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에서 띄우는 엽서

마추픽추에서 띄우는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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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오후, 일상의 시선이 멈춘 곳에
〈오후시선〉이 있다
분주한 오전의 일상을 뒤고 하고
여유가 있는 오후의 시간을 우리네 삶에 전하고자 한다.
시를 읽고 사진을 보며
정서적 충만을 독자들이 마음 깊이 느낄 수 있는 시선집이 되고자 한다.
1. ‘시와 사진, 꽃과 이슬의 만남’

누구나 느끼듯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 변화의 틈 속에서 문학은, 시는 살아남기 위해 애쓴다. 그 애씀이 세상의 변화처럼 변화를 통해 달라지려고 한다. 우리는 그 변화의 길 위에서 시와 사진의 만남을 기획했다.
〈오후시선〉은 그렇게 시작의 첫 발자국을 딛는다. 시의 행간과 사진의 여백에서 스며 나오는 느낌은, 두 장르의 충돌에서 오는 충만감을 안겨줄 것이다. 때로는 잔잔하게 더러는 파격적으로, 시와 사진의 만남은 독자들에게 경계의 충격을 선사할 것이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진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시집을 읽는 또 다른 기쁨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 시와 사진의 경계에서 은밀하게 연결되는 그 지점에서 파장처럼 퍼지는 묘한 어울림. 그 관계미학이 주는 처음은 두려움과 기대감으로 출렁거린다.

〈오후시선〉은 앞으로 해외 시인들과 사진가들이 함께 하는 작업도 계획하고 있다. 젊은 해외 사진가와의 작업은 진행 중에 있다.

세상의 좋은 시와 좋은 사진이 만나서 전하는 여유와 안식. 〈오후시선〉은 시와 사진이 따로이면서 함께 하는 길 걷기로 느리지만, 앞으로 가길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해설과 표사도 없이, 오롯이 시와 사진만으로 〈오후시선〉은 독자들에게 조용하게 다가 갈 것이다. 기획 시집으로는 처음 시도 되는 작업. 첫 시집은 우리나라 대표 서정시인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복효근 시인의 열 번 째 시집 〈고요한 저녁이 왔다〉이다.
도서출판 역락이 정성을 다해 만든 〈오후시선〉에 애정 어린 질책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사진과 시는 순간적으로 대상을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 이런 작용은 사토리(satori:홀연히 깨달음)로 연결된다. 현대사회는 고유한 사고가 존재하고, 그 사고에 적합한 매체를 요구한다. 시와 사진은 바다처럼 넓은 지성과, 끊임없이 창조적으로 변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 사진평론가 김석원
저자

정선

전남함평출생.
2006년『작가세계』등단.
*저서:시집『랭보는오줌발이짧았다』,『안부를묻는밤이있었다』
포토시집『마추픽추에서띄우는엽서』
에세이집『내몸속에는서랍이달그락거린다』

목차

제1부
당신이여직
설원끝에등불하나들고계신다면
그리움이당신께가닿을때까지
죽을힘을다해썰매를끌겠습니다

그리움의방식
근처를앓다
보르도
어떤엉덩이를회고함
곱사등이의노래1
곱사등이의노래2
가슴앓이
절규의절규를사랑하네
내겐아주특별한놈
정동진4시21분
그로부터아픈방랑이시작되었다
빠따곤애무곡
그놈은짜장면을좋아했다

제2부
까닭없이아픈밤이있겠냐고
갈잎비내리는모진밤
너만은하늘붙든홍시처럼
달달하게익어가길바라는가을밤이다

푸른함박눈이내리는밤
근지럼증돋는다
제부도
요구르트感傷
절망2프로활용법
산타페게르
배반은끼우시역11시45분기차를타고
물색없다,봄
사막이아름다운이유
명령두드러기증후군
정안주는연습이필요하다
유턴하다

제3부
내열정이죽으면
저풍경도죽으리
어떤풍경은
나의발걸음소리를다시듣고싶어하리

붉은망각
관계도둥지를틀고싶다
완곡법
바람으로도핑할까요?
등신공화국
신뢰가부패되는과정에대한오해
진실주의보
라라를향하여
플라나리아
비굴엑기스
Maybe,오늘의주제는
바람과풍경이내스승이다1
바람과풍경이내스승이다2

제4부
고독은우루밤바계곡처럼골이깊고
고통의음조는다분히변덕이심해서
내불구를저와이나픽추안개가쓰다듬겠다

초록이라는그리움
낙타들
도토리와도레미
고집을굽다
동태야동태야
구덕살
눈오는날은의정부에가야한다
봉숙이찾아삼만리
황룡강에간다
아름다운핑계
세상을건너가는별책부록
마추픽추에서띄우는엽서

출판사 서평

까닭없이아픈밤이있을까.랭보의‘바람구두’를고쳐신고떠도는이가있다.그에게있어‘떠도는힘’은지금발딛은시간과공간을견뎌내기위한힘이기도하고그시간과공간을넘어서기위한힘이기도하다.
정선시인은2006년≪작가세계≫로등단한후작품활동을시작했다.첫시집?랭보는오줌발이짧았다(천년의시작,2010)?에서등뼈하나로곧추선채예술의“찬란한타락”을향하던정선시인은두번째시집?안부를묻는밤이있었다(문학수첩,2019)?에서고정된기존의감수성과상상력,사유체제로는다가설수없는신선한자극과충격을보여주었다.
그는세번째포토시집?마추픽추에서띄운엽서?를내놓았다.그의아픈방랑은‘고독의힘’으로승화되어아름답게성장하고있음을엿볼수있다.
이번시집에서는그가홀로절규를찾아떠나는여정이잘그려져있다.그가첫시집에서부터쉬지않고부르짖는절규는사랑의다른이름이다.나아가그가지향하는혁명이자시정신이다.그는절규에기대어여기까지왔다.
그의시선은불편한진실을향해있다.알고도묵인하고귀기울여주는이없는이곳에서외침은공허한메아리일뿐이다.그는불편한진실을섬세하게들여다보고시니컬하게조용한목소리를내고있다.향기잃은엉덩이를바라보는일이쓸쓸해지고(「어떤엉덩이를회고함」),“비굴이풍년”(「비굴엑기스」)인이곳이안타까운시인은‘탈(脫)이곳’을꿈꾼다.좌절될때마다그는절규를부르짖는다.절규는대답이없다.혁명은녹록지않으므로.그는이불편한진실들을정면으로맞닥뜨리지않고우회적으로풀어낸다.“헤겔헤겔헤헤겔겔”“칸트칸트”(「그놈은짜장면을좋아했다」)유머와헛기침으로세상을건너가는것이다.이러한불화속에서도‘나’를잃지않으려무던히애쓰는그의마음이시곳곳에녹아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불화들은그의몸속에서혹으로자라나그는곱사등이가되었다.그가바람과풍경을스승으로삼아곱사등이로물색없이떠돌수밖에없는(「곱사등이의노래」)까닭이여기에있다.
사랑의궁극인절규는어디로떠났을까?가장먼곳으로,가장아픈곳으로혁명을위해떠났다.절규를그리워하는그는우유니소금사막에서아타카마사막으로,와이나픽추로,알티플라노고원으로절규를좇아떠돈다.그곳에서세상을굽어보며마음을다잡는다.절규를믿는것은돌아온다는‘소금같은불멸의약속’(「절규의절규를사랑하네」)이다.지구의반대편파타고니아를돌고돌아도그리움은그치질않고그로부터다시아픈방랑이시작된다.
어쩌면시인은불구다.불구인마음들이언덕저편‘도린곁’으로부터위로받는다.그곳에절규가있고시가있다.시인은‘고독의힘’으로한층성숙해지는것이다.
꽃다지앞에엎디는낮은자세로“그리움이당신께가닿을때까지죽을힘을다해썰매를끌겠”(「그리움의방식」)다는시정신은설원에서빛날것이다.그리하여그는바람을따라절규를찾아떠나는길위에서서성일것이다.열정이죽으면저풍경도죽을것이므로.

절규가떠나갔다
이별이끔찍한건
숨의습도를기억한다는것
너와같이들었던노래
자지러지던너의웃음
그달콤한호흡들이
세평공간에오롯이고여있다는것

이제
기도는한가지
저를빛가운데내버려두지마세요
빛에기대는것은무료하니까
-「가슴앓이」전문

정말사랑한다면놈에게사과를주지마세요
노을속에던진사과는돌아올줄모르고
통제할수없는것들은
4월25일이도달하기전
총구에빨간카네이션을꽂고황홀히부서지리

밥의헤븐스도어를녹녹하는밤
나도트라우마깊은둔덕의사생아다
-「내겐아주특별한놈」부분

먼곳으로가고싶었다
아픈곳으로가고싶었다

이른바비굴한자루를등에지고
비오는새벽여섯시마추픽추
라마가잉카이슬을맨먼저밟는곳

떠도는그
대신바람이읽겠다
흔들리는바람
대신콘도르가울어주겠다

석벽의붉은꽃한송이
니맘안다
니맘안다
편히쉬어가라고
고개를끄덕이겠다

고독은우루밤바계곡처럼골이깊고
고통의음조는다분히변덕이심해서
내불구를저와이나픽추안개가쓰다듬겠다
-「마추픽추에서띄우는엽서」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