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비름의 집 - 시와소금 시인선 162

쇠비름의 집 - 시와소금 시인선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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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산은 나의 안식처였다. 살면서 받은 상처가 산을 오르다 보면 모두 호흡에 섞여 구름처럼 날아갔다. 어쩌면 이 산행 시절이 내 인생의 전성기였을지도 모른다. 산에 올라 도나 닦았어야 할 운명은 아닌 듯 세속적인 것에 몸을 담그고 지지고 볶으며 그 와중에도 늘 산행했다.
산행하다 보면 늘 가슴 찡한 것들이 나를 지켜본다. 돌아와 그것들을 생각하며 시를 쓰다 보니 자연이 주는 위로에 더 깊은 감동을 느꼈고, 사람들과의 모듬살이의 시적 사유가 적었다. 아마도 그게 나의 한계인 것 같다. 그동안 여섯 권의 시집을 내며 무명 시인임을 즐겼다. 누구에게 조명받는 것은 지금도 부담스럽다. 무명을 즐기며 마음 다치는 평가를 두려워하며 나는 그냥 시를 쓴다.
나에게도 뜻하지 않은 인생 최고의 불행이 찾아왔다. 췌장암으로 남편을 떠나보내며 이런 불행은 나라고 비켜 가지는 않는구나, 탄식했다. 내 직업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죽음을 돌보는 간호사였음에도 내가 당한 그와의 사별은 마냥 슬프기만 했다. 내 존재의 반이 날아갔으며 가장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보면서 나 또한 저렇게 한 줄기 연기로 사라지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꼈다. 느꼈
저자

백혜자

강원도춘천출생으로1996년《문학세계》신인상당선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초록빛해탈』『나는이순간의내가좋다』『저렇게간드러지게』『구름에게가는중』『귀를두고오다』『민들레틈새에앉아서』가있다.강원여성문학인회장,춘천여성문학회장,삼악시동인회회장을역임했으며,2017년강원여성문학상대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꽉찬울음
호박꽃13/혜자의전성시대14/여우에게16/억새17/작은댁음전언니18/솔잣새20/현호색21/강나무22/꿀꽃23/목련나무등을걸고24/헛것이보이나?26/배롱나무27/쇠비름의집28/귀뚜라미30/꽉찬울음31/마녀갈빗집32/호숫가은사시나무34/

제2부구름여인숙
오목눈이37/굴참나무에스며들어38/시인나무39/나는봉이다40/찌르륵찌르륵42/자전거44/오늘은비45/김치찌개끓이는저녁46/시가써지지않는날47/잠오지않는밤48/귀신50/아모레파티(AmorFati)52/강씨가죽나보다53/구름여인숙54/화자55/등나무아래서56/우주로낸문58/

제3부천국의오후
집에가자61/안개역에서62/춘희63/제임스본드바퀴벌레64/이공주65/천국의오후66/시집온날67/용수메기소68/연분홍화엄69/참새야,눈온다70/달은죽지않는다71/해운대갈매기2호72/잡아서구워먹자73/좋은하루74/나비점76/거미77/당간지주에기대어78/

제4부화투판풍약
가을이81/소몰던소리82/그믐달84/빠글파마85/바람귀신86/하늬바람87/라디오시절88/화장로89/떡갈나무90/대추나무와능소화91/낙상홍92/돛단배93/꿀같은미움94/

시인의에스프리|백혜자
무위자연과함께하는나의시___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