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손자국

바다의 손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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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오세화 시인은 일상의 서정과 사회 현실을 섬세하게 직조하여 시의 행간에 새겨 넣는다. 가족의 일상사에서부터 소외된 노동자의 삶에 이르기까지 폭을 넓히는데, 이는 개인적 체험에서 출발하여 사회적 현실까지 아우르는 방식이다. 또, 잃어버린 고향에서부터 현 거주지인 동해지역의 구체적 현장까지 잔잔한 시선으로 훑는다.

“논골담 골목에 새긴 삶의 표식들/리어카 같던 몸에 새긴 세월의 이끼”(「논골담의 푸른 옹이」)처럼 동해시의 구체적 장소를 새긴 작품들을 눈여겨볼 만하다. 「덕장 연대기」, 「묵호 어판장」, 「바다의 손자국」, 「시간의 경매」, 「오징어가 풍년이다」, 「묵호역에 가다」, 「바람의 언덕」 등에서는 소금기 묻은 동해지역 어민들의 핍진한 삶이 나타난다.
저자

오세화

충남논산출생으로2005년《문예사조》신인상시당선으로등단했다.서울예대문화예술교육원소설창작,시창작과정을수료했으며,1997년김정현소설[아버지]전국수기공모에우수상으로입상하였다.제11회광명백일장수필부문금상수상과2019년동해예술상동해시장상표창,2024년강원문화예술발전도지사표창외다수가있다.소설집으로『소설탄생(공저)』이있고,시집으로『디딤돌』『바람의유혹』『도시의골몰길』『비,그들의언어』『봄,사랑분다』등의공저가있다.현재한국문인협회,강원문인협회이사,동해문인협회사무국장으로활동중이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시간의그늘

살갑다13/도라지꽃이피었습니다14/시간의그늘16/등굽은달이혼자울고있다18/압류통지19/엄마의이름20/휘어진손가락22/통곡24/돈벌이26/텃밭에서익어가는시간28/이젠살자30/지워지지않는지문31/버짐핀기억의서랍32/아버지와나의거리34/장미꽃이운날36/얼마나다행인가37/

제2부바람의지문

청약통장41/할머니의암호42/해장국44/구름꽃,시간을날다45/열려라참깨46/난타48/지렁이의눈49/포커페이스50/종이비행기52/바람의지문54/더는올라갈수없는경계의선에서55/늙은아들과늙은아버지56/여자,달을그리다57/다행이라니58/바람의유혹61/

제3부사소한높이

무인편의점의밤65/굿나잇66/디지털정원68/벽에걸린1평70/속보72/시간의박제73/기억을부르는스타카토74/비상구를열다75/사소한높이76/콘크리트정글77/폐지와그리움중어느것이더무거울까?78/홈쇼핑80/발자국은언제지워졌을까81/얼룩말을탄사내82/눈물뼈가자라나고있다83/

제4부시간의경매

논골담의푸른옹이87/덕장연대기88/묵호어판장90/바다의손자국92/시간의경매94/오징어가풍년이다96/흐르는강물처럼98/북평5일장100/바람의언덕102/그리움을클릭하다104/전화기를들다106/문장108/탄원서110/묵호역에가다112/출입금지113/

|작품해설:정연수(문학평론가)
푸른옹이에새긴성찰과살가운접촉117/

출판사 서평

오세화시인은일상의서정과사회현실을섬세하게직조하여시의행간에새겨넣는다.가족의일상사에서부터소외된노동자의삶에이르기까지폭을넓히는데,이는개인적체험에서출발하여사회적현실까지아우르는방식이다.또,잃어버린고향에서부터현거주지인동해지역의구체적현장까지잔잔한시선으로훑는다.“논골담골목에새긴삶의표식들/리어카같던몸에새긴세월의이끼”(「논골담의푸른옹이」)처럼동해시의구체적장소를새긴작품들을눈여겨볼만하다.「덕장연대기」,「묵호어판장」,「바다의손자국」,「시간의경매」,「오징어가풍년이다」,「묵호역에가다」,「바람의언덕」등에서는소금기묻은동해지역어민들의핍진한삶이나타난다.
“늙고가난한사내에게/보따리하나들고시집”와서혼자서출산해야했던기구한삶을다룬「통곡」이라거나,“날마다땅을먹고살아도/배고픈내어머니”의삶을다룬「휘어진손가락」은우리시대의고단한삶을환기한다.“마흔두살에아들을낳았다지/얼마나다행인가”(「얼마나다행인가」)에서처럼,자신의서사를숨김없이펼쳐놓는다.아버지연작에서드러나는아픈시절조차천연덕스럽게남얘기하듯풀어내는것도오세화시인의미덕이리라.

햇빛의발자국은고향문앞에멈춰섰다
감꽃목걸이를걸어주던감나무집언니
내몸곳곳에새겨진감나무
기억에그늘이진다

압류통지와독촉장고된세상살이되새김질하다
고향의온기앞에참았던울음이터졌다
고향은계절을따라닳고닳았으나
허기를느끼지않았다

감나무집언니가죽었다
감나무는부고를보내고모든잎을떨궜다
그렇게정정하던우물집아버지가치매라더라
감나무뒷집엄마는파킨슨병에걸려움직이지도못한다더라
고향소식들릴때마다내발자국이휘청였다

두살터울의감나무집언니가죽었다
몸에박힌고향의잔해들이구멍뚫린바람으로숭숭날린다
시간의그늘이고향모서리를휘감는다
그림자로가려진고향
그리움으로저물고있다.

-「시간의그늘」전문

그리움과상실의감정은흘러간시간이빚은산물이다.‘감꽃목걸이,감나무,우물집아버지’등이환기하는기억의단편들이쌓여고향의풍경을형성한다.동시에“감나무는부고를보내고모든잎을떨궜다”는구절이드러내듯,상실에대한슬픔을내포하고있다.“햇빛의발자국은고향문앞에멈춰섰다”라는첫구절에서부터“시간의그늘이고향모서리를휘감는다”라는구절에이르기까지시간의흐름이빚은상실과그리움의감정이생생하게느껴진다.이시뿐만아니라이시집에는시간의흐름이빚은작품들로가득하다.

달처럼나는부끄러웠다
자식넷을둔사내와재혼한엄마

매일같이시장좌판에앉아
열무,부추,고구마줄기
두단사면한단더끼워줄게유

채소는팔리지않고
좌판위에서시들어가는엄마

깊은밤등굽은달의어깨가들썩이는모습을보았다

채소가시들어가는시간속에서
달의눈물도자라고
우리도자라고.

-「등굽은달이혼자울고있다」전문

“자식넷을둔사내와재혼한엄마”를달처럼부끄러워하던철없는감정은“매일같이시장좌판에앉아”있는어머니의서러운삶을인식하면서성장한다.달과어머니를겹쳐놓은시적상상력은오시인만의독특한시적언어를만들어낸다.“깊은밤등굽은달의어깨가들썩이는모습을보았다”라거나“달의눈물도자라고/우리도자라고”라는구절은시가왜문학장르의꽃이될수있는가를보여준다.

흔적의경계에푸른옹이가생겼다
빗살무늬토기를빚는어달리바다

논골담골목에새긴삶의표식들
리어카같던몸에새긴세월의이끼

어부의아내만남은골목
오징어먹물인지묵호항탄가루인지

리어카지난길위로피어나는푸른꽃
바다와하늘의경계를연다.

-「논골담의푸른옹이」전문

“흔적의경계에푸른옹이가생겼다”라는첫행은시간의흐름과변화를암시하는데,“빗살무늬토기를빚는어달리바다”에이르면마을의오랜역사를상기시킨다.“어부의아내만남은골목”에서는어촌의“오징어먹물”과대형저탄장이있던“묵호항탄가루”의흔적을추적한다.삼척-태백의석탄은일제강점기부터묵호항을통해일본으로수탈되었으며,해방이후에는묵호항을통해남해를경유하여영월화력발전소까지수송되었다.태백선과영암선이생겨나기이전의석탄은모두묵호항을통해수송된것을환기하는것이다.논골담의장소를구체화하면서‘가난한어민의삶,어촌마을의쇠퇴,저탄과출하장소로기능하던묵호항의역사’까지모두짚었다.마지막행에서“바다와하늘의경계를연다”라고희망을열어둔것은논골담이동해시의새로운관광명소로재장소화한것과무관하지않을것이다.
어촌의삶을다룬「바다의손자국」은“50년넘게바다그물을깁는수선집”을통해어민과함께살아가는공동체구성원을그린다.“파도에실려온소금기같은인생”이라든가,“바다의손자국을남기는수선집”을통해수선집노인역시바다와어민을이어주는공동체의일원이었다는것을강조한다.주름진세월과낡은그물을함께엮어어촌마을의공동체를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