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말
세상에는따로임자가없는것지천이다.
하늘과땅바람과눈,비,시도그렇다.
쓸때도읽을때도내맘대로놀수있더라.
입닫고도말할수있는게시만한게없더라.
책속에서
두둥실보름달이
빈창에서성이기에
실내화를놓아주었더니
주인없는안방에
넙죽기어들어둥지를틀더라
오늘밤은
외롭지않겠다.
―박현태,「달과의동거」전문
가장높은가지에달린
하나는끝내따지않았다
겨울들머리
홍시는더욱빨개지며말랑거렸다
저한알은
사람의것이아닌바람의몫이다
인동을견뎌내는빈하늘에
백열등하나달아두는것이다.
―박현태,「겨울홍시」전문
내가
오늘하루어떻게살았는지
구두는알고있다
몇시에어딜가서
누굴만나무슨짓을했는지
멱살을잡혔는지눈웃음쳤는지
마음이급해서종종걸음쳤는지
생각이심란해어정어정댔는지
뒷굽이닳도록동행한구두는
내속셈까지뻔히알고있다.
―박현태,「구두의애증」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