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잔상 (이숭원 문학비평집 | 반양장)

몰입의 잔상 (이숭원 문학비평집 |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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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책의 1부에 실린 글은 시인들의 시세계를 종합적으로 고찰한 평설이다. 2부는 시집의 해설이나 시집에 대한 서평을 모은 것이다. 3부는 문학지에 게재한 작품론으로 독특한 인상을 남긴 작품에 대한 주관적인 비평문이다. 4부는 내 동료와 은사 두 분의 비평 활동 및 학술 담론을 조명한 글이다. 그분들의 업적을 개관하며 비평적 열정을 이해하려고 했다.
저자

이숭원

저자이숭원李崇源은1955년서울에서태어나서울대학교국어교육과,대학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충남대,한림대교수를거쳐현재서울여자대학교교수로재직중이다.1986년『한국문학』으로등단하여『현대시와삶의지평』(1993),『현대시와지상의꿈』(1995),『서정시의힘과아름다움』(1997),『초록의시학을위하여』(2000),『폐허속의축복』(2004),『감성의파문』(2006),『세속의성전』(2007),『시속으로』(2011)등의평론집을간행했고,김달진문학상,편운문학상,김환태평론문학상등을받았다.

목차

머리말5

1.서정의온도
구체성이라는고전적명제의회복
감각의긴장,정신의극점/송재학
‘관계’의행로와진심의길/정희성
암암한절망에서은총의하늘까지/김남조
경건한아름다움의소슬한행로/김종철
시조미학의불교적회통會通/조오현

2.서정의층위
생명의변주,생의환희/황동규
환멸의습지에핀번외의꽃/정진규
그리움의파란으로일렁이는시간/고재종
유기적공감의축복/김광규
슬픔의빙벽에피어난독거의꽃/문정희
폐허를울리는생명의노래/이은봉
독거의표상,애매성의매혹/황학주

3.매혹과전율
내마음의집시
내마음의오로라
시의매혹과진실
불안과치욕과치유
현대시와공감

4.열정과논리
비평의열정과지성의논리/장경렬
평생을읽고쓰고생각하다/김윤식
정명의정신/김용직

출판사 서평

[책속으로추가]
시인이목격한황홀경은무엇인가?암수술을받고퇴원하는시인의눈에죽음의세계로들어가는문과삶의세계로향한움직임이함께들어온다.영안실은영안실대로드나드는사람으로붐비었을것이다.죽음의행렬은쉬지않고이어지는데그것과는아무상관없다는듯새해달력을찍는인쇄소는분주하다.죽음의세계와삶의세계는이렇게따로노는듯하다.이것은범박한일상인의시선이다.죽음의문턱에다가설만한체험을한사람은죽음과삶을하나로본다.하나로볼뿐더러그둘의만남을황홀경으로인식한다.죽음의고비에서다시삶을체험하는사람은생의단면하나하나가분부시게다가온다는생각이다.(57쪽)

긍정의사유,안식의소망은신의창조물이라할수있는순수무구한아가의모습에서촉발된것이기도하다.그의아름다운시『아가에게』가나온것이그증거다.그는아가를두고“햇빛은아가의손님입니다”라고말한다.“아가는평화의동산”이요“기쁨의시내”요“엄마의등불”이라고했다.아가는어느이방에서지상에온구원의존재다.그러기에지상의말로는아가의이름을부를수없고어떠한이름도붙일수없다.남루한현실과무관해보이는어린생명의탄생을통해삶의폐허를넘어설수있는힘을얻은것이다.생명의출산과양육은신이여성에게만허락한최고의은총이다.이은총의의미를최대치로수용한시인은목숨을제물삼아비탄과절망을해저의심연에가라앉히고신의지문이담긴눈꽃의아름다움을생의의미로받아들이고자한다.이것을시인의축복이라부르지않으면무엇이라부르겠는가?(80쪽)

시인마다시인이된내력이각기다를것이다.조오현시인은왜시를쓰기시작했을까?한때동가식서가숙하던친구가기고만장한문학청년이되어찾아와잘났다고너스레를떨기에나라고시를못쓰겠느냐는생각이들어시를쓰기시작했다고그는가볍게얘기했지만,설사그렇게썼다고해도,시가좋고시쓰는것이마음에들어서쓴것은부정할수없는사실일것이다.더군다나시험삼아써본『할미꽃』이신춘문예최종심에올랐다는말을듣고그다음에는작심하고시조짓기에전념하는자세를가졌다고하니,거기에는분명시를통해무엇인가를나타내려는표현의동기와의욕이약동하고있었던것이다.(120쪽)

자신의상처를먼저드러내고상처를드러낸존재끼리서로섬기고응답하며상처의아픔에젖을물리고아픔을달래준다는사실은상상만으로도아름답다.우리의범종이그런역할을하고연꽃이그런상징을지니고시가그런손길을갖는다는것은인간이상상할수있는가장아름다운장면이다.그아름다움의위안은자연에서도오고사람에게서도오고시에서도온다.시에서그러한슬픔의공조와위안을얻을때그감격은어마어마하게클것이다.팔순을앞둔시인은그런감동을다음과같이표현했다.(172쪽)

이렇게당당히말할수있는사람은흔치않다.나이가들수록불순과허위와가식이늘어나는것이우리인생이아니던가.나는시집의작품을다읽고세상의불순한요소에맞서그의당당함을유지하게해준동력이바로자연이라고생각하게되었다.자연이전해주는암호의수신과그해독과정을통해깨끗하고곧고바른마음이유지될수있었을것이다.그런관점에서다음시를다시읽으니자연의몸짓을수용하는시인의눈길이예사롭지않음을새삼깨닫게된다.(227쪽)

시인은“밤의높은수면위에서물속을들여다”본다고했다.시간에속하는‘밤’이어떻게‘수면’이라는넓이와‘높은’이라는공간적위상을지니는것일까?이것은시인의상상력이마련한독특한공간형상이다.시인은우물같은낮은저장소에떠오르는과거의기억을들여다보는것이아니라높은지점에올라가수면을내려다보는정관靜觀의상태를상상했다.처음떠오른인물은어머니이고,어머니가빨래를하는장면이제시되었다.늙고쇠약한어머니가아니라어린날의추억속에남아있는정겨운모습이다.빨래에서날리는비누거품은공중으로날아올랐다가부풀어터진다.(261쪽)

지극히소박하면서도신비로워보이는황학주의사랑의구상은,슬픈일이지만,현실에서는실현될수없을것같다.몇십년전에야볼수있었던이러한사춘기적사랑의감성은스마트한시대의즉물적욕망속에완전히사라져버렸기때문이다.요컨대그는잃어버린사랑의환각에매달려있다.그것은인간의마지막한계를지키려는안간힘같기도하다.이안타까운몸짓은이룰수없는꿈이주는아련한슬픔에휩싸이게하면서떨칠수없는시의매력으로부상된다.그사랑의환각은10년이지나도변함없이그의시를추동하는동력으로작용하고있다.이번시집의표제작을보면그것을확인할수있다.(323쪽)

“학문에대한열정은고독을동반하는동시에광기를동반하는것이다.학문은혼자하는것이고미쳐야하는것이다.”
스무살젊은나이에들었던그말의충격은지금도내귀에생생하다.그때불혹의나이에막접어든김윤식교수는스무살의젊은나에게학문의엄정함과문학의열정을가르쳤다.그로부터40년의세월이흐른지금보행이불편한상태에서도책읽기와글쓰기로하루를보낸다고하니그는자신의말과글에충실한초월의삶을살고있는것이다.(3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