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도 사랑을 아는데: 세상을 연결하는 가장 작은 생명들

세균도 사랑을 아는데: 세상을 연결하는 가장 작은 생명들

$16.80
저자

김응빈

저자 : 김응빈
세균에게도 배울 게 있다고 믿는 미생물학자. 연세대학교 시스템생물학과 교수다. 연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럿거스 대학교에서 환경미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식품의약국(US FDA) 국립독성연구소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오염 물질을 분해하는 미생물부터 우리 몸속에 사는 장내 미생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들의 세계를 오래 들여다봤다.
“아빠가 과학을 쉽게 설명해주는 게 좋다”라는 아들의 말에 용기를 얻어 유튜브 채널 〈응생물학〉을 시작했고, 그 뒤로 방송과 강연에서 미생물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연세대학교 최우수강의교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요즘은 생물학과 예술·인문학의 경계를 오가며, 미생물의 눈으로 삶을 읽는 일에 마음을 쏟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응! 생물학』 『오늘은 유전자가위』 『생물학의 쓸모』 『미생물과의 마이크로 인터뷰』 『술, 질병, 전쟁』 『온통, 미생물 세상입니다』 『나는 미생물과 산다』 『미생물이 플라톤을 만났을 때』(공저) 등이 있다.

www.youtube.com/@kimyesbio

목차

들어가며 ― 자연이 들려주는 공생 교향곡

1부?공생과 갈등

흙 없이 자라는 나무 근권세균
기생이 아니고 공생이야 기생생물
세균도 상도를 지키는데 암모니아 분해 세균
싸우면서 만든 공생의 도구 페니실린
적당한 거리는 2나노미터 DNA
하찮은 미물도 손을 잡는다 곰팡이와 미세조류
너 안 먹으면 내가 먹을게 원생동물과 균근
세균은 ‘혼밥’하지 않는다 박테리아
새벽 합창 소셜 마이크로바이옴

2부?조화와 관계

인간을 키우는 미생물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밥만 먹고도 술에 취하는 병 자동양조증후군
파킨슨병은 장 때문이다? 부티르산
면역계를 가르치는 다정한 존재 오랜 친구 미생물
미생물도 억울하다고요 레지오넬라
박쥐의 경고 측세포수송
현대판 불로초를 찾는다면 프로바이오틱

3부?연결과 순환

알고 보면 식물은 수다쟁이 우드와이드웹
바다가 흘리는 콧물 해양점액
미생물도 이별을 한다 큰물벼룩
죽음은 창조가 될 수 있을까 인간 퇴비화
불후의 명작과 부식질 분해
산호가 사는 법 공생 미세조류
세균에게 배우는 고령화 해결법 세포분열

나가며 ― 나 혼자 산다? 덕분에 산다!

출판사 서평

미생물이 궁금해 펼쳤다가
사람을 알게 되며 덮는 책!

싸우다가도 협력하고, 빼앗다가도 나누어주는
미시세계의 기상천외한 생존법

‘생존’이라는 단어는 적을 무찌른 전사를 떠올리게 하지만, 자연에서의 생존은 그렇지 않다. 생명은 갈등하는 만큼이나 협력하고 화합한다. 물질과 공간이 한정된 생태계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생존 방식이지만, 생물은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며 진화해왔다.

30년 넘게 미생물을 연구해온 김응빈 교수는 『세균도 사랑을 아는데』에서 생태계의 복잡한 관계를 ‘사랑’의 렌즈로 들여다본다. 현미경 아래 미생물에서 시작한 사랑은 인간의 몸을 거쳐 숲과 바다로 넓게 뻗어나간다. ‘공생과 갈등’, ‘조화와 관계’, ‘연결과 순환’이라는 세 갈래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함께 살아간다는 익숙한 말 뒤에 감춰진 생물학의 복잡 미묘한 얼굴을 구경해보자.


‘오랜 친구 미생물’에서 ‘바다의 콧물’까지
스물세 개 이야기로 만나는 관계의 미생물학

1부 「공생과 갈등」은 경쟁하면서도 화합하는 미생물의 독특한 생존 방식을 보여준다. 곶자왈의 나무는 뿌리 주변 미생물에게 양분을 공급받아 흙 없이 자라나며, 미세조류는 곰팡이의 몸속에 살림을 차려 환경적 한계를 타파한다. 세균은 먹이 경쟁을 하면서도 서로의 생태지위를 존중하며 ‘상도’를 지키고, DNA는 2나노미터의 ‘거리두기’ 기술로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생명들도 인간처럼 협력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2부 「조화와 관계」에서 시선은 인간의 몸으로 옮겨간다. 파킨슨병과 장내미생물의 연관성을 추적하는 연구, 유산균의 영향에 대한 열띤 논쟁, 레지오넬라증을 둘러싼 미생물의 법정 이야기는 우리 몸이 수많은 생명과 영향을 주고받는 하나의 장소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특히 인간의 면역계는 낯선 미생물에 대해 공격과 관용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박쥐가 수많은 바이러스를 품고 생존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처럼 ‘조화’는 아무런 충돌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동적인 균형 상태다.

3부 「연결과 순환」은 숲과 바다, 삶과 죽음으로 시야를 넓힌다. 스트레스를 받은 식물은 인간의 귀에 들리지 않는 초음파를 내고, 숲은 나무의 뿌리를 잇는 ‘우드와이드웹(WWW)’을 통해 소통한다. 세균과 곰팡이는 죽은 생명을 분해해 생태계로 돌려보내며, 산호는 몸속 광합성 미세조류와 양분을 주고받으며 척박한 열대 바다에 생태계를 일군다. 미생물은 한 생명에서 다른 생명으로 끊임없이 이동하면서 삶과 죽음을 연결한다.


세균도 내리사랑을 안다
“나 혼자 산다?”에서 “덕분에 산다!”까지

세균은 ‘이분법’으로 증식해 늙지 않는다고 오랫동안 여겨져왔지만, 실제로는 손상된 단백질이 한쪽으로 편향되어 축적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손상을 물려받은 세포는 점차 노화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건강한 다른 쪽 세포는 다음 세대를 이어간다. 형태상 대칭적인 세포분열 속에 ‘질적 비대칭성’이 숨어 있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자녀 세대에 더 나은 출발점을 건네는 ‘내리사랑’을 떠올린다.

세균에서 시작해 동식물을 거쳐 온 세계까지 나아가는 미생물의 이야기는 저자의 할머니가 남긴 한마디로 끝을 맺는다. “너희 덕분에 참 잘 살았다!” 『세균도 사랑을 아는데』의 ‘사랑’은 자연을 단지 미화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그야말로 공생할 줄 아는 생태계의 탁월함을 표현하기 위한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미생물이 오래도록 터득한 지혜를 들여다보며, ‘나 혼자 산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삶 역시 얼마나 많은 존재의 ‘덕분’에 가능했는지를 생각해보자.


책 속으로

‘미생물’을 주제로 강연이나 방송을 통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미시 세계에서 마주친 지혜로운 공생共生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생물학에서 말하는 공생은 경쟁과 대립하지 않습니다. 공생은 말 그대로 ‘함께 사는’ 겁니다. 공간(서식지)과 자원(먹이)을 공유하며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일입니다.
─ p.8 「자연이 들려주는 공생 교향곡」


숙주와 기생생물 간의 끊임없는 ‘진화적 군비 경쟁’은 새로운 종의 탄생을 유도합니다. 기생생물이 가하는 선택압에 따라 숙주의 몸 생김새나 기능이 세대를 거치며 달라지고, 때로는 이러한 변화가 종 분화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신기하다고요? 아닙니다. 당연한 자연의 이치입니다. 생물은 서로 어울려 살아갑니다. 혼자 사는 생물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웃과의 관계가 어디로 기울었느냐에 따라 조화를 이루는 행복한 공생이 되거나 반대로 불편함을 넘어 치명적인 동거가 될 뿐입니다.
─ p.31 「기생이 아니고 공생이야」


얼핏 사소해 보이는 2㎚라는 거리두기 역시 생명 유지의 핵심 조건입니다. DNA가 일정한 폭을 유지해야 안정적인 이중나선 구조를 형성할 수 있고, 유전정보를 읽고 복사하는 단백질들도 DNA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폭이 일정하지 않다면 유전정보의 저장과 전달 과정에서 오류가 훨씬 자주 발생할 겁니다.
결론적으로 DNA의 2㎚ 거리두기는 단순한 구조적 특성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생명의 기본 단위인 세포가 유전정보를 정확하게 저장하고, 필요한 순간에 효율적으로 발현할 수 있게 하는 핵심 원리입니다. 이러한 정교한 메커니즘은 세포가 외부 환경의 변화나 내부의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이 있더라도 안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게 합니다. 따라서 DNA의 구조와 기능에 숨겨진 이러한 미세한 거리두기는 생명 유지의 비밀이자, 생명체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자연에서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이며, 생명의 경이로움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 p.49 「적당한 거리는 2나노미터」


미생물은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 가운데 가장 널리 퍼져 있고, 이들의 다양성은 다른 모든 생물의 다양성을 합친 것보다도 많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배양해서 확인한 미생물은 1% 남짓에 불과합니다. 얼마 전에야 연구가 더딘 이유를 알아차렸습니다. 미생물을 하나씩 단일 배양하려는 시도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시쳇말로 ‘혼밥’하는 사람은 있어도 혼자 사는 미생물은 거의 없는데 말입니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인간 사회를 향해 미생물의 모습이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작을 미微’가 모이니 ‘아름다울 미美’로 다가오네요.
─ p.78 「세균은 ‘혼밥’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기self’와 ‘비자기nonself’를 구별해 비자기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는 우리의 면역계가 이상하게도 휴먼 마이크로바이옴은 마치 인간 세포인 양 그대로 둡니다. 분명히 ‘유전적 비자기’인데 말이죠. 직무 유기가 아니라면, 인체 면역계는 자기를 ‘나’가 아니라 ‘우리’라는 개념으로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란, 학연과 지연 같은 연고 중심의 패거리가 아니라 조화로운 공존과 번영에 이바지하는 건전한 구성원들을 아우릅니다.
인체 면역계는 적어도 20만 년이 넘는 호모 사피엔스의 생물학적 역사 동안 다양한 미생물과의 만남으로 다듬어진 시스템입니다. 오랜 진화의 산물이죠. 인간 사회에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친구로 발전하는 좋은 인연도 있지만, 때로는 피해만 남기는 악연도 있게 마련입니다. 이런 인생 경험은 타인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데 밑거름이 되죠. 마찬가지로 우리의 면역계도 자연에 존재하는 온갖 미생물의 자극에 반응하면서 누구를 가까이해야 할지 멀리해야 할지를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왔습니다.
─ p.109-110 「면역계를 가르치는 다정한 존재」


좋든 싫든 우리는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적당히 경계하되,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 과정은 한날한시에 갑자기 일어날 수 없습니다. 오랜 시간과 많은 경험이 필요하죠. 이런 인정과 수용이야말로 미생물과 인간이 서로에게 오랫동안 견지해온 태도입니다.
─ p.113 「면역계를 가르치는 다정한 존재」


세균은 손상된 단백질을 구극 쪽으로 편향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세포분열을 거듭할수록 구극 쪽 세포는 기능적 노화가 가속되고, 결국에는 죽음을 맞게 되지요.
세균에서 일어나는 세포분열의 질적 비대칭성은 놀라운 생존 기술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손상된 생체물질을 두 세포가 똑같이 나누어 가진다면, 손상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개체군 전체에 퍼져 나갈 것입니다. 반대로 손상된 물질을 한쪽 세포에 집중시키면 다른 세포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며 새로운 세대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이제껏 살아오게 한 진화의 필연적 산물이지만, 하찮은 미물의 행동치고는 무척 경이롭죠.
세균의 질적 비대칭 세포분열은 문득 ‘내리사랑’을 떠올리게 합니다. 다음 세대에 더 나은 출발점을 물려주는 모습과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 p.189 「세균에게 배우는 고령화 해결법」


사랑은 정의가 아니기에 공평한 거래를 이룰 수 없습니다. 보통 누군가에 대한 사랑의 정도는 준 만큼 받으려는 기대와 반비례합니다. 사랑의 저울이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이유죠.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옛말 그대로입니다. 문득 격동의 한 세기를 살뜰하게 살아낸 할머니가 생의 마지막에 남긴 한마디가 떠오릅니다.
“너희 덕분에 참 잘 살았다!”
‘덕분德分’이라는 말을 글자 그대로 풀면 덕을 나누는 겁니다. 한결같은 마음을 나눈다고 생각하면 고마움을 표하는 말과 어울립니다. 부디 우리 삶에 ‘그대 덕분에’라는 말이 가슴에서 절로 우러나오는 순간이 넘쳐나기를 소망합니다.
─ p.197 「나 혼자 산다? 덕분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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