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시인은 일상의 생활 중에서 어떠한 상황이나 사물로부터 느끼는 어떠한 개인적인 정서로부터 새로운 것을 찾거나 찾으려는 노력의 결과에 따라 단순하거나 복잡한 것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곤 한다. 그 결과 이제까지 보아왔던 것으로부터 한참을 벗어나거나 전혀 새로이 보이는 것을 표현함으로써 발견하는 문자 표현의 한 양태에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며, 이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의 정서의 실마리를 끌어내 줌으로써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아내 웃는 모습이 하얀 민들레꽃 같습니다
대추나무 사과나무 밑에서 슬쩍, 조팝나무 울타리를 따라 몸을 내미는 봄볕 같습니다
땀이 밥인지도 모르고 홀씨 되어 따라온 새색시가 드세고 달착지근한 질경이가 되었습니다 어떤 날은 풀비린내 나는 쇠비름 같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묵나물 같은, 한 다발 내 품에 안겨 온 개망초 같기도 합니다
움트기 시작한 봄날을 거닐며 스물일곱 민들레꽃 같은 파릇파릇한 날의 그녀로 돌아갑니다 돋아나는 저 풀꽃들이 예순 고개 한참 넘은 아내를 아지랑이처럼 간지럽히고 있습니다
텃밭 가꾸기 한답시고 물큰하게 익어가는 아내를 새삼 지켜보고 있는 겁니다
-「텃밭 가꾸기」 전문
이 작품에서 화자는 ‘텃밭 가꾸기’를 하는 아내의 웃는 모습으로부터 ‘하얀 민들레꽃’을 발견하게 된다. 이쯤에서 아내는 이미 화자의 ‘아내’가 아니라 ‘민들레꽃’으로 재탄생되어 있다. 원줄기 없이 모든 잎은 뿌리에서 나와 비스듬히 서며 자라면서, 처음에는 꽃자루 잎보다 짧게 나와 그 끝에 하얀 꽃송이가 꽃대의 끝에 뭉쳐 붙어서 머리 모양을 이룬 두상호로 한 깨씩 달린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힐 때쯤엔 꽃자루가 잎보다 훨씬 길어지는 민들레꽃, 이러한 구체적인 하얀 민들레꽃은 화자에 의하여 재탄생된 아내의 모습이다. 그리고는 다시 ‘대추나무 사과나무 밑에서 슬쩍, 조팝나무 울타리를 따라 몸을 내미는 봄볕’으로 환치된다.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땀이 밥인지도 모르고 홀씨 되어 따라온 새색시가 드세고 달착지근한 질경이’로, ‘풀비린내’나는 야생 식물과 같은 근성을 가진 ‘쇠비름’으로, 제철에 뜯어서 말려 두었다가 이듬해 봄에 먹는 나물 같은 ‘묵나물’로,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다정하고 순수한 ‘개망초’로 아내의 이미지는 강제적으로 보편화되면서 아내는 아름답고 순수하다.
마주 보고
환하게 웃었다
착각은 순간밖에 위안하지 못한다는 말에
영원이 어두워졌다
내일이 까마득해졌다
잘못을 시인하고 싶지는 않았다
전등 불빛이 뿌옇게 흐려졌다
부둥켜안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시간이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거울」 전문
화자는 한 장 〈거울〉 앞에서 ‘거울’과 마주 보고 있다. 아니 거울 속의 ‘나’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거울을 마주하는 순간 화자는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거울을 인식하거나 거울과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인식하고 있지 아니한다. 마주 보고 있는 〈거울〉을 인식하고 있기보다는 ‘거울’ 속의 화자를 보고 있다는 사실만을 오히려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에서 거울 속의 화자와 ‘마주 보고/환하게 웃었다’는 사실에 인식의 깊이를 높이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환하게 웃었다’는 사실을 하나의 ‘착각’으로 인지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그렇게 ‘환하게 웃었다’는 것을 ‘착각’으로 ‘순간밖에 위안하지 못한다는 말’에, 즉 ‘환하게 웃었다’는 사실이 실은 ‘착각’으로 인하여 ‘순간밖에 위안하지 못한다는 말에’ 그만 ‘순간’이 아니라 ‘영원까지 어두워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수하고 위대한 모습으로 구체화 된다.
아파트 신축 현장
쓰임 없는 자재들 모아놓은 담장 벽
무릎 꿇고 두 손 들고 있는
손수레에게
뭘, 잘못했느냐 물었습니다
대답도 없이
자꾸 제 바퀴만 돌렸습니다
군대 제대하고 빈둥대던 시간
참다못한 아버지
뭘 하고 살 거냔 닦달 같은 성화에
머리만 긁적이던 때가
내게도 있었습니다
-「손수레」 전문
위 시작품에서의 배경은 ‘아파트 신축 현장’이다. 그 현장은 이미 ‘아파트 신축’하는 데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이미 쓰일 대로 쓰이고 난 다음에 버려진 폐자재들이 제멋대로 버려져 있는 ‘담장 벽’이다. 그 중에서 손수레들이 벽에 기대인 채로 버려져 있다. 그 모습은 마치 인간들이 무엇인가를 잘못하여 ‘무릎 꿇고 두 손 들고 있는’ 모습같이 보인다. 의인화된 ‘손수레’들이다. 어쩌면 제도권의 교육 현장에서 잘못하여 벌받고 있는 모습을 화자는 발견하였는지 모른다. 화자는 벌받는 모습의 ‘손수레’에게 ‘뭘 잘못했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손수레’는 ‘대답도 없이/ 자꾸 제 바퀴만 돌렸’다. 어쩌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 듯이 묵묵부답(黙黙不答)이다. 아니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억울하게 버려졌다는 데에 대한 항의의 표시이기도 하다.
당신은 변하지 않을 거죠, 묻고
한 걸음 다가서요
닿을 듯 말 듯 몸은
뜨거워졌다가 식어가요
당신은 또, 저만치 멀어지고
나는 당신 내면의 갈등을 상상하고
당신은 내 기분을 살피죠
무엇으로 무엇을 떠올리기는 싫어요
그때그때 다르고
어차피 피차일반
서로에게 향할 테니까요
당신이 강변을 걸을 때 나는
안개 숲으로 향해요 불안을 안고
같은 방향을 가는 레일처럼
변해가는 당신을 생각하죠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훅, 쳐들어오는 냉기
그래요 당신이나 우리
변하지 않고 숙성될
공간이 필요해요 지금 당장
냉장고를 사러 가요
-「냉장고를 사야 하는 이유」 전문
냉장고의 주요 기능은 먼저 식품을 신선하게 보존하는 물리적인 의미를 먼저 떠올린다. 냉장고는 저온으로 유지되는 공간에서 음식을 저장하여 부패를 방지하고 신선도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재료의 보관에 적합한 온도 조절 기능을 가지고 있다. 과일과 채소는 적절한 습도와 온도에서 저장되어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으며 육류와 해산물은 낮은 온도에서 저장하여 부패를 방지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얼음과 물을 제공하는 얼음 제조기, 물 디스펜서Dispenser 등의 편의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심리적인 의미를 생각할 수 있을까. 화자는 ‘냉장고’를 통하여 ‘내면의 갈등ㆍ기분ㆍ불안ㆍ숙성’ 등 마음의 작용과 의식의 상태를 비견한다. 즉 의식의 내면적인 움직임이나 개별적 및 상대적 환경에 적응하는 상호 작용에 따른 의식의 작용 및 현상을 밝히면서 이를 ‘냉장고’라는 물리적 기능에 비견하고 있다. 화자는 먼저 ‘당신은 변하지 않을 거죠, 묻고/한 걸음 다가서요/닿을 듯 말 듯 몸은/뜨거워졌다가 식어가요’라 말한다. 이미 화자는 ‘냉장고’에서처럼 변할 줄 모르는 ‘보존’의 심리를 갈구하면서 말이다. 즉 ‘나는 당신 내면의 갈등을 상상하고/당신은 내 기분을 살피’고 있다. 그리고는 ‘상상’을 하고 있는 ‘내면의 갈등에 따라’ ‘무엇으로 무엇을 떠올리기는 싫’다고 토로한다. ‘냉장고’처럼 보존되어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다르고’, 그리 다르다는 사실이 ‘어차피 피차일반/서로에게 향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집 『냉장고를 사야 하는 이유』에는 삶을 성찰하는 시로 18편, 가족사에 관한 시 18편, 그리고 자연 교감에 관한 시 16편과 현실 성찰에 관한 시 13편 등 전체 65편을 함께 모아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에도 불구하고 각 편에 자리 잡은 시작품들이 함의하고 있는 삶의 귀착점은 견고한 삶의 자세에 따른 최선을 보여줌에서 만날 수 있다. 시인 자신이 인식할 수 있는, 또는 일상생활의 간극에서 만나는 추상적인 이상보다는 대상으로부터 느끼는 감성을 정신 능력에 서로 종속시키면서 일정한 삶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시인이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특수한 여러 경우에서 비롯한 다양한 정서, 즉 개인적인 경향이 비록 단조롭다고 하더라도 복잡하고 별난 감정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섬으로써 홀연 어떤 사물이나 현상 따위를 온통 휩싸서 이룬 효과를 맛보게 하고 있다.
아내 웃는 모습이 하얀 민들레꽃 같습니다
대추나무 사과나무 밑에서 슬쩍, 조팝나무 울타리를 따라 몸을 내미는 봄볕 같습니다
땀이 밥인지도 모르고 홀씨 되어 따라온 새색시가 드세고 달착지근한 질경이가 되었습니다 어떤 날은 풀비린내 나는 쇠비름 같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묵나물 같은, 한 다발 내 품에 안겨 온 개망초 같기도 합니다
움트기 시작한 봄날을 거닐며 스물일곱 민들레꽃 같은 파릇파릇한 날의 그녀로 돌아갑니다 돋아나는 저 풀꽃들이 예순 고개 한참 넘은 아내를 아지랑이처럼 간지럽히고 있습니다
텃밭 가꾸기 한답시고 물큰하게 익어가는 아내를 새삼 지켜보고 있는 겁니다
-「텃밭 가꾸기」 전문
이 작품에서 화자는 ‘텃밭 가꾸기’를 하는 아내의 웃는 모습으로부터 ‘하얀 민들레꽃’을 발견하게 된다. 이쯤에서 아내는 이미 화자의 ‘아내’가 아니라 ‘민들레꽃’으로 재탄생되어 있다. 원줄기 없이 모든 잎은 뿌리에서 나와 비스듬히 서며 자라면서, 처음에는 꽃자루 잎보다 짧게 나와 그 끝에 하얀 꽃송이가 꽃대의 끝에 뭉쳐 붙어서 머리 모양을 이룬 두상호로 한 깨씩 달린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힐 때쯤엔 꽃자루가 잎보다 훨씬 길어지는 민들레꽃, 이러한 구체적인 하얀 민들레꽃은 화자에 의하여 재탄생된 아내의 모습이다. 그리고는 다시 ‘대추나무 사과나무 밑에서 슬쩍, 조팝나무 울타리를 따라 몸을 내미는 봄볕’으로 환치된다.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땀이 밥인지도 모르고 홀씨 되어 따라온 새색시가 드세고 달착지근한 질경이’로, ‘풀비린내’나는 야생 식물과 같은 근성을 가진 ‘쇠비름’으로, 제철에 뜯어서 말려 두었다가 이듬해 봄에 먹는 나물 같은 ‘묵나물’로,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다정하고 순수한 ‘개망초’로 아내의 이미지는 강제적으로 보편화되면서 아내는 아름답고 순수하다.
마주 보고
환하게 웃었다
착각은 순간밖에 위안하지 못한다는 말에
영원이 어두워졌다
내일이 까마득해졌다
잘못을 시인하고 싶지는 않았다
전등 불빛이 뿌옇게 흐려졌다
부둥켜안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시간이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거울」 전문
화자는 한 장 〈거울〉 앞에서 ‘거울’과 마주 보고 있다. 아니 거울 속의 ‘나’와 서로 마주 보고 있다. 거울을 마주하는 순간 화자는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거울을 인식하거나 거울과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인식하고 있지 아니한다. 마주 보고 있는 〈거울〉을 인식하고 있기보다는 ‘거울’ 속의 화자를 보고 있다는 사실만을 오히려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에서 거울 속의 화자와 ‘마주 보고/환하게 웃었다’는 사실에 인식의 깊이를 높이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환하게 웃었다’는 사실을 하나의 ‘착각’으로 인지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그렇게 ‘환하게 웃었다’는 것을 ‘착각’으로 ‘순간밖에 위안하지 못한다는 말’에, 즉 ‘환하게 웃었다’는 사실이 실은 ‘착각’으로 인하여 ‘순간밖에 위안하지 못한다는 말에’ 그만 ‘순간’이 아니라 ‘영원까지 어두워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수하고 위대한 모습으로 구체화 된다.
아파트 신축 현장
쓰임 없는 자재들 모아놓은 담장 벽
무릎 꿇고 두 손 들고 있는
손수레에게
뭘, 잘못했느냐 물었습니다
대답도 없이
자꾸 제 바퀴만 돌렸습니다
군대 제대하고 빈둥대던 시간
참다못한 아버지
뭘 하고 살 거냔 닦달 같은 성화에
머리만 긁적이던 때가
내게도 있었습니다
-「손수레」 전문
위 시작품에서의 배경은 ‘아파트 신축 현장’이다. 그 현장은 이미 ‘아파트 신축’하는 데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이미 쓰일 대로 쓰이고 난 다음에 버려진 폐자재들이 제멋대로 버려져 있는 ‘담장 벽’이다. 그 중에서 손수레들이 벽에 기대인 채로 버려져 있다. 그 모습은 마치 인간들이 무엇인가를 잘못하여 ‘무릎 꿇고 두 손 들고 있는’ 모습같이 보인다. 의인화된 ‘손수레’들이다. 어쩌면 제도권의 교육 현장에서 잘못하여 벌받고 있는 모습을 화자는 발견하였는지 모른다. 화자는 벌받는 모습의 ‘손수레’에게 ‘뭘 잘못했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손수레’는 ‘대답도 없이/ 자꾸 제 바퀴만 돌렸’다. 어쩌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 듯이 묵묵부답(黙黙不答)이다. 아니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억울하게 버려졌다는 데에 대한 항의의 표시이기도 하다.
당신은 변하지 않을 거죠, 묻고
한 걸음 다가서요
닿을 듯 말 듯 몸은
뜨거워졌다가 식어가요
당신은 또, 저만치 멀어지고
나는 당신 내면의 갈등을 상상하고
당신은 내 기분을 살피죠
무엇으로 무엇을 떠올리기는 싫어요
그때그때 다르고
어차피 피차일반
서로에게 향할 테니까요
당신이 강변을 걸을 때 나는
안개 숲으로 향해요 불안을 안고
같은 방향을 가는 레일처럼
변해가는 당신을 생각하죠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훅, 쳐들어오는 냉기
그래요 당신이나 우리
변하지 않고 숙성될
공간이 필요해요 지금 당장
냉장고를 사러 가요
-「냉장고를 사야 하는 이유」 전문
냉장고의 주요 기능은 먼저 식품을 신선하게 보존하는 물리적인 의미를 먼저 떠올린다. 냉장고는 저온으로 유지되는 공간에서 음식을 저장하여 부패를 방지하고 신선도를 유지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재료의 보관에 적합한 온도 조절 기능을 가지고 있다. 과일과 채소는 적절한 습도와 온도에서 저장되어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으며 육류와 해산물은 낮은 온도에서 저장하여 부패를 방지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얼음과 물을 제공하는 얼음 제조기, 물 디스펜서Dispenser 등의 편의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심리적인 의미를 생각할 수 있을까. 화자는 ‘냉장고’를 통하여 ‘내면의 갈등ㆍ기분ㆍ불안ㆍ숙성’ 등 마음의 작용과 의식의 상태를 비견한다. 즉 의식의 내면적인 움직임이나 개별적 및 상대적 환경에 적응하는 상호 작용에 따른 의식의 작용 및 현상을 밝히면서 이를 ‘냉장고’라는 물리적 기능에 비견하고 있다. 화자는 먼저 ‘당신은 변하지 않을 거죠, 묻고/한 걸음 다가서요/닿을 듯 말 듯 몸은/뜨거워졌다가 식어가요’라 말한다. 이미 화자는 ‘냉장고’에서처럼 변할 줄 모르는 ‘보존’의 심리를 갈구하면서 말이다. 즉 ‘나는 당신 내면의 갈등을 상상하고/당신은 내 기분을 살피’고 있다. 그리고는 ‘상상’을 하고 있는 ‘내면의 갈등에 따라’ ‘무엇으로 무엇을 떠올리기는 싫’다고 토로한다. ‘냉장고’처럼 보존되어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다르고’, 그리 다르다는 사실이 ‘어차피 피차일반/서로에게 향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집 『냉장고를 사야 하는 이유』에는 삶을 성찰하는 시로 18편, 가족사에 관한 시 18편, 그리고 자연 교감에 관한 시 16편과 현실 성찰에 관한 시 13편 등 전체 65편을 함께 모아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에도 불구하고 각 편에 자리 잡은 시작품들이 함의하고 있는 삶의 귀착점은 견고한 삶의 자세에 따른 최선을 보여줌에서 만날 수 있다. 시인 자신이 인식할 수 있는, 또는 일상생활의 간극에서 만나는 추상적인 이상보다는 대상으로부터 느끼는 감성을 정신 능력에 서로 종속시키면서 일정한 삶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시인이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특수한 여러 경우에서 비롯한 다양한 정서, 즉 개인적인 경향이 비록 단조롭다고 하더라도 복잡하고 별난 감정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섬으로써 홀연 어떤 사물이나 현상 따위를 온통 휩싸서 이룬 효과를 맛보게 하고 있다.
냉장고를 사야 하는 이유 (정중화 시집)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