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쓸모 없는 가슴 (홍시율 시집)

아무 쓸모 없는 가슴 (홍시율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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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인의 말]

삶은 잔인하지만 그렇게까지 파렴치할까 생각하는 순간 고약한 숙제들을 들이민다. 자기 갱신의 기회도 주지 않고 휘몰아치는 상황에 연속해서 노출되는 경우에 직면하면 세계의 부조리함보다 시간의 매몰참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적응의 문제는 내가 어느 선까지 이 세계에 나를 양보할 수 있는가의 고민을 갖게 한다. 결국 자기를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기를 버리는 데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가소로운 것이 어찌 시간뿐이겠는가
그래도 살아있는 존재는 기어이 자기를 지키기 위해 이 간악한 현실에 처절하게 부딪쳐 간다. 그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테니까. 다 닳아 해진 남루조차 나이기를 바라는 것은 사랑보다는 투쟁의 상처에 대한 연민 때문일 수 있다
우리는 이 세계를 끌어안으면서 그것과 싸운다. 울면서 끌어안아야 하는 비극이 시시각각 출현한다.
시(詩)도 자기를 사랑하면서 싸운 흔적들인데 과연 수양으로서의 가치가 배설의 기쁨보다 얼마나 더 클 수 있을지 는 모르겠다. 예전 같으면 내 상념의 여행이 물결 같았기에 어디로든 갈 수 있었겠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삶의 현실적 변화에 따라 보폭을 맞춰가게 되고 그런 현상이 달갑지만은 않다. 시인은 끊임없이 묻는 자이기도 하지만 일정부 분에 있어서 대답을 하게 될 때가 있다. 대부분의 물음들이 무의미하게 흩어져 버리는 현실 속에 일말의 자유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세계를 끌어안기 위해 저항해야 하는 것들 중에는 나 자신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삶이 먼저라고 말해왔는데 삶도 사랑도 시도 늦어버렸다. 그 핑곗거리 하나를 확인한다.

2022년 12월 홍시율
저자

홍시율

1966년경기도안성출생.금오공대기계공학과졸업.2016년『문학의봄』신인상을통해등단.시집『사람이별이다(2016)』『사랑이지나갔으므로할일이많아졌다(2018)』『아무쓸모없는가슴(2022)』산문집『삶의관성들다시읽기(2017)』『잃어버린고양이에대한예의(문학나눔2019)』『나를안아줄시간이다(2021)』

목차

시인의말10

1부
듣지못하는나무들의천국19
실종20
강건너집없는아이들22
아무쓸모없는가슴24
불모지의추억26
뼈의슬픔28
허기29
노을30
절약된시간들32
발톱33
차를마시는여인34
외줄타기36
침묵37
타이어의휴식38
멀리가지않은사람들40

2부
잠가놓은울음들45
구절초46
바다의그늘48
불광천에서50
똥꽃52
풀냄새53
길을꿰매는사람들54
베란다의결박56
꽃의의지58
비몽悲夢59
고이지않는침60
둥글레61
무제62
숲의진행64
인생의진단66

3부
변비71
온순한상처72
가위들74
가을76
잔몽殘夢78
양수리에서80
제비꽃81
북한산둘레길82
공허일기84
웃음과울음86
철새도래지87
용기아저씨88
팔월의꽃90
거목의잠92
커피94

4부
향로봉99
추운삶에게100
소화되지않는소라게102
구두104
연꽃105
나에게쓰는편지106
오래된처음108
어떤여름110
절벽에서111
내체온의문제112
성산포에서113
쑥부쟁이114
연시115
뒷모습116
불량한부채118

■해설|이화영(시인·문학박사)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