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 (문태준 시인의 초록문장 자연일기)

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 (문태준 시인의 초록문장 자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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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 소월시문학상·목월문학상·정지용문학상·무산문화대상 수상!문태준 시인 화제의 신작 산문집!
★ 제주 시골 마을에 살며 자연에게 배운 5년간의 기록!
★ 시적 산문의 진수를 읽는다!
★ 흙에서 꺼낸 초록 이야기 마음의 위로!
제주 시골집으로 내려가 오래된 밭을 일구고 풀을 뽑으며 꽃과 나무와 자연을 기록한 문태준 시인의 신작 산문집 《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는 문명에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을 맑게 해주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시인의 그 문장들은 무더운 여름날 쏟아지는 한줄기 소나기, 청량한 바람 소리, 숲속의 빈터, 꽃이 피어날 때의 환한 고요와 같은 자연에서 만난 초록의 위로다.

소월시문학상·목월문학상·정지용문학상·무산문화대상 등 한국 최고의 문학상을 수상해 온 문태준 시인의 이번 산문집은 자연에서 삶의 근원을 발견하고 이해하며 성숙에 이른 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흙의 냄새, 꽃의 색깔, 낙엽의 소리, 공기의 흐름 등을 느끼고 살피는 일, 한 걸음씩 자꾸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반걸음씩 물러나는 것이 비로소 평화로운 내게로 들어가는 일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정원 일을 통해 배운 자연과 인생의 모든 것, 풀과 나무가 가르쳐 주는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

문태준

저자:문태준
1994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을통해등단했다.시집《수런거리는뒤란》《맨발》《가재미》《그늘의발달》《먼곳》《우리들의마지막얼굴》《내가사모하는일에무슨끝이있나요》《아침은생각한다》《풀의탄생》,산문집《느림보마음》《바람이불면바람이부는나무가되지요》《나는첫문장을기다렸다》등이있다.노작문학상,소월시문학상,목월문학상,정지용문학상,박인환상,무산문화대상등을수상했다.

목차

들어가는글6

여름:여름정원에은하같은수국은피어
소나기가지나가는시간21
풀을뽑으며살고있습니다24
꽃은험담할줄모르고26
우리의삶에우레가지나가더라도28
풀벌레우는밤이들어오는집31
어리숙하여얻는것34
초여름의싱싱한일상을주세요39
큰더위의시간43
푸른비와맹꽁이울음소리47
여름의얼굴이설핏보이는때49
기억을적어둔페이지53
바람이세게불때에억센풀을안다55
빨랫줄을걸어놓고56
말과글에깃든빛깔과향기58
호미62
어린이니까사랑하는것이다64
수평선65
보슬비올때에정원에서67
문득나를알아보지못하더라도68
연꽃연못70
섬72
두대의자전거73
초대받은손님처럼75
개복숭아나무77
내터졌다79
모종과씨앗에게는아무잘못이없어요81
돌담과푸릇푸릇한이끼83
여름날의각별한장면85
나는흙과돌과숲과내게로물러나네87
여름의끝자락에서91

가을:가지마다자줏빛무화과조롱조롱맺혀있고
우리에겐서로나눌열매가충분히남아있다95
까맣게그을린두얼굴99
들녘의기록102
연못이품은세계103
나의생활이의지하고있는것들104
사치와고요와흥취의찰나105
돌을피하고서106
고맙거나미안하거나108
조용한만남112
대문을열고들어서는순간114
내몸과마음의안팎을돌보는일115
가을새벽빗소리가깨운것들117
옹색함에대하여120
영역너머로121
칸나123
얼굴이가려지지않도록126
가을과흰그늘과고흐128
사람의뿌리도이래야해134
향유가다시돌아오거든136
가을이담긴무화과나무138
귤빛으로물드는계절141
이웃집개143
정원의시간145
작은가을정원을가꾸며배우는일147
할머니는비료포대를끌고다니며150
이제때가되었네151
가을안쪽에서만난가을의끝153
낙엽을쓸며156

겨울:눈보라에도살얼음같은발자국남기고
겨울에도경작하면봄처럼재배할수있다161
스스로기뻐하는높이164
첫눈166
햇살아래167
눈사람의시간168
괜히했던말171
푸른댓잎신우대172
환한세상에서살다가야해175
첫보름달179
고요를얻는시간180
설한풍을마주하며185
팥죽188
겨울바람의목소리들189
유자향기190
새달력을받고191
세알의생이밥193
마음에도새로운풀이돋아나길194
맑고향기로운것들196
자신만의꽃에들어있는꿀을찾아서199
마른꽃마른잎202
호수의얼음아래에있는차분하고한결같은내면의거실204
싸락눈내리는겨울밤207
흰빛과겨울정원208
미미하지만때로는바위보다무거운211
추사의귀양살이213
붉은동백꽃의시간217
폭설의시간을살며218
끝자락에서돌이켜생각함220

봄:오목하게모은손바닥에고인밝은빛처럼
얇은얼음아래의봄223
무화과나무가지에새순이226
봄눈과봄볕228
할머니의봄냉이231
여우비스며든봄의그늘에233
입춘풍경236
텃밭구구전237
삶과죽음이물과얼음같으니240
일곱밤을재우세요242
객토243
울타리밖에도화초를심는마을244
모르는사이에피어난해바라기246
노란복수초같은목소리248
노부부의식당249
금은처럼반짝이는일상의음악251
잡다한생각을끊는법255
백발까지함께걸을사랑이라면256
낙화눈보라260
돌에물을뿌려요261
멀리나가고싶지않아요263
듣기좋은말만해요264
백걸음에아홉번꺾인길266
작약꽃은성당같고절같고268
세가지결심271
우리가통제할수있는일273
더열심히웃어야겠다274
정원과석류화분278
내마음에작약꽃피어나네282
툇마루예찬284
돌286
그때들었던조언을더오래기억했더라면288

출판사 서평

문태준시인의초록문장자연일기!

문태준시인의신작산문집의백미는뛰어난시적문장과함께노동속에서자연을관찰하며짓는자연의시들을읽는묘미다.제주시골마을에집을짓고돌담을쌓고밭을일구며다섯번의봄,여름,가을,겨울을지내는동안그는풀의시인,농부시인으로거듭났다.
손에는어느덧호미를쥐고있었다.농사일지를들춰보며시월에는쪽파와대파,배추모종을심었다고기록하고십일월초에는보리나유채씨앗을뿌릴때라고적기도한다.지렁이가많은오래된밭의이름을‘구구전’으로지었다.뜻은한자그대로지렁이밭이라는의미로,‘오!지렁이,지렁이!’라는감탄이들어있다.

텃밭에들어가있으면정말이지흙에서일어나는일들이얼마나다양하고드라마틱한지를잘느끼게된다.
자연의주체들을보다가까이접촉하는일은색다른경험이다.자연의오묘한변화를감각하는일은우리의생활에신선한자극이될수있다.그러나특별한자극을얻으려면우리도자연을이루는주체들의변화를자세히보아야한다
산비둘기가울고,뻐꾸기가이어서울고,옥수수가익어가고,수박넝쿨이땅을기어가고,해바라기의키가커가고,대낮의시간이길어지고,목에두른수건이흠뻑젖어있으니,이즈음을여름의얼굴이설핏설핏보이는때라고해야겠다
-〈여름의얼굴이설핏보이는때〉중에서

흙에서일어나는다양하고드라마틱한일들을시인은손으로직접만지며여름얼굴의진면목을본다.제주의사계절내내생명이움트고,자라고,꽃을피우고,낙화하는모습들을보며끊임없이재탄생하는신비로운생명들이서로연결되어있다고도농부일지에쓴다.

꽃의개화를보면서내마음이평화로워지고내마음에무량한평온이생겨나는것을보면꽃과꽃의개화가곧나의모습이요,성품이기도한셈이다.예전에는알지못했지만시골의자연속에서살면서,또화단을가꾸고,텃밭농사를지으면서내가생명존재들과관계되어있고,영향을주고받는다는것을실감하고있다.
-〈내마음에작약꽃피어나네〉중에서

시인은그생명들이연결하는삶의아름다움과마음의평화에만머물지않고,자연속으로한걸음더들어간다.땅에무릎을꿇고잡초를뽑아내는일은마치하나의의식을치르는것과같고매일잡초를뽑는육체적인노동이정신을건강히버티게해준다는헤르만헤세의말처럼시인은풀을뽑으면서도끝없이내면을성찰하며독자들에게다음과같은풀밭의환경을비유한다.

풀을뽑고풀을베어내풀밭에서나오려고했으나,얼마지나지않아나는또풀을뽑고풀을베면서풀밭에있었다는생각이다.그런데가만히생각해보면이풀밭의비유는사실은누구에게나있는삶의조건이자,삶의환경일것이다.이풀밭은우리가생활하는곳이고,또우리가살아갈곳이라는생각이드는것이다.그곳은어지럽고두렵고피곤과피로를일으키는곳이지만,또어느때에는잘정돈되어있고,풀꽃과같은쾌감의꽃을선물하고,노동의대가가반드시따르는곳이기도하다.우리는풀밭이라는이삶의환경에서벗어나지못할것이다.
또이풀밭을우리의가족이라고불러도좋고,직장이라고불러도좋고,모임이라도불러도좋고,아주개인적인‘나’라고불러도좋을것이다.해가바뀌어도풀밭은여전히그곳에있고,또우리는그곳에서먹고자면서살아갈것이다.
-〈풀을뽑으며살고있습니다〉중에서

문학적통찰력,자연을관조하는깊이있는사고와사유의힘들은이책을읽는독자들을풍성하게만들고상상하게한다.특히본문중간중간시인이자연을실천하며그속에서얻어지는시들을들려주는이야기를통해최근시인의지순한시적체험이어디서오고있는지알수있다.

시적문장의진수를읽는다!

두손바닥을오목하게모은듯한모양으로작약꽃은피어서그안쪽에아주밝은빛을담고있었다.작약꽃은성당같았고,절같았다.맑고화사한마음이그꽃속에살고있는것만같았다.우리가완성해야할마음씨가있다면바로이런모습이아닐까싶었다.
-〈작약꽃은성당같고절같고〉중에서

먼곳의절에서들려오는범종소리를듣고있으면이세계가큰종소리의내부에있는것만같다.종소리는인자한할머니의말씀같다.종소리는옆집이웃이파놓은연못의바닥에고이고,마른수풀과고단한사람들의잠을덮고,수척한얼굴을쓰다듬고,내집지붕으로넘어와처마끝고드름에매달렸다낙숫물처럼떨어져흐르고,그림자없이마당을천천히거닐고,청록의비늘이촘촘한측백나무에서고,어리숙한나를흔들고흔들고,오죽의잎사귀한잎한잎에지나간다.
-〈설한풍을마주하며〉중에서

문태준만의전통적서정성을시적문장으로승화한이번산문집은이야기의논리적구조와전개속에서도절제된언어로시의이미지와상징을사용하여,감정의깊은울림과공간감의매혹을안겨준다.밝은빛을담고있는작약꽃안쪽에서성당같고,절같은,고요함과성스러움을보며그것이우리가완성해야할마음씨와모습이라고쓴다.
시인은눈보라가굶주린산짐승처럼혹은벌떼처럼몰아치는혹독한제주의바람을묘사하기도하고어느날에는하늘에서내려오는눈송이가그처럼느리고그처럼신중함을느끼기도한다.그러다문득시인이깨어난새벽,집에서그리멀지않은절에서들려오는종소리가자연과어우러지는상상력과비유는마치이세계가하나의울림안쪽에서존재하는것같은감동을선사한다.
감각적이미지의문장구조와시적상상력이펼쳐내는문태준시인의녹색서!천천히오래읽어도좋을그가발견한자연의가치는독자들에게새로운문학적경험을제공해준다.

스스로기뻐하는높이를사는일

《꽃이환하니서러운일은잊어요》는여름부터시작하여가을,겨울,봄,시인이자연과오롯이맞닥뜨린사계절을담으며4부로구성되어있다.시인은제주의사계절모두가치열하다고말한다.봄은찬연하고여름은우레가몰아치는삶같고가을은공활하게아름답고겨울은산짐승이눈속에남기고간발자국처럼처연하지만그것이자연의조화이고나름그계절들을살아가면서스스로기뻐하는높이를찾아가고있다고한다.

한라봉열매는각각다른높이에달려있다.낮은가지에,서쪽가지에,안쪽에,나무의꼭대기에각각달려있다.나는그각각의다른높이를좋아한다.그래서그높이를한라봉열매가‘스스로기뻐하는높이’라고부른다.한라봉열매는각각의스스로기뻐하는높이에열려있다고생각하는것이다.
열매가더높은곳에열렸다고해서그것이더좋은열매가되는것은아니다.제각각의높이에서제각각의열매들은나름으로열심히달콤함을채우면서좋은열매로익어가는것일뿐이다.
-〈스스로기뻐하는높이〉중에서

마음의평화로운내면을찾아가는일

헨리데이비드소로,헬렌니어링,스콧니어링,헤르만헤세,게리스나이더,야마오센세이…….당대를풍미했던이들은모두문명을버리고자연속으로들어간시인들이다.그리고동양철학사상과불교철학에심취한지식인들이기도하다.본문에도자주인용되는이들의삶처럼문태준시인은마음을살피고다스리는일에소홀하지않는다.30년넘게불교방송에서몸을담고일해온시인은자신이공부했던불교사상,고승들의삶,그리고작고느슨하고단순한것으로부터행복을찾아가는마음공부들을이책에서자주전한다.

한해를살면서무엇에든반발짝뒤로물러섰다는생각은든다.격렬한감정으로부터,악착을부리며더쥐려는욕망으로부터,험한언어와불만스러운표정으로부터,이미벌어졌거나일어난일들로부터,음식과옷으로부터,융숭한대접과칭찬으로부터,홀대와비난으로부터,수확한것의적고많음으로부터반발짝뒤로물러선느낌이다.
-〈끝자락에서돌이켜생각함〉중에서

올해내내내마음에분노가적었다는것에대해크게만족한다.작년보다화내는일이적었고,화내는
일이무용하다는것을점차깨닫기도했다.그리고화가날때에도화가생겨났다는것을조금은알아차릴수있을정도가되었다.어쩌면나도헨리데이비드소로가언호수의수면아래서발견한평온한내면의거실이내내면에있다는것을보게되었는지도모르겠다.
-〈호수의얼음아래에있는차분하고한결같은내면의거실〉중에서

그리하여헨리데이비드소로처럼호수깊은곳에있는평온한내면을찾아가고발견하려한다.꽃안쪽에서피어나는환한빛이성당같고절같다고느끼며그꽃의평온한거실에머물며우리가배우고도달해야할마음을이책에이렇게쓴다.

꽃은험담을할줄모르고,꽃은불평이없고,꽃은분노가없다.
연한꽃잎이수줍은듯이피어있다.그꽃앞에내가앉고,식구가앉고,찾아온손님이앉고,나비가앉고,시간이앉는다.가만히앉아숨을고르고평화롭고아름다운기운을받는다.꽃이환하니사람도환하고세상도환하다.서러운일은잊을수있다.
-〈꽃은험담할줄모르고〉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