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찰나였다 (권옥희 시집)

사랑은 찰나였다 (권옥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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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권옥희 시인의 정서를 따라가면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은 참 많다. ‘그리운 건 거기 다 있다’, ‘눈물 위로 걸어온 시간’, ‘희뿌옇다’, ‘메타세쿼이아’, ‘꽃무릇의 이별법’, ‘첫눈 온다’ 등 다양한 소재를 통하여 시인의 내면세계를 끌어온 작품들도 읽어보기를 권한다.
권옥희 시인의 시편들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사유가 깊고 통찰력이 있다. 이는 체험을 통하여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를 써온 진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번뿐인 이 지구별에서 삶은 나라는 존재를 알고 그 존재가 좀 더 가치 있도록 사람과 사물에 배려해야 한다고 본다. 시인이 시를 통하여 자신과 독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볼 때 권옥희 시인의 이번 시집은 충분히 독자에게 그 영양소를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시인의 세심하면서도 철학적인 배려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저자

권옥희

〈약력〉

ㆍ경북안동임동출생
ㆍ1992년『시대문학』(현문학시대)으로등단
ㆍ한국문인협회회원,한국시인협회회원,문학의집ㆍ서울회원
ㆍ2004년강서문학본상수상
ㆍ2017년강서문학대상수상
ㆍ시집『마흔에멎은강』,『그리움의저편에서』
공저『별난것에대한애착』,『장미차를생각함』등다수
ㆍ강서문인협회부회장
ㆍ독서논술지도자
ㆍ2021년한국예술인복지재단디딤돌창작지원금수혜

목차

〈1부〉

1.위대한소금창고
2.동백아가씨
3.구름의땅
4.단추의원願
5.맥문동꽃자리
6.시작에대한단상
7.주름은늙지않는다
8.시간을건너는반짇고리
9.택배아저씨
10.바닥을생각함
11.순간이다
12.절규
13.붉은등대
14.겨울나무
15.실미도,그서늘함

〈2부〉

1.꽃무릇의이별법
2.자작나무숲에들다
3.접시꽃사랑ㆍ2
4.안반데기그곳엔
5.내가너에게가서
6.가을에말을걸다
7.쑥떡
8.사랑은찰나였다
9.메타세쿼이아길
10.내손을잡아줘
11.땅을보며걷다
12.엄마가가버렸다
13.첫눈온다
14.참좋은하늘
15.자리비우기

〈3부〉

1.달속에찍힌주소
2.당신괜찮은가요?
3.어머니의우물
4.여름이지나간다
5.위대한저녁
6.배불뚝이단지
7.사랑의플래카드
8.흔들리는골목
9.겨울초입
10.저문다
11.잊을만하면
12.나는포구로갔다
13.그리운건거기다있다
14.이름을지켜낸맹개마을
15.희망씨앗을품다

〈4부〉

1.다행이다ㆍ1
2.접시꽃사랑ㆍ1
3.청송가는길
4.대나무가속을비우는까닭
5.거리두기
6.다행이다ㆍ2
7.눈물위로걸어온시간
8.그가을의기록
9.비가오는날에
10.안동간고등어
11.희뿌옇다
12.눈온다
13.12월
14.시간의주문에묶인하회마을
15.이별의안동역

출판사 서평

간절한소망을풀어낸바닷빛의자취들
문정영(시인)

바다와나무와꽃이시인의옆에있다.숨어서보이지않는것들도있지만시인의곁에서자란것들도있다.어떤나무는함께자라서열매를맺고그늘이되어주는반려자같은시간을나누기도했다.시란시인의절절한간절함이꽃을피운것이다.간절함이란얼마나소중한것인가,한생을살면서내게오는사랑과고통과이별은얼마큼큰빛으로쏟아졌던가.시인이남긴그소망들을찾아보는것이이글의자취이다.

인용하고싶은작품이너무많다.한편한편이절절하여서시인의가슴에서품어져나온찰나였으므로,내면에서흘러나오는아픔은입을틀어막아도흔적이남기때문이다.어쩌면“햇살을보지못한길에흘린단편의시간들”의통증인지도모른다.

시인은나이들어가면서점점엄마를닮아간다.엄마를이해하고사랑할시간은참으로짧았다.어쩌면이시집한권은엄마에대한그리움의절창일것이다.“멀고먼강건너기전에/내이름아주잊고가기전에/엄마가지은고치집한채내게주고가라”고외친슬픈눈물집이다.

권옥희시인은시인의말에서두가지를이야기하였다.하나는“얼마나힘들고얼마나무기력했던가?/그래도버텨내서다행이다.”요양원에서쓸쓸하게돌아가신엄마에대한아픈마음과코로나19의위기를견디고있는많은사람들에게주는위안이며,힘이다.다른하나는나이들어가면서삶을이겨나가는자신에게그리고지난하게살아가는사람들에게“가냘픈몸으로도당당하고꼿꼿해질수있는힘/살아가는동안숱한바람과맞서싸워야하는/우리도그힘을얻고싶다.”라는소망을전하였다.

이두가지시의서정이잘녹아있는이번권옥희시인의시집을몇가지의방향으로읽으면서따라가보기로하자.이번시집의큰갈래중첫번째는시인의소망이다.내자신뿐만아니라모두의소망을사유의깊이로끌어내었고,두번째는엄마에대한절절한감정이다.엄마(어머니)는우리의가슴밑바닥에늘고여있는생수이다.그리움의정수이다.그그리움의길을읽어가보자,다음으로는시의배경으로가장많이나오는바다와고향,그리고자연에서시인의뿌리를찾아보자.

위에서말하였듯이인용하고싶은시가많다.그래서다시한번시를소개하는자리라고생각하면서읽어주시기바란다.본격적인해설로들어가기전에각부의첫장에나온시인이아끼는문장들을읽어보자.이언급된말들을촘촘히읽어도이시집의전반적인감성을읽을수있을것이다.

1부“붉은동백꽃길을적시며/눈물많은엄마가그렁그렁/봄비로울고있다.”
2부“사랑은찰나였다/내가비워둔자리에/나도모르게네가서있다.”
3부“해가떠오르고해가지는바다에해독제를풀어놓듯/첫사랑도눈물도먼저거둬가는곳/그리운것은거기다있다.”
4부“내눈에이별을부르는저서울행철길/나는첫눈이오지않은안동역앞에/
오래도록눈부처가되어서있었다.”

각부첫장의글을합하여도하나의작품이될만큼시인의서정이잘녹아있다.시인은이한권을시집을내놓고독자에게가서꽃이될문장들을찾아놓은것이다.

1.시인의소망을찾아서

코로나로힘든나날을살아가는사람들은일상으로의회복을소망한다.“바람과햇볕에널어주고싶”(「시간의주문에묶인하회마을」)은간절한소망은무엇일까.소소한행복을끌어안고살고싶은마음이며“지금접시꽃세상”인하회마을의“풍화된시간”속에서머물고싶은것이다.

“그이름꽃잎처럼적어보고싶은/바람귀가서럽게불러보고싶은”(「그리운건거기다있다」)것은또무엇일까.“오래도록가슴에묻어둔시린그리움”일것이며,지금만나보고싶은사람들일것이다.

이런객관화된소망만있는것은아니다.이시집의첫작품인「위대한소금창고」에서는소금이가진내밀한속성과소금쟁이같이소금을만드는그의삶을들여다보며,어쩌면시인의개인적인삶의철학을소금처럼쌓아놓은것이아닐까하는생각이든다.시인이살아온체험과사물을바라보는사유의깊이에서끌어낸‘위대한’작품을꼼꼼하게읽어볼필요가있다.

바다가거둔바람길에
나무판자얼기설기엮은소금창고가있다

소금눈물에삭은그곳엔썩지않은시간이산다

소금밭에붉은밑줄을그으며
짠맛에찌든고된하루를수없이뒤집는그는
눈가에자글거리는주름을창고에부린다

소금은짠데소금창고는짠내가없다

소금은바다의뼈를녹인애간장에서온다

그눈물의짠맛다걸러낸위대한소금창고에서
그의하루는썩지않고산다

자르르윤기흐르는내젊은날의둔부같은소금무덤

잘절여진바람이흐르는방향에서
나도내가슴에굵은소금팍팍질러넣어
썩지않는젓갈처럼삭고싶다.
-「위대한소금창고」전문

이작품은구절구절절창이다.다시한번읽어보자.“소금눈물에삭은그곳엔썩지않은시간이산다”“소금은짠데소금창고는짠내가없다”“소금은바다의뼈를녹인애간장에서온다”“그눈물의짠맛다걸러낸위대한소금창고에서/그의하루는썩지않고산다”라는통찰력넘치는문장들은오롯이시인의삶안에있는질문에대한답변들이다.한때“내젊은날의둔부같은소금무덤”에서시인은지긋한삶을건너가면서“썩지않은젓갈처럼삭고싶다”고소망한다.이작품은서정이잘녹아있으면서도시인의소망이무겁지않게드러나있어반드시몇번은읽어보기를권한다.

시인이살아가면서바라는소망은소소한것들이며.“어디에도없는문장을만들고싶”은간절함이며,“맥문동꽃밭에서는사랑에취해야한다/이대로꽃을베고보랏빛세상에눕고싶”(「맥문동꽃자리」)은일상에서가져올수있는소망들이다.“부러진나뭇가지에따스한바람막이하나걸쳐주고싶”(「겨울나무」)거나“다시자작자작한나무의생애가타는소리듣고싶”(「자작나무숲에들다」)은바람은얼마나작은가,하지만얼마나따뜻한가.그런간절함은“나도작은풀꽃한송이로피고싶”(「희망씨앗을품다」)고“누군가보고싶은마음에그리움이가득했던눈도있”(『눈온날』)는날이다.

숙명을타고오르는칡넝쿨의기세가등등하다
막다른벽
불안의벽
몸을내준나무는숨이막힌다

저독불장군의서슬퍼런길에들어선
빗소리
바람소리
달빛소리
점령군의말발굽처럼소리만들어도나무는질색한다

전부를내준다는건참못할일이지만
반항하면끝이다
죽은듯이살아가지만
나무는죽어서도
저모진칡넝쿨을벗어나지못하겠다

잡히면휘감아야하는너의숙명에갇힌
나의절규를오늘도듣는다

숨좀쉬고싶다!
-「절규」전문

마지막으로언급한이시의마지막“숨좀쉬고싶다!”라는절규를들으면서“숙명을타고오르는칡넝쿨의기세에”눌린모습이어쩌면코로나19에쩔쩔매고있는우리들의모습을닮은것같아서이시가마음한켠을아프면서도쓸쓸하게하였다.숨을쉬고싶은소망,절규가빨리이루어지를바라본다.

2.엄마의숨결을찾아서

이시집속에는엄마에대한사모곡이너무많다.이몸을낳아준엄마는무엇으로바꿀수없는존재이고보고싶어도볼수없는그리움은어떤말로도형용할수가없다.그시편들만바라보아도엄마의숨결을찾을수있을것같다.구구절절말하지않아도그말의씨앗들이잘보이는그래서숨결을흩뜨리듯내생명의원천으로가보고싶은것이다.

“동백아가씨를좋아하던/우리엄마만봄의자리를비웠다/붉은동백꽃길을적시며/눈물많은엄마가그렁그렁/봄비로울고있다.”(「동백아가씨」)이시를쓸때시인은마음속으로‘동백아가씨’를불렀을것같다.그리고지금은안계신엄마의노랫소리를들었을것같다.추억은내게존재하는한엄마는늘내마음속에살아있는것이다.일상적인엄마를그리워하는시편들보다는훨씬형상화가잘된작품이다.

“지우고싶은슬픔을메우던색색의실들”(「시간을건너는반짇고리」)를바라보던“엄마의눈은낙타만했을까”‘반짇고리’를통해서시인은늘안쓰럽고그리운엄마를찾아가곤한것이다.엄마에대한사랑을다시느끼고싶은시인은아래작품두편을통하여절정에이른다.엄마의삶을경유하여시인은소망하고안타까워한다.그리하여도늘엄마를닮고싶은시인의마음이저리고애달다.찬찬히권옥희시인의정서를따라가면서읽어보자.

나를가장아프게하는이가있다
여자로태어나서바라만봐도애처롭던엄마

나는엄마처럼살지않을거야

비수로가슴을도려내놓고도
참으며,웃으며
바보같은엄마처럼살고있다

오래도록좋은것만주고싶었다
오래도록좋은곳만가고싶었다

백년은넘깁시다!
백세인생을노래하며
좀더곁에함께하고싶다고
연도맺지않은하나님께간절히빌었다

내가가장닮은이가있다
품이넓은접시꽃이되어
사랑밖에모르는나비한마리안으려는
가슴여린여인이다.

-「접시꽃사랑ㆍ2」전문

‘접시꽃사랑’에이어「엄마가가버렸다」에서는“날마다지은하얀고치집”에서엄마가저멀리다른행성으로가기전에슬픔이매듭지어지기전에“멀고먼강건너기전에/내이름아주잊고가기전에/엄마가지은고치집한채내게주고가라했다”엄마를잊지않기위해서이다.

코로나가막아버린그집에서
주소도남기지않은채엄마는가버렸다.

-「엄마가가버렸다」일부

‘어머니의우물’이작품을통하여시인은엄마의힘든삶을들여다본것일까.결코우물밖으로튀어나갈수없는엄마의삶은온전하지는않았다.이번작품을조용히음미하다보면서러움한자락으로“한번도꽃인적없는”엄마의일생을안타깝게들여다볼수있을것이다.우리들의엄마를비교하면서음미를해보기바란다.

날마다어머니가퍼낸우물이깊다
평생어머니의우물은눈물이었다

날마다길어올리는두레박에매달려
쓰디쓴세상에아프게매달려있었다

겨우열세살인딸을민며느리로남의집에보내고
재가한엄마처럼살기싫다고
날마다우물밖으로물방울처럼튕겨나가길꿈꿨다

우물은덫이었다
어머니의가슴을쥐어짜는바람이었다

검은콩처럼타들어가는가슴을누르며
숨돌릴틈조차주지않았다

집나간아버지그림자를안으며울었다
그때어머니의세상은우물안의어둠처럼막막했다

우물의저밑바닥까지내려간어머니의두레박이아렸다

한번도꽃인적없는어머니품에아무도없었다
끝까지우물이한번출렁이다멈추었을뿐이다.

-「엄마의우물」전문

‘위대한저녁’을먹기위해서“온식구가둘러앉아먹은엄마의손국시한그릇에여름이풍덩빠졌다.“매캐한모깃불에타오르던그저녁이위대한행복이”라는것을그때안것이다.“보고싶어도볼수없는요양원유리벽너머/누워지내던엄마를하늘로보낸슬픔을눈물로비벼넣고//하루가잠시나마걱정없게된날//마스크를벗은입이미어져라쌈싸먹을수있어다행이다/웃음없는날을접어가며살아내서다행이다.”이렇게엄마를보내는심정과걱정없게된하루를‘다행이다’라고토로하는시인의심정이아프게다가온다.
‘접시꽃사랑·1’에서는엄마의아픈삶이나비를사랑하는접시꽃으로표출되어,잔잔한서정임에도마음에커다란울림을준다.

붉은접시꽃에나비한마리앉히려고
엄마는집나간아버지를평생기다렸구나

하늘로,하늘로서러운울음소리도못내고
바람이손목을뿌리친아버지미운그림자만바라보았구나

붉은접시꽃에나비한마리날아오게하려고
엄마는그토록푸른대궁높이꽃을피우려했구나

엄마가없으면접시꽃도없겠네
숨어들나비도없겠네.
-「접시꽃사랑·1」전문

그외「여름이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