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뿌리

그리움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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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최성민 시집의 시편들에는 전통 서정의 저류가 면면부절 넓게 농울치며 흐른다. 대상 혹은 사물의 고유성을 담담히 응시하며 주체의 심미적 경험을 이끌어내고 삶을 성찰하게 하는 그의 시작 방법은, 실험미학의 데일 듯한 열정이나 탐미적 경향 혹은 아방가르드의 급진성이나 과격함보다는 시의 근원으로서의 서정의 힘이 자본주의의 악무한에 속박된 궁핍한 시대를 횡단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물론 시인이 서정의 힘에 대한 무한 신뢰를 갖고 있다 해서 그의 시가 곱고 부드러운 서정만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현대시는 그 태생에서부터 모더니티의 미학과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는 도시 문학인 까닭에, 문학과 현실은 항상 대립하는 위치에 서는 것이며, 그런 이유로 시인에게 현실은 언제나 극복해야 할 그 무엇으로 있다.

시인 역시 자신이 처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문학적으로 응전해왔으며, 이번 시집에서도 그는 삶 자체가 짐이 되어버린 당대와 그러한 삶의 강력한 규율로서 작동하는 후기 자본주의의 전횡에 대해서도 새파랗게 날 선 비판을 던진다.
저자

최성민

출간작으로『그리움의뿌리』등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흰고무신
도원역桃源驛부근13/다문화가정과흰고무신14/쓰레기16/없단다,있단다18/누구세요20/각성覺醒22/해당화여인숙24/관상觀相26/개망초28/청바지와산적수염30/목련꽃같았지32/골방수다34/당신의문단文壇36/입추立秋무렵37/어슬렁거리다-평창국립청소년수련원에서38

제2부당신이라는여백
몸살41/겨울왕국42/사랑과증오사이43/당신이라는여백餘白44/나어떻게46/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48/악몽49/등에대하여50/때가되었다51/밥심52/단풍들때53/냄새54/낙우송落羽松55/잡초제거56/외길57

제3부스마트한,세상
색맹61/반성문쓰다62/스마트한,세상속으로64/오이소박이65/오징어게임66/빨,노,파68/톱이자란다69/치악산구룡사70/발바닥71/덕적도德積島행72/우중천변雨中川邊74/신호등75/통점痛點혹은보시報施76/한라산까마귀78/제단祭壇80

제4부피아노를치다
팥죽83/신발한짝84/겨울소래포85/개코마누라86/피아노를치다88/크리스마스선물90/감자샐러드92/더이상94/신문맹론新文盲論96/서열98/상賞에대한상념100/상실喪失102/냇가가니껏이여!103/누구나그러하듯104/간절함은그리움의뿌리106

|작품해설:윤은경(시인ㆍ문학평론가)
‘궁핍한시대’의서정111

출판사 서평

최성민시집의시편들에는전통서정의저류가면면부절넓게농울치며흐른다.대상혹은사물의고유성을담담히응시하며주체의심미적경험을이끌어내고삶을성찰하게하는그의시작방법은,실험미학의데일듯한열정이나탐미적경향혹은아방가르드의급진성이나과격함보다는시의근원으로서의서정의힘이자본주의의악무한에속박된궁핍한시대를횡단할수있다고믿는듯하다.물론시인이서정의힘에대한무한신뢰를갖고있다해서그의시가곱고부드러운서정만으로일관하고있는것은아니다.무엇보다도현대시는그태생에서부터모더니티의미학과불가분의관계를가지는도시문학인까닭에,문학과현실은항상대립하는위치에서는것이며,그런이유로시인에게현실은언제나극복해야할그무엇으로있다.시인역시자신이처한현실을비판적으로성찰하면서문학적으로응전해왔으며,이번시집에서도그는삶자체가짐이되어버린당대와그러한삶의강력한규율로서작동하는후기자본주의의전횡에대해서도새파랗게날선비판을던진다.

질곡(桎梏)의시절복숭아밭이많아붙여진모모산언덕에서
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이름을가진도원역을내려다본다.

따뜻한밥그릇을위해쇠뿔고개를넘나드는마을사람들이
도원역의회전문을통과하여
거대한철마에실려낯선동네로등을돌려사라진다.
독갑다리로몰려나온교복들의무표정한얼굴과
갈곳잃은발바닥이머뭇거리다가도
무릉도원을지키던햇발들이달꼬리섬아래로해녀처럼잠수하면
종일도원역부근에서노닐던학생들이야생마처럼빠져나간다.
-「도원역(桃源驛)부근」부분

이시편의핵심시구는‘질곡의시절’과‘거대한철마’그리고‘회전문’이다.시의화자는“질곡의시절”을살아낸도원역풍경을내려다본다.아니,시인은가장추상화된공간인철도역에붙인“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감각적이고서정적인‘도원’이라는이름을들여다본다.꽃과무쇠,복숭아꽃과철마,자연적공간인도원(桃園)과인공적공간인철도역(鐵道驛)의이부자연스럽고이상한조합은,‘괴물’처럼매우낯선이질감을불러일으킨다.이이상한조합의결과‘도원’은그화사한아름다움의아우라를상실하고그저“따뜻한밥그릇을위해”끊임없이회전문을들고나는근대적삶의공간으로변질된다.
복숭아밭이많아서붙여진‘도원(桃園)’은자연과하나인삶이그대로이름이된장소다.그러나세상에서가장화사하고아름다운도원에막무가내쳐들어와울타리를치고이름을빼앗아덮어쓰고있는철도역‘도원역(桃源驛)’.그역사(驛舍)의“회전문”은하나의축을중심에두고빙빙돌며사람들을삼키고뱉어낸다.이제철도역이군림하는세계에서사람들은쫓기듯낯선동네로밀려나갔다가지친몸을이끌고보금자리로되돌아온다.

좁은골목길인적이드문
붉은벽돌이층집해당화여인숙
갯바람이불고파도소리가들리는듯하다.

유년시절숭의청과물시장건너편
도원동전도관언덕길개조한적산(敵産)가옥에
다섯가족이방한칸씩차지하고함께살던
씩씩한계집아이차돌이가생각난다.

한번쯤어디선가만나질인연이라생각했는데
단한번도스친적없는인연아닌인연

붉은색으로단장한해당화여인숙에서는
방방마다켜켜이쌓인인연의분냄새가
진동할것같다.

썩을대로썩으면오히려향기나는모과처럼
곱씹으면곱씹을수록추억에서도
향기가나는듯하다.
-「해당화여인숙」전문

시집으로묶인시작품들을읽고해명하는방법에는여러가지가있을수있다.혹자는시편들전체를관통하는키워드를통해전편을가로지르는시적인식을,혹자는언어미학의측면을,혹자는새로운실험정신에방점을두어읽을수있다.본글에서는최성민시인의시적상상력이대상세계와맞대면하면서어떻게심미적경험을하게되는가또어떤심미적파장을불러오는가라는시적사유의측면에방점을두어읽어보려한다.필자가그의시편들을읽는핵심키워드는‘장소’혹은‘장소성’이다.
이시집에서우리는도처에서시간과공간을경험한다.시의행간에놓인기억이라든가,상처,흔적,유적,유물등에서스쳐간시간들을경험하며,하다못해길가에피어있는한송이꽃에서도꽃주위에흩어져있는자갈몇개에서도그사물이놓여있는장소와시간을경험한다.그것들은독자의의식속에들어오는즉시가열한내적반성을일으키고존재의근원으로의식을끌어당긴다.설령유년기이거나과거의어느한지점을통과할지라도결국은우리의지각형식으로는가닿기어려운궁극의본향이거나어떤초월적이고시원적인지점으로가닿게되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