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태
박현태시인은경북청도에서태어났다.동아대학교국문학과를졸업하고젊은시절광부로3년동안독일에체류하였다.귀국후‘도서출판白眉’를경영하기도했으며산본신도시에이주한이후지역문화에애정과관심을기울여왔다.현재수리산자락에살며틈틈이시를쓰고있다.1972년첫시집 『未完의서정』이후『사람의저녁』『문득뒤돌아보다』『왜가리는외발로우아하다』『백발을털어내며』『왼손의유산』등25권의시집을상재했다.시선집으로 『세상의모든저녁』이있다.
1부시월저물녘날마다다른사람달과의동거낯선형벌건널목풍경늦은밤손씻기만산홍엽엄마의사계택배로온가을노을녘부석사태풍의계절불현듯이겨울홍시인생자서전입춘즈음에달빛밟기돗자리깔고앉아가을하늘토란국을먹다가달빛에쪼그리고아침이슬구두의애증세탁소유천에갔더니가볍고야트막히진눈깨비길위의소나기마을버스미망(迷妄)의밤날마다그런날아버지의뼈그리운것은눈을감고본다외딴정물화겨울무지개호수위에뜬섶인생수업삶을위한변명태풍그시절자연살이담너머무슨일이집에가는밤길2부이팝같아요나비와벌뼈아픈흔적절정으로가는봄달빛다시기그러저러합니다단비혼자하는야연(夜宴)까마귀날아도대구탕을끓이며해거름녘설경을바라보며오월의꽃비소박이를먹으며도서관옆겨울풍경걷다마음따라걷는날참맑은날사람의풍경하얀몽상속으로오래된밤참식사와끼니살풋오는눈궁금한계절겨울에묻는안부여백두드리기빈술병반쪽짜리내친구의집참스승꿈집짓기개나리꽃필때노인으로사는날개와주인무료함월동하기속삭임지나가는비머나먼하루불면의시대사람의일에날저물녘3부짖지않는사회사람알아보기새벽별지네내안에내리는비아버지핏줄시간늘보시집을열면화창한풍경보리밭길걸으며풀잎들이낙엽속에는나이탓이다늦게안사랑막차를기다리며어머님전상서옛날로가는밤밤눈탓에달빛밝은강물에가을엔그러더라초승달어정대는가을산아침햇살눈오는저녁풍경팔부능선거닐며헛웃음오동나무몸에는무릎을끌어안고호수에내리는비산에가는날그런도중에쇠비린내나다허수아비달빛이머문자리토렴파꽃피는산책길수리산연인매실주를담그며측은지심의계절가을깊은밤임자라불러줘요제주도가면먼나무부끄러운밤입추소복한명상4부파안대소한숨풋사과깎기빚쟁이멍때리기대춘부(待春賦)짧은동안거미로를묻다뜬금없는소리장맛비고목처럼이팝꽃곁에서풀지못한숙제인생맛보기다향(茶香)즐기기환절기나들이신발장멀리온강물이우리사이는동천(冬天)에치킨을주문하고휴지통으로간시잡초를뽑으며내안의4월엄살뼈대지키기속깊은밤비나목의거리도시는벽이다사과맛몽상체험하기기억의창고부지깽이황소고집잠들지않는나무흐르면흐르게하라첫눈신구해바꿔걸기혼술꽃내마음속종양밤보다긴밤
시인의말세상에는따로임자가없는것지천이다.하늘과땅바람과눈,비,시도그렇다.쓸때도읽을때도내맘대로놀수있더라.입닫고도말할수있는게시만한게없더라.책속에서두둥실보름달이빈창에서성이기에실내화를놓아주었더니주인없는안방에넙죽기어들어둥지를틀더라오늘밤은외롭지않겠다.―박현태,「달과의동거」전문가장높은가지에달린하나는끝내따지않았다겨울들머리홍시는더욱빨개지며말랑거렸다저한알은사람의것이아닌바람의몫이다인동을견뎌내는빈하늘에백열등하나달아두는것이다.―박현태,「겨울홍시」전문내가오늘하루어떻게살았는지구두는알고있다몇시에어딜가서누굴만나무슨짓을했는지멱살을잡혔는지눈웃음쳤는지마음이급해서종종걸음쳤는지생각이심란해어정어정댔는지뒷굽이닳도록동행한구두는내속셈까지뻔히알고있다.―박현태,「구두의애증」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