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부 구운몽

청년 주부 구운몽

$15.00
Description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따듯하고 유쾌한 소설 『청년 주부 구운몽』이 출간됐다.
한 배에서 나왔지만 한 지붕 아래 사는 것은 죽기보다 싫은 남매, 운몽과 재영 그리고 재영의 소꿉친구 강서까지. 그들이 뜻하지 않게 초록 대문집에 함께 모여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상을 유쾌하고 또 뭉클하게 풀어냈다. 누구라도 한 번쯤 들어가보고 싶게 만드는 마법 같은 초록 대문집의 찬란한 사계절이 펼쳐진다.

위로 네 명의 누나를 두고 있는 아들 귀한 집 늦둥이 막내아들, 구운몽. 누나들과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끝에 서울대 로스쿨에 진학했지만 운몽의 진짜 꿈은, 연극 배우다. 멀쩡하게 학교를 다니는 척하며 부모님 몰래 극단을 전전하다 서울에서 넷째 누나 재영을 마주치고, 그 자리에서 질질 끌려 초록 대문집에 입성한다.
운몽은 어릴 때부터 누나들에게 보고 배운 집안일 스킬을 이용해 초록 대문집을 환골탈태시키고, 깨끗해진 집을 보고 좋아하는 강서와 누나를 보면서 묘한 쾌감까지 느낀다. 운몽은 서서히 ‘주부’라는 역할의 숭고한 가치에 대해 깨닫게 되는데……. 신이시여, 저에게 왜 이런 재능을 주신 건가요!
선정내역
2023 스토리움 우수스토리 선정작

저자

강선우

강선우작가는한양대교육학과를졸업하고,유아애니메이션시나리오를집필하다드라마분야로장르를확대했다.방송콘텐츠진흥재단드라마공모전에서『열녀명은전』으로우수상을수상하고,이를각색한『조선명랑흥신소』로예스24웹소설공모전에서도수상했다.한국콘텐츠진흥원스토리공모대전에서는『조선후궁실록:연홍전』으로우수상을수상하며,동일작품이도서와전자책으로출간되었다.대한민국콘텐츠대상공모전에서『심연심서』로수상했으며동일작품으로현재드라마를집필하고있다.이번에출간한『청년주부구운몽』은스토리움추천작으로,작가는‘본의아니게주부영역에서재능을발견한한청년의성장록이며,세상모든위대한주부들에게바치는헌사’라고작품의의미를밝혔다.

목차

1.청춘의일
2.92년생구운몽
3.포지션
4.옥탑방빌런
5.그래도되는사이
6.브런치
7.참을수없는존재의무거움
8.괜찮냐고묻지않았어
9.커튼콜

출판사 서평

방황하는청춘들을온몸으로위로하는
사계절이모두푸른초록대문집

초록대문집안에는현실속우리와닮은청춘들이산다.
아들귀한집의막둥이로태어나고생한번안하고무사히서울대로스쿨을졸업한운몽은,사실누구에게도말하지못한비밀이하나있다.바로‘연극배우’의꿈을품고있다는것.운몽은등떠밀려판검사가되기보다는제피를열렬히뛰게하는연극배우가되고싶다.
운몽의누나재영은IP개발기획피디로일하면서작가다독이랴감독눈치보랴밥그릇싸움하랴,그야말로탈수기에서막건져진,물기하나없는구겨진빨래같다.자신의성공가도를보장해주리란희망으로2년동안살뜰히대접한작가는뜬금없이계약파기를선언하고,손바닥비비는것만잘하는옆팀팀장은제공을홀라당뺏어갔다.
가족의해체와결합,상실의아픔과탄생의기쁨을모두맛본강서는이제자신의새로운가족을구성하는데에적극적이지않다.그저지금있는소중한가족의형태를지켜내는것만이자신의최종역할이라생각한다.
복잡한세상을살아가다보면누구나자신의존재가치와역할의정체성에대해고민하는시기를맞닥뜨린다.정답을알려주는이도,표지판도없는미로판에갇힌듯한막막함은비단나만의고충이아니다.소설『청년주부구운몽』은초록대문집가족을통해‘우리는무엇이든해볼수있는존재’라는속시원한위로를전한다.그렇게하다보면,미처발견하지못했던반짝거리는무언가를찾을수있을거라고.

사랑하지않을수없는
청년주부구운몽

서울대로스쿨을졸업했지만이렇다할직업이없는운몽은사회적인시선에서보았을때‘고학력백수’그이상도이하도아니다.외모가특출나지도않고마음을사르르녹일만큼다정하지도않으며누나의주먹질에눈물을찔끔하고마는찌질함까지보유하고있다.하지만장담하건대독자들은자신도모르는새에있는힘껏운몽을사랑하게될것이다.그리고그것은다름아닌운몽이먼저내보인이타성때문이다.
운몽은마주치기만하면으르렁거리는재영이어느날처진어깨를하고현관을들어서면따듯한콩나물국한그릇을들고방문을두드리고,피같은돈을떼먹고도망간선배가눈앞에있어도당장제손을꼭잡고있는어린연우의손을놓을수가없어두눈을질끈감고만다.그리고그원수같은선배가모종의이유로병상에누워있는것을보고는주먹이날아가도모자랄판에눈물콧물을있는대로쏟아낸다.
받은것은그대로갚아줘야한다는정신이만연한현대사회에서운몽은마치도로위의돌부리처럼툭튀어나와있다.그리고처음엔어딘가우리를불편하게만들던그돌부리는점차주위와세상을바꿔나간다.결국세상을움직이는건남들보다앞서고자하는이기심이아니라,남들과함께가고자하는이타성이다.
소설은‘왜제게이런재능을주셨냐’며머리를쥐어뜯고부르짖지만,초록대문집의집안일을도맡고주부의정점이라는육아까지척척해내는운몽을통해조금은무르고연한마음을가져보라고이야기한다.

사랑니는언젠가
뽑혀나갈것이다

잇몸을욱신거리게하는,그래서언젠가뽑아야한다는건알지만아픔이두려워모른척살아가게되는사랑니가강서에게도있다.아픔을참을수없어결국병원을찾아갔던날,강서의또다른사랑니가쑥하고뽑혀나갔다.그리고강서는그빈자리를온몸으로받아들이듯몇날며칠을끙끙앓는다.
강서의이야기는누구나마음한켠에가지고있는‘사랑니’같은존재들을다시한번상기시킨다.내내가슴어딘가를쿡쿡찔러대며생채기를내고있지만그것을정면으로바라볼용기는없어언제고모른척해버리고마는것들.
묵혀두고있던아픔을결국마주한강서를통해우리도마음어딘가에곪아버린채방치되어있던것들을담담히꺼내볼용기를얻는다.그리고분명깨닫게될것이다.정말별것아니었다는것을.
몇날며칠을끙끙앓아대던강서는어느날아무일없었다는듯자리에서일어난다.우리도언젠가강서처럼아픔은옆에내려두고한걸음나아갈수있다는믿음을이책을통해단단히하길바란다.

책속에서

“질문을바꿔봐.”
“네?”
“과거에서,미래에서답을찾아야하는질문말고지금답이나오는질문으로.”
누구에게나우문오답(愚問誤答)의시절이있다.어리석은질문끝에나오는오답.내인생은어디서부터잘못된걸까,스스로에게질문했다가자기비하의늪에빠지는경우가얼마나많은가.그러니질문을바꾸라는거였다.당장무엇을할것인가,질문하라고.할수있는게뭐라도있을거라고,그걸하면된다고.

운몽은지난밤달빛고고하던옥상에서지혜의노인이라도만나고온기분이들었다.강서가존경스러워졌다.그때휴대폰이요란하게울렸다.장선배였다.선배된도리로희동이네치킨가게에서닭이라도팔아줘야되지않겠냐고했다.어제마신와인이훅올라왔다.코끝에알코올향만스쳐도속이뒤집어질것같았다.운몽은장선배와의만남을일주일뒤로미루고당장할수있는일을떠올렸다.
설거지였다.
---p.65

현관문을열자웬낯선여자아이가서있었다.순간,운몽은남의집에들어왔나싶었다.아이역시놀란표정이었다.아이가울음을터뜨릴까봐운몽은상냥함을짜내어조심스럽게물었다.
“누구니?”
“엄마아!”
아이는대답대신2층으로쪼르르올라가버렸다.곧아이의손을잡고내려오는강서가보였다.운몽의눈이휘둥그레졌다.귓가에는제야의종소리가울려퍼졌다.아니,운몽의머리통이보신각종이된것같았다.뒤통수를때리는타종봉의충격파가고스란히전달된심장은언제터져도이상하지않을강도로거칠게쿵쾅거렸다.

그러고보니운몽은강서에대해아는게거의없었다.헤드헌터이고재영의친구이며운몽이잊고있었던유년시절의흑역사에등장한적있는예쁜누나라는것,재혼한어머니가새아버지의아파트로들어가는바람에초록대문집을유산으로물려받았다는것외에는.
엿새만에집으로돌아온강서는아는누님이아닌,한아이의엄마로운몽앞에서있었다.
“연우야,인사해.엄마가말했던운몽삼촌이야.앞으로우리
랑같이살거야.”
“안녕하세요?운몽삼촌.난연우예요.”
아이가똘망똘망하게이름을말하고공손하게배꼽손인사를했다.
---p.148

어쩌면환골탈태한것은초록대문집이아니라,운몽자신이란생각에감사의마음이절로솟구친다.우찬희덕분에청년주부라는명함을갖게되고,우찬희덕분에주부의일상을체험하며그숭고한가치를깨달을수있었다.운몽에게확실하게장착된주부의눈,주부의손,주부의마음은앞으로운몽앞에펼쳐질무수한선택의순간들마다지침이되어줄것이다.그러니얼마나감사한일인가.아!우찬희의오토바이를빨리팔고초코파이를사가지고면회를가야겠다.
형,고마워.
운몽은허공에대고작게옹알거려본다.
---p.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