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여성 외 (조선인 작가 작품 선집)

영원한 여성 외 (조선인 작가 작품 선집)

$18.20
Description
조선총독부의 기관지로서 일제강점기 가장 핵심적인 거대 미디어였던 『경성일보』는, 당시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지식, 인적 교류, 문학, 예술, 학문, 식민지 통치, 법률, 국책선전 등 모든 식민지 학지(學知)가 일상적으로 유통되는 최대의 공간이었다.
본 총서는 이와 같은 『경성일보』에 게재된 현상문학, 일본인 주류작가의 작품이나 조선의 사람, 자연, 문화 등을 다룬 작품, 조선인 작가의 작품, 탐정소설, 아동문학, 강담소설, 영화시나리오와 평론 등 다양한 장르에서, 식민지 일본어문학의 성격을 망라적으로 잘 드러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본 총서가 식민지시기 문학·문화 연구자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널리 읽혀져, 식민지 조선의 실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동아시아 식민지 학지 연구의 지평을 확대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자

진학문

(秦學文,1894~1948)
소설가,언론인.호는순성.창씨명하타마나부(秦學).경기도이천출생.게이오의숙보통부중퇴.보성중학졸업.와세다대학중퇴,도쿄외국어학교중퇴.『경성일보』기자를거쳐『동아일보』논설위원,『시대일보』발행인역임.1930년대만주로건너가관동군및만주국협화회촉탁,만주국내무국·총무청참사관·감찰관등으로활약.조선에돌아온후총독자문기구인중추원참의를지냄.해방후반민족행위자로지목받아조사중일본도피.한국전쟁중에귀국하여한국무역진흥공사부사장,전경련상임부회장등을지냄.뒤마의『춘희』를번안하고타고르의시를번역하였으며소설집『암영』을내는등초기한국문학계형성에서주요한역할을함.

목차

간행사

1.진학문편

(1)외침

2.이석훈편

(1)즐거운장례식
(2)이주민열차
(3)유에빈과중국인선부
(4)영원한여성

3.이무영편

(1)바다에부치는편지
(2)이날에

해제(윤대석)

출판사 서평

이책은『경성일보』에수록된조선인작가의일본어소설을번역한것이다.수록작품은진학문의「외침」(1917.8.10.),이석훈의「즐거운장례식」(1932.9.3.~9.6.),「이주민열차」(1932.10.14.~10.10.),「유에빈과중국인선부」(1932.11.13.~11.22.),「영원한여성」(1942.10.28.~12.7),이무영의「바다에부치는편지」(1944.2.29.~8.31.),「이날에」(1942.12.16.)이다.이무영의「이날에」는수필이지만작가의작품세계를이해하는데도움이될것같아같이수록하였다
식민지기를통틀어보면조선인작가의일본어소설은(1)초기의습작기작품,(2)중기의자발적일본어창작,(3)후기의내선일체작품으로나눌수있는데,이선집에수록된작품들은정확하게이에대응한다.진학문의소설이(1)에해당한다면,이석훈의앞세작품은(2)에,이석훈의「영원한여성」및이무영의작품은(3)에해당한다.
한국의근대작가는대체로일본어습작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하였다.「과부의꿈」(1902)을쓴이인직,「사랑인가」(1909)를쓴이광수등근대초기의소설가뿐만아니라,1920년대에등장한한설야,유진오,이효석등도일본어습작을통해소설의문법을익혀왔다.본격적인소설가는아니지만,번안이나번역,창작등을통해근대초기문학에관여했던진학문(1894~1974)도또한예외는아니었다.서울에서태어난진학문(순성)은1907년일본유학을떠나와세다대,도쿄외국어학교에서수학한후한국으로돌아와1917년9월『경성일보』기자가된다.「외침」은그무렵일본어로발표된소설로서당시일본에서유행하던이상주의,인도주의적경향의시라카바(白樺)파의영향이엿보인다.하숙집주인여자의고통스러운병,친구의실연,또다른친구의죽음등어둠으로가득찬고통스러운삶에서어떤의미를찾아야할지작가는묻고있다.그러나이소설은삶의고통과고민만을그리는것이아니라,그것을뚫고그것에저항하여솟아나오는외침,곧자아와개성을그린것이기도하다.이런점에서이소설은이후에창작되는김동인,염상섭의고백체소설을앞당겨보여주며,또한치밀한풍경묘사,내면묘사라는점에서근대초기한국소설의문법이일본어를매개로하여어떻게형성되는지그과정을보여준다.진학문은뒤마의『춘희』를번안하고타고르의시를번역하였으며소설집『암영』을내는등초기한국근대문학의형성에기여하였으나,1920년대이후에는언론인과만주국및총독부관리로나아가문학으로부터멀어졌다.
1920년대이후개별작가의일본어습작활동은계속되었으나,이와동시에일본문단에진출하려는작가적인욕망혹은일본작가와의연대에의한자발적이고본격적인일본어창작도새로이등장한다.나프에서활동한김희명,이북만,김두용등의프롤레타리아시가후자에속한다면,장혁주,이석훈등의1930년대소설은전자에속한다고할수있다.‘자발’,‘본격’이라는말은상대적인것으로서‘본격’은‘습작’과대비되어개별작가의본류에해당하는창작을가리키고,‘자발’은일제말기내선일체라는시대적·정책적압력에의해창작된것과구별됨을의미한다.일제말기일본어소설창작이자발적인선택이아니었다고말하기는어렵지만,최소한그전까지작가의일본어선택여부는식민지정책의고려사항이아니었다는점에서자발적인것이었다고할수있다.
조선의대표적인이중어작가를말하라면단연이석훈이그선두에설것이다.1907년생인이석훈은와세다대학고등학원을중도에그만두고조선에돌아와『경성일보』,『오사카마이니치신문』의특파원을지내면서1932년까지다수의일본어소설을발표한다.조선어잡지인『제1선』의기자가되고곧경성방송국에입사한1933년이후에는또다수의조선어소설을발표하며,내선일체가본격화된1939년이후에는조선어소설과일본어소설창작을병행한다.각각을이석훈의초기,중기,후기라한다면초기의일본어소설을습작으로볼수도있겠으나,이시기에발표된것만해도14편이되는소설들을모두습작이라하기는어려울것이다.이책에수록한세편의소설은그가운데에서도가장늦게발표된본격적인창작활동의소산이라할것이다.
「즐거운장례식」은일종의사소설이라할수있는데,주인공이집의파산으로학교를중퇴했고,지방신문기자를하고있으며,아버지가한때면장으로어업으로파산했다는점등은이석훈의개인사와일치한다.몰락한아버지의장례식을찾아고향에돌아온아들의심경을그렸다.아버지의죽음과몰락,고향상실로상징되는회한,죄책감과더불어과거와고향,아버지로부터벗어난해방감을동시에그린성장소설이기도하다.
「이주민열차」는한농민이자작농에서소작농으로,소작농에서화전민으로,다시이주민으로몰락하는과정을그린소설이다.근대자본주의의확장으로인한농업의경쟁력하락으로김서방은자작농에서소작농이되었다가다시화전민이된다.화전민이된김서방은폭풍우가초래한산사태로집과가족을잃었지만,식민지당국은그책임을오로지문명을벗어난화전민에게돌릴뿐아무런도움도주지않는다.다만화전민가운데일부를뽑아북방(시기적으로보면만주를가리키는것으로보인다)으로이주시키는데,이소설은열차에탄이주민의불안한심정을현재시점으로하여그몰락과정을과거회상의형태로묘사한다.이과정에서근대자본주의와그릇된식민지정책에대한날카로운비판의식이드러난다.프롤레타리아소설이라고까지말하기는어렵지만,점점주변화되어가는조선인을체제비판적인시선에서그린다는점에서사회소설이라고할수있을것이다.작가는이소설을자신이기자로재직하던『제1선』(1933.2)에개작하여조선어로다시발표하였다가조선어단편집『황혼의노래』(한성도서주식회사,1936)에재수록한다.원작과번역본간의차이는그리크지않아이번번역에많은도움을받았다.
「유에빈과지나인선부」도또한저자자신에의해「로짠의사(死)」로번역되어『황혼의노래』에수록되었다.그러나같은문장이없을정도로원작과번역사이에차이는큰데,한글번역은원작에서훨씬축소되어거의줄거리요약에가까울정도이다.대동구로건너가월병을돌려주는이야기부터로짠의고향이야기는아예생략되었다.용어나이름등은남아있어이번번역에서‘유에빈’,‘로짠’이라는식으로그대로사용하였다.그러나비참한어민들의생활과어민들을착취하는권력에대한저항이라는기본줄거리는그대로이다.압록강하구황해의건조새우어장에서일하는어민들에게월병을강제로떠맡기고돈을갈취하는군벌경찰의횡포에맞서주인공로짠은과감하게월병을그들에게돌려주는데앞장선다.돈을벌어장가를가겠다는로짠의꿈은이사건으로오히려경찰에잡혀가는신세가된다.서술자이자로짠이일하던어장주인의아들이었던‘나’는그당시일하던중국어민가운데한명을만나로짠의죽음과동생메이호의전락에대한후일담을듣는다.이와같은줄거리에서도알수있듯이3인칭시점에서전개되다가갑자기1인칭으로전환되는서술상의미숙함은큰흠이지만,중국군벌로우회적으로묘사되기는했으나가혹한권력에대한비판의식이뚜렷하게드러난다는점은이소설이가진미덕이라할수있다.
많은일본어,조선어소설을발표했지만,이석훈은어느쪽문단에서도높은평가를받지못했다.그러나내선일체와전쟁동원을선전하는조선문인협회전국순회강연(1940년11월)에참여하고그경험을소설화한「고요한폭풍」을발표한이후이석훈은가장중요한작가가운데하나로떠오른다.「고요한폭풍」이국민총력조선연맹문예상을받은것으로그사정을알수있는데,이시기를대표하는장편소설이「영원한여성」이다.
이소설은연애에실패하고조선에건너온일본인여성마키야마사유리를중심으로,바이올린을즐기지만아버지의강권으로금광에서일하며사유리를사모하는이시이군조,사유리의애인이었지만그녀를버리고만주에서사업을벌이는에가와라이타의삼각관계를그린다.여기에삶의권태를이기지못해사유리를흠모하게되는,조선에서농사를짓는그녀의외사촌오빠야마다노부오가가세한다.이러한기본적인구성에다연애는제쳐두고오로지최고의오르간을제작하는데몰두하는건실한사업가이준걸과그를흠모하는성악전공의송애라의이야기가곁들여진다.또한소설첫장면에서그려진이준걸과사유리의만남,연애문제로머리가복잡한사유리의평양이준걸방문이라는사건은이소설이내선연애로번져갈조짐을보여준다.또한갈등은여기에만머무르지않고직업과결혼문제에서기성세대의생각을강요하는아버지와이시이사이에서,마찬가지로정해준대로결혼하기를강요하는아버지와송애라사이의세대갈등으로확대된다.이렇게보면이소설은황금광시대직업과연애문제에서갈등하는젊은이들의방황을그린청춘소설내지대중소설이될것이다.물론국어강습소나물자자급등시국의문제가언급되지않는것은아니나이것들은모두서사의진행과는무관했다.그러나1942년11월23일자연재분부터등장인물들의운명은갑자기전쟁하의시국으로말려들어간다.1937년초여름부터시작되는이소설의시간적배경이같은해7월7일벌어진중일전쟁을맞이하는것이다.
중일전쟁은모든등장인물의삶을바꾼다.우선사유리는전쟁을향한조선인과일본인의마음이하나임을확인하고는이시이의결혼제안을거절하고에가와에대한순수한마음을다시깨닫는다.이시이는사유리가결혼을거절한여파도있었지만더욱중요하게는시국의중대함을깨닫고금을한줌이라도더캐서나라에봉공하자는생각으로금광사업에몰두한다.이준걸은동생준식을지원병으로보내고자신은오르골제작사업에서군수사업으로전환한다.금광으로큰돈을번김준은거액을헌금하고남은돈으로소외된조선인아이들을훌륭한일본인을기르는교육사업을시작하고,거기에사유리와송애라를교사로맞이한다.이시이는조선을떠나일본으로가려는아버지와결별하고제2의고향인경성에남고,송애라는아버지의뜻을거역하고초라한교육사업에참가하는등세대갈등조차시국적인것이된다.이러한급격한서사의전환은이소설을대중소설이아닌시국소설로만들고있다.
그런데왜그랬을까.중일전쟁이발발하기이전에가졌던뱃놀이에서“전쟁이라도나면충분히자숙하지않으면군인들에게미안하니까요.”라고말한것에서어느정도힌트를얻을수있지않을까.근거를제시하기는무척어렵지만연재날짜가1942년12월8일소위‘대동아전쟁’발발1주년을앞두고있어“충분히자숙하”기위해서가아니었을까하는가설은세울수있을것이다.그미약한근거로이소설이1940년2월조선인등장인물들의창씨개명을한문장으로소개하고,그해가을준식의개선을한문장으로묘사한후,곧바로1941년12월8일로건너뛴다는것을제시할수있다.이소설의마지막연재는1942년12월7일이었다.
남은한사람은어떻게되었을까.에가와라이타는1941년12월8일천황의대조방송을듣고사유리를떠올린다.그리고큰결심을한후애인임이암시되는비서러시아여성(이장면에서시국의중대성을깨닫고그동안소중하게간직하던러시아어책을불태우는「고요한폭풍」의박태민을쉽게연상할수있다)과그동안이룩한사업을헌신짝처럼내버리고,조선으로돌아와그만을기다리며죽어가는사유리를임종한다.그리고는“영원히내가슴속에잠들고있”는사유리의유지를이을것을결심한다.
신문연재소설은기본적으로대중소설이지만,큰의미이건작은의미이건일제말기시국적요구는대중소설의서사도유지하지못하게했다.이것이일제말기의일본어창작에서‘자발성’을덜중요하게생각하는이유일텐데,이무영의경우도이는마찬가지였다.더군다나이무영의일본어선택은곧곤란에직면하였다.그는여러차례일본어글쓰기의어려움을토로했던것이다.이는그가일본의농민소설가가토다케오의문하생으로유학했음에도일본어글쓰기가서툴렀기때문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그는일본어장편소설을두편이나남기고있다.그하나가『부산일보』에연재한「청기와집」(1942)이고또다른하나가여기에소개하는「바다에부치는편지」(1944)이다.「청기와집」으로그는조선예술상을받았다.그러나아쉽게도「바다에부치는편지」는연재분의절반정도가판독불가일정도로선명하지않아앞부분밖에싣지못했다.그렇지만원본을보고전체를수록할수있을때까지미뤄두기보다부분적이나마소개하는것도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