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낸 산길

내가 낸 산길

$13.50
Description
1987년 『 오늘의 문학』 제2회 신인상으로 시작활동을 시작한 조해훈 시인이 최근 시집 『 내가 낸 산길』 을 ‘도서출판 역락’에서 펴냈다. 역락의 기획시집 시리즈 ‘오후시선’ 일곱 번째 시집이다. 50편의 시편마다 문진우 사진가의 흑백사진이 각각 실려 있다.
저자

조해훈

1987년『오늘의문학』과1989년『한국문학』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
시집『생선상자수리공』,『마방지마을』,『공산당』,『노랭이새끼들을위한변명』등20여권의저서가있다.
지리산화개동에서차농사를지으며,‘청학동’으로인식되던불일폭포에다니는걸낙으로삼고있다.

목차

제1부
가야할길이뒤틀려끊기더라도그게
또다른길이되나니
몇개의산넘고물건넜다고힘들다고
죽겠다고소리치지마라

내가낸산길
한해의마지막날
스님들과목욕을하며
뒷골목의빨간우체통
바람에흩날리는저깃발
봄밤에
정구지꽃은앙증맞다
수상한이발소
길을걷다가
산중의밤은언제나처음묵는것처럼
아,지리산
나는다부다
어머니는구례병원에와불로누워계시고

제2부
점잖지못하고초연하지도못하고
아파몸을부르르떨었으니내살속에
나를원망하는핏기가퍼진다붉게
나를붉히리라

가시를움켜잡고뜯으니
각설이여가수
내집옆
매화
멀거이배가불룩하다
봄물소리
사진을찍는데
산골의밤
아침,차를마시는데
악양정마당에서서
결국세상을버리고만삼촌
다시소학을읽으며

제3부
차마기계댈수없어올해도낫으로
혼자서내살보다더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다루는내안타까운
무식함이여

시집온수선화
낫질하다쉬며
개복숭아꽃
꽃은사람을가리지않는다
목압다리
삼정마을에서
새벽에차를마시며
장마
억새를잘라내며
어머니와찻집에앉아
예쁜일기장을사다
구들방을손보며
점순이를집적거리는깡패사촌

제4부
먹고사느라대대로힘들었던화개골
사람들에게먹물이가득해진다면여윈
몸의나는더이상의희망도절망도
없어질게니

화개골에먹물이가득해지면
저차산중턱의농막은
내마음을수양하는것일까
누군가고사리를뜯어간후에
멋쟁이할머니들
마을회관서밥을먹으며
성내는마음
고로쇠나무를심으며
올케대신밥상머리에이고
어머니를여동생에게떠넘겼으니
오준석군
노아의죽음

출판사 서평

차산에서일을하고천천히내려오다뒤돌아본다한사람만다
니는실뱀같은산길이꼬불꼬불나를따라내려오고있다몸뚱이
에희뿌연칠을한채,일년내내뒷짐지고낫한자루들고조용
조용오르내렸으니내가살아온흔적같다와락슬픈내모습이란
생각들어서서맞은쪽황장산과용강마을바라보니산의소리들,
울음소리들린다아,내속에서울려나오는아픔의것들이니먼곳
에서상처받은것,이곳에들어와다친것들의울부짖음

-내가낸산길

1987년『오늘의문학』제2회신인상으로시작활동을시작한조해훈시인이최근시집『내가낸산길』을‘도서출판역락’에서펴냈다.역락의기획시집시리즈‘오후시선’일곱번째시집이다.50편의시편마다문진우사진가의흑백사진이각각실려있다.
조시인의개인시집으로는16권째인이번시집에는그가2017년봄지리산에들어가녹차농사를지으며쓴시들로이루어져있다.화개골쌍계사위목압마을의농가를얻어산중생활을하고있다.고려와조선,일제시기에서해방이후까지신선들이사는청학동으로인식되던불일폭포로올라가는마을이다.
4부로나눠진시집에는화개골의자연,주민들의생활모습,계절의변화,차산에서농사일을하는일상등이담겨있다.또한한국전쟁당시화개골에서있었던빨치산과관련한이야기도삽입되어있다.

이번시집에들어있는조시인의시편들은몇개의특징이있다.첫째는산문시형식을취하고있지만마치선방의수행자처럼담담하고솔직한어조로형상화하고있다.이를테면“차산에서일을하고천천히내려오다뒤돌아본다한사람만다니는실뱀같은산길이꼬불꼬불나를따라내려오고있다…”(시『내가낸산길』부분)이나“삼라만상모든잘못이당신에게있다고스스로죽비를내리치시다보니몸이견디지못하여주저앉으신것…”(시『어머니는구례병원에와불로누워계시고』부분)등의표현이그렇다.
둘째는지리산화개골의현재및과거의역사를소묘하듯그리고있다.시인이사는골짜기에서50년넘게이발소를운영하는할아버지를소재로지은시에서“가위로느리게느리게이발을해주곤의자젖혀얼굴면도를해주곤낮은세면대에앉혀놓고머리를감겨주신다…”라며시간이멈춰버린듯한산골의현재역사를묘사하고있다.또한“아지트에도착하니며칠전보았던그젊은이들이토벌대의총에맞아모조리죽어땅에뒹굴고있었으니…”(시『올케대신밥상머리에이고』부분),“여순사건한국전쟁으로이곳에서눈감긴사람들그들과함께사는것은아니지만나는왜자꾸그들을이렇게찾아나서는가…”(시『삼정마을에서』부분)이라며,과거의불행한역사를마치발굴하듯불러내고있다.
셋째는사람이든,동물이든간에그들의생명에대한경외심을저간에깔고있음도읽을수있다.“잠시뒤에보니새끼가몸에서나오다/노아도새끼도이미목숨이끊어진상태였으니/충격크고마음아프지만정이많이든노아/아,죽음이든삶이든그저한세상아니던가/어디일지모르지만너와새끼들영혼편히잘가거라”(시『노아의죽음』)라며,어느날모르는새끼고양이노아가집현관에나타나매일밥을주며함께지냈는데새끼를낳다죽자명복을빌고있다.“세상의생명은모두각자의가치를지닌다내키의두배가넘는차산의억새도마찬가지이니…너흰들낫으로자르면육체의아픔뿐아니라마음의상처가없을까만…”이라며,차산에대나무처럼자라는억새를낫으로자르면서그들도생명이있어아플것이라고,모든생명체의존엄성에관심을환기시키고있다.이를달리말하면아프고외로운생명들을따뜻하게감싸주고있는것이다.어쩌면세상에서밀려나고,눈길받지못하는것들에대한시인의시선이그윽하고섬세하다볼수있다.
넷째는50편의시중에서가장많은양을차지하는것이차산에서일을하는모습과찻잎을따제다를하는과정을읊은내용이다.“차나무사이로는낫으로베어낸억새가시위하듯드러누워나를바라본다…놀라베어내려고왼손으로잡고있던가시를나도모르게쭈우욱훑어버렸으니아야,실장갑꼈다지만가시들이손에그대로다박혀버렸다…”(시「가시를움켜잡고뜯으니」부분),“이렇게허리가끊어질듯아픈적은없었다다섯번째덖어덕석에뜨거운차를올려비비곤허리잡고잠시쉰다밤,초록의찻잎갖고마술을부리는중이니…”(시「나는다부다」부분)에서보듯차농사를짓는일이무척고단함을역설하고있다.차농사를기계로편하게짓는현실에서가장높은곳의차산에서무식하게(?)낫한자루로옛날농민들처럼전통적인방식으로힘들게일을하는모습은마치스스로고행을자처하는듯하다.
다섯번째는한시나한문문장에종종쓰이는‘乎(호)’·‘耶(야)’등의어조사및감탄사의뜻을나타내는‘아,‘자(字)를많이쓰고있다.한시전공자인데다한시를짓고있는시인의의도적인습관일수도있다.이는고전시가와현대시를접맥하려는차원에서고전문에쓰이는어조사를대입시킨것이다.산문시가주를이루는것도같은맥락일지도모른다.“아,솜털처럼줄줄이달린진한분홍빛꽃이라니삼신마을B카페앞내눈빛과마주친꽃들”(시「개복숭아꽃」),“아,그분들에대한먼그리움으로풀어놓는다”(시「악양정마당에서서」)등에서그러한시작형태를간파할있다.
조시인은인간의실존을역사에서살펴보려고애를쓴다.그러다보니이번시집에서도지리산에서도가장깊은골짜기에속하는화개골에서의삶과주민들의일상을‘있는그대로’,또는‘지나간일을상기하며’지은시들이대부분이다.그러면서도시민들이살아가는것과는경제적으로나문화적으로큰차이가있는화개골사람들의모습뿐아니라의식까지시로읽어내고있다.“…이곳할머니들은살면서마음에만들어진어떤막같은게있는것같으니그건결코허물수없는한집안의여자라는생각의장벽이다누구의강요라기보단생존을위한경험에서나온지혜일지도”(시「멋쟁이할머니들」부분)처럼말이다.
한편조시인은1988년첫시집『생선상자수리공』(도서출판시로)를발간한이후『히줄래기』(1990)ㆍ『마방지마을』(1999)을비롯하여『노랭이새끼들을위한변명』(2018)등10여권의시집을펴냈다.또한역사와고전문학을전공한학자이기도한그는『필사본≪화랑세기≫로보는풍월주의세계』ㆍ『조해훈의발굴유적순례』등대중역사서도펴냈고,지리산화개골에서‘목압서사’와‘목압고서박물관’ㆍ‘목압문학박물관’을운영하며,화개골주민들과역사와인문학등다양한공부를함께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