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고위로받는가족이라는존재
아버지의3주기,동생미주는언니우주에게부탁한상자를건네받는다.그안에는어릴적아버지가미국에서보내온편지가가득하다.미주는집으로돌아와아버지가보낸편지들을수십년만에다시꺼내읽는다.자매는3년전교통사고로돌아가신아버지에대해여전히해소되지않은감정들을마음속에품고살아간다.아버지의죽음은자매에게오래도록상처로남게된아버지의부재를다시한번마주하게한다.우주는사고이후CCTV속아버지의마지막모습이나오는악몽을연거푸꾸고,미주는딸을기르면서자주아버지를떠올린다.미주는틈틈이아버지의편지를살펴보며마음속빈칸을채울무언가를발견하길바라지만,그어떤것도발견하지못한다.
자매의하루하루는별문제없이흘러가는듯보이지만,우주는매일반복되는고된직장생활과아픈엄마를돌보는일상에지쳐간다.미주또한일을그만두고하루종일홀로아이를돌보는일과남편의무관심에지쳐간다.우주는아직도동생에게다른집이있다는사실을받아들이기힘들다.미주또한새로운가정을꾸리는일에어려움을느낀다.가족을가족으로만드는건과연무엇일까?자매는끊임없이가족이라는관계에대해고민하고질문을던진다.
책으로위로받던나날들
오래된책장에차곡차곡쌓여가는두자매이야기
삶이힘겨울때,우주는서점으로향한다.서점안의수많은책과책을읽는사람들을보면하루종일끓어올랐던마음이가라앉는다.어린시절,부모님이다툴때나가족으로부터상처입을때,위로가되어준건‘책’이었다.책을읽으면언제든다른곳으로떠날수있었다.아버지가남겨두고간책장에는어린시절부터같이모은책들과함께자매의지난날이빼곡히꽂혀있다.자매의삶에서책은무엇보다소중하다.책을아끼고사랑하는자매의모습은많은독서가들의공감을불러일으킨다.
동생미주에게새로운집이생겼어도자매는여전히책장을공유한다.우주와미주는저마다느끼는감정을시시콜콜말하지는않지만현재읽고있는책을교환하면서,밑줄친문장에서,책에꽂아둔갖가지책갈피에서서로의마음을짐작하고살핀다.자매는고된일상과가족으로부터받은상처를마음속응어리로만남기지않는다.서로의상처를이해하고,다독이며앞으로다가올삶을응원한다.상처받고위로받는가족이라는존재,기대어살아갈수밖에없는가족이라는관계를교차하는두인물을통해담담히풀어냈다.
일상의소중함을그려내는류승희작가
처음으로담아낸사계절의빛깔
《자매의책장》은두자매가보내는1년동안의일상을담았다.그일상곳곳에는《대성당》,《끝과시작》,《올리브키터리지》,《비오는날또만나자》,《수전손택의말》처럼저마다다른이야기를품고있는책들이숨은그림찾기처럼등장한다.이책들을매개로두인물이느끼는미묘한감정을은유적으로나타낸다.작품속에등장하는다양한책들은독서를좋아하는작가의책장속책들과무척이나닮아있다.‘별거아니지만도움이되길’바란다는동생의추신처럼곳곳에숨은작품을찾는재미를느낄수있을것이다.
흑백연필로세상과이야기를그려내던류승희작가가이번에는계절이변화하며달라지는풍경을네가지빛깔의채색그림으로섬세하게담아냈다.마음의안정을주는서점,어릴적살고싶었던앵두나무집,자주가던도서관,딸과함께놀던놀이터,엄마가다니는병원등주인공을둘러싼공간과배경묘사에중점을두었다.일상의순간을표현하는류승희작가특유의담백한그림과정제된대사는독자들에게1잔잔한울림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