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어떻게억울함의경기장이되었는가?촛불혁명의2010년대를읽는최태섭의칼럼집
2014년세월호침몰사건과2015년메르스사태,2016년최순실의국정농단사건폭로와2017년박근혜대통령탄핵에이르기까지,한국사회는촛불이타오르는혁명의시간을지나왔다.사회학자최태섭은2010년대한국사회를휩쓴다양한정치적·사회적사건들의밑바탕에‘억울함’이라는정서혹은태도가자리하고있음을발견한다.이책은세월호에서미투까지2010년대의핵심사건들을따라가는동시에‘헬조선’부터‘한남’에이르는수많은키워드를통해억울함이라는시대정신이주도하는이사회의천태만상을관찰한다.
대한민국은어떻게‘억울한사람들의나라’가되었는가
한눈에훑는우리들의뜨겁고정치적인2010년대
“이것은너무억울해요!”_국정농단혐의로특검에서조사를받던최순실
“염병하네!염병하네!염병하네!”_그자리에있던한청소노동자
《열정은어떻게노동이되는가》로21세기한국사회의새로운노동착취를,《잉여사회》로한국청년세대의새로운존재방식을고찰한최태섭이2015년이후부터각종매체에기고한사회비평칼럼을모았다.세월호침몰이나백남기농민사망처럼국가의존재이유를의심하게하는사건이벌어지는가하면,촛불혁명으로한국민주주의의힘을보여주기도했으며,미투운동으로사회의새로운바닥이폭로되는등2010년대는지금이순간에도쉴새없이명암이교차하며들끓고있다.사회학자최태섭은이역동적시간을통과하는한국사회가‘억울함’이라는정서를공통적으로표출하고있음에주목한다.
《억울한사람들의나라》는2015년메르스사태및2016년국정농단의발각과촛불집회,2017년박근혜파면과2018년‘미투’까지한국사회의주요사건들을시간순으로훑어가며,이사건에붙은‘해시태그’들을함께살핀다.최태섭이정리한‘우리들의뜨겁고정치적인’2010년대를살펴본다면,이사회에억울함이창궐하는이유를파악하는동시에곧2020년대를맞이할한국사회가앞으로가야할길을그려볼수있을것이다.
국정농단,촛불시위,미러링,해시태그,미투까지
2010년대의타임라인에서민주주의의한계와가능성을엿보다
《억울한사람들의나라》은2010년대의핵심적사건과그에따른현상들을가장가까이에서살펴본기록이다.책은글들사이사이에서2014년4월16일세월호침몰사고부터2015년메르스감염자발생,백남기농민사건,강남역살인사건,2016년국정농단폭로후촛불시위,2017년박근혜탄핵과2018년‘미투’까지한국사회를들끓게한사건들을상기시킨다.저자는이충격적인사건들을겪으며한국사회가시도한새로운시민사회운동에서한국민주주의의가능성을엿본다.혁명을이룬촛불시위를비롯해메갈리아등이주도한여성혐오미러링,2016년‘#○○계_성폭력’해시태그로시작되어2018년‘미투’로이어진성폭력폭로운동등이그것이다.한편이런사회운동이종종‘리셋’되거나다음단계로발전하지못하는현상또한분석하며,한국사회에는무엇보다도소수자와약자의목소리에귀기울이는연대와공감이절실히필요하다고강조한다.
헬조선,열정노동,몰카,표절,먹방,여성혐오,한남,미투,갑질…
오늘,억울함이지배하는한국사회의해시태그를읽다
책은각글이다루는주제와함께살펴볼만한개념,사건과신조어등을해시태그처럼보여준다.이제는보편적으로쓰이는단어가되다시피한‘헬조선’부터,‘먹방’,‘갑질’,‘맘충’,‘개저씨’,‘아무말대잔치’,‘나무위키’,‘욜로’,‘한남’,‘역차별’등의키워드들은미디어와온라인공론장을수놓은2010년대한국사회의천태만상을대변했다.저자는표절논란과먹방의유행같은문화적현상에서한국사회문화의빈곤함을읽어내는가하면,나무위키의이퀄리즘사건을통해온라인공간을중심으로성행하는음모론의생성원리를정리하기도한다.또한이제는88만원세대에서78만원세대가되어버린청년들과86세대(민주화운동세대)가단절하게된원인을사회학적으로추적하고,페미니즘운동의새로운대두이후속속들이드러나고있는한국가부장제와남성성의허방을날카롭게지적한다.이시선을따라한국사회를종횡무진누비다보면왜억울함이오늘날의시대정신이되었는지,이억울함의기원이얼마나객관적인지를알수있을것이다.
[책속으로추가]
국가가그최소한의책임을방기하고제멋에겨운통치놀이에열중하게된결과,그죽음들을받아들이고기억하는것은오롯이사람들의몫으로떠넘겨졌다.그래서오늘날한국사회를살아가는이들의마음에는‘나였을지도모르는’죽음들의그림자가드리워져있다.-133쪽
억울함은이시대를대표하는제1의정서다.(…)종종한국사회가억울함의경기장처럼느껴지곤한다.모두가소리높여자신의억울함을외치고있다.정당한억울함을알리고사람들에게인정과도움을바라는것을무어라고할것은아니다.그런데문제는억울함을경쟁하는것이다.166-167쪽
최저시급도못받는알바부터,국가와대기업의전횡에이르기까지대한민국은참으로꼼꼼하게사람들을착취하고괴롭히는것으로나라의꼴을유지하고있었던것이다.-213쪽
특권은가해와는다르다.가해는누군가에게해를입히기위한행위이기때문이다.특권은아무것도하지않는다.자신에게주어진유리함을누리며부당함에는무지하거나침묵하는것이다.그침묵이어쩌면간헐적이고일시적인가해보다더두껍게사회의불평등을보호하고있는지도모른다.특권을해체하기가가해에대한책임을묻는것보다훨씬더어렵다.-260쪽
오늘날가부장제의기능은바로여성주체를끊임없이방해하는일이다.사회제도·법·관습·지식·문화등사회전반에암약하면서,여성들을종속적이고부차적인위치에잡아두려한다.그것은때로물리적인폭력이기도하고,세련되고문명화된투명한장벽이기도하다.-223쪽
어느네티즌은이자가당착을한문장으로요약했다.“세상에여혐이어딨어?여혐이라고하면죽여버린다!?”-224쪽
광장이만들어진2009년만해도,사람들이이광장을가득메우고정권퇴진을외칠것이라는생각을하기는힘들었다.2008년촛불이후에찾아온급작스러운고요함과,노무현전대통령의죽음이짙은좌절감을자아내고있었기때문이다.하지만2016년에다시시작된촛불은결국승리했다.이승리는이제특별히이견을갖기어려운역사적사실이되었다.-234쪽
명연설가로이름난고노무현전대통령도‘좌파신자유주의’같은기묘한조어로이혼란의서막을열었고,이명박정부는기존의민주화와사회운동의가치를멋대로도용하여본래의뜻과전혀상관없는말로만들었다.박근혜정부는침묵만도못한말들을드문드문내뱉다가촛불의심판을받았다.오죽하면문재인정부출범이후대통령이제대로말을한다는사실을국민들이놀랍게여겼을정도다.-238쪽
폭로자들을보호하고,전략을세우고,협상하고,관철시키는그모든것이정치가아니면대체뭐란말인가?미투를악용하는음해세력이걱정이면쫓는데힘을보태고,엉뚱한사람이지목될까걱정이면바로잡으면된다.성폭력이당할리없고저지를리없는‘남의일’이라고생각한다면,당신은사태를완전히잘못파악하고있는것이다.이비열함의시간을끝내야한다.-278쪽
주목경쟁은오늘날미디어환경내에서의유일한목표이자결과이고,그자체로산업이다.제도권정치에서부터개인방송을진행하는개인까지모두가이게임에빠져들었다.그리고한가지밝혀진사실은무뢰배가되는것은훌륭한전략이라는것이다.눈살이찌푸려지는악담,소수자에대한혐오,불쾌한욕설과음담패설은그것에동조하든반대하든사람들의관심을끌어들일수있다.-279쪽
하지만갑질이라는단어의지분은이런직접고용의관계보다는외주,하청,하도급과같은영역에서기인한것이더크다.‘사장질’이아니라‘갑질’인이유다.-2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