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중국인식프레임,짱깨주의
‘짱깨’라는용어를단순히중국과중국인을비하하는말로생각하기쉽다.그러나이용어는역사성을가진다.1894년청일전쟁전에는조선에살던중국인들이혐오의대상이아니었다.그러나청일전쟁으로중국이패하고일본이조선을장악하기시작하면서중국인에대한인식은달라졌다.일본인은중국인을열등하고미개한국민으로설정했고,조선인도일본의식민담론에포섭돼중국인을비하하기시작했다.해방이후미군정통치,한국전쟁발발과중국참전,반공주의확산은중국에대한혐오와적대감을증폭시켰다.1992년한중수교를맺으면서중국혐오가누그러지기도했지만중국이부상할수록,미중충돌이가속화될수록,한국사회에서짱깨주의가확산되고있다.
저자는이책에서짱깨주의가형성되는과정을설명하면서,짱깨주의프레임이사회곳곳에어떻게작동되는지분석한다.짱깨주의프레임으로는식민지조선시대부터내려온유사인종주의,미국중심의수직적동맹체제를옹호하는신식민체제,자본의문제를중국의문제로돌리는프레임,반공주의프레임으로중국을다시인식하는신냉전체제가있다.저자는이러한프레임으로누구나함부로말하는중국이무엇이고,아무도말하지않는중국이무엇인지살펴본다.
짱깨라는개념은서구의인종주의가지니는혐오를그대로품고있다.《혐오사회》에서카롤린엠케가말했듯혐오사회에서미움받는존재는언제나모호하다.짱깨가중국을말하는지,중국인을말하는지알수없다.중국인은다나쁘다는것인지,나쁜사람은중국인이라는것인지도알수없다.(…)분명한것이하나있다.누군가만든모호한집합체인짱깨라는단어가증오의수신자가되고있는것은틀림없다._89쪽중에서
■키신저시스템의위기,냉전시대로회귀
그동안한중미일은샌프란시스코체제이후키신저시스템으로국가간질서를유지해왔다.샌프란시스코체제는미국이일본,한국과동맹을맺고중국을국제사회에서배제한체제였다면,키신저시스템은경제적이유로미국이중국을국제경제체제에편입한시스템이다.키신저시스템으로중국과미국은경제가부흥했고,동아시아는미완이지만평화의시기가유지됐다.하지만미국은중국의경제성장을위협으로느꼈다.결국미국은키신저시스템을버리고다시샌프란시스코체제로회귀하기위해중국봉쇄전략을펼친다.저자는중국이문제라서미중충돌이일어나는것이아니라,미국의중국봉쇄전략으로미중충돌이일어난다고말한다.책은유럽과미국중심의시각에서벗어나탈유럽중심주의,탈식민주의시각으로미중충돌을새롭게설명한다.
미국의신냉전전략은트럼프행정부가돌발적으로내린결정이아니었다.중국경제가부상하는1990년대부터미국의조야는‘중국위협론’을내세웠다.이시기부터미국은중국의성장을상당한위협으로느꼈음을간접적으로보여주는현상이다._57쪽
■짱깨주의의일상화와구조화
짱깨주의가확산되는배경에는한국보수주의의위기의식도관련있다.외부적으로는미국중심의전후체제가흔들리고,내부적으로는반공주의와친미주의가약해지자보수주의자들이자신들의체제를지키기위해짱깨주의를내세운것이다.짱깨주의가일상이되면서이제누구나“중국이문제다”라고말한다.이러한프레임은중국관련문제를사실에근거해서판단하기보다무조건중국이나쁘다고결론짓게한다.저자는‘중국발미세먼지’,‘우한바이러스’,‘군사굴기’,‘중화패권주의’와같은주요사안들을다루면서보수진영에서작동한짱깨주의프레임을분석한다.나아가이프레임들이어떻게중국을적으로인식하게만들었는지심도있게살펴본다.
중국이미세먼지를많이발생하는것은명확한사실이다.그러나그것이‘미개한중국’이거나‘나쁜중국’이기때문은아니다.가장큰까닭은국제분업체제때문이다.2018년중국이폐플라스틱수입을금지했을때일어난서울강남구의쓰레기대란은국제분업체제를잘보여주는상징적사건이었다.키신저시스템으로국제분업체제속에편입한중국은세계의공장으로불리며제조업의핵심기지역할을수행해왔다._255쪽
■짱깨주의의비판적담론실종
한국진보주의도중국혐오에무관한건아니다.진보진영에서는민주화이후자유주의가보편가치로전유되었다.이프레임은대의민주주의,시장경제,자유로운시민사회가만들어져야민주주의가완성된다고본다.그러나이것은서구중심의사고이다.서구의민주주의모델을중국에적용시켜현재중국을해석하고비난하는결과를만들었다.저자는중국이어디로가야한다고말하기전에우리에게중국은무엇인지묻자고말한다.지식의지정학을중국이아닌한국으로옮기자는것이다.이책은한국진보진영의실천적중국담론이사라진까닭을짚어가면서현재진보진영이나아가야할중국담론의방향을제시한다.
■중국담론의유통경로분석
책에서는짱깨주의가유통되는경로도주목한다.포털사이트에서중국기사를읽다보면중국은비난받아마땅해보인다.하지만한국언론이주로인용한중국매체를살펴보면,왜중국혐오에맞춰진기사가많은지이해된다.저자는한국언론이중국뉴스를보도할때인용하는홍콩신문《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중국신문《환추스바오》의영문판《GlobalTimes》그밖에통신사가어떻게중국을보도하는지분석한다.이기사들이사람들에게어떤영향을미쳤고어떤프레임으로중국을보게했는지알아본다.
■일극체제에서다자주의시대로
그렇다면미국이키신저시스템을파괴하고다시샌프란시스코체제로돌아갈수있을까.그러나국제사회는중국의부상,미국헤게모니의쇠락,미국내부의이해관계충돌,아시아의성장,대항세력의등장,국제분업체계들로재편되고있다.저자는여러문헌과기사,전문가의발언을통해다자주의시대로나아가야한다는논리를펼쳐나간다.이는미국의시대가가고중국의시대가온다는것이아니며,미국과중국둘중에하나를선택하라는뜻도아니다.미국과중국이장악할수없는새로운시대가열리고있다는것이다.저자는이러한변화속에한국이다자주의시대를열충분한자격이있다고말한다.
■짱깨주의를넘어,평화체제로나아가기
이제어떤국가와협력하고어떤공동의목표를설정하는지는한국이선택해야한다.한국은여전히세계유일의분단국가로남아있다.북한의미사일과핵문제를해결하기위해서는중국의역할이필요하다.중국은동북아에서전쟁을억지하는국가로작용한다.또한국과오랜시간문화적동질감을가진‘이웃’으로존재했다.한국과중국이분열의역사를쓰기보다공통의역사를쓴다면,동북아의평화체제를앞당길수있을것이다.저자는평화주의자들이짱깨주의프레임에서벗어나새로운프레임을만들어야한다고강조한다.평화체제의관점에서중국과중국인을바라보며,지금과는다른방식의세계를꿈꿔야한다고말한다.
다자주의시대가왔다고해서그런시대가곧우리의시대가되는것은아니다.늘그런시대에앞서가는국가가있고뒤처지는국가가있다.역사는지금여기에자리잡고있는정치경제적구조와그것을바꾸려는사람들의노력이결합하여만들어진다.이제남은것은이공간에사는사람들의노력이다._6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