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그의 시는 「꽃, 문을 열다」를 기점으로 각종 꽃들이 문을 두드리거나 열고 있다. 특히 꽃에 대한 그의 애착은 문명 위주의 현대인의 차갑고 메마른 삶에서 그나마 촉촉한 감성의 정서가 살아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것은 문명 이전의, 인간의 원초적인 생명의 추억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꽃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꽃이 아니다. 한국인의 사랑을 꾸준하게 받고 있는 장미를 비롯한 국화, 백합 등 세칭 명화는 아예 자취를 보이지 않고, 무명초에 가까운 풀꽃이거나 잡초가 대거 나온다. 여기에서 시인의 소박한 휴머니즘을 또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질경이(「질경이」), 개망초(「꽃으로 불리고 싶은」), 씀바귀(「씀바귀」), 봄까치꽃(「봄까치꽃」), 왕바랭이(「처서비」), 수달래(「달팽이」), 자운영(「자운영」) 등등, 이런 꽃들은 ‘밝은 세상을 위한 작은 꿈’(「자운영」)으로 그려지면서, 그래서도 하나같이 생명력이 강하고 질긴 자연 생명 그 자체이다. 특히 꽃의 형상화에서 꽃으로 비쳐진 청춘의 존재에게 부친 ‘개여뀌나 망초도 꽃’(「파스 2」)이라는 시적 전언은 존재론적 긍정의 프레임이다.
별을 기르다 (제36차 감성기획시선 공모 당선 | 허표영 시집)
$1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