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2024년 세 번째로 세상에 던져지는 시집 『뭄』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최수진 시인의 시적 세계관이 극대화된 시집으로 판단된다. 무릇 “뭄”이라는 독특한 시집의 제목에서도 짐작되는 바, ‘몸’의 실체를 뒤집고 거꾸로 바라보는 전복된 세계관이 표출되면서, 세계 밖 무한의 이상으로 나아가려는 시인의 유토피아가 현실적 (무)질서의 전복과 함께 삶의 결여된 부분을 누설하려는 극화(劇化)된 심상이 특징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른바 ‘뭄’은 ‘몸’을 뒤집은 글자 형태임을 알 수 있는데, 이처럼 전복된 언어는 ‘뭄’의 상상력이라 말해도 좋을, 최수진 시인만의 상상계가 펼쳐진 시집 『뭄』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최수진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뭄』은 구조적으로는 말의 기법 예컨대 ‘독백체’와 ‘방백체’로 가득 찬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펼쳐 보인다.
이러한 언어 기법적 특징은 시인의 시어가 근본적으로는 전복의 시학을 표방하고 있으며, 극적 요소를 지닌 시임을 다시금 드러낸다. 요컨대 최수진의 시집 『뭄』을 읽는 것은, 극 중 주인공을 만나는 듯한 독특한 현장감과 감동이 있다. 시인은 독백체로 내면 깊은 곳을 마주하다가도 어느새 방백체로 독자를 자기 앞에 불러 세운다. 표제작인 시 「뭄」은 이번 시집의 주된 방향성을 노정하는 시편이라 할 수 있다.
저문 강에 배를 띄워라
돛도 닻도 없이 흘러라
갠지스여,
무성한 풀의 발톱을 피하라
특히 연꽃의 이빨을 피하라
다시 말하노니
애써 노를 젓지 말라
짙푸른 바람의 냄새
여름과 가을 그 사잇길에서 머문
그대 이름은 뭄
뱃머리에서 갈라진 두 젖가슴
그대, 나의 화신이로다
유유히 헤엄쳐 가리라
내 가진 것이라곤 아가미와 지느러미뿐
오 그대, 이른 새벽 은하수 어귀에 닿으면
가장 반짝이는 별 하나 바라보길 원하노니
내 즐겁게 마중 나가리라
- 「뭄」 전문
위 시 「뭄」은 인도의 갠지스 강가에서 행해지는 제례 ‘뿌자’의식이 연상된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불과 물에 의해 갈라지는 죽음 의식으로서의 ‘몸’의 제례가 바로 ‘뿌자’이다. 구체적으로 시인은 “뱃머리에서 갈라진” 몸의 기호를 “젖가슴”으로 호명한다. 그러나 그것은 최수진 시인에 의해 ‘몸’을 떠난 “뭄”이 된다. 시인은 죽은 자를 “그대 이름은 뭄”이라 새롭게 명명하면서, 몸의 의식을 치르는 갠지스의 “뿌자”를, 떠나보내는 슬픔이 아니라 ‘즐거운 마중’으로 귀결하고자 한다.
그런데 위 시 「뭄」은 마치 고대 그리스 대서사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처럼 대항해 출정을 떠나는 오디세우스의 그것과도 같이 압도적인 부분이 있다. 특히 “갠지스”를 주시한 시인의 시선은 인도의 대서사시 ‘베다’를 떠오르게 한다. 뱃머리를 가르며 나아가는 영웅의 서사는 죽음을 이겨내는 극적 요소를 지닌 대서사시의 전형을 상상한다. “뭄”은 ‘몸’을 지닌 자가 ‘뭄’으로 다시 지칭되면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히려 전복하는, 새로운 서사를 기약하고 있다. 대항해의 시대를 여는 새로운 삶의 시작점이, 죽음(소멸)과 삶(생성)의 대전환(변화)으로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 시가 바로 「뭄」이라 할 수 있다.
일 년 열두 달 네가 내린다면 좋을 거야
-트라이아스기의 자작나무 숲에서
- 「반짝이는 오너먼트」 전문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것이 ‘몸’과 “뭄”의 전복된 언어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최수진 시인에게는 수억 년 전 고생대와 중생대 쥐라기의 멸종기와 생성을 회고하는 일로 비유된다. 위 시 「반짝이는 오너먼트」에 등장하는 시어 “트라이아스기”는 본격적인 공룡의 시대가 펼쳐지기 전인 고생대와 공룡의 시대인 쥐라기 중생대가 생성되는 초기를 두루 일컫는 시대를 지칭한다.
무릇 “트라이아스기”는 멸종과 생존이 교차되는 시기이다. 또한 시제(詩題)에 사용된 “오너먼트”는 ‘데코레이션’과 비교해 볼 수 있는 단어인데, 대상의 겉모습을 아름답게 꾸민다는 뜻을 지닌다. 다만, “오너먼트”는 그 대상에서 구조적으로 발견되는 단점들을 보완하거나 보충하는 의미가 따로 부여된다. 의미상 “반짝이는 오너먼트”는 세계의 전복이 과거를 좀 더 나은 현재로 만들어 주는 긍정적인 요소가 더해져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인식한 시제로 판단된다.
최수진 시인은 아주 오래전 백악기 시대의 변화까지도 상상하며, 한 세계와 다른 세계의 연결이 ‘전복된 언어와 상상력’을 통해 표출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뒷골목의
시궁창에서
가여운 짐승이
도시의 발가락을
핥아줄 때
글 속에서 숨 쉬고 싶어 아름다운 주인은
침묵합니다
굴절됩니다
내가
될
수
없는
이유
입니다
두.렵.습.니.다.
- 「참을 수 없는, 언어의 가벼움」 전문
이처럼 최수진 시인에게 언어는 비틀린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이거나 무거운 세상의 부조리를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가벼움을 과감하게 표출하는 기능으로서의 전복된 언어로 인식된다. 특히 시어(詩語)는 감추고 누르는 침묵의 언어로서가 아닌 토로하고 발설하는 대화적 언어를 통해 분출된다. 위 시 「참을 수 없는, 언어의 가벼움」은 그리하여 언어의 목적과 기능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언어는 “글 속에서 숨 쉬고 싶”기에, 최수진의 시는 “굴절”을 피할 수 없으며, 특히 이를 인정한 독백과 방백으로 그 의미를 더한다. 또한 진정한 “침묵”은 두려움이 되어, 시인의 사상과 의식을 건드린다. 시인은 다만 “내가/ 될/ 수/ 없는” 언어를 두려워하며, 역설적이지만 이를 추구한다.
이른바 ‘뭄’은 ‘몸’을 뒤집은 글자 형태임을 알 수 있는데, 이처럼 전복된 언어는 ‘뭄’의 상상력이라 말해도 좋을, 최수진 시인만의 상상계가 펼쳐진 시집 『뭄』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최수진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뭄』은 구조적으로는 말의 기법 예컨대 ‘독백체’와 ‘방백체’로 가득 찬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펼쳐 보인다.
이러한 언어 기법적 특징은 시인의 시어가 근본적으로는 전복의 시학을 표방하고 있으며, 극적 요소를 지닌 시임을 다시금 드러낸다. 요컨대 최수진의 시집 『뭄』을 읽는 것은, 극 중 주인공을 만나는 듯한 독특한 현장감과 감동이 있다. 시인은 독백체로 내면 깊은 곳을 마주하다가도 어느새 방백체로 독자를 자기 앞에 불러 세운다. 표제작인 시 「뭄」은 이번 시집의 주된 방향성을 노정하는 시편이라 할 수 있다.
저문 강에 배를 띄워라
돛도 닻도 없이 흘러라
갠지스여,
무성한 풀의 발톱을 피하라
특히 연꽃의 이빨을 피하라
다시 말하노니
애써 노를 젓지 말라
짙푸른 바람의 냄새
여름과 가을 그 사잇길에서 머문
그대 이름은 뭄
뱃머리에서 갈라진 두 젖가슴
그대, 나의 화신이로다
유유히 헤엄쳐 가리라
내 가진 것이라곤 아가미와 지느러미뿐
오 그대, 이른 새벽 은하수 어귀에 닿으면
가장 반짝이는 별 하나 바라보길 원하노니
내 즐겁게 마중 나가리라
- 「뭄」 전문
위 시 「뭄」은 인도의 갠지스 강가에서 행해지는 제례 ‘뿌자’의식이 연상된다. 산 자와 죽은 자가 불과 물에 의해 갈라지는 죽음 의식으로서의 ‘몸’의 제례가 바로 ‘뿌자’이다. 구체적으로 시인은 “뱃머리에서 갈라진” 몸의 기호를 “젖가슴”으로 호명한다. 그러나 그것은 최수진 시인에 의해 ‘몸’을 떠난 “뭄”이 된다. 시인은 죽은 자를 “그대 이름은 뭄”이라 새롭게 명명하면서, 몸의 의식을 치르는 갠지스의 “뿌자”를, 떠나보내는 슬픔이 아니라 ‘즐거운 마중’으로 귀결하고자 한다.
그런데 위 시 「뭄」은 마치 고대 그리스 대서사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처럼 대항해 출정을 떠나는 오디세우스의 그것과도 같이 압도적인 부분이 있다. 특히 “갠지스”를 주시한 시인의 시선은 인도의 대서사시 ‘베다’를 떠오르게 한다. 뱃머리를 가르며 나아가는 영웅의 서사는 죽음을 이겨내는 극적 요소를 지닌 대서사시의 전형을 상상한다. “뭄”은 ‘몸’을 지닌 자가 ‘뭄’으로 다시 지칭되면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오히려 전복하는, 새로운 서사를 기약하고 있다. 대항해의 시대를 여는 새로운 삶의 시작점이, 죽음(소멸)과 삶(생성)의 대전환(변화)으로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 시가 바로 「뭄」이라 할 수 있다.
일 년 열두 달 네가 내린다면 좋을 거야
-트라이아스기의 자작나무 숲에서
- 「반짝이는 오너먼트」 전문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것이 ‘몸’과 “뭄”의 전복된 언어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최수진 시인에게는 수억 년 전 고생대와 중생대 쥐라기의 멸종기와 생성을 회고하는 일로 비유된다. 위 시 「반짝이는 오너먼트」에 등장하는 시어 “트라이아스기”는 본격적인 공룡의 시대가 펼쳐지기 전인 고생대와 공룡의 시대인 쥐라기 중생대가 생성되는 초기를 두루 일컫는 시대를 지칭한다.
무릇 “트라이아스기”는 멸종과 생존이 교차되는 시기이다. 또한 시제(詩題)에 사용된 “오너먼트”는 ‘데코레이션’과 비교해 볼 수 있는 단어인데, 대상의 겉모습을 아름답게 꾸민다는 뜻을 지닌다. 다만, “오너먼트”는 그 대상에서 구조적으로 발견되는 단점들을 보완하거나 보충하는 의미가 따로 부여된다. 의미상 “반짝이는 오너먼트”는 세계의 전복이 과거를 좀 더 나은 현재로 만들어 주는 긍정적인 요소가 더해져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인식한 시제로 판단된다.
최수진 시인은 아주 오래전 백악기 시대의 변화까지도 상상하며, 한 세계와 다른 세계의 연결이 ‘전복된 언어와 상상력’을 통해 표출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뒷골목의
시궁창에서
가여운 짐승이
도시의 발가락을
핥아줄 때
글 속에서 숨 쉬고 싶어 아름다운 주인은
침묵합니다
굴절됩니다
내가
될
수
없는
이유
입니다
두.렵.습.니.다.
- 「참을 수 없는, 언어의 가벼움」 전문
이처럼 최수진 시인에게 언어는 비틀린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이거나 무거운 세상의 부조리를 참을 수 없게 만드는 가벼움을 과감하게 표출하는 기능으로서의 전복된 언어로 인식된다. 특히 시어(詩語)는 감추고 누르는 침묵의 언어로서가 아닌 토로하고 발설하는 대화적 언어를 통해 분출된다. 위 시 「참을 수 없는, 언어의 가벼움」은 그리하여 언어의 목적과 기능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언어는 “글 속에서 숨 쉬고 싶”기에, 최수진의 시는 “굴절”을 피할 수 없으며, 특히 이를 인정한 독백과 방백으로 그 의미를 더한다. 또한 진정한 “침묵”은 두려움이 되어, 시인의 사상과 의식을 건드린다. 시인은 다만 “내가/ 될/ 수/ 없는” 언어를 두려워하며, 역설적이지만 이를 추구한다.
뭄 (최수진 시집)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