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불빛들을 기억해 (나희덕 산문집)

저 불빛들을 기억해 (나희덕 산문집)

$13.80
Description
“상처 입은 삶에 깃들어 있는 온기 어린 순간들,
이 기록이 누군가에게 작은 불빛이 되어주기를”
등단 이후 지금까지 30년 남짓한 시간 동안 삶의 통증과 그늘을 문학이라는 품 안에 끌어안으며 살아온 나희덕 시인. 2012년 출간되었던 시인의 산문집 《저 불빛들을 기억해》가 8년 만에 다시 독자들을 찾았다. 기존의 원고와 구성을 다시 손보고, 새로이 쓴 원고 11편을 추가했다.

이 책은 점, 선, 면이라는 3가지 주제로 나뉘어 있다. 하나의 작은 세계이자 존재의 내밀한 모습인 ‘점’, 이 점이 다른 점과 맞닿으며 탄생하는 ‘선’, 그리고 제각기 다양한 형태의 선들이 만나 비로소 완성되는 ‘면’. 시인은 점, 선, 면이라는 세 가지 구도 속에서 존재와 관계, 그리고 세상의 축도를 섬세하고 온기 어린 시선으로 그려냈다. 이 책을 통해 시인은 “이 누추한 삶의 기록을 되살리는 일이 작으나마 우리가 잃어버린 불빛을 기억하는 일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전하고 있다.
저자

나희덕

1989년중앙일보신춘문예에시〈뿌리에게〉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뿌리에게》《그말이잎을물들였다》《그곳이멀지않다》《어두워진다는것》《사라진손바닥》《야생사과》《말들이돌아오는시간》《파일명서정시》,산문집《반통의물》《한걸음씩걸어서거기도착하려네》등이있다.현재서울과학기술대학교문예창작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개정판을내며4
작가의말7

1부점
에덴에서무등까지5
518호라는방29
구름과수풀35
말벌과함께살기40
저연둣빛처럼44
식사를소풍으로바꾼저녁50
무릉은사라졌어도54
건천乾川이소리를내기시작할때58
피아노가있는풍경66
돌멩이가묻고있는것70
나는너를듣고싶다82
쓰러진회화나무의말88
서른살의아침96

2부선
저불빛들을기억해103
가장자리쪽으로109
무위당无爲堂생각112
아름다운농부에대한기억116
산양의젖을남겨두는마음121
나는이시장을사랑합니다124
타인의냄새129
당신을알기전에는133
스스로멈출수있는힘138
뒤주와굴뚝142
이사,집의기억을나누는의식148
수녀님,어디계세요?152
영혼의감기157
네밤자면집에갈수있어요160
피어나지못한목숨을위하여164
영랑의나무와다산의나무168
일기는쓰고있니?177

3부면
풀비린내에대하여183
구름앞에서부끄러웠다189
슬픔의이유를알권리192
죽음과죽어감197
통증과치유의주체는누구인가201
삶을어떻게요리할것인가206
그늘속의의자들211
무엇을줄일수있을까214
플러그를뽑는즐거움219
반달모양의칼과길223
어리석은자가산을옮긴다232
가지취냄새나는책을찾아서237
팔권리와사지않을권리242
나무열매와다이아몬드246
영양과뱀잡이수리251
폭설이우리곁을지날때255

출판사 서평

▶혼란과고통속에서던졌던수많은질문들의기록
모성적상상력을바탕으로사물을따뜻한시선으로감싸안고생명원리를추구하는서정시인으로알려진나희덕의산문집《저불빛들을기억해》는글한편한편마다저자특유의온기로세상과사람들을어루만져주고있다.시인의자전적인이야기에서출발하는이책은타인과의관계에대한이야기,그리고나아가우리가몸담은세상을폭넓게바라보는시인의깊은사유들로이루어져있다.

서른을지나지천명의나이를훌쩍넘기고도이렇다할만한답을아직찾지못했습니다.오직묻고또묻는것만이그나마사랑에가까워지는길인지도모르겠습니다.그래서인지이산문집에는그럴듯한깨달음보다는제가혼란과고통속에서던졌던수많은질문들이자리잡고있습니다.그리고글로남기지않았다면잊혀지고말았을어떤기억들이도란도란숨을쉬고있습니다.
_〈개정판을내며〉중에서

올해는나희덕시인이등단한지31년째되는해다.그럼에도시인은여전히‘답하기’보다는‘묻기’를선택한다.그간많은독자들의마음한켠에스며들었던그의속깊고투명한언어들은섣불리답하기보다끊임없이묻고또묻는지난한과정안에서탄생한것이아닐까.
이책은점,선,면이라는3가지주제로나뉘어있다.하나의작은세계이자존재의내밀한모습인‘점’,이점이다른점과맞닿으며탄생하는‘선’,그리고제각기다양한형태의선들이만나비로소완성되는‘면’.이구성은그가오래전읽은칸딘스키의《점·선·면》이라는책에서영감을얻었다.

‘점’이하나의작은세계이자존재의내밀한모습을나타낸다면,이점이다른점과맞닿으며탄생하는‘선’은개체와또다른개체의만남을의미한다.또한제각기다양한형태의선들이만나비로소완성되는‘면’은사회또는공동체를뜻한다.(…)삶이란그렇게점과선과면이역동적으로만나는과정일것이다.
_〈작가의말〉중에서

시인은점,선,면이라는개념이회화적요소에만적용되는것이아니라“나와타인,그리고세상사이의축도”를설명하고있다는점에서삶이라는구도를설명하기에적절한개념이라고보았다.이렇듯점,선,면이라는세가지주제안에서시인은존재와관계,그리고세상의축도를섬세하고온기어린시선으로그려내고있다.

▶존재와관계,그리고세상에대한섬세하고온기어린시선
1부〈점〉은나희덕시인이걸어온나날들의자취를담았다.책의첫장은시인스스로‘에덴에서의십년’이라이름붙인어린시절의이야기로시작된다.부모님이운영했던보육원인‘에덴원’에서부모없는아이들과살을맞대며생활했던유년기,이후낯선도시서울로자리를옮겨‘제2의에덴’으로부른‘애향원’에서다시새로운집단생활을시작했던날들,답답한교실을벗어나자유로이길위를떠돌며보냈던중·고등학교시절….이런독특한경험들은그의기질과감수성,삶의태도를형성하는토대가되어주었다.
대학시절시인의세계에영향을준두인물은윤동주,그리고그의은사정현종시인이었다.정현종시인을통해“시인으로존재하는방식”을배운그는끊임없이시를썼고,마침내중앙일보신춘문예에시〈뿌리에게〉가당선되며시인이되었다.
그러나시인의삼십대는“딱딱한복도의자위에서의불편한잠같은”것이었다.종합병원중환자보호자실에서몇번의여름과겨울을나며삶과죽음을선명히체감하던나날들.그러나그런상황에서도그는시인으로서의정체성을포기하지않았다.그는그시절을회상하며이렇게말한다.“지금생각해보면,어두운허공에드러난뿌리처럼갈증과불안에허덕이던그나날들이시인으로서는가장파닥거리며살아있었던시기였던것같다”고.

돌아보면어린시절부터가난은늘그림자처럼따라다녔고,사춘기에는제도에대한반감과부모님과의마찰로마음부대끼는날이많았다.이른결혼과출산으로이십대를직장과집안일에바치느라고단한나날을보냈고,때로지인들에게배신을당하거나마음이심하게다치는경험도했다.
그러나그모든일들을나는실패라고여기지않는다.왜냐하면그것은내의지의결과라기보다는어쩔수없이들이닥친일들이었고,지금은이미망각하거나극복한일들이되었기때문이다.(…)추수를끝낸빈가슴에흰서리를담고있는겨울들판은또나에게무엇을말하고있는것일까.
_〈저연둣빛처럼〉중에서

시인은저마다마음속에건천乾川을하나씩품고사는존재들이라고할수있다.슬픔을섣불리표현할수없게되었을때,자신의슬픔에덜열중하게될때,시인으로서는다른존재의울음소리에좀더귀기울일수있게된다.(…)살아있는존재들이내는울음소리를나는좀더가까이다가가듣고싶다.
_〈건천乾川이소리를내기시작할때〉중에서

그는고단한삶의경험들이‘나’에대한질문을내려놓지않게한동력이었음을고백한다.그렇게1부에담긴시인의이야기들은굴곡지고요동쳤던그의삶과내면을조명함으로써그의뒤편에자리한고뇌와질문들을생생하게보여준다.

2부〈선〉은존재와존재간의맞닿음,즉점으로서존재하던개인이아닌타인이라는또다른점과맞닿아이룬수많은선들에대한이야기다.시인은자신과직·간접적으로인연을맺은이들을통해삶의온기와활기를확인하고,연대감을느끼고,자신의편협한마음자리를되돌아보고,가치관과삶의태도를재정비하기도한다.

나무는혼자만우뚝서있지않는다.다른나무들과나란히서서서로에게가지와그늘을드리운다.그래서어떤나무들에둘러싸여있느냐에따라나무는잘자라기도하고불시에죽기도한다.사람살이도마찬가지다.누구나혼자살수없고다른사람들과영향을주고받는다.어떤사람들속에살았느냐에따라삶이피워내는꽃이달라진다.그러니잇대어선나무들속에서사람의우정과연대를읽어볼수도있겠다.
_〈영랑의나무와다산의나무〉중에서

시인의가족뿐만아니라한국의헨리데이비드소로로불리는생명운동가이자사회운동가인무위당장일순,‘풀무원농장’의설립자원경선원장,팔레스타인의시인자카리아무함마드,그리고동네이웃들과시장에서만나는반가운상인들,혹은오다가다스치듯만난짧은인연들까지….그모든관계는그의작은세계를흔들고,변화하게하고,마침내확장시킨다.

당신을알기전에는‘평화’라는말이막연한추상명사처럼들릴때가많았습니다.그리고작가로서평화를위해발언하고실천하는일을어떻게해나가야할지잘몰랐습니다.그런저에게당신의시와산문은평화를말하는문학적태도와구체적인방법을가르쳐주었습니다.(…)언젠가당신이저의글에서도또다른평화의상징을발견하고공감하게되기를바랍니다.
_〈당신을알기전에는〉중에서

싱싱한물건을싸게살수있다는것말고도사람사는풍경과분위기를느낄수있다는것이재래시장의매력이다.평생시장에서잔뼈가굵은상인들과나누는몇마디말과그들의거친손등,질척거리는시장바닥의비린내와거기비치는불빛.그렇게시장사람들의땀냄새와기름냄새를맡으며걷다보면객지생활의외로움도한결가벼워진다.
_〈나는이시장을사랑합니다〉중에서

1부가개인,2부가타인과의관계맺음에대한이야기였다면마지막3부〈면〉은제각기다양한형태의선들이만나직조해낸‘세계’에대한이야기를담았다.시인은기후위기,죽음,질병과통증,먹거리,현대문명의한계,세월호참사등우리가발딛고있는이세상에산재한과제들을‘전체성’이라는관점에서바라보며근원적인질문을던진다.

4월의달력을바라보는마음에는커다란구멍이두개나뚫려있다.4월3일과4월16일.고통의블랙홀과도같은이두개의숫자앞에서우리는해마다어떤집단적통증이되살아나는걸느낀다.(…)충분한시간이있었음에도해군과해경은왜승객들을제대로구조하지않았는지,그배후에는대체누가있는것인지우리는아직도알지못한다.그것을제대로알지못하는한우리는마음껏슬퍼하고분노할권리가있다.그리고우리에게는이오랜슬픔의이유를알권리가있다.
_〈슬픔의이유를알권리〉중에서

어떻게사는것이과연제대로존재하는길인가.그것은소비의문제가아니라생산의문제이며,나의문제가아니라우리모두의문제이다.웰빙상품을소비함으로써얻을수있는만족이아니라가까이있는이웃과생명체들을사랑하는일이야말로진정한웰빙족이누리는행복이아닐까.
_〈삶을어떻게요리할것인가〉중에서

시인들은세상의흐름을누구보다예민하게감지하고그안에스민아픔과상처들에민감하게반응하는이들이다.나희덕시인역시이사회가,그리고이세계가안고있는문제들에대해끊임없이관심을기울이고그본질을예리하게들여다본다.그러나시인의통찰과질문들은결국자신의삶을향한다.‘어떻게살것인가’는여전히시인의내면안에살아숨쉬는현재형의질문인것이다.

▶우리가잃어버린불빛을기억하기를
시인의말처럼“삶이란그렇게점과선과면이역동적으로만나는과정”이다.이책을읽어가는동안독자들은개인과타인,그리고세상이결국은하나로이어져있음을자연스레깨닫게된다.
시인은개정판서문을통해“이누추한삶의기록을되살리는일이작으나마우리가잃어버린불빛을기억하는일”이되기를바란다고전한바있다.나희덕이라는한시인이걸어온삶의길위에드리워진그늘과통증에는그모든것을품어안는불빛이깃들어있다.그것을온기라고도,희망이라고도,혹은사랑이라고이름붙일수도있겠다.시인의바람대로이책을통해우리가잃어버린불빛들을기억하기를,그불빛들로각자가내면의그늘과아픔을따스하게비출수있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