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들이어서: 4·3 레퀴엠

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들이어서: 4·3 레퀴엠

$13.00
Description
★ 제주4·3의 불바다를 건너온 여인과 아이들, 비극을 ‘살아낸 역사’로 증언하다!
★ 천둥의 밤을 건넌 이들만이 아는, 서늘하고 단단한 생존의 유대!
★ 닫히지 않은 괄호, 제주4·3을 과거의 박물관에서 현재의 언어로 끌어내다!
《우린 천둥의 밤을 지나온 자들이어서》는 제주4·3을 ‘과거의 눈물’로 소비하기를 단호히 거부한다. 시인은 국가의 비수 앞에 학생복조차 입어보지 못한 채 산산조각 난 아이들의 시린 눈동자를 직시하며, 70년 전의 비극을 우리 곁의 ‘현재형 고통’으로 소환한다.
이 기록은 슬픔의 전시가 아니다. 주홍빛 테왁보다 뜨거운 불구름 속을 헤엄쳐 건너온 여인들의 고백은, 연민의 대상이 아닌 스스로 생을 밀어 올린 주체적 역사의 증명이다. 시집의 탁월함은 성급한 위로나 단정으로 사건을 매듭짓지 않는 데 있다.
이해받기보다 우리 안에서 끊임없이 질문하며 작동하는 언어. 기억의 외딴집에 유폐되었던 진실을 마당으로 불러내는 시인의 문장은, 4·3을 과거의 감옥에서 해방시키는 거대한 종소리가 된다. 당신이 알고 있던 제주4·3은 이 시집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저자

허영선

제주에서나고자랐다.《심상》신인상을통해등단.저서로는시집《추억처럼나의자유는》《뿌리의노래》《해녀들》,산문집《당신은설워할봄이라도있었겠지만》,역사서《제주4·3을묻는너에게》등이있다.제주4·3연구소소장을역임했고김광협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5시인의말

제1부
14양하꽃-춘자에게
16모자쓴여자
18섬의한여인은
20죽음은죽음이어서무섭지않고
22굴이울다-차경구
24모래밭에누워서
26수리대처럼내생은
28누룩으로지낸한철
29동백의전언
31멸치떼
32붉은것들!-김연옥
34고백
36불칸쇠-김순혜
38용강강갑춘
40밋밋,살다보니눈이녹아서-부순여
42발의말-김순여
43그늘없는사람
44절대그밤을모르지
46실과바늘을진어머니는
47울다보면시간이너무짧아서-김이선
49꿈
50그녀에게
52어떤증언-홍춘호
54양할머니의활주로
55꽃베개-양중윤
57동백할망고송당
58풀뽑는방식

제2부
60병풍소풍-김옥택
62철을잃은아이들
64바람의흥얼
66선홍의바다,탁발하듯소리치는-북촌애기무덤앞에서
68검은밥-한옥자
70올케에게-변영수
71천둥을기다리며
74별에게
77얼굴을찾아서-김옥녀
79사라진아이들
82눈보라와여인과아이들
84아무도그곳에없었네
86푸케씨의저녁
88그겨울의색동저고리는-김옥자
90당신은누구십니까
92알항같은내가옹기를지고
94사월에쓰는편지

제3부
98동백,그게그러니까
99남매생존기
101어느살아난아이
102그날,수업시간
104북촌이야기
105꼴레이불한장-문철부
107모래이불덮고서
109나의소년은-김명원
111그겨울의식량
112어느잃어버린마을에서는
113아무도없는아이
115동산은아직도나를보내주지못하고
117삼발이를쓰려거든
119아이가아이에게전하는눈의말
124우리들의전언
126호적을찾아서
130기름떡
132아이들을위한애가

제4부
136슬픔없는사랑이어디있으랴
138콩죽을끓이며
140비양도미역에대한기억
142그해가을녹하지,아버지일기
144기수역
146바람의흙을떠난언어는-김시종시인
148밀라이
150사이공강가의부레옥잠
152산다는건-비학동산
154푸른새벽과검은새벽사이-백합을찾아서
156검은바다건너서부르는노래
160통증보다더한
161입다문말-오계숙

제5부
164물에드는시간에-해녀한장만
166왈락-해녀양병생
169나불붙게산여자-해녀정자
172구태여말할일인가
174고래와아기와해녀와
176너는내등을타고나는파도를타고-해녀오홍자
179비정한모살판의그대를만나-해녀오순아2
181피난의별
182타다만동백
184생존
185세상가장선명한신호
187문턱
189순간들
190동백의기초
191사리의시간엔
193휴
194가오리에게
196오래전사랑
197우리가걷고싶은길은

201[에필로그]시의당신들에게,시밖의당신들에게
213김시종(재일시인)|해명海鳴의여운같은진동,경악하며읽었다

출판사 서평

▶빼앗긴이름과부서진조각들,울음조차배우지못한‘철’없는아이들
4·3의불길은가장연약한영혼들부터삼켰다.시인은국가가휘두른비수앞에학생복을입어보지도,사랑을고백해보지도못한채산산조각난아이들의시린눈동자를직시한다.그들은울어야할철(계절)에울음조차배우지못한채사라졌고,70년이지난지금도섬의들판을웅웅거리는바람의흥얼거림속에유령처럼서성인다.시인은이박제된비극을연민으로소비하는대신,우리곁에여전히숨쉬는'현재형의고통'으로소환해낸다.

철따라그곳에한번도가보지못한/철을잃어버린아이들/노래를잃어버린새처럼/사랑을잃었어/소년을잃었어/학생복을잃었어/어린손가락을뚫고나갔어/물어뜯긴철없는산산조각
〈철을잃은아이들〉중

기억의외딴집에유폐되었던이아이들을봄날의마당으로불러내는것은시인의의무다.부서진삶의파편들을하나하나핥아올리는시인의문장은,잊힌존재들을역사의주연으로다시세워놓는다.


▶불속을건너온여자,기죽지않고타오른생의의지
이시집은단순히울기위해쓰인기록이아니다.홀로던져진허허벌판에서자식의손을놓지않기위해,주홍빛테왁보다뜨거운불구름속을헤엄쳐건너온여인들의고백이다.시인은그들의삶을‘비극’이라는박제된단어에가두지않고,“한숟갈먹으면살아지려나”라고묻는생존의절박함을보여준다.기죽지않고스스로를불태우며생을밀어올린여인들의목소리는4·3을‘살아낸역사’로치환하며,그자체로거대한역사적심판이자인간의존엄을시적영역안으로기어이획득해낸결과물이다.

나불붙게산여자/불속건너온여자/세상천지혼자여도/기죽지않고불탔어불//나풀한포기없는허허벌판에서헤엄친여자/아무도없어서/이리저리불속에살아/주홍의테왁보다더한불구름에산여자
〈나불붙게산여자〉중


▶참혹한겨울을살아낸이들에게건네는따스한별빛같은문장
이번시집의탁월함은4·3을노골적인단정이나설명으로종결시키지않는다는데있다.찢겨진존재들의언어는종결되지않은채시간적여운으로독자에게전달된다.이해되기위해존재하는것이아니라우리안에서계속작동하기위해존재하는허영선의언어는,독자가지닌해석의편향을흔들며4·3을다시사유하게만든다.
“우린천둥의밤을지나온자들이어서”라는나직한고백은모진세월을함께버틴이들만이나눌수있는서늘한유대감의증표다.답답한가슴을삭이려“담배를배우라”던어른들의비통한위로마저시로껴안으며,시인은참혹한겨울을버틴모든존재에게별빛같은헌사를건넨다.사라져가는기억을끝내진술하려는시의의무는4·3의진실이더이상외딴집에갇혀있지않도록문을박차고나가는해방의종소리가된다.바로그지점에서허영선의시업은하나의경이에이른다.


▶역사적복권과생의복원,두권으로완성된4·3의입체적지도
《법아닌법앞에서》와《우린천둥의밤을지나온자들이어서》는제주4·3이라는거대한비극을‘법정’과‘삶의현장’이라는두축으로재구성한다.
《법아닌법앞에서》가국가폭력에의해훼손된명예와존엄을법적으로복원하는‘증언의기록’이라면,《우린천둥의밤을지나온자들이어서》는그모진세월을견뎌낸존재들의내면과생명력을응시하는‘생의기록’이다.두시집은민족과역사라는조건에묶여있으면서도,단순히과거를회상하는것에그치지않는다.오히려언어의리듬과이미지를통해우리의식을집요하게파고들며,진실을붙들고있는시의진술이어떻게오늘날의우리를깊게떨리게하는지증명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