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비 꽃비 1

곳비 꽃비 1

$15.00
Description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이은소 작가의 역사 로맨스 소설

엇갈리는 사랑과 신분의 벽, 그 너머의 세상으로 향하는 꽃길
꽃비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소녀, 아홉 살 곳비는 지독한 가난으로 인해 생각시로 입궁한다. 먹물을 전하라는 내관의 명에 배에 오르다 한 소년과 부딪혀 소년에게 먹물을 쏟는데, 소년은 자신의 얼굴과 옷에 묻은 먹물을 닦으라는 둥, 먹물이 없으니 먹을 갈라는 둥 일을 시킨다. 곳비는 퉁명스레 대꾸하곤 자리를 뜬다.
이후 연향장에서 불길에 휩싸일 뻔한 곳비를 소년이 구해주기도 하는데, 알고 보니 그 소년이 곳비가 모실 셋째 왕자 이용이다.
용이 성을 내려주기도 하고 용에게 글자와 시를 배우기도 하며 두 사람은 오누이처럼 가깝게 지낸다.
시간이 지나 조금 자란 두 사람은 단옷날 장터 거리를 구경 나간다. 그곳에서 곳비는 운명과도 같이 자신의 연정을 깨닫는다. 그러나 용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한다. 그네를 타고 있는 아리따운 여인, 영신에게로.
얼마 지나지 않아 영신이 공녀가 되어 중국으로 끌려가고, 용은 왕이 정해준 여인과 가례를 올리고 출궁한다. 곳비는 용을 따라가지 않고 궁녀로 남는다. 그렇게 자신의 풋사랑을 가슴 깊이 묻고 오로지 궁녀로서만 살기로 결심하지만 용은 이유 모를 허전함을 느끼며 곳비를 찾고, 곳비는 용과 자꾸만 만나게 된다.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사랑은 두 사람을 에워싼다.

“가보자. 꿈속 세상으로. 대군도 궁녀도 없는, 너와 나만 있는 그 세상으로.”

저자

이은소

이은소작가는카카오페이지장르소설공모전에당선되면서작품활동을시작했다.『조선정신과의사유세풍』으로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우수상을수상하기도했다.수상작은현재TV드라마로방영중이다.그외에도『학교로간스파이』,『왕의무사귀인별』을출간했다.이번에출간된『곳비꽃비』는작가의역사에대한지극한관심과인간을향한믿음위에세워졌다.선과악으로명백히구분되지않는인간의다채로운면모는시대적한계속에서그깊이를더한다.

목차

1부
곳비꽃비
곳비의꿈
첫사랑
출궁

출판사 서평

한장두장떨어진꽃잎이
꽃산이되어

『조선정신과의사유세풍』을출간하며역사소설의새로운지평을연이은소작가가역사로맨스『곳비꽃비』를출간했다.드라마로도방영되며더욱많은이들에게사랑받고있는『조선정신과의사유세풍』의맥을잇듯『곳비꽃비』는작가의철저한고증과실존인물에대한상상력이돋보이는작품이다.안평대군이라는재능있고뛰어난그러나비운의죽음을맞이한왕자는『곳비꽃비』안에서생생하게살아움직이며다정하고때로는장난스러운얼굴을한다.거기에곳비라는가상의인물이더해져훌륭한로맨스서사가만들어졌다.

차분하고단정한문체는이야기의정서를만든다.‘궁녀’와‘대군’이라는관계에서생기는애절함을넘어인간성을느낄수있다.이은소작가는어느것하나허투루다루지않고이야기를섬세하게하나하나쌓아올린다.작은꽃잎이한장두장떨어지듯차분히진행되는이야기는어느새마음에쌓인다.그렇게꽃비는꽃산이된다.

엇갈리는사랑속에서드러나는
인간의다채로운면모

삼각관계는로맨스서사에서유구하게쓰여왔다.한여인을사랑하는두사내와두사내사이에서갈등하는한여인은사랑받고자혹은사랑하고자하는사람들의욕구를충실히채웠다.짝사랑의계보를잇는사각관계역시큰틀은다르지않다.누군가는나를사랑하지만,나는다른이를사랑한다.역시나사랑하고,사랑받고자하는인간의욕망을드러낸다.

『곳비꽃비』의사각관계는시대적배경속에서그깊이가더해졌다.곳비가용을향한사랑을마음에묻는이유는용의마음이어디를향했는지와는무관하게,곳비가궁녀이기때문이다.궁녀의상사문제를엄히다루던시대였기에궁녀는왕이아닌다른사람과맺어질수없다.이시대적배경은다른인물에게도한계로적용이된다.영신은여인으로태어나,권력을쥐기위해서는사내의힘을빌려야만한다.그렇기에용의마음을얻으려애쓴다.영교는궁녀인곳비에게적극적으로구애할수없다.그리고용은대군으로서법도를따라야한다.

우리모두가아는명작처럼,외부적요인에의해좌절되는로맨스서사는언제나사랑받아왔다.사랑하지만어쩔수없이헤어져야하는상황의안타까움은모두를이입하게만든다.『곳비꽃비』는거기에서멈추지않는다.‘사랑’이라는주제에얽힌,사람들의다양한면모를보여준다.사랑을연기할수밖에없었던이유,사랑만이삶의전부가아니기에사랑을선택할수없었던사람,연적이지만동시에친우이기에미워하지않는마음.각각의인물들은모두자신의삶에최선을다한다.『곳비꽃비』를읽는독자들은그최선을목도하며사람을이해하는폭이확장되고,사람이라는존재에대한믿음이회복되는경험을할수있을것이다.

책속에서

용이창을열었다.눈이내리고있었다.
“곳…….”
습관처럼곳비를부르려다가말았다.요사이곳비는예전의곳비가아니었다.갑자기예의를엄격하게차리는것도이상하거니와승은을입겠다느니대궐에남겠다느니……이상한구석이한둘이아니었다.곳비도이제어린아이가아닌가싶었다.
“대감.”
곳비의목소리가들려얼른뒤를돌아보았지만아무도없었다.용은좁은방을터벅터벅가로질러자리에앉았다.
“대감,소녀곳비들겠습니다.”
‘아,이러고들어오면얼마나좋아?’
용은문을노려보며생각했다.
“대감,곳비입니다.”
문이열리고곳비가들어왔다.용은놀라잠시머뭇거리다가미소를지었다.
“그래.곳비왔느냐?”
“예,출출하셨지요?”
곳비가소반을내려놓았다.메밀화전과국밥이놓여있었다.용이서랍에있던귤을꺼내곳비에게건넸다.
“너도.”
“정신차리라고요?”
“아니.이건달다.예서먹어라.”
용이젓가락을들었다.
“한데화전에이게뭐냐?”
“이겨울에꽃이어디있습니까?솔잎으로흉내만냈습니다.”
“화전엔진분홍꽃이올라가야하는데…….이번겨울은참지난하구나.어서봄이와색짙은꽃들을보고싶구나.”
용이화전을하나먹고말했다.
“내년봄엔이맛없는화전을못먹겠구나.”
“궁방에사람이몇인데요?해달라하십시오.‘맛있는’화전으로다가요.”
곳비가귤을깠다.방안에새콤한향내가돌았다.
“너잘지내야한다.”
“그럼요.”
“이제는절대사고치면안된다.네편을들어줄사람이아무도없으니…….”
“예,염려마십시오.저도이제다컸습니다.사고같은건안칩니다.”
“먹을것도네가찾아서챙겨먹고.”
“예.”
“너진짜나없이괜찮겠느냐?”
“그럼요.아마대군의잔소리가없으니더잘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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