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고 푸른

하얗고 푸른

$12.00
Description
이 책은 한 시인이 삶의 속도를 늦추는 과정에서 길어 올린 내면의 기록이자, 존재와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서정적 산문의 결실이다. 빠름과 효율이 지배하는 시대 속에서 시인은 멈춤과 쉼의 경험을 통해 오히려 더 깊은 인식에 도달한다. 신체적 통증과 느려진 일상은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사물과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한층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이 책의 중심에는 ‘만남’에 대한 사유가 놓여 있다. 자연의 생성과 소멸의 흐름 속에서 시인은 관계의 본질을 읽어낸다. 만남은 지속이 아니라 순간이며, 그 의미는 사라짐 이후에 남는 흔적 속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저자

박광희

부산출생으로가톨릭대학교문화영성대학원을졸업했다.2012년강원일보신춘문예에시「거미줄동네」가당선되었으며,동시집으로『마음아,말해봐』가있다.현재한국가톨릭문인협회회원으로있다.

목차

|차례
|시인의말

제1부봄,벚꽃
봄,벚꽃13/비,그리고보낼즈음14/벚꽃그늘16/착한돌17/밥이되어주자18/묘원에서20/슬픔의장소21/쓸모없는후기22/봄아이,춘자언니24/탈음26/비꽃28/연민,그어디쯤29/미완의골목,햇발을바치다30/

제2부하얗고푸른
가을대파35/홍시36/솔숲길37/하얗고푸른38/자작나무40/떨켜42/단풍잎44/더러는말이지요45/꽃댕강나무울타리,유월46/내리어품다47/체증48/물의길49/날개의디스토피아50/

제3부몽환에기대어
명상한줌53/경계와그사이54/가을숲난장산책56/그믐치58/몽환에기대어60/즐거운일층63/외면의미학64/노숙66/무인가게68/깜빡전구69/청춘은70/발전도상인72/눈물,꽃이되다73

제4부옛빛
옛빛77/흔한풍경78/아직도그대는내사랑80/비,은행나무82/돌83/마음의이야기184/마음의이야기285/작은연가86/떠도는천변88/다만사랑으로90/홀로에대하여92/어머니의볕뉘94/

시인의에스프리
흔적,그리고만남과따뜻한공허97

출판사 서평

이책은한시인이삶의속도를늦추는과정에서길어올린내면의기록이자,존재와관계에대한깊은성찰을담은서정적산문의결실이다.빠름과효율이지배하는시대속에서시인은멈춤과쉼의경험을통해오히려더깊은인식에도달한다.신체적통증과느려진일상은삶을다시바라보게하는계기가되었고,그과정에서사물과관계를바라보는시선또한한층깊어지고단단해진다.
이책의중심에는‘만남’에대한사유가놓여있다.자연의생성과소멸의흐름속에서시인은관계의본질을읽어낸다.만남은지속이아니라순간이며,그의미는사라짐이후에남는흔적속에서더욱선명해진다.

이젠내차례야,
저가지끝초록잎이입뾰족이밀어올리기전에
서둘러사랑하고있다

다사랑한흔적이땅위에가득하다
다사랑한흔적이땅위에가득하다-「봄,벚꽃」

이문장은만남이후에남는정서의잔여를압축하며,관계의본질이결합이아닌흔적의지속에있음을보여준다.동시에이책은닿지못하는관계의간극또한중요한존재방식으로제시한다.가까이있으면서도끝내교차하지못하는시선,그거리속에서형성되는감정의깊이를시인은조용히응시한다.
이러한인식은‘기다림’이라는정서로확장된다.기다림은단순한시간의지속이아니라존재를지탱하는힘으로작용한다.고통과고독을포함한그시간은삶을지속시키는내적에너지로변환되며,존재의본질적조건으로자리한다.
이책에서또하나주목할지점은연민에대한태도이다.연민은선택이아니라인간존재깊숙이자리한본능적감각으로제시되며,타인의고통을외면하지못하는마음에서비롯된다.시인은이를윤리적태도로받아들이고,구체적인실천의방식으로확장한다.

사람이되려면밥이되어주자
내치는밥말고두손모은밥,
-「밥이되어주자」

이간결한문장은이책전체를관통하는중심문장이라할수있다.연민은추상적인감정에머물지않고,타인을향한나눔과돌봄의행위로구체화된다.그근원에는유년의기억이자리하고있다.결핍의시절속에서도나눔이자연스럽게이루어졌던경험은시인의정서적기반을형성하며,현재의삶을지탱하는힘으로이어진다.
이책은또한‘공허’에대한새로운인식을제시한다.공허는더이상상실과결핍의상태가아니라,새로운감각과사유가생성되는공간으로전환된다.시인은어둠속에서도이미지를불러들이며공허를따뜻한상태로변화시킨다.

쌀쌀한가을의대기속남은쨍한여름햇살
겨울눈보라,봄날온기가
즐거이우주속에떠있는작고고독한방에숨쉬는
그런,그런시간이쌓인고독은충만이라는것
-「홀로에대하여」

이문장은고독에대한인식을근본적으로전환시킨다.고독은더이상결핍이아니라,자신과온전히마주할수있는충만한상태로이해된다.이러한인식은내면의확장을가능하게하며,삶을보다깊고넓게바라보게한다.
이책은빠른세계속에서놓치기쉬운감각들을다시불러낸다.멈추고,바라보고,사유하는시간은단순한휴식이아니라삶의방향을재정립하는과정으로제시된다.시인은그느린시간속에서관계와존재,그리고삶의본질을다시묻는다.
결국이책이독자에게건네는것은하나의질문이다.우리는과연제대로만나고있는가.타인을향한마음은어디까지닿고있는가.그리고우리는자신의삶을얼마나깊이들여다보고있는가.이질문들은명확한해답을요구하지않는다.다만그질문을오래품고살아가는과정자체가삶의중요한일부임을조용히일깨운다.
이책은따뜻한공허와느린시간,그리고관계에대한깊은성찰을통해독자에게하나의사유의공간을제공한다.그공간속에서독자는자신의내면을다시바라보며,보다부드럽고너그러운시선으로세계를마주하게될것이다.