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에도나는노래할수있다”73세거장,최백호가쓴진정성의중력
호소력짙은목소리로많은사람들에게사랑을받은낭만가객최백호의첫산문집《잃어버린것에대하여》는그가써온가사처럼깊은우수와사유그리고낭만인생이란무엇인가에대한통찰이그의가창력만큼이나감동적으로담겨있다.어려웠지만가수로서진정성을잃지않고살아내려했던이야기,노래에얽힌사연,최근젊은가수들과함께했던작업과새로운도전그리고깊은울림을주는인생잠언들이읽는이에게청년최백호의새로운면모를보여준다.교사였던어머니의영향으로글과그림을배워화가가되고싶었던최백호.나이육십에그림을그리기시작하여최근성황리에전시를마친〈나무〉,〈바다〉를모티브로한그림삼십점이최백호의낭만문장과함께수록되어있다.
여든이되어도나는〈입영전야〉를부를수있다.젊은시절에한호흡으로부르던대목을두세호흡으로나눠부르면된다고생각한다.여든에는여든의호흡으로아흔에는숨이좀가파르겠지만충분히노래할수있다.
-《잃어버린것에대하여》중에서(14쪽)
나이아흔에도노래를하겠다는거장의모습속에는육십에그림을그리기시작하여전시회를열고칠십삼세에첫산문집을내는도전정신으로가득찬청년최백호가들어있다.고독해지는한이있더라도굳이애써빛나려하거나알려지려하지않는것.그고독을견디는힘이최백호의음악과그림그리고지금의글을만들지않았을까.‘철자법이나문법이틀리지않는한원고한글자도고치지말라’던그의글에는짧으면서도서사가있고울림이있다.
어떤일을하던그가주목하는지점은진정성이다.내주변사람들에대한,내가하고있는일에대한,그리고나자신에대한진정성이라는중력이사람들의마음을끌어당겨오랫동안사랑받을수있게만든다고이책에서말한다.
인생의성成,패敗는진정성에서결정된다고생각한다.
-《잃어버린것에대하여》중에서(29쪽)
만화적인상상력으로보는세계
최백호는소위말하는‘만화덕후’다.일흔을넘긴나이에도홍대만화방을찾고,읽었던만화를여러번다시읽을정도로만화를사랑하는사람이다.그런그는만화적인상상력을강조한다.세상을만화로보는시선을지녔기에여러창작물을만들어냈고또인간적으로성장했음을밝힌다.
나는아직무신론자다.앞으로도특별한사건이나어떤신비한현상을경험하기전까지는신의존재를믿지않을거다.그리고또간혹이런엉뚱한생각을하기도한다.어쩌면,혹시,정말죄송스럽지만,우리인간이신神이아닐까?우리는지금너무멀리서신을찾고있는건아닐까?부처도예수도마호메트도인간에서시작했으니.이시대의인류는이제거의신의경지를이루고있지않은가?만화를너무많이봐서그런가?
-〈너에게미치도록걷다〉중에서
그의만화적상상력은신에대한질문으로이어진다.현사회에서는신의존재를다시물을수밖에없다.전쟁이벌어지고,아직도독재자가있으며,갑작스러운사건에죄없는수많은사람이죽음을맞이하기도한다.그럴때인간은절대적인존재의유무를묻게된다.그래서신은실재하는가?최백호는“우리인간이신神이아닐까?”라는엉뚱한상상을내놓는다.현사회의과학발전에서연유한이상상력은사실신도인간이었음으로귀결된다.결국“부처도예수도마호메트도”인간이었다고말이다.
인간이기에부끄러움을말하다
부끄러움도배워야한다.배우지않으면그것이얼마나아름다운것인지를모른다.부끄러워하는모습이얼마나용감한것인지를모른다.
우리는우리아이들에게그것을가르쳐야한다.자신의실수를인정하고볼이빨개진모습.그모습이얼마나이쁜지를알게해야한다는말씀이다.그리고어른인우리도배워야한다.그래서“모든죽어가는것들을사랑”해야한다.
-〈부끄러움을모르는시대〉중에서
인간이신의역할을해야한다면,신처럼불후한타인의삶에귀기울이고신처럼“모든죽어가는것들을사랑”하기위해서는부끄러움을알아야한다.자신의잘못을반성하며자신의더나은삶을구축해야한다.하지만최백호는“부끄러움을모르는시대”가왔다고말한다.“온갖부정부패를저지르고도카메라앞에서거짓말을하는사람,주차위반단속원에게심한욕설을해대는사람,어른에게심한욕설을해대는젊은이,더욱거칠어진폭력범”사회는더폭력적이고더안면몰수한사람들이많아졌다.그들은부끄러움을모르는것이다.자신의잘못을인정하고볼이빨개질줄모르는것이다.그렇기에작가는말한다.아이에게부끄러움을알려주기위해서우리어른들이먼저배워야한다고.그럼으로써신이없는현사회에서“모든죽어가는것들을”애도해야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