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 겐고, 나의 모든 일

구마 겐고, 나의 모든 일

$32.00
Description
닫힌 상자로부터의 해방, 지는 건축, 새로운 공공성 등
미래 건축 방식을 끊임없이 모색해 온 구마 겐고!
관계와 지속을 추구한 그의 새로운 건축 철학을 통해
건축의 현재와 미래를 다시 생각해 본다.

"구마 겐고는 그 중심에 아이디어가 제대로 있고
거기로부터 디자인을 파생시켜 나간다. 그러니까 이야기가 빠르다.
이런 건축가가 또 있을까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구마 겐고는 선의 건축가다. 선으로 조형하는 것만이 아니다.
선으로 사람을 잇고, 띄엄띄엄 떨어진 세계를 연결한다.
약하디약한 그 긴 선을 따라가는데 힘이 난다.” -아즈마 히로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장예모 감독이 제작한 개회식 홍보 영상 첫 부분에 등장한 ‘대나무집’, 그리고 2021년 생중계로 마주한 도쿄올림픽 국립경기장에서 우리는 어떤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까. 사위를 압도할 만큼 웅장하거나 견고하지 않지만, 바람이 통하고 온기와 숨결이 느껴지며, 건물이 서 있는 그 자리에 가장 편안하게 들어앉아 사방으로 길을 내주고 있다는 점이다. 두 건축물을 설계한 사람이 바로 ‘지는 건축’, ‘삼저주의’로 유명한 건축가 구마 겐고다. 관계와 연결을 끊고 자본주의 경제를 뒷받침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지금까지의 건축과 결별하고 작고, 낮고, 느린 건축으로 새로운 공공성을 추구해 온 구마 겐고의 건축 철학과 30년간의 발자취, 구마 겐고가 직접 뽑은 55편의 작품을 생생한 사진으로 함께 만나보자.

거대한 볼륨, 닫힌 상자를 열고 해체하다
하이데거는 “건축은 탑이 아니라 다리”라고 정의했다. 탑은 고독하게 존재하지만 다리는 두 장소를 연결해 주는 것이다. 구마 겐고 또한 하이데거의 이 말에 큰 영향을 받았고, 1990년대 이후 유행처럼 번지던 ‘볼륨 놀이’를 비판하며 닫힌 볼륨을 열고 해체하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그래서 그가 설계한 집들은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계, 이편과 저편을 연결하는 다리이자 터널이며, 구멍과 같다. 볼륨을 해체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처마 같은 외부 공간을 주역으로 삼고, 건물 한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바람 길을 내고,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터널을 만들고, 중앙광장을 만들어 사방에서 오가며 교류하게 한다. 콘크리트로 완성된 폐쇄적인 상자 안에 틀어박히는 행위는 구마 겐고 자신이 숨이 막혀 견딜 수 없단다.
상품으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하는 폐쇄된 상자에 종속된 인류는 얼마나 불행한가. 구마 겐고는 20세기 고도성장기에는 ‘물체’의 생산이 사회를 움직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지만 21세기에 물체의 생산은 환경을 파괴하고 또 다른 착취와 불공정을 낳을 뿐이라며, 닫힌 상자로부터의 해방을 거듭 피력하고 실현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것이 그가 30년간 무수한 시행착오와 도전을 통해 연마한 ‘방법’들이다. 콘크리트나 철 같은 공업적 소재가 아니라 나무, 세라믹, 유리 등의 약한 재료들도 거침없이 사용한다. 깨지거나 썩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나 두려움은 없다. 건축도 사람처럼 태어나고, 나이 들고, 죽어서 썩기 마련이니까. 볼륨을 해체하고 작은 입자로 부수길 거듭하다 양자적 단위로서의 해체와 연결로도 이어지는 것이 구마 겐고의 방법이다.

건축가는 장거리 주자처럼 달려야 한다
《구마 겐고, 나의 모든 일》에는 공업화 시대와 탈공업화 시대의 경계를 타넘으면서도 구마 겐고가 지치지 않고 장거리 주자처럼 비슷한 속도로 꾸준히 달려올 수 있었던 비밀이 담겨 있다. 건축가로서의 첫 걸음을 시작한 1986년부터 최근의 생각과 활동까지를 총 네 기간으로 나눈 뒤, 그의 생각들이 어떻게 변화되고 발전되어 왔는지, 삼저주의를 표방하던 그의 사상이 어떻게 작품으로 실현되고 완성되었는지를 세세히 보여주고 있다. 이례적으로 그가 직접 선별하여 수록한 55개의 작업물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한마디로 구마 겐고의 집대성이다.
구마 겐고는 건축을 신용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하나씩 정성스럽게 신용이라는 벽돌을 쌓아 올리지 않으면 일이 들어오지 않는다. 갑자기 점프를 하기는 어렵다. 그러자면 지속적으로 벽돌을 쌓아 올릴 수 있는 장거리 주자 같은 체력과 주력(走力), 정신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구마 겐고가 제1기부터 꾸준히 실행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삼륜차’라는 방법이다.
첫 번째 바퀴는 대형 프로젝트다. 두 번째 바퀴는 작은 파빌리온 같은 소형 프로젝트다. 건축사무실을 열고 작업을 하다 보면 대형 프로젝트를 주로 맡아 진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구마 겐고에게는 작은 파빌리온이나 설치물에 대한 비중도 크다. 여러 사람의 이해가 얽히지 않고 자신이 창조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 세계로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바퀴는 글을 쓰는 행위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건축은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바퀴다. 이 세 개의 바퀴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균형을 이루는 과정에서 어떤 작품들이 탄생했는지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길 바란다.

저자

구마겐고

1954년가나가와현에서태어났다.일본을대표하는건축가이며,작고,낮고,느린삼저주의로안도다다오이후일본건축의한축을받치고있다.1979년도쿄대학대학원건축학과를졸업하고,컬럼비아대학객원연구원을거쳐1990년에구마겐고건축도시설계사무소를설립했다.지금까지20여개국가에서다양한건축물을설계했다.1997년‘모리부타이·도요마마치전통예능전승관’으로일본건축학회상을수상하고,같은해에‘물/유리’로미국건축가협회베네딕투스Benedictus상을받았다.2001년‘돌미술관石の美術館’으로국제석재건축상을수상,2002년‘바토히로시게미술관’을비롯한목재건축으로‘스피릿오브네이처국제목재건축상SpiritofNatureWoodArchitectureAward’을수상했다.2010년에는‘네즈미술관’으로마이니치예술상을수상했다.그밖의대표작으로‘산토리미술관’,‘대나무집竹の家’,‘아오레나가오카’,‘아사쿠사문화관광센터’,‘제5기가부키자’,‘브장송예술문화센터’등이있다.지은책으로『나,건축가구마겐고』『삼저주의』『작은건축』『일본인은어떻게주거해야하나』『나의장소』등이있다.

목차

들어가며
경계건축가지방과세계의연결삼륜차

제1기1986-1991
뒤죽박죽의배후경계인과반금욕주의장식이아니라남루한것에매료되다남루한기하학

직접고른55작품|01-03
01.열가지스타일의집02.이즈의후로고야03.M2

제2기1992-2000
건축은죄악이다건축의소거소거에서정원으로디지털형태가아닌체험으로타우트에게배운관계와물질뉴욕에서만난일본버블경제붕괴로만난작은장소기술자와의대화로가능한일들옥외에눈뜨게해준도호쿠저비용이야말로건축의테마

직접고른55작품|04-13
04.기로산전망대05.오토매틱가든06.물/유리07.베네치아비엔날레95일본관전시장구성08.모리부타이미야기현도요마마치전통예능전승관09.2005년일본국제박람회기본구상10.기타카미강ㆍ운하교류관물의동굴11.나카가와마치바토히로시게미술관12.돌미술관13.반오브젝트

제3기2001-2015
목조건축으로대규모장소와연결되다중국에서자각한노이즈냉전건축에서미중대립건축으로건축가와고양이의관계구멍을뚫어생명을불어넣는다

직접고른55작품|14-41
14.대나무집15.One오모테산도16.지는건축17.무라이마사나리기념미술관18.오리베의다실19.로터스하우스20.Krug×Kuma21.쵸쿠라광장22.티하우스23.카사엄브렐러24.워터브랜치하우스25.네즈미술관26.GC프로소뮤지엄리서치센터27.글라스/우드하우스28.세라믹클라우드29.유스하라나무다리박물관30.메무메도우스31.스타벅스커피다자이후덴만구오모테산도점32.아오레나가오카33.아사쿠사문화관광센터34.800년후의호죠안35.마르세유현대미술센터36.브장송예술문화센터37.가부키자38.서니힐즈재팬39.다리우스미요음악원40.다이와유비쿼터스학술연구관41.중국미술학원민예박물관

제4기2016-2022
나만의방법을발견하다아오야마와숲절단이아닌관계와지속나무라는방법입자에서양자로코퍼레이티브하우스에서셰어하우스로아틀리에에서연구실로그래픽,랜드스케이프,패브릭지방의네트워크

직접고른55작품|42-55
42.쥬바코43.포틀랜드일본정원문화촌44.V&A던디45.더익스체인지46.메이지진구박물관47.국립경기장48.점ㆍ선ㆍ면49.다카나와게이트웨이역50.가도카와무사시노뮤지엄&무사시노레이와신사51.히사오&히로코타키플라자52.무라카미하루키라이브러리53.그리너블히루젠54.사카이마치의작은건축거리만들기55.미나미산리쿠쵸의부흥프로젝트

출판사 서평

거대한볼륨,닫힌상자를열고해체하다
하이데거는“건축은탑이아니라다리”라고정의했다.탑은고독하게존재하지만다리는두장소를연결해주는것이다.구마겐고또한하이데거의이말에큰영향을받았고,1990년대이후유행처럼번지던‘볼륨놀이’를비판하며닫힌볼륨을열고해체하는방법을모색해왔다.그래서그가설계한집들은사람과자연,사람과사람,사람과세계,이편과저편을연결하는다리이자터널이며,구멍과같다.볼륨을해체하는방법은다양하다.처마같은외부공간을주역으로삼고,건물한가운데에구멍을뚫어바람길을내고,외부와내부를연결하는터널을만들고,중앙광장을만들어사방에서오가며교류하게한다.콘크리트로완성된폐쇄적인상자안에틀어박히는행위는구마겐고자신이숨이막혀견딜수없단다.
상품으로서의기능을충실히하는폐쇄된상자에종속된인류는얼마나불행한가.구마겐고는20세기고도성장기에는‘물체’의생산이사회를움직이는데중요한역할을하였지만21세기에물체의생산은환경을파괴하고또다른착취와불공정을낳을뿐이라며,닫힌상자로부터의해방을거듭피력하고실현하고있다.이를뒷받침해주는것이그가30년간무수한시행착오와도전을통해연마한‘방법’들이다.콘크리트나철같은공업적소재가아니라나무,세라믹,유리등의약한재료들도거침없이사용한다.깨지거나썩는것에대한아쉬움이나두려움은없다.건축도사람처럼태어나고,나이들고,죽어서썩기마련이니까.볼륨을해체하고작은입자로부수길거듭하다양자적단위로서의해체와연결로도이어지는것이구마겐고의방법이다.

건축가는장거리주자처럼달려야한다
《구마겐고,나의모든일》에는공업화시대와탈공업화시대의경계를타넘으면서도구마겐고가지치지않고장거리주자처럼비슷한속도로꾸준히달려올수있었던비밀이담겨있다.건축가로서의첫걸음을시작한1986년부터최근의생각과활동까지를총네기간으로나눈뒤,그의생각들이어떻게변화되고발전되어왔는지,삼저주의를표방하던그의사상이어떻게작품으로실현되고완성되었는지를세세히보여주고있다.이례적으로그가직접선별하여수록한55개의작업물에대한에피소드들이사진과함께수록되어있다.한마디로구마겐고의집대성이다.
구마겐고는건축을신용의산물이라고말한다.하나씩정성스럽게신용이라는벽돌을쌓아올리지않으면일이들어오지않는다.갑자기점프를하기는어렵다.그러자면지속적으로벽돌을쌓아올릴수있는장거리주자같은체력과주력(走力),정신력이필요하다.이를위해구마겐고가제1기부터꾸준히실행하고있는것이바로‘삼륜차’라는방법이다.
첫번째바퀴는대형프로젝트다.두번째바퀴는작은파빌리온같은소형프로젝트다.건축사무실을열고작업을하다보면대형프로젝트를주로맡아진행할수밖에없다.그러나구마겐고에게는작은파빌리온이나설치물에대한비중도크다.여러사람의이해가얽히지않고자신이창조하고싶은것을만들어세계로메시지를발신할수있기때문이다.세번째바퀴는글을쓰는행위다.글을쓴다는것은그가무엇을하고있는지,건축은어떠해야하는지다시금돌아보게하는바퀴다.이세개의바퀴가서로영향을주고받으며균형을이루는과정에서어떤작품들이탄생했는지이책에서만나볼수있길바란다.

책속에서

모더니즘과포스트모더니즘을비롯한모든건축스타일을비웃었던뉴욕시절의나였지만유일하게호감을느꼈던사람은로스앤젤레스를거점으로삼아이름을알리기시작한프랭크게리(FrankOwenGehry)였다.그의건축이한마디로남루했기때문이다.울퉁불퉁한함석지붕이나가격이싼얇은합판을당당하게사용한그의건축은정말멋지다고표현하고싶을정도로남루해서호감이갔다.마치남루함을무기로삼아모더니즘건축을비판하는것처럼보였다.모더니즘건축은공업화시대의제복이었기때문에공업제품의반짝이는광택과매끈한질감,정확하게들어맞는빈틈없는정밀도,그런것들이아름다움의토대를이루고있었다.게리의남루함은공업화시대의광택과매끈한질감,정밀도를비웃는듯했다.포스트모더니즘이모더니즘이전시대로의향수에지나지않는것이라면게리의남루함은그이후의건축을예감하는것처럼보였다._본문40~41쪽중에서

건축은한계가있는자원과에너지를소비하여한계가있는소중한토지위에건물을세우는것이니까그자체로범죄적인존재라는사실을확실하게느꼈다.일찍이아돌프로스(AdolfLoos)는‘장식은죄악’이라고선언했는데,나는‘건축은죄악’이라고통감했다.그러나오사카만국박람회의건축들에서는그런죄의식을전혀느낄수없었다.어떻게하면죄의식에단단히뿌리를내리고그죄의식으로부터쥐어짠듯한건축을만들수있을까._본문61쪽중에서

나는아버지가가지고있던나무상자나이노우에저택에놓여있던의자와조명기구같은타우트가디자인한공예품에는흥미가있었지만그날까지타우트의건축에마음이끌린적은없었다.철이나유리로제작한파빌리온의,소재에대한그집념에는나를압도하는무언가가있었지만형태라는점에서보면르코르뷔지에나미스반데어로에의건축에서볼수있는날카로움은없고뭔가둔탁하고무거운느낌을주었다.그러나‘휴가별장’에는애당초‘형태’라는것이존재하지않았다.‘휴가별장’은기존벼랑의급경사면에세워진목조주택지하의틈새를살려증축한것인데,거기에는작은인테리어와바다를향하여뚫려있는입구밖에없어서‘형태’를찾아볼수는없었다.타우트는그런악조건을역이용하여바다와인간사이에신비한‘관계’를만들어냈다.‘형태’라면사진에담을수있지만‘관계’는담을수없다.나는타우트가만든‘휴가별장’이라는장소에잠시멈추어서서처음으로‘관계’안에나의신체를대입해보고그‘관계’에완전히압도당했다._본문75~76쪽중에서

주변환경과의관계를어떻게디자인할것인가.한정된도면과모형으로승부를겨루는공모전이라는게임안에서‘관계’의미묘함을전달하는것은매우어려운일이다.그러나실제로건축물이그장소에완성되고사람들이사용하기시작했을때에부각되는것은‘관계’다.‘관계’가멋지게디자인되면건축물과강하게연결될수있고,건축과그장소에서살아가는사람들이하나가될수있다._본문294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