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볕이 잘 듭니다

이곳에 볕이 잘 듭니다

$13.80
Description
도시에서 나흘, 시골에서 사흘
시간과 환경을 견디며 나를 되찾는
본질 회복 에세이

“자신의 허약함을 보는 일은 그리 기쁘지는 않지만 감사한 일이다.”
때론 집요하게 때론 무심하게, 나를 되찾기 위한 본질 회복 에세이
‘도사시삼’, 말 그대로 도시에서 4일을 살고 시골에서 3일을 살겠다는 건 작가에게 크나큰 결심이었다. 출판사를 운영하고, 두 아이를 키우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다. 그런데 오십 중반이 되어서 삶의 에너지가 다 고갈된 듯한 허기가 몰려왔다. 도시에서 나흘, 시골에서 사흘, 반절짜리 귀촌을 선택한 작가는 시골에만 가면, 빽빽한 빌딩숲을 벗어나 나무와 흙냄새 나는 시골로 들어가기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다. 하지만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그 생활도 숨 가쁘긴 매한가지였다. 관성을 뿌리치며 일터인 도시에서 시골로, 시골에서 도시로 매주 오가는 것도 그렇지만, 내적으로도 살면서 부러 외면하고 떨어뜨려 놓았던 본질과의 밀당이 본격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볕이 잘 듭니다》는 때론 집요하게 때론 무심하게 나를 되찾기 위한 작가의 본질 회복 에세이다. 집요하게 살았다. 무심해지려고도 애를 썼다. 그것이 최선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나’라는 본질은 금형 프레스에 눌려 신음하고 있었다. 작가는 살기 위해 귀촌을 선택했다. 작가의 유년 시절을 꽉 채웠던 자연의 여유로움과 넉넉함이 그를 다시 회복시켜 주리라 믿었다. 에세이를 읽으면 볕이 잘 드는 마당에 앉아 따스했던 옛집의 풍경을 떠올려보고 나라는 존재와 삶을 이해하기 위해 대자연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는 작가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저자

한순

한순지음
1960년충북청주에서태어났다.시인,에세이스트며㈜도서출판나무생각대표다.2015년문화체육부장관출판공로상을받았다.첫시집《내안의깊은슬픔이말을걸때》와함께한순노래모음《돌이자란다》를발매했다.

목차

책머리에

봄-이곳에볕이잘듭니다

진달래꽃도장
목련이라는영화
이곳에볕이잘듭니다
다시페이지는넘어간다
가난했던날의초상1-무심천과금반지
같이갑시다
당신에게-우리가잊고있는것들

여름-이제와새삼

스스로그러한것들
당선소감
이제와새삼
엄마의수묵화
외갓집향기는왜이렇게달큰할까?
유리창을사이에두고
프리랜서
가난했던날의초상2-촉촉한건빵

가을-느림속으로

도토리가질문을던졌다
꽃의하안거
11월을좋아하세요?
유키엄마와춤을
느림속으로
쉼표,1초의미학
어머니,된장좀주세요

겨울-산부추꽃

1월,새의묵상
그래서오늘도가방을싼다
모피코트는어디로갔을까?
산부추꽃
반으로줄여야해
가장먼저보여주고싶은사람
열정과사랑

출판사 서평

우리는각자주인공이면서스스로그러한모두에게조연으로살아가고있다.누군가는굴참나무로,누군가는고라니로,누군가는굴참나무잎의보호를받고피어난남보랏빛각시붓꽃으로.스스로그러한자연앞에서나는자비와무자비가비빔밥이된여름을맞게될것이다.내가알고있는사전적정의가무너지는것이한편으로혼돈스러우면서,한편으로는그렇게통쾌할수가없다.무엇인가그동안나를누르고있던금형프레스같은것이,가벼이날리는아카시아향기에실려사뿐히사라진기분이다._본문74-75쪽중에서

도시에서,살아오면서확립했던개념들이무너지는것은혼돈스러운일이분명하지만‘나를누르고있던금형프레스’가치워지는순간작가는그렇게통쾌할수가없었다고한다.“내가잠든순간에도굴참나무는종자를떨어트리고,내가번민에휩싸인시간에도바람은나무를흔들어깨운다.”더는고집부리지않고겸손해질수있으며,나라는본질에더가까이다가설수있는이유일것이다.

짧은봄,여성이지만더큰여성을선망하며
속도를멈춘순간,작가에게는‘스스로그러한것’들이눈에들어오기시작한다.무심한듯자신의일을하고,생명을빚어내는‘자연’속에서여성으로서의본질을다시마주하게된것은작가에게큰위안이자선물같은것이었다고한다.싱그럽고,우아하고,때론처절하고,그러나끝내또다시꽃을피우는여인의삶을부정하고살았던가.선머슴처럼떠돌던마음을움찔하게만드는대자연과의조우!우주,땅,밭,돌,이들이가진여성성을보며작가는여성이지만더큰여성을선망하게되었다고전한다.아우르고독려하고참고키우는그순함과성실함에는신앙과도같은경건한마음을품을수밖에없다.그러면서귀먹고눈먼후배들을참아주고끌어주던선배들처럼나이먹은자의역할에대해서도생각하게된다.나를찾기위해서들어선길에서오지랖만넓어졌다는작가의푸념에사람을더이해하고사랑하려는순하고정갈한마음이느껴진다.

식물이떨어뜨린씨앗하나가생명의움을틔우기까지,두더지는포슬포슬하게땅을일궈놓고,빗방울은대지의목마름을적셔놓고,또낙엽은이불을덮어온기를지켜준다.무심한듯자신의일을하지만,이런무심들이모여하나의생명을빚어낸다._본문204쪽중에서

《이곳에볕이잘듭니다》에서시골신입생의묵상은봄,여름,가을,겨울,끝없이이어진다.누군가하지않아야할일과해야할일에대해,얽매어있던일상의문제들과마음의갈등에대해,한끼밥에대해.“냉탕과온탕을오가며신체를단련하듯”작가는도시와시골을매주성실히오가며“여자사람한순”을만나기위해고군분투중이다.

저사이로무엇인가다가오는것이느껴진다.숲속저멀리서다가오는저것.그것은바로‘절대고독’그분이다.깨달아도,깨닫지못하여도비껴갈수없는그분.사랑해도소용없고,사랑하지않아도소용없는절대자그분.나는그분과아주천천히친해지려한다.나는그분앞에서백전백패이므로가급적아주천천히다가가려한다._본문142쪽중에서

《이곳에볕이잘듭니다》는맡은바역할에충실하다번아웃에빠진필자가자연과만나면서치러낸‘자신과의직면’서사이다.문을열고나가면바로나무와만나듯자신과직면한곳에서자연은때로스승으로,때로부드러운친구로치유하고다독인다.그과정에서꽃이피고바람이불고눈이쌓인다.자연의치유가필요한사람이라면,아직내인생의꽃망울을터트리지못했다면도사시삼의탄력있는에세이를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