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림판 작가 허아른의 소설 분투기 : 소재는 일상 내용은 스릴러

돌림판 작가 허아른의 소설 분투기 : 소재는 일상 내용은 스릴러

$15.80
Description
“작가를 고생시킬수록 이야기가 즐거워집니다!”
독자가 골라주는 단어를 주물러서 이야기를 만드는 신개념 소설의 탄생

단어만 주면 미스터리, 스릴러, 호러, 괴담을 쏟아내는
돌림판 작가 허아른의 초단편 소설집
‘낙지’ ‘아이스크림’ ‘나무늘보’ ‘봉골레’ ‘면봉’ ‘단무지’. 여기 아무 관련 없는 단어가 적힌 돌림판이 있다. 그리고 그 돌림판을 초조하게 바라보는 한 사람이 있다. 스레드에서 독자들에게 단어를 추천받아 소설을 쓰는 이른바 ‘돌림판 작가’로 활동 중인 허아른 작가는 이름·성별·나이·사는 곳 모두 불명인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그가 소설을 쓰는 방식 역시 미스터리하다. 독자들에게 단어를 추천받고 그 단어들을 돌림판에 돌려 선정된 단어로 세상에 없던 이야기를 쓴다. 그렇게 탄생한 소설들이 쌓이고 쌓여 『돌림판 작가 허아른의 소설 분투기: 소재는 일상 내용은 스릴러』로 출간됐다.

저자

허아른

저자:허아른
성별도나이도사는곳도불명.단어만주면기묘하고미스터리한이야기를만들어낸다.스레드에서단어를수집해돌림판으로주제를정하고미스터리한이야기를풀어내는‘돌림판작가’로활동중이다.세상에단어가사라지지않는한허아른의이야기는무궁무진할것이다.
@heoaleun

목차

잘린머리와춤을
인면분
삼키는것
여와의마을
바늘비사
모시는자에게는마르지않으리
가마구비
악마와커피
배고픈숲속동물친구들
이방인
아이스크림의불문율
아이들은자란다
버킷리스트
사랑의선물
천국의출구
할아버지의유산
소녀와사마귀
봉골레
엄마가될너에게
모기
마법의물티슈
기어다니는솜뭉치
편식의역사
눈사람이보고있다
따라오는구두
안경과거미
낙지와미소
터진계란후라이처럼
빛의뒤에는
내일부터1일
짙푸른봄을마대에담아
지성의시대

출판사 서평

당신이무심코던진한단어가
돌림판위에서신박한세상으로태어난다

『돌림판작가허아른의소설분투기:소재는일상내용은스릴러』에는서른두편의초단편소설로구성되어있다.각각의이야기들은허아른작가앞에서빙글빙글돌아가는돌림판처럼알수없는방향과처음보는설정으로흘러간다.장르와시대배경역시각양각색이다.들기름이많이나는지역에서벌어진옛이야기「여와의마을」부터미래에인간이인위적으로만들어낸신인류의이야기인「봉골레」,섬뜩한반전이기다리는우화「배고픈숲속동물친구들」,길에서받은물티슈로인해일상이비일상으로바뀌는스릴러「마법의물티슈」등현재와과거미래를오가는이야기들이로어(Lore)의형식으로새롭게탄생했다.

일상에서우리는수많은단어를만난다.개중에는당신의우주에서단한번만사용되는단어도,입버릇처럼계속쓰는운명같은단어도있다.또한시대에따라다른의미로받아들여지는단어도있다.허아른작가는기존의단어를전혀새로운관점에서바라보고,역할과분위기를부여한다.특히일상에서벌어질법한소재들을사용해,이야기를읽은뒤그물체를새롭게바라보게한다.가령,길거리에서받은귀찮은물티슈가사실모든걸지울수있는마법의물티슈라면어떨까,산에서무심코외친야호-소리가사실누군가의간절한구조신호라면?『돌림판작가허아른의소설분투기:소재는일상내용은스릴러』에서여태껏없던새로운소설창작방식으로태어난신박한이야기를만나게될것이다.

책속에서

우리집근처에긴굴다리하나있는거알지?평소에는그리로잘다니지않지만가끔지날때가있거든.아주가끔.얼마전에그굴다리를따라서집에왔어.버스노선이임시중단되는바람에좀돌아서가야했거든.저녁때였는데,아무도안다니는길이잖아.엄청나게조용하더라.조용한굴다리를걷고있으니,따각따각하는소리가크게울려서…어쩐지집중하게되더라고.그소리에.그러다보니어렴풋이알겠더라.그예쁜소리가왜그렇게거슬렸는지.
안맞는거야.내발이움직이는거랑소리가.한박자느리거나,한박자빠르거나.아주미세하게안맞아.마치,내보폭에맞춰서누가따라오는것처럼.한번그렇게생각하기시작하니까멈출수가없더라.
---「따라오는구두」중에서

그날밤이었나아니면며칠후였나.꿈을꿨어요.검은눈의그것이내게머리를바싹대고있었어요.그리고자기몸의살을뜯어내계속내입속으로집어넣고있었죠.
‘어때,맛있지?’
‘어때,맛있지?’
‘어때,맛있지?’
흰색과검은색이섞인거품의맛,피비린내,한참을시달리다가몸서리를치며깨어났어요.얼굴에는눈물이번져지저분하게번쩍였고―아아,비늘처럼―깨고난후에도입안의비릿함이가시지않아몇번이고토해야했죠.
그이후로저는생선회를도무지먹을수없었어요.
---「터진계란후라이처럼」중에서

엄마는마흔이채못되어서,꽤이른나이에죽었다.어느날갑자기마치건전지가다된기계처럼픽-하고꺼졌다.엄마가죽고나서는아빠도뭔가가꺼진것같았다.혼이,정신이,어쩌면생명이꺼져버린것같았다.아빠는나중에그시기에대해이렇게이야기했다.
“이제뭘해야하지,그런생각만가득했었어.”
엄마가없는인생은계획에없었다는괴상한표현을하기도했다.괴상하긴하지만,어쩐지알것같았다.남들이보기에는잘견뎌내고있는것처럼보였을지도모른다.멀쩡하게회사를나가고,집에와선딸에게저녁을차려주고.청소도,빨래도빈틈없었다.하지만그외의시간엔,꺼져있었다.아빠가다시살아난것은엄마의노트북에서하나의워드파일을발견하면서부터였다.백페이지에달하는쑥요리레시피였다.엄마가오랫동안수집해온레시피.아빠는그것을사랑의문서라고표현했다.
---「짙푸른봄을마대에담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