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년전베스트셀러에는어떤이야기가담겨있을까?
사람들의마음을사로잡아사랑받는책들이있다.그책을읽어야사람들이야기에낄수있고,사보거나빌려보려고애태우며기다리는책,이야기가어떻게끝나는지궁금해단숨에읽어버릴수밖에없는책.
여기,삼백년전베스트셀러한권이있다.중국명나라의한집안에서벌어진이야기를한글로쓴책이다.이책은특이하게도사대부와백성,여성과남성모두에게사랑받았고,임금에게까지알려졌다고한다.이본이74본에이를정도로많이필사되고인쇄되었으며,조선후기성행했다는세책방에서도인기가높았다.1910년대에는딱지본소설(또는육전소설)로나와숱하게팔렸고,요즘독자들에게도‘술술읽게되는재미있는책’이라는평을듣는다.이런인기의비결은무엇일까?그것은바로이책이재미와의미라는두마리토끼를잡았기때문이다.아슬아슬하고박진감넘치는전개와통쾌한응징으로재미를,유교질서의모순과임금의잘못을꼬집는풍자로의미까지함께담아냈다.
양반집현숙한부인사씨가집에서쫓겨나남쪽지방을떠돌게된이야기,바로《사씨남정기》다.
사대부가한글로쓴소설,우리문학의혁신
보리청소년고전‘만남’시리즈네번째로선보이는《사씨남정기삼국유사-청소년들아,김만중을만나자》는17세기문신이자소설가김만중이한글로쓴소설이다.
사대부대부분이한글을천하게대하고소설을하찮게여기던시기에한글로소설을쓴것은그야말로혁신이었다.김만중은한글로쓴송강정철의가사를칭찬하면서,남의나라말로시문을짓는것은앵무새가사람을흉내내는것과같고마을의나무하는아이와물긷는아낙네들이흥얼거리는소리가참된것이라고했다.또한사람의마음을움직이는것은소설이라며소설의힘을앞세웠다.
김만중이유배지에서어머니를위해《사씨남정기》를썼다고알려졌지만,유교적가족제도의문제점,처첩사이갈등,적서차별의폐해,인현왕후가폐위되고장희빈이중전이된일을비판하기위해썼다고알려졌다.이런생각들을재미있는이야기에담아누구나읽기쉬운우리글로썼다.
보리청소년고전《사씨남정기》는북녘학자림호권이옛글로남아있는원전을요즘사람들이이해하기쉽도록옮겨쓴글을바탕으로현직국어교사인박소연작가가청소년들이읽기쉽게문장을더욱쉽게다듬고설명을달았다.또무돌작가의생동감넘치고재치있는그림을넣어흥미를더한다.
사씨남정기의선과악,지금은어떻게봐야할까?
《사씨남정기》의주인공사정옥은유교사회에서이상적으로여기는여성이다.덕이많고글솜씨가뛰어나고베짜기,수놓기같은‘여성의일’도잘했으며미모까지갖췄다.사정옥은집안의대를이을아들을낳지못한자신을탓하며첩을들이자고한다.그뒤억울한누명을쓰고도참고처분을기다리기만할뿐누명을벗으려고나서지도않는다.모진일들을다겪고난뒤에도가문을위해다시첩을들인다.김만중이살던시대에사정옥의이런행동들은분명‘선’이었다.하지만지금우리는이것을‘선’이라생각하지않는다.그때는맞는것이었지만지금은틀린것들을하나하나짚어보는것도의미있다.지금우리가옳다고굳게믿는것들을삼백년쯤지나서는‘말도안되는일’이라고할지도모르기때문이다.
그러나오랫동안변하지않는‘선’도있다.사정옥은인간의도리를지켰다.사정옥은다른사람을탓하지않고,도움을건네는이들에게진심으로고마워했다.그리고신분에상관없이사람을귀하게여겼다.사람을속이고이용하며생명을가볍게여기는교채란의‘악’도지금의‘악’과다를바가없다.《사씨남정기》에또렷이드러난선과악을살펴보면서선과악에관해생각의가지를뻗어보는것은뜻깊은일이다.그리고이것이오래된고전소설을다시꺼내읽는이유중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