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만 아픈 것이 아니다

그대만 아픈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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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 우리 모두는 그렇게 사는 것이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생의 길목에서 만나
때론 덧없이 사라진다해도 나는 다시、
그대 앞에 서 있겠노니

다들 그렇게 사는 것이다
꽃이 피고 잎이 지듯
오고 가는 길목에서 만나고 헤어지듯

우리 모두는 그렇게 사는 것이다

나만 특별하거나 그대만 외롭고
쓸쓸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바람이 불다가 멈추듯이
꽃이 피고 잎사귀 무성해지고
한 조각 과실을 남기는 순간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듯 사라지고, 또 어느 결에선
연둣빛 잎사귀가 돋아나는 것처럼
다들 그렇게 사는 것이다

나만 불행하거나 아픈 것이 아니라
행복한 순간이 있듯이 그대도
그렇게 아프고 슬픈 것이다

혼자 힘들어하지 마라, 이 지상은
아프고 쓸쓸한 것들 천지다
- 이수행, 「그대만 아픈 것이 아니다」, P.68.
지난 2000년 첫 시집 『영산강』을 발표해 “디지털 풍경이 광활한 열대를 구축하고 있는 세기의 벽두에 황폐한 서정의 시대를 뚫고 또 하나의 시인이 나타났다”는 평가를 받은 이수행 시인이 등단 25년을 맞아 세 번째 시집 『그대만 아픈 것이 아니다』(도서출판 역락, 오후시선06)펴냈다.
199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시인의 이번 시집은 ‘피규어’를 통해 현실을 조망해 내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박균열 사진작가와 함께 펴내 시·사진집의 지평을 넓혔다. 그동안 이수행 시인이 일관되게 추구해 온 그의 목청은 가파르고 신산한 고향의 강과 산하를 살아서 생동하는 삶의 이미지로 눈부시게 환치시키는 사람들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한편 늘 불온한 세상과 치열하게 대척해 오면서 시대의 탈주와 해학적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사투리조는 암울한 시대를 건너던 지난 시절 평범한 민초들과 함께 징글징글하게 잘도 논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작품 또한 그 범주에서 그리 멀지 않다.
다만, 세월의 등걸을 따라 만나고 깊이 투신해가는 그의 강과 바다, 그리고 이웃들과 부대끼는 삶은 더 편하고 자연스레 온갖 물성들과 순치되고 합일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시대고 속에서도 “꽃이 피고 잎이 지듯 오고가는 길목에서 만나고 헤어지듯 우리 모두는 그렇게 사는 것이다(중략)/바람이 불다가 멈추듯이 꽃이 피고(중략)/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듯 사라지고, 또 어느 결에선 연둣빛 잎사귀가 돋아나는 것처럼(중략)/나만 불행하거나 아픈 것이 아니라/행복한 순간이 있듯이 그대도/그렇게 아프고 슬픈 것이다(중략)/이 지상은 아프고 쓸쓸한 것들 천지다(그대만 아픈 것이 아니다)”라고 애써 위로하고 있다. ‘한국작가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은 『영산강』, 『시디신 뒤안길』 등 두 권의 시집과 산문집 『영산강은 바다다』를 펴낸 바 있다.
저자

이수행

1995년광주일보신춘문예당선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
시집『영산강』,『시디신뒤안길』과산문집『영산강은바다다』가있다.
제6회광주일보문학상을받았다.

목차

제1부
스스로나고피고지고사라지면서
제생몫만큼똑채워내는공명들

여서도의밤
영산포가는길
우수영에서
생일도연가
사루비아

사포나루에서
만나지못한기다림도사랑이다
가을여수
눈보라
불타는고래
전장포토굴앞에서
야화

제2부
때론버팅기고
스스로뒤집어지면서
나를만나는강

조응照應
추일엽신
봄,강을지나다
영산강심방곡榮山江心方曲-봄
영산강심방곡榮山江心方曲-여름
영산강심방곡榮山江心方曲-가을
영산강심방곡榮山江心方曲-겨울
늦은벌초를하다
억새바다를지나다
법성法聖에서봄속俗을만나다
유두무렵
나는늘연애를꿈꾼다

제3부
혼자힘들어하지마라,이지상은
아프고쓸쓸한것들천지다

전장포갈매기
그대만아픈것이아니다
홍시
연인
부세와함께취하다
오수
접시꽃
낚시
은적암에서
천태산에서천승세千勝世를만나다
인연포구
인정머리
상강

제4부
물러터진주먹밖에없는나는어떻게살아야
진짜수컷이고당당하고떳떳할것인가

단풍나무숲을걷다
대폿집에서
구라는살아있다
봄날-2014
우환-2014
팽목항에서
장정자여사출세기
봄꿈-범띠여인들을위한노래
그해겨울-2014
눈아내려라-2015
오지
근황-2018

출판사 서평

오후,일상의시선이멈춘곳에
〈오후시선〉이있다
분주한오전의일상을뒤고하고
여유가있는오후의시간을우리네삶에전하고자한다.
시를읽고사진을보며
정서적충만을독자들이마음깊이느낄수있는시선집이되고자한다.

1.‘시와사진,꽃과이슬의만남’

누구나느끼듯세상은빠르게변하고있다.그변화의틈속에서문학은,시는살아남기위해애쓴다.그애씀이세상의변화처럼변화를통해달라지려고한다.우리는그변화의길위에서시와사진의만남을기획했다.
〈오후시선〉은그렇게시작의첫발자국을딛는다.시의행간과사진의여백에서스며나오는느낌은,두장르의충돌에서오는충만감을안겨줄것이다.때로는잔잔하게더러는파격적으로,시와사진의만남은독자들에게경계의충격을선사할것이다.결코평범하지않은사진들이전하는메시지는,시집을읽는또다른기쁨을줄것이라확신한다.시와사진의경계에서은밀하게연결되는그지점에서파장처럼퍼지는묘한어울림.그관계미학이주는처음은두려움과기대감으로출렁거린다.

〈오후시선〉은앞으로해외시인들과사진가들이함께하는작업도계획하고있다.젊은해외사진가와의작업은진행중에있다.

세상의좋은시와좋은사진이만나서전하는여유와안식.〈오후시선〉은시와사진이따로이면서함께하는길걷기로느리지만,앞으로가길주저하지않을것이다.
해설과표사도없이,오롯이시와사진만으로〈오후시선〉은독자들에게조용하게다가갈것이다.기획시집으로는처음시도되는작업.첫시집은우리나라대표서정시인으로독자들의사랑을받는복효근시인의열번째시집〈고요한저녁이왔다〉이다.
도서출판역락이정성을다해만든〈오후시선〉에애정어린질책과응원을부탁드린다.

“사진과시는순간적으로대상을파악하는능력이있다.이런작용은사토리(satori:홀연히깨달음)로연결된다.현대사회는고유한사고가존재하고,그사고에적합한매체를요구한다.시와사진은바다처럼넓은지성과,끊임없이창조적으로변한다는점에서매력적이다.”
-사진평론가김석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