 생애를 빌려 한 권의 책으로 단정하게 묶어 낸 감각적인 글을 읽으며, 나의 온전한 삶에 벅차도록 설레는 포옹을 건네자.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모든 이가 평온한 표정을 짓기를.
그리고 그 근심 없는 얼굴로 앞으로의 세상을 고귀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 프롤로그 中 -

저자

황지현

지친몸이누워쉴수있는집이존재하듯,정처없이방황하는내마음이쉴수있는안식처가필요했다.그래서글을쓴다.글을쓰는순간,내가있던곳은안식처가된다.이책은내마음이편히쉬는집과같다.나의글을읽는누군가의마음도이곳을편안한집으로삼길바란다.마음이쉴곳없을때이책에잠시기대어쉬었다가기를.

지은책으로는『지우개같은사람들이나를지우려할때』,『그저내곁에머문것이었음을』이있다.

Instagram.@pure_hwang

목차

Prologue.아름답게시들기위하여

Part1.힘내라는말조차도무거울까봐
눈딱감고낙하·자연스레녹는얼음·변화·밧줄·그저다르게불리는것들·무시·다녀왔습니다·마지막을위해·마음쌓기·자취·타인의삶·타이밍·땅에서발을떼는용기·신념·현재·비탈위나무·길·낭비하지않는이기적임·지혜·불·늘어진문제·선택·고문·고찰·오르는길·착각·태양·책·수련·美·하나·주인·행보·기억상실증·동행·한끼거르기·징검다리·자격·빗질·재생·본능·주의해주세요·흔적·삶의지도·밝다,밝히다

Part2.내가삶을너무나사랑해서
잘지내?·증명·처음·거리·의미·인정·모르면사라질상처·비움·가진건아무것도없음을·아무도알수없는것·냇물·휴게소·선물상자·쓴것·필연·삶·담담(淡淡)·숨·생각·보답·어디로흐르는지모를·한결같음·물머금은꽃·조화로움·유치·편백나무·솔직함의거리그리고명분·기적이라불리는시간·눈뜨면사라지는꿈·옥수수·글의힘·완벽·기준·빛을향해·궁핍·방어·다리·넓음·키움·돌봄·처방·삶의무게·그릇·예측불허·선망·대가·발걸음

Part3.아스라이멀어지는이름에게
붓·말이안되는것·공생관계·불가능·도착지·소홀함·깊이의쓸쓸함·사랑·사치·넝쿨·편지·그늘에앉아·그냥·사랑의농부·내방·흥부의베풂·옷에깃든것·꽃다발·갈대·멈출수없는영화·시선의풍요·나의모습·걸음·온기·굳은살·파랑새·한컵·그림·반복·거리·얼어붙은것·되새기는것·무소식·두려워말라·동시·기다림,그리움·소화·모든것은·아름답게여기는것들·망각·기억·이별까지사랑·빈몸·부화

Part4.우리가아름답던찰나에
찰나·존부·서툰말·고립·안식처·자연·호수·다를것없는·연잎·사연·민들레씨·수확·여유의계절·비행·청춘·이면·들꽃·늪·빛·크리스마스캐럴·안부·삶의방패·꽃잔디·고독·꿈·사탕·혼잣말·의식·찻잔·慾(욕심욕)·반성·작은공·이름·아이스크림·비슷한삶·주관·굽은선·낙·초대받지않은손님·환기·천천히식히기·오래달리기·잠자리·한모금·장마·짐·겨울·이다음

Epilogue.서로에게잊히며,그리고기억하며

출판사 서평

누군가의인생도피고진다.우리또한잠깐의생명력을지닌존재다.그래서너무나도소중하고,아름답고또고귀하다.그러니벚꽃대하듯,찰나의아름다움을지닌우리의삶을더욱열망하자.-찰나中,본문200쪽-

일상속깊은사유를사랑하며성실하게기록해온황지현작가의세번째산문집이출간되었다.내면에울려퍼지는낭만적이고구슬픈,그러나한줄기햇볕처럼따스한문장을퍼올리듯써내려간원고다.작가는계속해서시간은흘러만가는이세상이고통으로가득찬것처럼느껴질때는작고아름다운꽃을보라고말한다.고고한자태로환하게피어난그생명은시나브로고개를숙이고,잎을하나둘떨어뜨리면서시들어가는걸몸소보여주며우리에게생을고스란히받아들이는자세를가르쳐주고있다고.

“나는나를잃을것같았지만
완전히잃은적은없었다.”

한해가갈때마다청춘이라는생생하고다채로운시절로부터아득해지는기분이다.내삶은여전히빨갛게익어가는성장과정에놓인연둣빛사과같으면서도,한번도제대로물오르지못한채서서히저물어버릴까봐공허하고불안할때가있다.어떻게해야나를갉아먹는이러한괴리감을올바르게해소할수있을지막막하기만하다.그어떤위로도와닿지않을때,오히려있는그대로를일깨워주는말은도움이된다.앞으로무수한날들이남았으니넌아직한창이야,라는안개같은말보다는‘시들어버리는것까지꽃’이라는마땅한발상의전환이하루하루애쓴날들에더또렷한응원이된다.

책속에서

어린새들은엄마새가절벽에서밀어떨어트리면그떨어지는순간에나는법을배운다고한다.낙하의두려움이날갯짓을하게만들어,나는법을배우는것이다.새로움앞에두려워하고있다면오히려아무생각하지말고내온몸을던져보는건어떨까.그대로바닥에떨어지는게두려워살려고발버둥치는나의날갯짓이용(勇)을힘입어훨훨날수있을지도모를일이니까.---p.14

흰종이에연필로점을콕찍어보자.이점은그림을그리기위한시작점으로보일수있다.그러나그점을천배확대하면동그란원이된다.같은방식으로그원안에점을찍어천배확대하면또원이생긴다.세상에시작점은없다.우리는점처럼보이는동그란원안에살고있으며,그세상은무한하게확대된다.시작을찾아탓하고싶었던마음.그것은그저핑계대고싶었던마음아닐까.---p.85

그때알았다.부정하는시간이길어질수록고통의여운도오래남는다는걸.쓴것도끝내삼켜야만한다는것을깨달았다.단것도쓴것도,행복도아픔도모두내가삼켜야만하는것들이었다.그어느것하나내가뱉어낼수있는건없었다.나는알게되었다.어른들은쓴걸좋아하는것도,잘먹는것도아니었다.고통을오래머무르게하고싶지않아어떻게해서든조금더빨리삼킬줄아는것뿐.그것뿐이었다.---p.102

사랑한폭그려내기위해제일먼저택한일은나를온전히버리는일.네안으로완전히뛰어드는일.흠뻑젖은채로열심히춤을추던붓은그렇게사랑한점을끝낸다.나는이제맑은물통으로들어가온몸에묻은흔적을열심히씻어내본다.그러나맑은물에아무리빨아도이미깊게스며들어염색되어버린것들은벗겨질기미가안보인다.이것은사랑의작품이다.나는그렇게사랑에게쥐어져매번조종당하는것이다.---p.148

사랑은있는그대로의형태를온전히지켜주는것에서시작된다.서로닮고싶다면부드러운마음을가지면된다.부드럽고유연하게스스로변화하며바뀌는것이다.각기다른발걸음을맞추는일은서로의발목에줄을묶어같이걷는게아니라,나와닮은걸음걸이를한사람을찾거나,조금다른보폭이지만한발씩물러나간격을맞추며걸어나가는일이다.우리가다른걸음걸이를맞추려고노력하는일은모두사랑을향해걸어가고있다는의미다.---p.172

계속되는물살에결국내옆으로비껴가면나는다시벌거벗은몸이될것을알면서도.내게멈추어진것들은시간의물살을버티지못하고나를비껴서가던방향으로흘러가게된다.결국나는빈손이다.아무것도걸치지않은빈몸이다.모든것은내게남지않는다.그런데도나에게는무언가많이남겨져있는듯하다.나를거쳐간것들이내게무언가를주고떠난듯하다.행복한맨몸뚱이다.---p.195

겨울은어차피지나갈거라고.비록지금은눈물나게춥지만두달뒤면괜찮아질테니까.지속되지않는다는사실을되뇐다.지금을견디기만한다면따뜻함이나를맞이할거라는믿음을크게키운다.그러다보면이추위가지나는게살짝아쉬워지기도한다.세상의모든것은맞닿아있다.추운겨울은따뜻한봄과,만남은이별과,빛은어두움과맞닿아있다.영영지속되는것은없다.그래서나는믿는다.그힘듦도슬픔도쓰라린추움도꼭지나가고말것이라고.---p.259


먼훗날우리는서로를잊을것이다.어떠한시절은그안에내가있었다는것이믿어지지않을만큼나에게서멀어질것이다.소중한것들은안타까울새도없이손가락사이로빠져나가지만,자꾸만그리워지는것들을쓸쓸한표정으로바라보지는말자.그것이남긴단상은시간을초월해서누구도허물수없는추억으로가슴깊은곳에켜켜이축적되어있다.그래서꽃의고개는만개한후로자꾸무거워지는것이다.

양지바른곳에피어난제비꽃한송이가그봉오리를피워내기위해
그간얼마나고단한노력을해왔을지제가다알수는없지만,
그꽃이오래도록아름답게발하기를바라는마음만은온전합니다.

아직도래하지않은,저무는계절이두렵다면이책을읽어보자.존재자체의경이로움에아낌없는찬사와격려를보내는작가의문장을통해막연한불안감에서벗어나,아름답게시들기위해더욱열렬하게만개하는꽃이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