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제주4.3, 당신에게 건네는 일흔한 번째의 봄)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제주4.3, 당신에게 건네는 일흔한 번째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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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갓난아이부터 소년, 청년, 여성은 물론 노인들까지 제주 도민들이 무차별하게 희생된 참혹한 사건, 제주4·3.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은 우리가 꼭 알아야 할 4·3의 슬프고 처연한 이야기를 담았다. 책 제목에는 살아 있는 사람들은 설워(서러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 이유 없이 억울하게 죽어간 자들은 서러워할 봄조차 맞을 수 없었다는 망자의 비통한 시선이 스며 있다. 독립운동가이자 민족사학자 신채호 선생은 일찍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저자 허영선 역시 이 책을 통해 “7년 7개월 동안 제주도민 3만여 명이 희생되었던, 이 대비극”을 항시 기억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제주4·3사건의 비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백비(白碑)에 새겨넣어야 할 4·3의 이름들과 정명의 문제, 진실규명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4·3 71주년을 바라보는 지금, 이 시대가 풀어야 할 과제들과 4·3이 남긴 상흔, 4·3과 여성들, 4·3 한복판에서 목숨 걸고 검은 바다를 건넌 재일동포와 그들이 꽃피운 예술, 황홀과 비애를 동시에 간직한 제주의 역사와 자연 등 4·3으로부터 시작된 그 모든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

허영선

제주출생.시인,전《제민일보》편집부국장,제주4·3평화재단이사를역임했으며제주4·3연구소소장,5·18기념재단이사,제주대강사,사단법인제주올레이사로있다.시집《추억처럼나의자유는》《뿌리의노래》《해녀들》,산문집《탐라에매혹된세계인의제주오디세이》,문화칼럼집《섬,기억의바람》,역사서《제주4·3》《제주4·3을묻는너에게》,4·3구술집《빌레못굴,그끝없는어둠속에서》,《그늘속의4·3》(공저),그림책《바람을품은섬제주도》《워낭소리》등을펴냈다.

목차

★작가의말4

난찐빵을안먹습니다*16
<1장서러움에사무치는봄길을걸어봅니다>
난고사리를먹지않습니다*20

사무치는그꽃길을걸었습니까*23
나를치유하고싶다면이섬으로오라*29
활주로의무덤들*38
그들은어디로갔을까*43
70년기억너머4*3,다시봄*47
우리들의‘순이삼촌’*51
4.3,이찬란한비애*55
지금,홀로우는자를잊지말아야한다*59
제주4*3과블랙리스트*63
4.3행방불명자를위한위로*67
두얼굴의곶자왈*72
애도의길을따라서*76
그달빛서러움채워주리*80

그날이후,양하를입에대지않았다*84
<2장살다보니살아지더군요>
무명천할머니*월령리진아영*88

빨간멍에*91
죄없는게죄였던시절*95
증거인멸의비*99
속솜허지말라이*103
살암시민살아진다*107
해녀,그담대하고당당한*111
‘해녀양씨’가남긴말*120
지바의바다에서부르는노래-제주해녀홍석낭*124
이깊은4*3의기억,아무도모릅니다*129
울지말아요광주여!*141
100년전바다건넌제주세여자,그독립의불꽃*146

‘와랑와랑’이란말*152
<3장전쟁이남긴노래>
그시절,당신들의“왁왁”*156
미안해요베트남*161
베트남의그소리,‘아맙’처럼*165
베드조운퉁,한인권운동가의눈*169
오키나와아카섬에서아리랑을부르는두할머니*173
꽃으로도전쟁이될까요*179
자이니치1세*183
동굴,그안과밖을떠도는말할수없는것들*187

어머니의은가락지*197
<4장슬픈그들이보고있습니다>
울고싶을땐물에서울어라*200

재일사회,문학의힘으로*203
어느재일노시인의눈물*207
재일김시종시인의‘바야흐로꼬부랑길’*211
차별에지지않는굳센마음을가져라-오사카의민족교육자김용해선생*215
사상이란인간해방이라하셨지요-재일사학자고강재언선생*219
기억이말살당한데는역사가없다-김석범의《화산도》*223
망향제주*228
살아남은자의의무*232
민족교육의선구자,신촌조규훈선생을생각한다*237
조선적재일동포의꿈*241
어느재일화가의슬픈응시*245

사과한알먹는것도죄스러워서*249
<5장당신에게위로할봄이라도드리고싶지만>
볶은콩에도싹이난다*252

제주이야기*255
변하지않는것은보석이된다-굿만찍던사진가,김수남*265
저,제주도에관광하러온사람아니거든요*269
자기숨만큼해야지-최고령해녀고인오*274
제주바람은밥이다*288
올레,새로운문을나선다는것*293
황홀한,멈추고싶은제주도를위하여*297
한라산의얼굴을가리지마라*300
제주만의것이아니다*304
제주도가길을묻고있다*307
지금해안선이사라지고있어요*311

출판사 서평

▶4·3,제주의얼굴을할퀴고흘러간‘애린’역사
아름다운자연과그안에자리잡은독특한문화가생생하게살아숨쉬는곳,세계각지에서모여든관광객들이그황홀한풍경에이끌려쉽사리발길을돌리지못하는곳,약2010년부터제주도로떠나는이민자수가가파르게증가해온곳.
유네스코세계자연유산으로지정된1만8천여신들의섬제주는누군가의또다른꿈이자희망의섬이다.그러나황홀한제주의절경뒤편에는아직해원하지못한수많은목숨의원통함이,4·3이라는아픈이름이스며있다.
1947년3월1일이도화선이되어일어난참극‘제주4·3사건’은1948년4월3일부터1954년9월21일까지이어졌으며,무력충돌및진압과정에서약2만5천명~3만명으로추산되는엄청난숫자의희생자를남겼다.7년7개월동안섬의공동체는절멸했다.희생된이들은대부분아무런무장도하지않은민간인들.생존자들은감히눈물도내지못했다.아프다고는더더욱말하지못했다.이들은말한다.“두루설뤄사눈물난다(덜서러워야눈물난다)”고.덜서러워야눈물도나는법.눈물조차흘리지못하고가슴깊이삭인나날이었다.
제주출신언론인이자작가,제주4·3연구소소장허영선은때로는날카로운칼럼으로,압축된시로,그깊은상흔을낱낱이풀어놓은산문으로제주와4·3에대해끊임없이이야기해왔다.저자는제주의얼굴을할퀴고흘러간그모든‘애린’역사의고통과절망을고스란히품고,그것을다시생생하고치열한기록으로풀어냈다.

▶화인(火印)처럼새겨진슬픔의장면들
그해여름날이었습니다.갑자기들이닥친군인들이남편을동네청년들과함께트럭에태우고있었습니다.(……)두려움에떠는남편의눈빛이느껴졌어요.남편이너무나가여웠어요.(……)꼬깃꼬깃모아두었던돈을꺼내빵을사러뛰어갔어요.저트럭이출발하기전달려가야할텐데.난빵한봉지를사들고허둥지둥달려갔어요.차위로,온힘을다해그빵을탁올렸어요.순식간에트럭은“빵”소리를내며떠나버렸어요.(……)누군가가말했어요.“꼭다시돌아옵니다.”그게마지막이었어요.(……)제주4?3사건은사랑하는사람을영원히떼어놓았습니다.남편에게그때그빵의온기가조금이라도전해졌을까요.
-<난찐빵을안먹습니다>본문중에서

“이게어디잊어불일이야.”4·3생존자들은당시의기억에서단한순간도자유로웠던적이없다.《당신은설워할봄이라도있었겠지만》책곳곳에는생존자들의증언을토대로재구성된‘그날’의장면들이등장한다.71년이라는세월이흘러도어제일같이생생하기만한,화인(火印)처럼새겨진슬픔이다.

▶4·3으로부터시작된그모든이야기
《당신은설워할봄이라도있었겠지만》에는4·371주년을바라보는지금이시대가풀어야할과제들,4·3이남긴상흔,4·3과여성들,4·3한복판에서목숨걸고검은바다를건넌재일동포와그들이꽃피운예술과사상,황홀과비애를동시에간직한제주의역사와자연등4·3으로부터시작된그모든이야기가담겨있다.

1장<서러움에사무치는봄길을걸어봅니다>에서는제주라는공간과그곳에얽힌제주4·3의아픈역사가조심스레펼쳐진다.그날의기억을가슴한구석에만몰래묻어두고살아온이들이마침내입을열어들려주는생생한증언,해결되지못한과제들,후유장애판정을받지못해힘겹게삶을이어가는생존자들의이야기,4·3희생자들의눈으로바라본세월호참사와문화예술인블랙리스트사태에비추어바라본4·3트라우마등을통해저자는제주4·3은결코현재와동떨어진과거의사건이아님을,여전히생생하게살아숨쉬는현재진행형임을강조한다.

2장<살다보니살아지더군요>에서는제주4·3의광풍을온몸으로겪어낸여성들의삶을조명한다.국가가저지른폭력으로여성성을훼손당하고상처를안고살아가는이들,‘며느리’라는이유로진료비나유족지원금등제대로보상을받지못하고있는유족들,하루아침에소중한존재를잃었지만남은자식을키우기위해바다로나간제주해녀들의삶,4·3생지옥의제주바다를건너오사카로떠난재일해녀들등제주4·3사건을몸소겪은여성들의참혹한삶에대한이야기가담겼다.

3장<전쟁이남긴노래>는무자비한폭력에노출되어수많은목숨이사라져갔던베트남전쟁,인도네시아대학살,오키나와전,위안부문제등제주4·3사건과닮아있는참극들을살펴본다.죄없는이들이국가의폭력에희생되었다는점,그리고현재까지속시원한원인규명이나가해자의명확한사과를받지못했다는점에서제주4·3사건과맥을같이한다.저자는서로닮아있는역사적사건들을고찰하며진실과정의,평화란무엇인가에대해질문을던진다.

4장<슬픈그들이보고있습니다>는4·3을피해바다를건너낯선땅일본으로건너간재일동포들의이야기와그들이꽃피운예술과사상에대한이야기를담았다.대표적인재일작가김시종시인과김석범작가,재일민족교육계의정신적거목김용해선생,한국과재일사학계에한획을그은재일사학자고강재언선생,재일동포민족교육의선구자신촌조규훈선생의일대기와업적을소개하고,고국땅을자유로이오갈수없는조선적재일동포들의애환에대해서도이야기한다.

마지막장인5장<당신에게위로할봄이라도드리고싶지만>에서는제주라는유산이지닌가치들을다시한번짚어본다.그럼에도끝내지켜지지못하고사라져버리는많은것들에대한안타까움,그리고제주의그모든가치를보존하고지켜내려했던인물들의이야기를담았다.누군가의삶이,오랜세월지켜온터전과역사가전혀존중받지못한채어떠한명분을위해무차별적으로파괴되는작금의행태는오늘날우리가제주라는공간을대하는방식과4·3의비극이무관하지않음을보여준다.무언가를쌓아올리기전에그곳에무엇이있고,이를어떻게보듬고지켜낼수있을지에대한물음이먼저임을저자는일관되게강조한다.‘제주란무엇인가’라는물음뒤에는언제나‘제주4·3’이있다는사실도.

▶일흔한번째봄,우리앞에놓인과제들
2008년노벨문학상을수상한프랑스작가르클레지오는제주를다녀와서유명잡지《CEO》에아래와같은글을발표하기도했다.
“군인들이성산포사람들을총살하기위해트럭에서해변에내리게했을때그들의눈앞에보였던게이바위다.나는그들이이순간에느꼈을새벽의노르스름한빛이하늘을비추는동안에해안선에우뚝서있는바위의친숙한모습으로향한그들의눈길을상상할수있다.냉전의가장삭막한한대목이펼쳐진곳이여기일출봉앞이기때문이다.오늘날이잔인한기억은지워지고있다.아이들은바다에서헤엄치고자신들부모의피를마신모래위에서논다.매일아침휴가를맞은여행객들은가족과함께바위너머로솟는일출을보러이바위를오른다.”
일출봉으로올라가는우뭇개동산에서30여명이총살을당했고그앞성산포구터진목앞바다에서는수백명의민간인이학살당했다.총알이아깝다고대창이나죽창으로도만행을저지른저성산포구앞바다에는오늘도죄없이죽어간한많은원혼들의거친삶이넘실거린다.
제주4·3은이제71주년을맞았다.힘겹게삶을이어왔던생존자들은하나둘세상을떠났고남은생존자와유족들은정신적,육체적후유증에시달리고있다.시대가,국가가풀어야할과제들은여전히현재진행형이다.그렇기에저자의시선은현재와과거에만머무르지않는다.과거의아픔들로빚은거울은현재를비추고,이는다시미래를향한다.
《당신은설워할봄이라도있었겠지만》에깃든단어하나,문장한줄,이야기한꼭지는쉽사리페이지를넘길수없게만든다.그러나이책의마지막장을덮는순간독자들은깨닫게될것이다.이뼈아픈역사낱낱을기억하고,목소리높여이야기하는것은“죄없는게죄였던”참혹한시대를살아냈던이들에게보낼수있는가장뜻깊은애도의방식이라는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