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아닌 법 앞에서: 4·3 법정 일기

법 아닌 법 앞에서: 4·3 법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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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 “피고인 각 무죄” 70년 만에 열린 법정, 그날의 말을 시로 증언하다!
★ 훼손된 존엄을 수선하는 시적 재심, 법정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고 피어난 ‘빛의 문장’
★ 시가 된 법정, 역사가 된 문장-박제된 비극을 넘어 미래를 위한 불꽃 같은 기록으로 남다!
★ 설명되지 않는 통증의 기록, 단순한 재심을 넘어 ‘획득으로서의 시’로!
2021년 3월 16일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내란죄와 국가전복 음모라는 무시무시한 죄명 아래 70여 년을 숨죽여 살아야 했던 이름들이 다시 호명된다. 《법 아닌 법 앞에서》는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거나 행방불명되었던 이들이 재심을 통해 존엄을 회복하던 그 역사적 찰나를 시적 언어로 포착한 첫 시도이자, 진실을 향한 시의 첫 발걸음이다. 허영선 시인은 재심 법정에 흐르던 유족과 생존자들의 피맺힌 증언, 그 가슴에 꾹꾹 눌러 담았던 말들을 시로 벼려냈다. 법정의 건조한 공기를 진실의 진동으로 바꾼 이 시집은, 시가 진실을 붙들고 있는 가장 뜨거운 진술의 현장이다.
저자

허영선

제주에서나고자랐다.《심상》신인상을통해등단.저서로는시집《추억처럼나의자유는》《뿌리의노래》《해녀들》,산문집《당신은설워할봄이라도있었겠지만》,역사서《제주4·3을묻는너에게》등이있다.제주4·3연구소소장을역임했고김광협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5시인의말

제1부
14법앞에서
18푸른수인,아버지-수형인명부
21이,진술의아침에
23우리는누구입니까-법정일기
25거기가끝이아니었음을-주정공장에서
28녹두를따다가-문창호
31단전의말-김정열
34딸에게
35젖은사랑의부력하나-법정일기
38디아스포라-이한진
40유령의법-한빈한성형에게
43감정대리인-캐롤린리
45한번내란을살아본사람들은
47거스로라는말-박화춘
50사랑,여기이만치누워
53어느부부-법정일기
56어느딸-김정자
58연좌제
60어느재판장이말하기를
62돌이킬수없는반쪽-수인번호7246김경인에게
6470년만의답-법정일기
66극점에갔던아이
68눈물이따라올까봐-순자에게
70피고인의그날
72빌레못굴비가
75내란죄

제2부
78수용소의아기들
81그럴리가없다
83현만석,희미한어머니의연기는-법정일기
85자전거를보면
87그날,201호법정에서는
91일본에서왔습니다-김방자
94주정공장에서-김을생
96그날이후-고난향
97멜죽
99어멍은유죄입니다
101춘월이
103사는줄죽는줄-고영자

제3부
106모자수인
108모녀수인
109애도받지못한소리들
110어린피난민을위하여
113법정에서
114열한살,옥자
118좁쌀죽한사발
120봄밤이멀어져가도당신은응시하고
122까마귀의말
124느랑살앙전해야한다-김인근
126나죽어하늘가면
128눈오는밤검은그물의실을잡고-고춘자

제4부
132너는구덩이안에있고-어느생존자의노래
136고향에돌아가고싶지않았네
138찐빵,작별-박경생
140수용소의한소녀가
142소녀와쥐와고양이와
145한조각-양천종,광주에서왔습니다
148생존의법칙
150초승달-정봉영
153나의첫지붕아래서-김양언
155저녁바다로오세요
157어린죄책감-법정일기
159돌아오지않는당신에게-전찬순
162한늙은어머니의제문
165행방불명인묘역을위한비가
166대전골령골에서돌아온자가말하기를
169섬의그곳에는
171제주바람을온몸으로듣다보면
172그길까지는-재판장

175[에필로그]법정에서들었다
189김시종(재일시인)|해명海鳴의여운같은진동,경악하며읽었다

출판사 서평

▶닫힌법정의문을열고터져나온진실,시가된재심의기록

오래도록제이름을찾지못한채어둠속에갇혀있던목소리들이있다.70여년의세월을건너온이고통스러운증언들은2021년3월16일,제주지방법원201호법정에서비로소세상밖으로걸어나왔다.시인은이역사적재심의현장을지키며,법아닌법앞에서눈도입도다물어야했던사람들의피맺힌진술을시적언어로치환했다.이것은사실의나열을넘어,훼손된존엄을회복하려는간절한몸짓이다.

“그렇다면내죄는무엇인가요?”/법정을울리는소리/가슴가운데로날아와못처럼박혀버렸다/당신이내곁에앉아있는줄도모르고/대신진술하려했던것이다
〈이,진술의아침에〉중에서

시인의가슴에못처럼박힌이질문은시집전체를관통하는서늘한통증이되어독자에게전달된다.억울한수형인들이던지는이근원적인물음앞에,시는침묵대신가장뜨거운진술을택한다.


▶숨비소리의증언이‘획득으로서의시’로치환되는순간

수백건의재심사건을맡았던장찬수부장판사는이시집을향해“아무도몰랐던그들의고통을세상에내놓은빛의문장”이라평한다.그는시인이재판현장을빠짐없이지켜보며그들의아픔과함께했기에,처음으로4·3법정을다룬생생한증언시가탄생할수있었다고강조한다.시의언어는법정의차가운공기를가르며재판장의입을빌려뒤늦은위로를건네기도한다.

재판장이답합니다/아니죠당신들은어느순간당한자들입니다/(……)/잘못된과거를이제야바로/온전히잡기때문입니다/당신들은설워할봄이라도있지만
〈그길까지는-재판장〉중

이처럼법과시가교차하는지점에서“거기꽃피었습니까”라고묻고“여기꽃피젠헴수다”라고답하는시인의문장은법정의눈물을역사의기록으로승격시킨다.4·3의수난을평생의사유로삼아온재일시인김시종역시이지점에주목한다.그는이시집이재심의기록을단순한설명으로끝내지않고,‘획득으로서의시’라는슬로건마저언어행위안에포함시켜그과정전체를독자앞에드러냈음에주목한다.


▶70년의영겁을뚫고날아오른자유의언어

시집의끝에서만나는단호한여섯글자,“피고인각무죄!”라는70년의영겁을지나비로소날아오른영혼들을향한헌사다.허영선의시는고정되지않는언어감각으로잔물결처럼흐르며끊임없이자신에게질문을되돌린다.민족과역사라는조건에묶여있으면서도해방의불꽃속에서쉽게소진되는것을거부하며,언어의리듬과이미지를통해독자가지닌해석의편향을끊임없이흔들어놓는다.
4·3사건에대한끝나지않는기억과찢겨진존재들의언어는설명되거나종결되지않은채,사유의깊이를시간적여운처럼계속떨리게만든다.이시집은단순한이해의대상을넘어,우리안에서계속작동하기위해존재하는언어다.바로그지점에서허영선의시업은하나의경이에이른다.


▶역사적복권과생의복원,두권으로완성된4·3의입체적지도
《법아닌법앞에서》와《우린천둥의밤을지나온자들이어서》는제주4·3이라는거대한비극을‘법정’과‘삶의현장’이라는두축으로재구성한다.
《법아닌법앞에서》가국가폭력에의해훼손된명예와존엄을법적으로복원하는‘증언의기록’이라면,《우린천둥의밤을지나온자들이어서》는그모진세월을견뎌낸존재들의내면과생명력을응시하는‘생의기록’이다.두시집은민족과역사라는조건에묶여있으면서도,단순히과거를회상하는것에그치지않는다.오히려언어의리듬과이미지를통해우리의식을집요하게파고들며,진실을붙들고있는시의진술이어떻게오늘날의우리를깊게떨리게하는지증명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